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피고의 상고가 기각되어 원심판결이 확정된 사례이다. 대법원은 관현악단원들의 근로자성, 자회사로의 근로관계 포괄승계, 종전 누진제 퇴직금 규정의 적용 및 반복 갱신한 계약기간의 합산을 모두 인정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하급심
서울고등법원 1997. 4. 1. 선고 96나30207 판결
원고들의 근로관계가 문화방송에서 피고 회사로 계속되었다고 보고, 종전 문화방송의 누진제 퇴직금 규정을 적용하여 전체 계속근로기간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제공된 대법원 판결문에는 제1심 사건번호 및 원고별 구체적인 인정금액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다42270 판결
유효한 전적이 이루어지면 종전 근로관계는 원칙적으로 단절되지만, 근로관계 승계 특약이나 근속기간 통산 규정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달리 판단할 수 있다는 법리에 관한 판례이다.
나.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 판결
기존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종전 퇴직금제도를 적용한 결과 복수의 퇴직금제도가 존재하게 되더라도, 이를 곧바로 금지되는 퇴직금 차등제도라고 볼 수 없다는 법리의 근거로 인용되었다.
다. 대법원 1995. 7. 11. 선고 93다26168 전원합의체 판결
근로계약이 만료됨과 동시에 갱신되거나 동일한 조건으로 반복 체결되었다면, 그 기간을 합산하여 계속근로연수를 산정하여야 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인용되었다.
라.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다38597 판결
앞서 정리한 비교 사례이다. 전적에 대한 자발적 동의는 인정되지만 근로관계 승계 특약이나 퇴직금 근속기간 통산 근거가 확인되지 않아, 종전 근로관계가 단절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은 사업조직의 일체 이전과 명시적인 승계·통산 약정이 존재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관련법령
판례의 참조조문에 표시된 구법 명칭을 따른다. 특히 ‘개정되기 전의 것’이 아니라 ‘제정되기 전의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판결문 참조조문의 ‘현행’ 조문 표시는 판결 당시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현재 조문번호로 오인하지 않도록 위 표에는 당시 적용 규정을 표시하였다.
사실관계
가. 문화방송의 관현악단원들이 자회사 소속으로 변경되었다
원고 11명은 주식회사 문화방송과 1년 단위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TV 관현악단원으로 활동하였다.
문화방송은 1991. 9. 10. 자본금 전액을 출자하여 주식회사 엠비씨예술단을 설립하였다. 피고 회사는 방송 출연, 공연, 문화예술행사 및 이벤트 등의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자회사였다.
문화방송은 1992. 1. 1. TV 관현악단·라디오악단·합창단·무용단 등 전속단의 운영 업무를 피고 회사에 이관하였고, 원고들도 그때부터 피고 회사 소속으로 근무하였다.
나. 두 회사는 근로관계와 퇴직금의 처리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약정하였다
문화방송과 피고 회사는 1991년 12월경 인사 관련 약정을 체결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52명분 금액은 전체 이관 대상 전속단원에 관한 금액이며, 이 사건 원고 11명만의 퇴직금이나 판결 인정금액이 아니다.
다. 원고들은 퇴직금을 즉시 받지 않고 근속을 통산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문화방송은 이관 대상 단원들에게 동의서를 회람하여 서명·날인을 받았다.
동의서에는 다음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 기존 전속계약과 운영·관리 형태를 유지한다.
- 전속계약상 문화방송의 권리·의무를 피고 회사가 승계한다.
- 종전 급여와 후생·복지 사항을 계속 보장한다.
- 기존 방식대로 1년 단위 재계약을 계속한다.
- 퇴직금을 피고 회사의 퇴직충당금으로 이관하되, 본인이 희망하면 이관 시점에 전액 지급한다.
- 기존 시설을 계속 사용하고, 악기·비품 등을 피고 회사로 이관한다.
원고들은 퇴직금을 즉시 받는 대신 피고 회사에 이관하여, 나중에 피고 회사에서 퇴직할 때 일괄 지급받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의 경우에는 퇴직·재입사라는 형식이 있었지만, 근속기간과 계약상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로 하는 구체적인 합의가 있었다.
라. 피고 회사가 이후 누진제보다 불리한 단수제를 도입하면서 분쟁이 발생하였다
문화방송의 종전 퇴직금 규정은 근속기간에 따라 지급률이 높아지는 누진제였다.
피고 회사는 1993. 10. 1. 단수제 퇴직금 규정을 새로 도입하였다. 이 규정은 종전 누진제보다 원고들에게 불리하였지만, 원고들을 비롯하여 종전 제도에 따른 기득이익이 있는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원고들은 종전 문화방송의 누진제 규정과 전체 계속근로기간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피고 회사는 근로자성, 근로관계 승계, 누진제 적용 및 계약기간 합산 등을 다투었으나,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모두 배척하였다.
