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매도인인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위작으로 인정된 서화를 반환받음과 동시에 매수인에게 1억 7,37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한 판결이 확정되었다.
대법원은 착오 취소와 하자담보책임은 취지·요건·효과가 구별되므로, 하자담보책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착오 취소가 가능하다고 명확히 판시하였다.
하급심
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 14. 선고 2013가합93536 판결
위작으로 판명되면 대금을 반환하기로 한 계약조항에 따라, 위작에 해당하는 서화 부분의 약정해제를 인정하였다.
피고에게 해당 서화를 반환받음과 동시에 1억 7,37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나. 서울고등법원 2015. 12. 3. 선고 2015나4841 판결
제1심과 달리 약정해제권은 5년의 제척기간이 지나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항소심에서 추가한 착오 취소를 인정하여 같은 금액의 반환 결론을 유지하였다.
원고와 피고의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으며, 원고의 청구취지 감축에 따라 최종 지급명령은 해당 서화 반환과 동시에 1억 7,37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정리되었다. 제1심에서 인정한 지연손해금은 최종 주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26657 판결
고려청자로 믿고 매수한 도자기가 진품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사건이다. 전문감정 등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매수인에게 착오 취소를 배제할 정도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항소심이 중대한 과실의 판단 기준으로 인용한 판결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나. 대법원 2002. 9. 10. 선고 2002다21509 판결
법률행위가 가분적이거나 목적물의 일부를 특정할 수 있고, 나머지 부분을 유지하려는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가 인정되면 일부 취소가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전체 서화의 매매계약 중 위작 부분만 취소한 근거가 된 판결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관련법령
가. 대법원이 직접 제시한 조문
나. 하급심 판단 및 실무 검토 관련 조문
- 민법 제141조: 취소의 효과
- 민법 제146조: 취소권의 소멸
- 민법 제553조: 목적물 훼손 등으로 인한 해제권의 소멸
- 민법 제582조: 하자담보책임의 권리행사기간
- 상법 제64조: 상사시효
위 조문들은 판결에서 특정 개정 전 법률로 표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별도의 구법 괄호 표시는 하지 않는다.
사실관계
가. 화랑 운영자로부터 서화 일괄 매수
원고는 2007. 6. 25. 화랑을 운영하던 피고로부터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거래된 산수화와 다른 그림·고서 등 서화내역표 10개 항목의 물품을 총 1억 9,400만 원에 매수하였다. 원고는 대금을 지급하고 물품을 인도받았다.
계약의 주요 대상은 단원산수화였으나, 계약서에는 다른 서화도 개별적으로 열거되어 있었다. 법원은 매매목적물이 단원산수화에 한정되지 않고 서화 전체라고 판단하였다.
매수인이 원고 개인인지 원고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인지도 다투어졌다. 항소심은 계약서의 개인도장, 재단의 재산 취득 절차 및 재산목록, 원고의 보관 경위 등을 종합하여 원고 개인을 매수인으로 인정하였다.
나. 위작 판명 시 대금을 반환한다는 약정
계약 제3조에는 다음과 같은 약정이 있었다.
“피고는 문화예술품이 감정결과 위작으로 판명되었을 때에는 수령한 대금을 즉시 반환하고 문화예술품을 인수해 간다.”
원고와 피고는 서화가 진품임을 전제로 거래하면서, 위작으로 밝혀질 경우에 대비한 반환조항을 둔 것이다.
다. 단원산수화의 감정 결과와 다른 물품의 진위
원고는 2013. 6. 단원산수화에 대한 감정을 의뢰하여 위작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소송에서 이루어진 감정 등에서는 원화가 약 20% 정도 남아 있고, 나머지 대부분이 손상·수정되어 진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상태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법원이 인정한 물품별 결과는 다음과 같다.
단원산수화는 처음부터 전부 새로 그린 가짜라고만 판단된 것이 아니다. 원본 일부가 남아 있더라도 대부분이 손상·수정되어 거래에서 전제한 진품의 가치를 갖추지 못한 점이 중요하였다.
라. 해제 통지와 항소심에서의 착오 취소
원고는 2013. 8. 12. 피고에게 위작임을 이유로 물품을 회수하고 매매대금을 반환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2013. 12. 30.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에서는 약정해제를 주장하였으나, 항소심에서 착오 취소를 추가하였다. 착오 취소 의사표시가 담긴 2015. 9. 18.자 준비서면은 2015. 9. 23.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마. 최종 반환 범위
법원은 진품으로 인정된 나머지 물품의 가액 합계 2,030만 원을 전체 매매대금에서 공제하였다.
1억 9,400만 원-2,030만 원=1억 7,370만 원
이에 따라 원고는 위작으로 인정된 순번 1, 3~6의 물품을 반환하고, 피고는 동시에 1억 7,370만 원을 지급하게 되었다. 사건명은 ‘위약약정금’이지만, 최종 인정된 금원은 착오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금이다.
법리
가.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어도 착오 취소는 별도로 가능하다
피고는 “물건이 위작이라는 문제는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으로 처리해야 하므로, 착오 취소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배척하였다. 착오 취소와 하자담보책임은 제도의 취지뿐 아니라 요건과 효과도 다르므로, 하자담보책임 규정이 착오 취소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매수인의 과실에 관한 기준도 다르다.
