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사건명: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실제로 체결된 순차 매매계약에 각각 토지거래허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최초 매도인과 최종 매수인을 당사자로 하는 허가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최종 매수인 명의의 등기가 유효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환송 후 원심이 최종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도록 명하자, 최종 매수인이 다시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환송 후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다. 최초 매도인이 등기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원고의 등기말소청구를 인용한 판결이 확정되었다.
같은 사건의 제1차 환송판결이다.
도박채무와 그 변제약정이 무효이더라도, 부동산 처분에 관한 대리권 수여행위와 그 사정을 알지 못한 제3자와의 매매까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피고회사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
최종 환송심이 말소를 명한 대상은 제주시 소재 대지 330.6㎡에 관하여 1992. 3. 30. 접수 제12186호로 마친 피고회사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이다.
관련판례
중간생략등기에 합의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최종 매수인이 최초 매도인에게 직접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의 협력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또한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내용으로 거래한 경우에는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허가를 받지 않은 모든 계약이 곧바로 확정적 무효가 된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미등기전매에 대한 처벌규정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중간생략등기 합의의 민사상 효력이 당연히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는 실제 매매계약에 필요한 토지거래허가가 없다는 별도의 효력상 문제가 있었다. 미등기전매 금지규정 위반과 토지거래허가의 흠결은 구별하여 판단해야 한다.
관련법령
- 구 국토이용관리법(1993. 8. 5. 법률 제45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의3 제1항·제7항: 토지거래계약의 허가 및 허가를 받지 않은 계약의 효력에 관한 규정.
- 민법 제2조: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 금지.
-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의 무효.
- 민법 제186조: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변동과 등기.
- 민법 제214조: 소유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
사실관계
가. 사기도박과 토지 처분의 위임
원고는 제주시 소재 대지 330.6㎡의 소유자였다. 원고에게 토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사기도박을 벌였고, 원고는 도박자금 명목으로 합계 2억9500만 원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원고는 토지를 처분하여 그 대금으로 도박채무를 변제하기로 하고, 1991. 12. 31. A에게 토지의 매도, 대금 수령 및 등기이전에 필요한 서류 준비를 위임하였다. 부동산매매위임용 인감증명서도 교부하였다.
나. 두 차례의 매매와 중간 매수인을 생략한 허가
A는 원고를 대리하여 중간 매수인 B에게 토지를 매도하였고, B는 이를 피고회사에 다시 매도하였다.
A는 원고로부터 관련 서류를 받아 원고와 피고회사가 직접 매매하는 것처럼 허가신청 서류를 작성하였고, 1992. 2. 21. 제주시장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를 받았다.
원고와 B 사이의 매매, B와 피고회사 사이의 매매에 대하여 각각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다. 원고의 협조로 마쳐진 등기와 말소청구
원고는 1992. 3.경 직접 법무사 사무실에 가서 자신이 등기부상 소유자임을 확인하고 매도증서 등에 날인하였다. 이후 중간 매수인 B를 거치지 않고 피고회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원고는 대리권 수여행위의 무효, 관련 서류의 위조 및 적법한 토지거래허가의 부존재 등을 주장하면서 등기말소를 청구하였다.
법원은 원고가 처분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실제 순차 매매계약에 대한 허가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회사 명의의 등기를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법리
가. 토지거래허가는 실제 매매계약별로 받아야 한다
최초 매도인과 중간 매수인 사이에 매매가 이루어지고, 중간 매수인이 다시 최종 매수인에게 전매하였다면 허가의 대상도 각각의 매매계약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원고와 B 사이의 계약에 대한 허가, B와 피고회사 사이의 계약에 대한 허가가 각각 필요하였다.
핵심은 허가신청서에 적힌 거래가격의 차이보다 실제 계약당사자와 허가받은 계약당사자가 일치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나. 중간생략등기 합의만으로 직접 매매계약이 생기지는 않는다
중간생략등기의 합의는 순차 매매에 따른 등기이행을 간편하게 처리하기 위한 약정이다. 이러한 합의가 있다고 하여 최초 매도인과 최종 매수인 사이에 새로운 직접 매매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고가 피고회사 앞으로 직접 등기해 주는 데 협조하였더라도 실제 거래는 원고에서 B로, B에서 피고회사로 이어진 순차 매매였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회사를 당사자로 하는 허가와 등기만으로 실제 두 계약에 필요한 허가를 대신할 수 없었다.
다. 대리권 수여의 효력과 토지거래허가의 흠결은 별개의 문제이다
제1차 상고심은 도박채무와 변제약정의 무효가 부동산 처분에 관한 대리권 수여행위에까지 당연히 미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사정을 알지 못한 제3자와의 매매도 도박채무와 관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리권이 인정된다고 하여 토지거래허가까지 갖추어진 것은 아니다.
제2차 상고심에서는 실제 매매계약에 관한 허가가 없다는 쟁점이 판단의 중심이 되었다. 결국 원고가 승소한 결정적인 이유는 대리권이나 위임장이 부정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 거래에 필요한 허가 없이 피고회사 명의의 등기가 마쳐졌기 때문이다.
라. 등기에 협조한 매도인도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최종 상고심에서 피고회사는 원고가 등기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다투었다.
대법원은 토지거래허가에 관한 강행규정의 취지를 고려하여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약정과 취득 목적대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으나 급박한 사정으로 절차를 회피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 당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효 주장을 배척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원고가 중간 매수인에게 허가신청절차에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적법한 허가 없이 이루어진 최종 매수인 명의의 등기에 대해서는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첫째, 허가증과 등기부를 실제 계약관계와 대조해야 한다.
최종 매수인 명의의 허가증과 등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검토를 마쳐서는 안 된다. 최초 매매계약서와 전매계약서, 대금 지급 자료 등을 확인하여 실제 계약당사자와 허가받은 당사자가 일치하는지 살펴야 한다.
둘째, 중간 매수인인지 대리인인지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B가 전매계약서에 자신을 원고 등의 대리인으로 표시하였지만, 법원은 B가 먼저 매수한 뒤 피고회사에 전매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계약서의 표시와 실제 거래관계가 다를 수 있으므로 체결 경위와 대금 약정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셋째, 무효사유를 구체적으로 나누어 주장해야 한다.
대리권 부존재, 서류 위조, 허위 가격 기재, 미등기전매 및 실제 계약에 대한 허가 흠결은 서로 다른 쟁점이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원고의 주장에 실제 계약에 관한 허가가 없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데도 원심이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였다.
넷째, 등기말소와 대금 정산의 문제를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확정된 판단은 피고회사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매매대금 반환이나 손해배상의 상대방과 범위까지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 문제는 각 계약관계와 지급 경위에 따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