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32772, 32789 판결〔계약금등·매매대금〕
매도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매수인의 착오 취소를 인정하여 매도인에게 계약금·중도금 합계 2,400만 원의 반환을 명하고, 매도인의 잔금 2,250만 원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하급심
가. 항소심
대구지방법원 1997. 6. 20. 선고 96나10452, 97나4904 판결
매수인의 본소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해당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매도인에게 2,4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하였다. 매도인이 항소심에서 제기한 잔금 지급의 반소청구는 기각하였다.
나. 제1심
대구지방법원 1996. 7. 31. 선고 95가단54539 판결
매수인이 불복하여 항소한 판결이다. 제1심판결 전문은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에서 확인되는 범위에 한정한다.
관련판례
가. 중대한 과실의 판단 기준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의 중대한 과실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와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중대한 과실의 판단 기준으로 인용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나. 확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과 중대한 과실의 구별
개인 소장자가 도자기를 고려청자로 믿고 매수한 사안에서, 출처를 조회하거나 전문적인 감정을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확인을 소홀히 한 잘못이 있더라도 취소를 배제할 정도의 중대한 과실인지는 거래 경위와 당사자의 전문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는 점에서 관련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 이 사건 판결문 본문에는 위 선행판결이 ‘96나26657’로 기재되어 있으나, 해당 선행판결의 정확한 사건번호는 96다26657이다.
관련법령
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민법 제109조 제1항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으나,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착오인 경우에는 취소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나. 중개업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당시 규정
부동산중개업법 제19조
판결은 중개업자가 중개행위 중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규정을, 중개업자의 전문성과 직업상 주의의무를 설명하는 근거로 들었다.
판결문은 ‘부동산중개업법 제19조’라고 표시하고 있으며, 특정 개정일·법률번호를 붙인 구법 표시는 하지 않았다. 따라서 판결에 없는 ‘○○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라는 문구는 덧붙이지 않는다.
사실관계
가. 매수인·매도인·중개업자의 관계
원고는 시장 인근에서 점포를 임차하여 식당을 운영하던 사람으로, 자기 소유의 점포를 마련하여 식당을 이전하려고 하였다.
피고는 시장 안에 있는 점포의 소유자로서 부동산중개업자에게 매도를 의뢰하였다. 중개업자는 매도 의뢰를 받은 뒤 평소 알고 지내던 원고에게 매수를 권유하고, 양 당사자 사이의 매매계약을 중개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매수인으로서 지급한 돈의 반환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매도인으로서 미지급 잔금을 반소로 청구하였다. 중개업자는 이 소송의 피고가 아니다.
나. 실제 매매대상과 매수인이 사려고 했던 점포의 차이
실제 계약서상 매매목적물은 피고 소유의 점포였으나, 원고와 중개업자는 시장 복도 건너편의 ○○상회가 매매목적물이라고 생각하였다.
두 점포는 실제 사용가능면적과 가치, 식당 운영 여건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다. 매도인의 불명확한 지시로 중개업자부터 점포를 혼동하였다
매도인은 중개업자와 함께 점포의 길 건너편에 서서 손가락으로 자신의 점포를 가리켰다.
그런데 당시 각 점포의 호수는 물건이 진열된 바닥에 표시되어 있을 뿐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실제 매매대상 점포에는 ○○상회가 그릇 등을 진열해 두어 ○○상회의 일부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또한 두 사람이 서 있는 위치에서는 공용계단 때문에 실제 점포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고, 유리문을 통하여 복도 건너편 ○○상회의 내부가 보였다.
이러한 사정으로 중개업자는 매도인이 ○○상회를 가리킨 것으로 잘못 이해하였다. 중개업자는 자신부터 목적물을 혼동한 상태에서 원고에게 ○○상회가 매물로 나왔다고 소개하였다.
라. 매수인은 중개업자의 설명을 믿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평소 보아 온 ○○상회가 식당을 운영하기에 위치가 좋다고 생각하여 매수를 서둘렀다.
원고는 등기필증으로 면적과 소유자 등을 확인하였으나, 중개업자 사무실에 점포배치도가 없자 다른 배치도를 구하거나 현장에서 점포의 동일성을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다.
원고와 피고는 1995. 3. 31. 매매대금을 4,650만 원으로 정하고 다음과 같이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 계약금 400만 원: 계약 당일 지급.
- 중도금 2,000만 원: 1995. 4. 10. 지급.
- 잔금 2,250만 원: 1995. 4. 20. 지급 예정.
원고는 계약금과 중도금 합계 2,400만 원을 지급하였다.
마. 잔금 지급 직전 착오를 발견하고 계약 취소를 주장하였다
원고는 잔금 지급기일 직전에 실제 계약한 점포가 ○○상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의를 제기하며 계약을 해소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가 응하지 않자,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지급한 2,400만 원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계약에 하자가 없고, 설령 착오가 있더라도 원고의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것이므로 취소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잔금 2,250만 원을 반소로 청구하였다.
항소심은 늦어도 취소 의사표시가 담긴 소장 부본이 송달된 1995. 9. 7.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법리
가. 다른 점포를 매수한다고 생각한 것은 목적물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착오를 동기의 착오가 아니라, 내용의 착오 중 목적물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라고 명확히 판단하였다.
