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 원고: 에이엔지 뱅크 뉴질랜드 리미티드(ANZ Bank New Zealand Limited)
- 피고: 뉴질랜드 외국판결에 따라 대출금 및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사람
- 결과: 피고의 상고 기각
- 판례 변경: 보충송달을 외국판결 승인을 위한 적법한 송달에서 제외하던 종전 판례 변경
하급심
-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544291 판결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7. 7. 25. 선고 2016나2052577 판결
- 대법원: 원심판결을 수긍하여 피고의 상고 기각
원심은 피고의 거소에서 남편이 소송서류를 수령한 것은 적법한 보충송달이고, 뉴질랜드 판결이 민사소송법 제217조의 승인요건을 충족하므로 국내에서 강제집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외국판결의 승인요건인 송달은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이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되었다.
-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을 외국판결의 승인을 위한 통상적인 송달에서 제외하였다. 이 판결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되었다.
-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07747 판결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가 적법한 송달을 요구하는 목적은 외국소송에서 방어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패소한 피고를 보호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다54366 판결 보충송달은 수령대행인의 지능·지위와 본인과의 관계에 비추어 서류가 본인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고 하였다.
관련 법령
-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 근무장소 외의 송달장소에서 송달받을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경우 사무원·피용자 또는 동거인으로서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 사람에게 서류를 교부할 수 있다.
-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2항 근무장소에서 송달받을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사용자 또는 다른 종업원에게 서류를 교부할 수 있다.
-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 외국재판에서 패소한 피고가 소장 등을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송달받았거나, 송달받지 않았더라도 소송에 응했을 것을 승인요건으로 정한다. 공시송달이나 이와 유사한 송달은 제외한다.
- 민사집행법 제26조 외국법원의 확정재판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대한민국 법원의 집행판결이 있어야 한다.
- 민사집행법 제27조 집행판결에서는 외국재판의 옳고 그름을 다시 심리하지 않고 민사소송법 제217조의 승인요건을 심사한다.
- 국제민사사법공조법 제15조 외국법원의 촉탁에 따른 재판상 서류의 송달 등 수탁사항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실시한다.
사실관계
뉴질랜드의 에이엔지 뱅크 뉴질랜드 리미티드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에 대출채무자와 보증인을 상대로 대출금 및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는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공식적인 외교 경로를 통해 대한민국에 피고에 대한 소송서류의 송달을 요청하였다.
대한민국 법원은 2013년 5월 1일 피고의 거소를 방문하였다. 당시 피고를 직접 만나지 못하자 피고의 남편이자 뉴질랜드 소송의 공동피고에게 피고의 소송서류를 교부하고 우편송달통지서에 서명을 받았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2013년 8월 15일 피고에 대한 송달이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하고, 피고와 그 남편에게 공동으로 은행에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은행은 뉴질랜드 판결에 따라 대한민국에 있는 피고의 재산에 강제집행하기 위해 국내 법원에 집행판결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자신이 소송서류를 직접 받지 않았고 남편에게 보충송달되었을 뿐이므로, 뉴질랜드 판결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송달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하였다.
법리
보충송달도 외국판결 승인을 위한 적법한 송달이다
민사소송법 제186조가 정한 보충송달은 대한민국 법률이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적법한 송달방법이다.
외국법원의 촉탁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소송서류를 송달하는 경우에도 국제민사사법공조법 제15조에 따라 대한민국의 송달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피고의 거소에서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 동거인인 남편에게 소송서류를 교부한 것은 요건을 갖춘 이상 적법한 보충송달에 해당한다.
이러한 보충송달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가 정한 외국판결 승인요건인 ‘적법한 송달’에도 포함된다.
외국판결 승인을 위한 송달요건의 목적은 피고의 방어권 보장이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가 외국소송의 소장 등에 관한 적법한 송달을 요구하는 이유는 피고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외국에서 패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핵심은 피고 본인이 반드시 직접 서류를 받았는지가 아니라, 피고에게 외국소송의 존재를 알고 방어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제공되었는지에 있다.
따라서 보충송달이 적법하게 이루어지고 피고에게 소송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다면 외국판결의 승인요건을 충족한다.
보충송달은 공시송달과 다르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는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을 외국판결의 승인요건에서 제외한다.
