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정리
판결번호
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6다251215 전원합의체 판결 — 이사및감사지위확인
관련 판례
이 판결은 다음 종전 판례들을 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범위에서 변경하였다.
이사나 감사의 선임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는 피선임자를 회사의 기관으로 한다는 내부적 결정에 불과하고, 대표기관이 임용계약을 청약하여 피선임자가 이를 승낙해야 비로소 이사나 감사의 지위를 취득한다는 입장이었다.
주주총회의 이사 선임결의만으로는 이사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하고, 회사 대표기관과 피선임자 사이에 임용계약이 체결되어야 한다는 종전 법리를 따랐다.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9410 판결
이사 또는 감사의 지위 취득에 회사 대표기관과 피선임자 사이의 임용계약 체결이 필요하다는 종전 법리를 전제로 하였다.
대법원은 위 판례들을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와 피선임자의 승낙 외에 대표이사와의 별도 임용계약까지 요구한 범위에서 변경하였다.
관련 법령
이 판결은 아래 조문을 모두 ‘상법’ 및 ‘민법’으로 인용하고 있으며, ‘구 상법’ 또는 ‘구 민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판결문과 동일하게 현행 법령명과 조문으로 표시한다.
상법 제209조 제1항
회사를 대표하는 사원은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
상법 제361조
주주총회는 상법 또는 정관에서 정하는 사항에 한하여 결의할 수 있다.
상법 제382조 제1항·제2항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 회사와 이사의 관계에는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상법 제382조의3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상법 제388조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않은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
상법 제389조 제3항
대표이사의 대표권에 관하여 상법 제209조를 준용한다.
상법 제393조 제1항
회사의 업무집행,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는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
상법 제409조 제1항·제2항
감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 감사 선임 시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그 초과 주식에 관하여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상법 제412조 제1항
감사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사한다.
상법 제415조
감사에 관하여 상법 제382조 제2항 등 이사에 관한 일부 규정을 준용한다.
민법 제680조
위임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
사실관계
피고 회사는 2014년 12월 1일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소외인을 사내이사로, 원고를 감사로 선임하는 결의를 하였다.
소외인과 원고는 2015년 4월 1일 피고 회사에 서면으로 주주총회 결의에 따른 이사 또는 감사 임용계약의 체결을 요구하였다. 이는 사내이사 또는 감사로 선임되는 데 대한 피선임자들의 승낙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한 것이었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대표이사와 소외인 또는 원고 사이에 별도의 임용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이 사내이사 또는 감사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하였다고 다투었다.
원심은 주주총회에서 원고를 감사로 선임하는 결의가 있었더라도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임용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감사의 지위를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핵심쟁점
첫째, 주식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가 되기 위하여 주주총회의 선임결의 외에 어떠한 요건이 필요한지가 문제 되었다.
둘째,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와 피선임자의 승낙 외에 대표이사가 회사를 대표하여 별도의 임용계약을 체결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셋째, 이사·감사의 지위가 대표이사와의 계약에 기초한 계약법적 지위인지,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에 따라 부여되는 단체법상 기관의 지위인지가 문제 되었다.
넷째, 주주총회의 이사·감사 선임권한이 대표이사의 임용계약 체결 여부에 따라 사실상 제한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법리
1. 이사·감사의 선임은 주주총회의 전속적 권한이다
주주총회는 주주들이 회사의 기본 조직과 경영에 관한 중요 사항에 관하여 회사의 의사를 결정하는 주식회사의 필요적 기관이다.
상법 제361조는 주주총회가 상법 또는 정관에서 정하는 사항에 한하여 결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상법이 주주총회의 결의사항으로 정한 사항은 정관이나 주주총회 결의에 의하더라도 다른 기관이나 제3자에게 위임할 수 없다.
상법 제382조 제1항과 제409조 제1항은 이사와 감사를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주식회사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주주가 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통로인 주주총회에 이사·감사의 선임권한을 전속적으로 부여한 것이다.
2. 대표이사와 별도의 임용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없다
이사·감사의 지위가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와 별도로 대표이사와의 임용계약이 체결되어야 비로소 발생한다고 보면, 이사·감사의 선임을 주주총회의 전속적 권한으로 정한 상법의 취지에 반한다.
그러나 이사·감사의 선임은 대표이사의 영업상 대표행위가 아니라 주주총회의 전속적 권한에 속한다. 따라서 대표이사에게는 주주총회의 선임결의를 임용계약 체결 여부를 통하여 다시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이 없다.
