칼럼

이사·감사의 감시의무 위반과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핵심 결론 명의상 이사·감사라도 경영진의 횡령을 방치하면 회사에 배상책임을 진다. 다만 회사의 조직상 문제, 선임 경위, 실제 관여 정도 등을 고려하여 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 사후에 만든 책임면제 정관이 이미 발생한 책임에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244115, 2005다51471, 2013다76253, 2006다68636

해당 판례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다244115 판결 [손해배상(기)]
이사·감사들이 실질적 경영진의 횡령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감시·감독의무를 소홀히 하였다면 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가 문제 된 사건이다.
대법원은 횡령 당시 재직한 이사·감사 6명의 책임을 부정한 원심판결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구체적인 배상액의 제한은 파기환송심에서 이루어졌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 14. 선고 2015가합507831 판결 원고와 원고승계참가인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 서울고등법원 2017. 6. 29. 선고 2016나2009108 판결 이사·감사들의 임무해태와 회사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책임을 부정하였다.
  • 서울고등법원 2020. 8. 21. 선고 2019나2055485 판결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책임을 인정하였다. 회복된 피해액을 제외한 손해를 86억 5,000만 원으로 산정한 뒤, 피고 D의 책임은 2억 5,000만 원, 나머지 피고 5명의 책임은 각 2억 원의 한도로 제한하였다. 지급 구조는 피고 D가 2억 5,000만 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피고들이 그중 2억 원에 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 각 배상액을 합산하여 지급받는 구조는 아니다.
파기환송심의 사실관계와 판단은 판결문을 직접 확인하여 반영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5다51471 판결 이사의 감시의무와 함께, 임무위반의 경위·회사 조직의 문제·회사에 대한 공헌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관점에서 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76253 판결 사외이사로서 실질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업보고서 허위기재에 따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판결 대상 대법원 판결이 감사의 권한과 선관주의의무, 임무해태에 따른 회사에 대한 책임의 근거로 인용한 판결이다.

관련 법령

  • 상법 제382조 제2항, 민법 제681조 회사와 이사의 관계에는 위임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며,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 상법 제393조 제2항 이사회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한다.
  • 상법 제399조 제1항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하면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 상법 제412조 제1항·제2항 감사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사하며, 이사에게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 상법 제414조 제1항·제3항 감사가 임무를 게을리하면 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이사도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이사와 감사는 연대책임을 진다.
  • 상법(2011. 4. 14. 법률 제10600호로 개정된 것) 제400조 제2항 정관에 따라 이사의 책임 중 직전 1년간 보수액의 6배, 사외이사는 3배를 초과하는 금액을 면제할 수 있도록 신설된 규정이다. 고의·중과실 등 법정 제외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는 이를 근거로 신설한 정관의 시간적 적용범위가 문제 되었다.
  • 상법 제450조 정기총회의 재무제표 승인 후 2년 내에 다른 결의가 없으면 이사·감사의 책임을 해제한 것으로 보는 규정이다. 파기환송심은 책임사유가 재무제표 등에 기재되어 승인되었는지를 심리하였다.

사실관계

상장회사의 유상증자대금이 실질적 경영진에 의해 횡령되었다
피해 회사는 바이오신약 개발·제조·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코스닥 상장회사였다. 그룹 회장은 차명 지분 등을 통하여 여러 상장회사를 지배하면서 피해 회사도 실질적으로 운영하였다.
회사는 의료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0년 3월 24일 유상증자로 약 231억 5,492만 원을 조달하였다.
그러나 그룹 회장과 당시 대표이사 등은 2010년 3월 26일부터 같은 해 6월 23일까지 그중 127억 1,000만 원을 횡령하였다. 관련자들에게는 횡령죄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횡령은 허위 선급금 지급, 회사 자금으로 취득한 표지어음의 담보 제공, 계열회사 지원, 단기대여금 명목의 자금 유출 등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피고들은 이사·감사로 재직하면서도 기본적인 감독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파기환송심의 피고들은 횡령 당시 회사의 이사·사외이사·감사로 재직한 6명이었다.
일부는 실질적 경영자의 친구나 친척으로 선임되었고, 일부는 변리사 또는 교수로서 법률·기술 자문을 하다가 이사로 등재되었다. 감사 역시 그룹 관계자의 요청으로 취임하였다.
회사는 이들에게 이사회 소집통지를 하지 않았고, 실제 이사회도 개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공시자료에는 이사회에서 주주총회 소집, 재무제표 승인, 유상증자 등을 결의한 것으로 기재하였다.
일부 사외이사는 실제 참석한 적이 없는데도 이사회 출석률이 100% 또는 83%인 것으로 공시되었다. 피고들은 이러한 허위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유상증자대금의 사용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회사는 상당한 결손금과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고, 유상증자 규모는 회사의 자산과 매출액에 비추어 매우 컸다.
공시자료에는 유상증자대금이 당초 계획과 다르게 사용되거나, 구체적인 사용처가 분명하지 않은 ‘기타 운영자금’ 또는 타법인 출자에 사용된 내용이 나타났다. 피고들은 이에 관하여도 조사하거나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감사는 외부감사인이 회사의 존속능력 등에 의문을 제기하였는데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같은 내용에 기간만 바꾼 형식적인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였다.
회사는 이사·감사들의 감독 소홀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였다
처음에는 회사로부터 손해배상채권을 양수한 원고가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후 채권양도계약이 합의해제되면서 회사가 원고승계참가인으로 소송에 참가하였다.
대법원은 횡령 당시 재직한 이사·감사들의 책임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에서 회사는 청구금액을 25억 4,200만 원으로 확장하였고, 법원은 그중 일부를 인용하였다.