법리
가. 전속계약이라는 명칭이나 불규칙한 근무시간만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근로자성은 계약의 명칭보다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한다.
원고들은 회사가 지정한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여 연주하였고, 복무와 행정적인 사항에 관하여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 회사가 출연을 지시하면 이에 따라야 했으며, 기본급·수당·상여금을 받고 근로소득세도 원천징수되었다.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회사 승인 아래 외부 출연이 가능하였던 것은 연주 업무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고들을 문화방송 또는 피고 회사와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로 인정하였다.
나. 퇴직·재입사 형식을 취하였더라도 사업조직과 근로관계를 포괄승계하였다면 근속은 계속된다
유효한 전적은 원칙적으로 종전 근로관계를 종료시키지만, 승계 특약이나 근속기간 통산 규정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근로관계가 계속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두 가지 근거가 함께 존재하였다.
첫째, 피고 회사가 전속단 업무의 물적 시설과 인적 조직을 동일성을 유지한 채 일체로 이전받았다.
둘째, 두 회사 사이의 약정과 단원들의 동의에 따라 퇴직금을 직접 받지 않은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를 포괄승계하고 근속기간을 합산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의 근로관계는 문화방송에서 피고 회사로 단절 없이 이어졌다. 자회사라는 사실 자체보다 사업조직 이전의 실질과 구체적인 승계 약정이 중요하였다.
다. 근로관계 승계에는 종전의 퇴직금 지급조건도 포함된다
근로관계를 포괄승계하면 종전 근로계약상의 지위도 그대로 승계한다.
따라서 피고 회사가 승계한 것은 단순한 근무연수나 이관 당시의 퇴직충당금만이 아니다. 종전 누진제에 따라 퇴직금을 산정받을 근로조건도 승계 대상이 된다.
이후 퇴직금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해당 근로자집단의 집단적인 의사결정 방식에 따른 동의가 필요하다.
피고 회사는 그러한 동의 없이 불리한 단수제를 도입하였으므로, 새 규정은 원고들에게 효력이 없고 종전 누진제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라. 퇴직금 재원 이관에 대한 동의와 지급방식 변경에 대한 동의는 다르다
원고들은 적립된 퇴직금을 피고 회사에 이관하는 데 동의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퇴직금을 단수제로 적립하거나 산정하는 데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대법원은 두 동의의 대상을 구별하였다.
따라서 피고 회사가 주장한 “이관에 동의해 놓고 누진제 퇴직금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에 위반된다”는 항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 승계 근로자의 기존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복수 제도는 금지되는 차등제도와 구별된다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누진제를 적용하면 하나의 사업장에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가 존재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종전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기존 제도를 유지하는 경우를 직종·직위 등에 따라 차별적인 퇴직금제도를 설정하는 경우와 구별하였다.
불리한 새 규정이 원고들에게 효력이 없어 종전 규정을 적용하는 결과 복수의 제도가 존재하게 되더라도, 이를 퇴직금 차등금지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제도 통일을 이유로 승계 근로자의 종전 권리를 일방적으로 낮출 수는 없다.
바.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였어도 계속근로기간은 합산한다
원고들은 1년 단위로 전속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계약이 계속 갱신되었고, 매년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퇴직금을 정산하지도 않았다.
이에 대법원은 갱신·반복된 계약기간을 모두 합산하여 계속근로연수를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매년의 퇴직금을 따로 계산한 뒤 단순히 더하는 방식은 인정되지 않았다. 특히 누진제에서는 전체 기간을 계속근로기간으로 산정하는 것과 1년씩 나누어 계산하는 것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실무적 유의점
가. 사업 이관 시 근속기간과 퇴직금 산정방식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근속기간을 통산한다고 정하면서 퇴직금 지급률과 산정방식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사업양수도계약, 인사 관련 약정, 근로자 동의서 및 퇴직금규정을 함께 검토하여 어느 기간에 어떤 지급률을 적용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나. 이관된 퇴직충당금과 실제 퇴직금 지급의무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은 퇴직금 재원의 이관과 함께 근로관계 및 근속기간을 승계한 사례이다.
따라서 양수회사가 넘겨받은 충당금 액수만으로 근로자에 대한 최종 지급의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퇴직금규정과 전체 근속기간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다. 전적 동의서만으로 불이익변경에 필요한 동의를 대신할 수 없다
소속 변경이나 퇴직금 재원 이관에 동의하였다는 사실이, 종전보다 불리한 근로조건에도 동의하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동의의 대상과 내용, 불이익변경 여부 및 법이 요구하는 동의 절차를 각각 구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