공시송달은 법원 게시판 등에 서류를 게시하는 방법으로 송달의 효력을 부여하므로 피고가 실제로 소송의 존재를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보충송달은 피고와 일정한 생활·고용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서류를 직접 교부한다. 수령인의 지능, 객관적 지위 및 피고와의 관계에 비추어 그 서류가 피고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보충송달은 피고의 방어권을 박탈할 우려가 공시송달보다 현저히 적으므로, 공시송달과 유사한 송달로 볼 수 없다.
보충송달이면 언제나 외국판결을 승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충송달이라는 형식을 갖추었다는 이유만으로 외국판결이 언제나 승인되는 것은 아니다.
집행판결을 심리하는 대한민국 법원은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 수령인이 피고의 사무원·피용자 또는 동거인에 해당하는지
- 수령인에게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었는지
- 법률이 정한 송달장소에서 이루어졌는지
- 서류가 수령인에게 실제로 교부되었는지
- 피고가 외국소송에서 방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
보충송달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거나 방어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면 외국판결의 승인·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직접송달만 요구하면 국내판결보다 외국판결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종전 판례처럼 본인에 대한 직접적인 교부송달만 인정하면 외국판결을 승인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국내소송보다 더 엄격한 송달을 요구하게 된다.
특히 법인이 피고인 경우 대표자 본인에게 직접 서류를 전달하지 않으면 외국판결을 승인할 수 없다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뉴질랜드 법원이 공식적인 외교 경로로 송달을 요청했고, 대한민국 법원이 국내법에 따라 적법하게 보충송달을 실시하였다.
그럼에도 국내 집행단계에서 보충송달이라는 이유만으로 승인을 거부하면 대한민국 법원이 실시한 송달을 스스로 부적법하다고 평가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국제적 사법절차에 대한 신뢰도 훼손된다.
헤이그송달협약이 아니라 국제민사사법공조법이 적용되었다
우리나라는 2000년 헤이그송달협약에 가입했지만, 이 사건 당시 뉴질랜드는 위 협약의 체약국이 아니었다.
따라서 뉴질랜드 법원의 송달촉탁은 헤이그송달협약이 아니라 국제민사사법공조법에 따라 처리되었다.
뉴질랜드 법원이 공식적인 외교 경로로 송달을 요청하고 대한민국 법원이 국내법에 따라 이를 실시했으므로, 피고 남편에 대한 보충송달도 적법한 국제사법공조 절차의 일부가 된다.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종전의 대법원 1992년 7월 14일 선고 92다2585 판결과 대법원 2009년 1월 30일 선고 2008다65815 판결은 외국판결 승인을 위한 송달은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이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이러한 종전 판례를 변경하고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보충송달도 적법하게 이루어지고 피고에게 방어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가 보장되었다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에 해당한다.
다만 이 판결은 보충송달만을 직접 판단한 사안이다. 우편송달이 어떤 요건에서 적법한 송달에 해당하는지는 이 판결의 직접적인 판단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대법관 김재형의 의견
대법관 김재형은 사건의 결론과 보충송달을 적법한 송달로 인정한 법리에는 동의하였다. 다만 종전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종전 두 판결에서 보충송달의 적법성은 실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직접적인 쟁점이 아니었고, 판결 이유에서 일반론으로 언급된 방론에 불과하였다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의 판례는 구체적인 사건의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판단을 의미한다. 사건의 결론과 관계없는 추상적 법명제까지 모두 판례로 본다면 대법원이 구체적 사건의 해결 범위를 넘어 일반적 법규범을 형성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종전 판결의 보충송달 관련 부분이 방론이라면 반드시 전원합의체의 판례 변경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결론
외국법원이 공식적인 외교 경로로 대한민국에 소송서류의 송달을 요청하고, 대한민국 법원이 피고의 거소에서 동거인인 남편에게 적법하게 보충송달하였다면 이는 외국판결 승인을 위한 ‘적법한 송달’에 해당한다.
피고에게 외국소송에서 방어할 시간적 여유도 보장되었으므로 뉴질랜드 판결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승인요건을 충족한다.
대법원은 보충송달을 외국판결 승인을 위한 적법한 송달에서 제외하던 종전 판례를 변경하고, 뉴질랜드 판결의 국내 강제집행을 허가한 원심을 유지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