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토지 침범을 이유로 한 건물철거청구와 권리남용 — 가해 목적은 객관적 사정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

핵심 결론 권리남용의 주관적 요건인 가해 목적은 정당한 이익이 없는 권리행사라는 객관적 사정으로 추인할 수 있다. 대법원은 0.3㎡의 토지 회복 이익, 건물 철거에 따른 손실, 매수협상 결렬 경위 등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해당판결

가. 대상판결

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4366 판결
〔건물철거등〕

나. 하급심

대구지방법원 1992. 12. 11. 선고 92나9584 판결
원심은 원고의 청구가 오로지 피고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권리남용 항변을 배척하였다.

다. 대법원 판단 및 사건의 상태

대법원은 권리남용의 주관적 요건을 객관적 사정으로 추인할 수 있는데도 원심이 필요한 심리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대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의 판단 및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관련판례

가. 권리남용의 일반 법리에 관한 참조판례

대상판결의 공식 판례정보에 기재된 관련 판례이다.

나. 철거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비교판례

대법원 1993. 5. 11. 선고 93다3264 판결
아파트 일부와 필수 부대시설을 철거하면 입주 세대의 사용과 건물 안전에 중대한 지장이 발생하는 반면, 토지소유자가 얻는 이익은 매우 작고, 토지소유자가 당초 건축을 위한 사용승낙까지 하였던 사안이다. 대법원은 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를 권리남용으로 배척한 원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다. 손익의 불균형만으로는 권리남용이 되지 않는다는 비교판례

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다42823 판결
대상판결을 인용하면서도, 권리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의 손해가 현저히 크다는 사정만으로 권리남용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해당 사건에서는 토지소유자가 인접 토지소유자와 함께 건물을 신축할 예정이라는 사정 등을 고려하여 건물철거청구에 대한 권리남용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법령

가. 직접 적용된 조문

민법 제2조

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이 판결의 직접적인 판단 근거는 민법 제2조의 권리남용 금지 원칙이다. 판결에는 별도의 구법 표시가 없다.

나. 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의 기초가 되는 조문

위 두 조문은 소유권에 기한 청구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관련 조문이며, 대상판결의 참조조문에는 민법 제2조가 기재되어 있다.

사실관계

가. 원고 소유 토지와 피고 건물의 경계 침범

원고인 재단법인 운경새마을사업회는 1989년 12월 29일 대구 중구 소재 대지 84.3㎡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피고는 인접한 대지 36.7㎡ 지상에 2층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 건물 일부가 원고 소유 토지 0.3㎡를 침범하고 있었다.
따라서 원고에게 토지소유권이 있다는 점과 피고 건물이 그 토지 일부를 침범하였다는 점은 원심에서 인정되었다.

나. 병원 확장과 피고 건물 매수협상의 결렬

원고는 해당 토지와 인접 대지를 취득하여 기존 병원의 확장공사를 진행하였다.
피고의 건물은 대로변이자 병원 전면에 위치하였다. 원고는 피고 건물을 매수하려고 하였으나 거래가 성사되지 않자, 경계 침범을 이유로 건물 일부의 철거와 토지인도를 청구하였다.
대법원은 기록상 이러한 경위를 엿볼 수 있다고 보아, 소송 제기의 목적을 판단할 중요한 사정으로 고려하였다.

다. 원고의 토지 회복 이익과 피고의 철거 손실

원고가 인도받으려는 토지는 0.3㎡에 불과하였다. 피고 건물에 인접하여 건축한 원고의 병원 신축건물은 거의 완공된 상태여서, 해당 부분을 돌려받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반면 철거 대상은 피고 건물의 1층 식당과 2층 사무실 일부였다. 철거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고, 철거 후 남은 건물의 효용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였다.

라.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 차이

구분원심대법원
주관적 가해 목적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객관적 사정으로도 추인할 수 있다고 판단
토지 회복의 이익권리남용 항변을 배척실제 이용 용도·필요성·가격을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피고가 입을 손실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음철거 후 건물의 효용 상실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도록 요구
결론권리남용 항변 배척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

법리

가. 소유권에 기초한 청구도 권리남용에 해당하면 제한된다

이 사건은 원고의 소유권 자체를 부정한 사례가 아니다. 원고에게 토지소유권이 있고 피고 건물이 이를 침범하였다는 점을 전제로, 그 상황에서 철거와 인도를 요구하는 권리행사가 허용되는지가 문제 되었다.
권리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행사 방법과 목적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소유권에 기초한 철거청구도 민법 제2조의 제한을 받는다.

