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가. 대상판결
대법원 1992. 6. 12. 선고 92다12384, 92다912391 판결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건물철거〕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건물철거〕
사건번호는 첨부 판결문에 기재된 표기를 그대로 반영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해당 판결 원문 링크는 확인되지 않아 임의로 기재하지 않았다.
나. 하급심
부산지방법원 1992. 2. 14. 선고 91나4789, 91나4796(반소) 판결
원심은 잔대금 지급의무와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보고, 매도인 측의 계약해제 및 신의칙·권리남용 항변을 배척하였다.
다. 판결 결과
피고들의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다만 첨부된 대법원 판결에는 원심 주문 전문이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구체적인 상환이행 문구 등은 별도로 확인되지 않는다.
관련판례
대상판결은 판결 이유에서 별도의 선행판례를 명시적으로 인용하지 않았다. 앞서 검토한 다음 판결들과 비교하면 권리남용 법리의 적용 범위를 이해할 수 있다.
가. 권리남용의 주관적 요건을 객관적 사정으로 추인할 수 있다는 판례
정당한 이익이 결여된 권리행사로 보이는 객관적 사정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려는 목적을 추인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매수인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매매계약에 따라 소유권을 취득하려는 것이므로, 장기간 경과와 시가 상승만으로 그러한 권리행사의 정당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나. 철거청구를 권리남용으로 배척한 판례
토지 회복의 실익이 제한적인 반면 변전소 철거로 막대한 손실과 공익 침해가 발생하고 합리적인 매수 제안까지 있었던 사정을 종합하여 철거·인도 청구를 권리남용으로 배척하였다.
이 사건은 그와 달리, 시간의 경과와 경제적 사정의 변화만으로 계약상 권리행사를 제한할 수 없다고 본 사례이다.
관련법령
가. 신의성실 및 권리남용
민법 제2조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 금지에 관한 규정이다.
나. 동시이행관계
다. 이행지체에 따른 해제
민법 제544조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은 경우의 계약해제에 관한 규정이다.
위 조문은 판결의 법리를 이해하기 위한 관련 조문이며, 첨부 판결문에는 별도의 구법 표시가 없다.
사실관계
가. 매수인과 매도인의 상속인들 사이의 분쟁
원고는 망인으로부터 이 사건 대지를 매수한 사람이고, 피고들은 매도인인 망인의 상속인들이다.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였다. 사건은 건물철거 반소와 함께 심리되었다.
나. 매매대금 대부분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경과
원고는 잔대금 지급기일이 지났음에도 매매대금의 7분의 6에 해당하는 60,00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후 부동산 시가가 상승하였고, 원고는 매매계약 체결 후 19년이 지나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다. 피고들의 계약해제 주장
피고들은 원고가 부동산을 이미 인도받았으면서도 대금 대부분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매도인이나 피고들이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제공하고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잔대금 지급을 최고하였다는 사실은 증명되지 않았다.
라. 피고들의 신의칙·권리남용 주장
피고들은 시가가 상승하고 잔대금이 장기간 미지급된 상태에서 19년 만에 이전등기를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며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계약해제 주장과 신의칙·권리남용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리
가. 잔금 지급이 선이행의무인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잔대금 지급의무가 매도인의 이전등기의무보다 먼저 이행되어야 한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었다.
따라서 대법원은 잔대금 지급의무와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는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잔금 지급기일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잔금 지급이 반드시 선이행의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 내용에 따라 이전등기와의 관계를 먼저 확정해야 한다.
나. 동시이행관계에서는 잔금 지급기일의 경과만으로 해제할 수 없다
동시이행관계에서 상대방의 미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원칙적으로 자신이 부담하는 반대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여 상대방을 이행지체에 빠뜨리고,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매도인 측의 다음 행위가 증명되지 않았다.
-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 제공
- 상당한 기간을 정한 잔대금 지급의 최고
따라서 잔대금 대부분이 오랫동안 지급되지 않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적법한 계약해제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었다.
미지급액의 크기나 미지급 기간이 해제의 법적 요건을 대신하지는 못한다는 취지이다.
다. 부동산을 인도하였다는 사실과 이전등기 이행제공은 구별된다
피고들은 원고가 부동산을 이미 인도받았으므로 대금을 지급해야 하고, 이를 지급하지 않은 이상 해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부동산 매매에서 목적물의 인도와 소유권이전등기는 서로 다른 급부이다. 인도를 마쳤다고 하여 이전등기의무까지 이행하거나 그 이행을 제공한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전등기의무가 여전히 잔대금 지급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었다. 따라서 인도 사실만으로 잔대금 미지급에 따른 해제를 정당화할 수 없었다.
라. 장기간의 미지급·시가 상승·늦은 제소만으로 권리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만으로 원고의 청구를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의 실무적 의미는 계약해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거래 결과가 경제적으로 불리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신의칙이나 권리남용을 들어 계약상 청구를 배척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다만 이는 어떠한 추가 사정이 있더라도 권리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판결은 어디까지나 위 사정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마. 이전등기청구가 허용된다고 해서 잔대금 지급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이 배척한 것은 피고들의 계약해제 및 권리남용 항변이다. 원고의 잔대금 채무를 면제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판결을 “잔금을 지급하지 않고도 무조건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판결의 전제 자체가 잔대금 지급과 이전등기의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바. 반대되는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면 반드시 판단유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들은 원심이 “부동산을 인도받고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해제되었다”는 주장을 판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이 잔대금 지급과 이전등기의 동시이행관계를 인정하고 해제 항변을 배척한 이상, 그 판단에는 피고들의 위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즉, 판결이 당사자의 주장을 별도로 반복하여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판시 내용에 그 주장을 배척하는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면 판단유탈이라고 할 수 없다.
실무적 유의점
가. 해제를 주장하려면 자신의 이행제공부터 확인해야 한다
잔금 미지급 사실 외에 이전등기 이행에 필요한 준비와 제공, 지급 최고, 최고기간 경과 및 해제 의사표시를 구분하여 주장·증명해야 한다.
이행제공의 구체적인 방법과 정도는 계약 내용과 상대방의 협력 필요성 등에 따라 검토해야 한다.
나. 인도 완료만으로 매도인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매수인이 이미 점유·사용하고 있더라도 이전등기의무가 남아 있다면, 그 의무와 잔금 지급 사이의 동시이행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다. 신의칙·권리남용 항변은 구체적인 추가 사정을 필요로 한다
장기 미지급이나 시가 상승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권리행사를 허용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경위와 사정을 제시해야 한다.
이 판결은 신의칙을 이유로 계약상 권리를 쉽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라. 소멸시효와 권리남용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 판결은 계약 후 19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권리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판단은 판결문에 제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 판결만으로 “이전등기청구권은 19년이 지나도 언제나 행사할 수 있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