원고가 식당을 이전하려고 하였다는 사정은 매수의 동기이다. 그러나 실제 잘못 인식한 사항은 식당 영업의 전망이나 수익성이 아니라 어느 점포를 매수하는지였다.
즉, 원고는 ○○상회를 매수한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는 별개의 점포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따라서 동기가 계약 내용으로 표시되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매매목적물 자체에 관한 내용의 착오가 문제 된다.
나. 두 점포의 현저한 차이는 착오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실제 계약한 점포는 ○○상회보다 사용가능면적이 작고 시가도 현저히 낮았으며, 원고가 예정한 식당 용도로 사용하기도 어려웠다.
이는 단순히 점포의 호수나 명칭을 잘못 안 정도를 넘어선다. 정확한 목적물을 알았다면 같은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인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착오이므로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해당한다.
다만 실제 점포의 시가가 약정 매매대금과 비슷하다는 사정만으로 착오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원고가 구매하려던 점포와 실제 계약한 점포가 다르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취소가 배제되지는 않는다
법원은 원고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원고는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여 시장 사정을 알고 있었고, 현장이나 배치도로 점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중개업자의 설명을 믿고 계약을 서둘렀으므로 원고 자신의 과실은 인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에서 취소를 제한하는 것은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중대한 과실’이다. 통상의 과실과 중대한 과실은 구분하여야 한다.
라. 중개업자에 대한 신뢰와 매도인의 잘못을 함께 고려하였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의 과실을 중대한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 중개업자의 전문성: 일반 거래당사자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중개업자의 목적물 지시와 설명을 신뢰하여 거래한다.
- 매도인의 불명확한 지시: 중개업자가 착오에 빠지는 과정에 실제 점포를 명확하게 지적하지 않은 매도인의 잘못도 개입하였다.
- 확인의무의 범위: 중개업자를 통하는 거래에서 언제나 매수인이 현장 확인을 해야 한다거나, 중개업자 자신이 목적물을 혼동하고 있는지까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 구체적인 거래 경위: 점포의 구조와 표시 상태 때문에 중개업자부터 목적물을 혼동하였고, 원고는 그 설명을 믿고 계약하였다.
따라서 현장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매수인의 취소권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마. 중개업자의 과실을 매수인의 중대한 과실로 바로 평가할 수 없다
이 사건 중개업자는 매수인과 매도인 쌍방을 위하여 중개하였다.
대법원은 중개업자가 목적물을 잘못 파악하여 원고에게 알려 준 과실을 곧바로 원고 자신의 중대한 과실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중개업자의 과실과 매수인의 과실을 구별하고, 매수인이 실제로 어떠한 설명을 들었으며 어떤 확인을 할 수 있었는지를 따로 살펴야 한다는 취지이다. 중개업자를 매수인의 계약체결 대리인으로 보아 판단한 사건은 아니다.
바. 취소에 따라 기지급금 반환은 인정되고 잔금 청구는 배척되었다
매매계약이 착오를 이유로 취소되었으므로, 매도인은 이미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 합계 2,400만 원을 반환하여야 한다.
반면 매도인의 잔금 청구는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함을 전제로 하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인정된 반환금은 실제 지급한 계약금과 중도금이다. 계약금 배액상환이나 중개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한 판결은 아니다.
실무적 유의점
가. 무엇을 잘못 알았는지부터 특정해야 한다
목적물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를 주장하려면 계약서에 적힌 부동산과 실제 매수하려던 부동산이 어떻게 다른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단순히 “생각했던 점포가 아니었다”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중개업자가 지적한 위치, 점포배치도, 사진, 호수, 실제 사용면적 등을 대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중대한 과실은 착오 발생 과정 전체를 기준으로 다투어야 한다
매수인이 확인을 생략하였다는 사실뿐 아니라, 확인을 대신하여 무엇을 신뢰하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중개업자의 구체적인 설명, 매도인의 현장 지시, 식별이 어려운 점포 구조, 잘못된 설명을 의심할 만한 사정의 유무 등이 판단자료가 된다. 중개업자가 관여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거래에서 중대한 과실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 계약 취소와 중개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은 별개의 쟁점이다
이 판결은 중개업자의 전문성과 주의의무를 매수인의 중대한 과실을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하였다.
중개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실제로 인용된 사건은 아니므로, 홈페이지에는 매도인에 대한 매매대금 반환청구가 인정된 사례라는 점을 명확히 표시하는 것이 정확하다.
라. 앞선 신용보증 사건과는 중대한 과실에 관한 판단 범위가 다르다
앞서 정리한 대법원 1993. 10. 22. 선고 93다14912 판결에서는 중대한 과실 주장이 상고심에서 처음 제기되어 실질적인 판단을 받지 못하였다.
반면 이 사건에서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중대한 과실을 사실심부터 다투었고, 법원이 거래 경위를 심리하여 이를 부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전문가의 잘못된 설명을 신뢰한 거래당사자의 중대한 과실을 판단하는 기준을 설명하는 데 특히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