따라서 하자담보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착오 취소까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착오 취소 자체의 요건과 행사기간은 별도로 충족해야 한다.
나. 진품이라는 인식은 계약 내용으로 표시된 중요한 동기였다
항소심은 서화를 진품으로 믿은 것을 매매계약 체결의 동기의 착오로 보면서도, 그 동기가 당사자 사이에 계약 내용으로 표시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 당사자 모두 진품임을 전제로 거래하였다.
- 위작 판명 시 대금을 반환한다는 조항을 명시하였다.
- 일반적인 매수인도 위작임을 알았다면 해당 물품을 그와 같은 고가에 매수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단순히 “나중에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어긋난 사건이 아니다. 거래 목적물의 진품 여부라는 기본적인 성질을 잘못 인식한 사건이다.
다. 일부 수정 사실을 알았다는 것과 진품 가치를 상실한 상태를 알았다는 것은 다르다
피고는 원고가 감정서의 ‘전(傳)’ 표시 등을 통해 단원산수화에 수정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므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다음 사정을 고려하여 중대한 과실을 부정하였다.
- 피고가 제공한 감정서의 진가 구분란에는 ‘진(眞)’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 원고가 일부 수정 사실을 알았더라도, 원본의 약 80%가 손상·수정되었다는 사실까지 설명받았다고 보기 어려웠다.
- 원고는 위작 판명 시 대금을 반환받도록 계약조항을 마련하였다.
일부 보수·수정 가능성을 인식한 것만으로, 진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물건을 매수할 위험까지 받아들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라. 약정해제권의 소멸과 착오 취소의 가능성을 구분해야 한다
항소심은 피고의 매도가 영업을 위한 상행위라고 보아, 이 사건 약정해제권의 제척기간을 5년으로 판단하였다.
기산점도 위작 감정 결과를 받은 날이 아니라 서화를 인도받은 무렵으로 보았다. 위작 여부는 계약 당시부터 정해져 있었고, 원고가 인도 직후 감정을 받을 수 있었으며, 실제 감정에도 열흘 이내의 기간이 소요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였다.
따라서 2007년 인도 후 2013년에 한 약정해제는 기간이 지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민법 제109조에 따른 착오 취소까지 소멸시킨 것은 아니므로, 항소심은 별도로 착오 취소를 인정하였다.
여기서 ‘상사거래의 약정해제권은 5년’이라는 판단은 항소심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그 기간 문제를 별도로 설시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대법원이 직접 선언한 일반법리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이 사건을 “하자담보책임의 6개월 기간이 지나 착오 취소로 구제받은 사건”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제1심은 위작 감정 후 6개월 안에 내용증명을 보냈으므로 민법 제582조의 기간은 준수하였다고 보았다.
마. 일부 물품에 취소사유가 있으면 계약 전부가 취소되는가
대금을 일괄하여 정했더라도 모든 물품이 반드시 하나의 단위로만 거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은 각 서화가 독립된 가치를 가지며, 위작 부분을 특정할 수 있고, 나머지 부분을 유지하려는 의사도 인정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위작에 해당하는 부분만 취소하였다.
원고가 일부 물품에 관한 패소 부분에 항소하지 않은 사정도 나머지 계약을 유지하려는 의사를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고려되었다.
바. 제작연대의 차이가 언제나 중요부분의 착오는 아니다
원고는 순번 7의 초상화와 순번 8·9의 고서도 설명받은 제작연대와 다르거나 보물로 지정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취소를 주장하였다.
항소심은 이들 물품이 각각 500만 원의 가치가 있는 진품으로 감정되었고, 거래의 중심이 단원산수화였던 점 등을 고려하여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서에 대해서는 계약서에 작성연대나 보물지정 가능성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도 고려하였다.
이는 제작연대에 관한 착오는 중요하지 않다는 일반적인 판단이 아니다. 그 연대나 지정 가능성이 해당 거래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 중요하게 취급되었는지에 관한 구체적 판단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약정해제·하자담보책임·착오 취소를 각각 검토해야 한다
같은 위작 사실이라도 적용되는 법적 근거와 행사기간이 다르다. 계약상 반환조항만 검토하다가 약정해제권이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청구 전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착오 취소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기간 제한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취소권에는 민법 제146조에 따른 별도의 행사기간이 적용된다.
나. 반환조항은 기간과 반환 범위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위작이면 반환한다”는 문구만으로는 언제까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일부 위작이면 전부를 반환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감정기관·감정기준, 감정 및 권리행사 기간, 일부 위작 시 전체 계약의 처리, 물품별 대금 배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면 이 사건과 같은 분쟁을 줄일 수 있다.
다. 형사상 사기 불성립과 민사상 착오 취소는 별개이다
피고는 사기 혐의에 관하여 불기소처분을 받았지만, 민사상 착오 취소는 인정되었다.
매도인의 기망 고의를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매수인이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해 착오하였고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취소가 가능하다는 점이 실무상 중요하다.
라. 확정된 주문과 심급별 판단 근거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은 제1심과 항소심의 인정 원금이 같지만 법적 근거는 약정해제에서 착오 취소로 달라졌다. 지연손해금도 항소심의 청구취지 감축으로 최종 주문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확정 결과는 “위작 물품 반환과 동시에 1억 7,370만 원 지급”으로 표시하고, 이를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으로 설명하지 않는 것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