법리

명의상 이사·감사도 감시·감독의무를 부담한다
이사는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에 찬반 의사를 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표이사와 다른 이사들의 업무집행을 전반적으로 감시·감독해야 한다.
사외이사이거나 비상근이사라는 사정만으로 이러한 의무가 없어지지 않는다. 실제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정도 그 자체로 면책사유가 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는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참석한 것처럼 공시되고, 거액의 유상증자대금이 당초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는 등 감독이 필요한 징후가 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방치한 임무해태와 횡령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였다.
외부감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회사 감사의 책임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와 상법상 감사의 직무는 상호 독립적이다.
따라서 외부감사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회사 감사의 업무감사·회계감사 의무가 면제되거나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감사는 자신의 조사권과 보고요구권 등을 행사하여 회사 업무와 재산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책임의 성립과 배상액의 제한은 별도로 판단한다
파기환송심은 이사·감사들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손해분담의 공평을 위해 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았다.
고려할 사정은 다음과 같다.
  • 사업의 내용과 성격
  • 임무위반의 경위와 구체적인 행위 형태
  • 손해 발생·확대에 관여한 객관적 사정
  • 회사에 대한 공헌도
  • 임무위반으로 얻은 이익의 유무
  • 회사의 조직체계와 위험관리체제의 문제
이 사건에서는 회사가 이사회 소집통지나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고, 피고들에게 실질적인 이사·감사 업무를 기대하지 않았던 사정도 책임제한에 고려되었다. 피고들 중 상당수는 지인의 부탁으로 등재되거나 전문분야의 자문업무만 수행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감시의무 자체를 없애지는 않지만, 실제 배상액을 정할 때에는 참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경영에 더 관여한 피고의 책임을 무겁게 정하였다
파기환송심은 피고 D가 주요 주주인 계열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그룹 경영에 일부 관여하였고, 유상증자 사실도 알았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이에 피고 D의 책임은 2억 5,000만 원, 나머지 피고들의 책임은 2억 원으로 제한하였다. 피고 D가 피해 회사에서 별도 보수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더 가볍게 정하지는 않았다.
피해 회복분을 먼저 공제하고 책임을 제한하였다
법원은 횡령액 전부를 그대로 배상액으로 삼지 않았다. 표지어음 회수 등으로 피해가 회복된 부분을 먼저 공제하였다.
구분금액
횡령액127억 1,000만 원
피해 회복액40억 6,000만 원
남은 손해액86억 5,000만 원
피고 D의 배상책임 한도2억 5,000만 원
나머지 피고들의 배상책임 한도위 금액 중 2억 원에 대한 연대책임
손해액 산정과 책임제한을 순서대로 적용한 것이다.
사후에 신설한 정관으로 기존 책임이 당연히 면제되지는 않는다
회사는 2012년 3월 3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의 책임 중 직전 1년간 보수액의 6배, 사외이사는 3배를 초과하는 부분을 면제하는 정관을 신설하고, 이를 감사에게도 준용하도록 하였다. 시행일은 2012년 4월 15일로 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은 횡령이 발생한 2010년에 이미 성립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정관에 달리 정한 내용이 없는 이상, 나중에 신설한 면제규정이 이미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에도 적용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의 배상액 감액은 정관상 보수 배수에 따른 면제 결과가 아니라, 법원이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책임을 제한한 결과이다.
재무제표 승인만으로 드러나지 않은 책임까지 해제되지는 않는다
피고들은 정기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를 승인한 뒤 2년 동안 다른 결의가 없었으므로 상법 제450조에 따라 책임이 해제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이 규정에 따른 책임해제는 책임사유가 재무제표 등에 기재되어 정기총회에서 승인된 경우에 한정된다고 보았다.
횡령 사실과 피고들의 임무해태가 기재되어 승인되었다는 증거가 없었으므로, 이 주장도 배척하였다.
소멸시효는 위임관계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상법 제399조·제414조에 따른 회사에 대한 책임을 일반 불법행위책임이 아닌 위임관계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으로 보아 10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하였다.
손해는 2010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발생하였고, 회사는 2020년 3월 2일 청구를 확장하였으므로 확장 부분도 10년이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회사가 직접 횡령한 다른 책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그들의 채무를 면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실무상 유의점

  • 감시의무 위반 여부와 책임제한 사유를 나누어 검토해야 한다. 비상근·명의상 지위나 제한된 보수는 면책을 보장하지 않지만, 배상액을 정할 때 고려될 수 있다.
  • 책임제한은 구체적인 자료로 주장해야 한다. 선임 경위, 담당 업무, 자료 접근 가능성, 경영 관여 정도, 보수와 회사의 내부통제 실태를 구분하여 입증할 필요가 있다.
  • 정관상 책임면제와 재판상 책임제한은 별개이다. 정관의 시행일과 적용범위, 법정 제외사유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 연대책임의 중첩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별 한도를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2억 원 부분이 공동으로 겹치고, 추가 5,000만 원은 피고 D만 부담한다.
  • 대법원이 인정한 책임은 횡령 당시 재직한 피고들의 해당 횡령손해에 관한 것이다. 다른 거래의 손해나 다른 재직기간까지 일괄적으로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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