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대법원 2012년 12월 13일 선고 2011다69770 판결
현대멀티넷과 신세계아이앤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신세계아이앤씨의 계약책임과 사용자책임은 부정하고, 한사랑씨앤씨·컴장수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책임만 일부 인정한 환송 후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하급심 및 파기환송 경과
파기환송 판결은 계약의 성립과 해석에 관한 판단이며, 직원의 대리권이나 회사의 계약책임까지 인정한 판결은 아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6년 6월 15일 선고 2006다13117 판결: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이 위임받은 영업이나 사항을 벗어난 행위를 한 경우, 영업주의 책임은 표현대리의 요건에 따라 판단한다.
- 대법원 2003년 2월 11일 선고 2002다62029 판결: 사용자책임을 배제하는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로 주의를 결여한 경우를 의미한다.
- 대법원 2008년 6월 26일 선고 2008다19966 판결: 금전으로 취득한 부당이득은 소비 여부와 관계없이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법령
- 상법 제15조: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의 권한.
- 상법 제14조: 표현지배인.
-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반환의무.
- 민법 제748조: 수익자의 반환범위.
-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사실관계
소송당사자와 거래관계인의 지위
이 소송은 원고 3개 회사가 신세계아이앤씨를 상대로 제기한 사건이다. 직원 B와 에버컴퓨터는 이 사건 소송의 피고가 아니다. 또한 신세계아이앤씨가 약정에 공급자·보증인으로 표시되었다는 것과 실제로 그 의무를 부담하는지는 구별해야 한다.
거래가 시작된 배경
피고 신세계아이앤씨는 HP 등이 제조한 PC방용 컴퓨터를 주로 협력업체인 에버컴퓨터에 공급하였다. 정상적인 업무방식은 거래처로부터 대금을 먼저 받은 다음 제조업체에 발주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에버컴퓨터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피고 직원 B는 정상적인 결재절차를 거치지 않은 변칙적인 거래를 하면서 원고들을 거래에 참여시켰다.
원고 한사랑씨앤씨와 피고 명의의 거래
직원 B가 제시한 거래구조는 다음과 같았다.
- 한사랑씨앤씨가 피고에게 컴퓨터 구입대금을 지급한다.
- 피고가 컴퓨터를 공급·보관하는 내용으로 물품보관증을 발급한다.
- 에버컴퓨터 등이 그 컴퓨터를 한사랑씨앤씨로부터 일정한 이윤을 더한 가격에 매입한다.
- 정해진 기간을 넘기면 지체보상금을 지급한다.
B는 한사랑씨앤씨에 대금 입금 후 약 15일이 지나면 에버컴퓨터 등이 4~5%의 이윤을 더하여 매입하고, 지연되면 15일마다 2%의 지체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안내하였다.
한사랑씨앤씨는 피고 신세계아이앤씨 명의 계좌에 합계 2,854,146,000원을 입금하였다. 피고는 B로부터 정상적인 물품거래라는 허위 보고를 받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다.
이 중 1,021,997,000원 상당의 거래가 이행되지 않았다.
원고 컴장수와 피고 명의의 거래
컴장수도 한사랑씨앤씨와 유사한 방식으로 거래하면서 피고 신세계아이앤씨 명의 계좌에 물품대금을 지급하였다.
거래 중 334,755,600원 상당이 이행되지 않자, B는 컴장수에 피고 명의의 문서를 추가로 교부하였다. 그 내용은 해당 컴퓨터의 현금 판매를 지원하고,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피고가 물품을 반품받아 6%의 이윤을 가산한 대금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컴장수는 이후 피고로부터 60,000,000원을 지급받았음을 인정하였으므로, 미회수 원금은 274,755,600원이었다.
원고 현대멀티넷·에버컴퓨터 사이의 거래와 피고 명의의 보증
현대멀티넷의 거래는 앞의 두 원고와 구조가 달랐다.
컴퓨터의 매도인은 에버컴퓨터이고, 매수인은 현대멀티넷이었다. 현대멀티넷이 에버컴퓨터에 대금을 지급하면, 에버컴퓨터가 일정 기간 후 이윤을 더한 가격으로 컴퓨터를 다시 매입하기로 하였다.
