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소유권이전등기 사건. 가등기로 보전된 권리가 양도된 경우 가등기 이전의 부기등기를 허용하면서, 이를 부정하던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원심은 서울고등법원 1998. 4. 29. 선고 97나43613 판결이다.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원고에 대한 가등기 이전등기의무를 인정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1972. 6. 2. 자 72마399 결정 — 변경된 종전 판례
본등기를 하기 전에는 가등기명의인을 등기의무자로 하는 가등기 이전의 부기등기를 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 견해는 대상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변경되었다.
나.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0다51216 판결
매매로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양도가 제한되므로, 양수인이 매도인에게 대항하려면 매도인의 동의나 승낙이 필요하다고 판시하였다.
다. 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4다248290 판결
매도인의 동의·승낙 없이 매매에 따른 등기청구권을 양도받은 사람이 가등기 이전의 부기등기와 본등기까지 마쳤더라도, 적법·유효한 실체관계가 없다면 원인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가등기를 이전하는 등기방식이 허용된다는 것과, 그 원인이 되는 채권양도가 유효하다는 것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관련법률
다음은 판결 법리와 관련된 현행 규정이다.
- 민법 제449조 제1항: 채권의 양도성과 채권의 성질에 따른 양도 제한.
- 부동산등기법 제88조: 권리의 설정·이전·변경·소멸에 관한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가등기.
- 부동산등기법 제91조: 가등기에 의한 본등기의 순위는 가등기의 순위에 따른다는 원칙.
사실관계
가. 명의수탁자의 처분을 막기 위해 설정한 가등기
피고는 1977년 토지의 6/20 지분을 매수하면서 다른 사람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명의수탁자가 임의로 지분을 처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매매예약을 체결하고, 1981. 9. 11.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쳤다.
피고는 1983년 위 지분을 중간매수인에게 매도하였다.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되, 중도금과 잔금을 모두 지급받으면 기존 가등기를 말소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중간매수인으로부터 토지 전체의 2.1809/20 지분과 건물 일부를 다시 매수하였다.
나. 대금 정산과 가등기 일부 양도를 함께 정한 삼자 합의
중간매수인이 피고에게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원고·피고·중간매수인은 1985. 10. 22.경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이후 피고는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가등기 이전의무를 다투었다.
다. 원고의 가처분등기 이후 중간매수인에게 이전된 가등기
원고는 가등기상의 권리를 이전받을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받았고, 1994. 10. 14. 가처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중간매수인도 피고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다음, 1995. 4. 6. 자기 명의로 가등기 이전등기를 마쳤다.
피고는 이미 중간매수인에게 가등기가 이전되었으므로 원고에 대한 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법리
가. 가등기로 보전된 권리는 부기등기의 방식으로 이전할 수 있다
대법원은 가등기의 목적이 본등기의 순위를 확보하는 데 있더라도, 가등기로 보전되는 물권변동청구권은 양도될 수 있는 재산권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또한 가등기로 그 권리가 공시되어 있으므로, 권리가 양도되면 양도인과 양수인의 공동신청으로 기존 가등기에 부기등기를 하여 이전 사실을 공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이전되는 것은 가등기로 보전된 청구권과 그에 결부된 지위이다. 가등기 이전만으로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
이 판결은 이러한 이전등기 방식을 허용하면서, 본등기 전 가등기 이전의 부기등기를 부정하던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나. 잔금 미지급으로 실효되는 약정의 범위는 구체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대법원은 삼자 합의에서 7,355만 원의 잔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중간매수인이라고 보았다. 원고가 그 잔금채무까지 부담한다고 해석하지 않았다.
또한 기한 내 잔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실효되는 것은 8,000만 원을 공제해 주기로 한 부분에 한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고에게 가등기상의 권리를 양도하기로 한 약정까지 함께 실효되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대금 감액약정, 가등기 양도약정, 가등기 말소 제한약정은 각각의 내용과 조건에 따라 구분하여 해석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잔금 미지급과 말소 제한을 근거로 가등기 이전의무까지 부정할 수 없었다.
다. 먼저 등기한 처분금지가처분으로 후행 가등기 이전에 대항할 수 있다
원고의 가처분은 단순히 토지의 처분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1985년 양도약정에 따라 피고의 가등기상의 권리를 이전받을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원고가 그 가처분등기를 마친 이후 중간매수인이 가등기를 이전받았으므로, 원고는 가처분의 효력에 따라 자신의 보전권리와 저촉되는 중간매수인의 권리 취득에 대항할 수 있었다.
중간매수인이 확정판결에 기하여 이전등기를 마쳤다는 사정만으로 선행 가처분의 효력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피고의 이행불능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라. 가등기 이전의 허용과 채권양도의 유효요건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 판결을 근거로 가등기상의 권리는 언제나 아무런 제한 없이 양도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특히 매매로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라면 매도인의 동의·승낙이 필요한지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대법원 2024다248290 판결은 이러한 동의·승낙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가등기 이전의 부기등기와 본등기를 원인무효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양도할 수 있는 권리가 적법하게 양도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한 뒤, 그 이전을 부기등기로 공시하는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
실무적 유의점
가. 양도하는 권리와 지분을 정확히 특정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가등기의 접수일자·접수번호, 가등기로 보전되는 청구권의 발생 원인, 양도 대상 지분 및 이전등기 협력의무를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매매에 따른 청구권이라면 매도인의 동의·승낙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나. 대금 미지급 시 어떤 약정이 실효되는지 구분해야 한다
대금 감액, 가등기상의 권리 양도, 말소의무를 한 문서에서 정하더라도 그 효력이 항상 함께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미지급 시 감액 혜택만 없어지는지, 양도약정도 해제되거나 실효되는지를 분명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다. 이중양도 위험이 있다면 이전청구권에 맞는 보전처분을 해야 한다
가등기상의 권리를 양도받기로 약정했지만 이전등기가 지연되는 경우, 그 권리의 이전청구권을 보전하는 처분금지가처분과 등기를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도 양도약정의 존재뿐 아니라 후행 이전등기보다 먼저 마친 가처분등기가 원고 보호의 핵심이었다.
라. 명의신탁의 유효성을 인정한 판례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피고는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명의신탁약정과 가등기가 무효라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처음 제기한 주장이라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이 명의신탁이나 그에 기초한 가등기의 실체법상 유효성을 일반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