나. 권리남용의 주관적 요건과 객관적 요건

대법원은 권리남용의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구분판단 내용
주관적 요건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목적이 있고, 권리행사자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것
객관적 요건해당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을 것
이 판결은 위와 같은 요건을 유지하면서, 주관적 요건을 어떤 자료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구체화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 가해 목적은 정당한 이익이 없다는 객관적 사정으로 추인할 수 있다

권리행사자가 상대방에게 손해를 주려는 의도를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에 대법원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이 결여된 것으로 보이는 객관적 사정에 의하여 가해 목적을 추인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여기서 ‘추인’은 객관적인 사실들을 근거로 내심의 목적을 추론하여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상대방을 괴롭히려는 취지의 발언이나 문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남용 항변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 토지 회복의 실익, 상대방의 손실, 분쟁 발생 경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주관적 요건을 없앤 것이 아니라, 그 요건을 객관적 자료로 증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라. 이 사건에서는 여러 객관적 사정이 결합되어 있었다

대법원이 주목한 사정은 단순히 침범 면적이 작다는 점에 그치지 않았다.
  • 원고가 피고 건물을 매수하려다 성사되지 않자 철거소송을 제기한 경위
  • 돌려받을 토지가 0.3㎡에 불과한 점
  • 병원 신축건물이 거의 완공되어 해당 토지의 이용 용도가 불분명한 점
  • 철거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점
  • 철거 후에도 남은 건물의 효용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점
이러한 사정들이 함께 존재하였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가 정당한 토지 이용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피고에게 손실을 주기 위한 것인지 더 심리할 필요가 있었다.
다만 대법원이 원고에게 건물 매도를 강요할 목적이 있었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매수협상 결렬은 권리행사의 목적을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간접사실로 고려되었다.

마. 이익과 손해의 차이만으로 권리남용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철거비가 토지 가격보다 크거나, 피고의 손실이 원고의 이익보다 많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권리남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손익의 불균형은 권리행사의 목적과 정당한 이익의 유무를 판단하는 자료이다. 토지소유자에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용 필요성이 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후속 판례인 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다42823 판결도 이러한 한계를 명확히 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은 “침범 면적이 작으면 철거를 청구할 수 없다”는 기준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바. 법원이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할 사항을 제시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이 다음 사항을 심리한 뒤 권리남용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심리 사항판단의 의미
0.3㎡ 토지의 구체적 사용 용도철거·인도로 얻는 실제 이익
전체 토지의 효용을 위한 필요성해당 부분을 회복해야 할 현실적 필요
해당 토지의 가격회복되는 경제적 이익
피고 건물의 효용 상실 정도부분 철거가 건물 전체에 미치는 영향
경계선 확인에 관한 쌍방의 부주의경계 침범에 이르게 된 경위와 당사자의 책임
이처럼 권리남용 판단은 추상적인 형평론에 그치지 않고, 토지 이용과 건물 손실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 심리를 필요로 한다.

실무적 유의점

가. 권리남용을 주장하는 측은 ‘상대방의 실익 부재’를 구체화해야 한다

“철거하면 피해가 크다”는 주장에 더하여, 상대방이 토지를 돌려받아도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토지의 형상·위치, 기존 건물 배치, 건축계획, 접근 가능성, 잔여 토지만으로도 이용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등이 중요한 자료가 된다.

나. 철거 손실은 비용과 잔존 건물의 효용을 나누어 제시해야 한다

철거 견적뿐 아니라 구조 안전성, 영업공간 축소, 동선 단절, 보강공사 필요성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도 철거에 드는 비용과 철거 후 남은 건물의 효용 감소가 함께 고려되었다.

다. 철거를 청구하는 측은 토지 회복의 구체적인 필요성을 밝혀야 한다

소유권과 경계 침범을 입증하는 데 더하여, 회복할 토지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해당 부분이 전체 토지의 이용에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것이 권리남용 항변에 대한 핵심 대응이다.

라. 소송에 이르게 된 협상 경위도 중요한 증거가 된다

매수협상, 가격 제안, 협상 결렬 후 철거 요구 등은 권리행사의 목적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권리남용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 이용 필요성과 손실 규모 등 다른 사정과 결합하여 주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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