피고 신세계아이앤씨는 계약서상 에버컴퓨터의 재매입의무를 보증하는 회사로 표시되었다. 에버컴퓨터가 재매입하지 않으면 피고가 대신 약정 금액을 지급하고 컴퓨터를 인수하며, 지연 시 위약금도 부담한다는 내용이었다. 보증인란에는 피고의 고무명판과 직원 B의 인장이 날인되었다.
현대멀티넷은 이 약정에 따라 에버컴퓨터 명의 계좌에 합계 12억 원을 지급하였으나, 약정이 이행되지 않았다. 그 돈이 피고 신세계아이앤씨에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는 증거도 없었다.
원고들의 청구와 피고의 항변
원고들은 직원 B에게 피고를 대리할 권한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약정 수익 등을 포함한 금액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예비적으로 채무불이행 손해배상,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부당이득반환 및 사용자책임 등도 주장하였다.
피고는 B에게 수익률·재매입 보장이나 에버컴퓨터의 채무보증을 약정할 권한이 없었으므로 회사가 그 약정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다투었다.
법리적 쟁점과 판단
혼합계약의 성립과 대리권의 범위는 별개의 문제
물품공급계약에 수익률 보장이나 재매입 보장을 결합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가능하다. 현실적인 물품인도가 없거나 자금조달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이유만으로 물품공급계약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혼합계약이 성립하더라도, 피고에게 그 효과가 귀속되려면 B에게 해당 약정을 체결할 대리권이 있거나 표현대리·추인 등이 인정되어야 한다.
컴퓨터 판매권한에 상대방의 영업상 위험을 인수할 권한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
법원은 B가 PC방용 컴퓨터 판매·영업기획 등을 전담한 점을 근거로, 해당 업무에 관하여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이라고 인정하였다.
다만 이 사건 보장 약정은 피고에게 컴퓨터 공급의무 외에 원고들의 수익 확보나 에버컴퓨터의 채무불이행 위험까지 부담시키는 내용이었다. 법원은 이러한 약정을 B가 위임받은 영업의 범위 밖에 있는 행위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핵심은 단순한 내부 결재절차 위반이 아니라, 약정한 위험부담의 내용이 애초 수여된 판매 대리권에 포함되는지에 있었다.
표현대리와 묵시적 추인도 인정되지 않았다
고율의 수익·지체상금 보장, 재매입 보장 및 협력업체의 채무보증은 통상적인 컴퓨터 판매와 비교하여 매우 이례적이었다. 원고들이 B의 권한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이상, 그에게 해당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가 정상적인 거래라는 B의 허위 보고를 믿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사정만으로는, 권한 없이 체결된 보장 약정의 내용을 알고 이를 추인하였다고 볼 수 없었다.
부당이득반환책임은 급부관계와 실제 이익의 귀속에 따라 달라졌다
한사랑씨앤씨와 컴장수는 피고를 거래 상대방으로 하여 피고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다. 약정이 무권대리로 피고에게 효력이 없는 이상, 피고는 미이행 거래에 관하여 보유한 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했다.
반면 현대멀티넷은 에버컴퓨터를 매도인으로 하여 에버컴퓨터에 대금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보증인으로 표시되었을 뿐이고, 그 대금을 실제 취득하였다는 증거도 없었다. 따라서 피고의 보증책임이 부정된다고 하여 에버컴퓨터가 받은 대금까지 피고가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않았다.
사용자책임도 원고들의 중대한 과실로 부정되었다
법원은 B의 행위가 외관상 업무에 관련되어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고들은 이례적인 보장 약정의 권한 유무를 피고의 상사나 자금담당 임직원에게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들이 B의 행위가 정당한 사무집행에 속하지 않음을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보아, 피고의 사용자책임도 부정하였다.
최종적으로 인정된 책임
실무적 유의점
계약상 당사자가 누구인지, 직원에게 어떤 약정을 할 권한이 있었는지, 지급한 돈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를 각각 구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도 동일한 직원이 피고 명의로 거래하였지만, 한사랑씨앤씨·컴장수는 피고에게 지급한 대금의 반환을 인정받았고, 에버컴퓨터에 대금을 지급한 현대멀티넷은 피고에 대한 청구가 모두 기각되었다. 계약상 보장책임이 부정된 이후에도 급부 상대방과 이익의 귀속을 특정하는 것이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성패를 좌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