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대법원 2015년 10월 15일 선고 2014다64301 판결 — 물품대금 등, 상고기각.
해외사업단장의 부분적 포괄대리권은 인정하였으나, 거래 상대방의 중대한 과실을 이유로 계약에 따른 대금청구와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배척한 원심을 유지하였다.
하급심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년 10월 26일 선고 2010가합97513 판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 서울고등법원 2014년 8월 22일 선고 2011나100680 판결: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해외사업단장의 내부적 대리권 제한과 원고 측의 중과실을 인정하였다.
- 대법원: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되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09년 5월 28일 선고 2007다20440, 20457 판결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은 위임받은 영업에 관하여 개별 행위마다 별도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다. 권한 범위는 영업의 규모·성격, 거래 형태·반복성, 직책 및 업무분장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대법원 1997년 8월 26일 선고 96다36753 판결
영업주는 거래 상대방이 대리권 제한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그 제한을 주장할 수 있다. 상대방의 악의·중과실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은 영업주가 부담한다.
대법원 2003년 2월 11일 선고 2002다62029 판결
사용자책임을 배제하는 피해자의 중과실은 일반적인 주의의무 위반을 넘어, 거의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주의를 결여하여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관련 법령
- 상법 제11조 제1항: 지배인의 영업에 관한 재판상·재판 외 권한.
- 상법 제15조 제1항: 특정한 종류 또는 사항의 영업을 위임받은 사용인의 재판 외 권한.
- 상법 제15조 제2항 및 제11조 제3항: 대리권 제한으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규율.
- 민법 제756조: 피용자의 사무집행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책임.
사실관계
원고 측 회사들은 해외에서 사료용 곡물을 수입하여 국내에 공급하는 업체였다. 기존에는 중간업체 F를 거쳐 피고 조합 등에 곡물을 공급하였다.
원고 측 직원 B와 피고 조합의 해외사업단장 C는 2010년 2월 18일, 원고 측이 피고 조합에 곡물을 직접 공급하는 기본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거래구조상 피고 조합은 공급받은 곡물을 별도 마진 없이 다시 F에 넘기면서, 원고 측에 대해서는 거액의 대금지급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C는 해외사업 업무를 포괄적으로 맡고 있었지만, 계약체결에는 내부 결재가 필요하였다. 구매계약은 상임이사, 판매계약은 경영기획실장의 결재를 받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 사건 계약에서는 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 조합에 주위적으로 계약에 따른 물품대금 등을, 예비적으로 C의 행위에 대한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법리
내부 결재가 필요하더라도 부분적 포괄대리권은 인정될 수 있다
C는 해외사업단 업무를 특정하여 위임받아 사료원료 구매, 대금 지급, 물품 인수·인도, 재고관리 및 국내 판매업무를 처리하였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C를 상법 제15조의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으로 인정하였다.
업무 수행에 상급자의 결재가 필요하다는 사정은 그 지위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는 이를 이미 부여된 대리권에 대한 내부적 제한으로 보았다.
따라서 이 판결은 단순히 “결재를 받지 않았으므로 대리권이 없다”는 취지가 아니다. 대리권의 존재와 내부 제한의 대외적 효력을 나누어 판단한 것이다.
대리권의 내부 제한은 악의 또는 중과실 있는 상대방에게 주장할 수 있다
부분적 포괄대리권에 대한 내부 제한은 원칙적으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다만 판례는 다음 경우에는 영업주가 그 제한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
- 상대방이 대리권 제한을 알고 있었던 경우
- 상대방이 그 제한을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상대방의 악의 또는 중과실은 영업주가 주장·증명해야 한다. 단순히 상대방이 내부 결재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보호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중과실은 거래의 이례성과 확인 가능한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 측 직원 B의 중과실을 인정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에서 원고 측이 C의 계약체결 권한과 내부 결재 여부를 확인했어야 하는데도 이를 현저히 소홀히 하였다고 보았다.
피해자의 중과실은 사용자책임 자체를 배제할 수 있다
직원의 행위가 외관상 회사 업무에 속하더라도, 피해자가 정당한 사무집행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면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
대법원은 이때의 중과실을 거의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주의를 결여한 상태라고 설명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 측이 C의 권한 부재를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되어 사용자책임도 부정되었다. 이는 배상액을 일부 감액하는 과실상계가 아니라, 사용자책임에 따른 청구 자체를 배척한 판단이다.
표현지배인 주장을 판단하지 않은 것은 판단누락이 아니다
원고는 C가 지배인이나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전제로 표현지배인 등의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C의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인정하였으므로, 그 지위가 부정되는 경우를 전제로 한 예비적 주장까지 판단할 필요가 없었다. 대법원도 이를 판단누락으로 보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을 표현지배인이나 표현대리의 성립요건을 모두 심리하여 부정한 판결로 정리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실무적 유의점
부분적 포괄대리권의 인정만으로 계약의 효력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내부적 권한 제한이 있었는지,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는지를 추가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정상적인 선행 거래와 달리 인감·담당자·결재 절차가 바뀌고, 회사가 실질적인 이익 없이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는 구조라면 권한 확인의 필요성이 커진다. 이 사건은 이러한 사정을 외면한 중과실 때문에 계약상 청구와 사용자책임에 따른 청구가 모두 배척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