3. 선임결의와 피선임자의 승낙만으로 지위를 취득한다
이사 또는 감사의 지위를 취득하려면 다음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주주총회의 적법한 선임결의
피선임자의 취임 승낙
이 두 요건이 충족되면 피선임자는 대표이사와 별도의 임용계약을 체결하였는지와 관계없이 이사 또는 감사의 지위를 취득한다.
피선임자의 승낙은 주주총회에 출석하여 선임에 동의하는 방법뿐 아니라, 선임결의 후 서면이나 행위로 취임 의사를 표시하는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
4. 회사와 이사의 관계에 위임 규정이 준용된다는 사정은 다르지 않다
상법 제382조 제2항은 회사와 이사의 관계에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이는 이사의 지위가 대표이사와 체결하는 별도의 임용계약에 기초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법령과 정관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충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이사의 보수는 정관이나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해진다. 이러한 상법 규정의 내용과 취지를 종합하면 이사의 지위는 대표이사와의 계약에 기초한 단순한 계약법적 지위가 아니라 회사의 기관으로서 가지는 단체법적 지위이다.
5. 임용계약을 요구하면 경영진 교체가 저지될 수 있다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는 결의는 주주들이 기존 경영진을 교체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퇴임 대상인 대표이사가 임용계약의 청약을 해야만 신임 이사가 지위를 취득한다고 보면, 대표이사가 임용계약 체결을 거부함으로써 주주총회의 경영진 교체 결의를 무력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주주총회가 적법하게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더라도 이를 관철할 효과적인 구제수단이 없어지므로, 주주총회의 전속적 선임권한을 인정한 상법의 취지가 훼손된다.
6. 감사의 독립성을 위해서도 대표이사의 임용행위는 필요하지 않다
감사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사하는 주식회사의 필요적 상설기관이다.
상법 제409조 제2항은 감사 선임에서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하여 3%를 초과하는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다. 그런데 주주총회가 감사를 선임하였더라도 대표이사가 임용계약을 청약하지 않으면 감사의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 이러한 의결권 제한의 취지가 몰각된다.
특히 감사의 대상이 되는 대표이사가 감사의 취임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감사의 독립성과 회사법의 단체법적 성격에도 맞지 않는다.
7.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종전 판례는 주주총회의 선임결의를 회사 내부의 결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회사의 대표기관이 임용계약을 청약하고 피선임자가 이를 승낙해야 비로소 이사 또는 감사의 지위를 취득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러한 법리가 주주총회의 전속적 선임권한과 이사·감사의 단체법상 지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법원은 다음 판례들을 이 판결과 저촉되는 범위에서 변경하였다.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9410 판결
구체적 판단
피고 회사의 2014년 12월 1일 주주총회에서는 소외인을 사내이사로, 원고를 감사로 선임하는 결의가 이루어졌다.
소외인과 원고는 2015년 4월 1일 피고 회사에 서면으로 주주총회 결의에 따른 임용계약의 체결을 요구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에 의하여 소외인과 원고가 사내이사 또는 감사로 선임되는 데 승낙하였음이 분명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와 피선임자들의 승낙이 모두 존재하므로, 소외인과 원고는 대표이사와 별도의 임용계약을 체결하였는지와 관계없이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와 감사의 지위를 각각 취득하였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별도의 임용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가 감사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결에 주식회사 감사의 지위 취득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와 피선임자의 승낙만 있으면 이사 또는 감사의 지위를 취득하고, 대표이사와 별도의 임용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이사·감사의 지위 취득에 대표이사와의 별도 임용계약이 필요하다고 보았던 종전 판례를 변경한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핵심은 이사·감사의 선임을 대표이사의 계약행위가 아니라 주주총회의 전속적 권한에 속하는 단체법적 의사결정으로 파악한 데 있다.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와 피선임자의 승낙이 있으면 이사·감사의 지위가 성립하고, 대표이사는 임용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이를 저지할 수 없다.
이 법리는 주주총회를 통한 경영진 교체의 실효성을 보장하고, 기존 대표이사가 신임 이사의 취임을 방해하는 것을 차단한다. 특히 감사의 취임 여부가 감사 대상인 대표이사의 의사에 좌우되는 모순을 해소함으로써 감사의 독립성도 강화하였다.
다만 주주총회의 선임결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피선임자의 승낙도 필요하다. 따라서 실제 분쟁에서는 선임결의의 적법성뿐 아니라 피선임자가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취임을 승낙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