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가. 대상판결
나. 하급심
서울지방법원 1999. 4. 15. 선고 98나35494 판결
원심은 토지소유자들의 변전소 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판결 결과
원고들의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이는 한국전력공사의 점유권원이 인정되어 청구가 배척된 사건이 아니다. 점유권원이 상실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소유자의 철거·인도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건이다.
관련판례
가. 대상판결의 참조판례
아파트 일부와 필수 부대시설을 철거하면 입주 세대와 건물 안전에 중대한 지장이 발생하는 반면, 토지소유자가 얻는 이익은 매우 작고 당초 토지 사용승낙도 있었던 사안에서 철거·인도 청구를 권리남용으로 배척하였다.
나. 앞서 검토한 권리남용의 판단기준에 관한 판례
권리남용의 주관적 요건인 가해 목적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이 결여된 것으로 보이는 객관적 사정으로 추인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0.3㎡의 토지 회복 이익과 건물 철거 손실 등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환송한 사례이다.
다. 전력시설의 철거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비교판례
전력시설의 공익성과 상당한 이설비용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권원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시설이 토지소유자의 구체적인 이용계획을 방해하는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권리남용 항변을 배척하였다.
전력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철거청구가 언제나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관련법령
가. 직접 적용된 조문
민법 제2조 제2항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대상판결의 참조조문이다. 판결에는 별도의 구법 표시가 없다.
나. 소유권에 기한 청구와 관련된 조문
위 조문은 철거·인도 청구의 법적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관련 조문이다.
판결은 사실관계에서 전원개발에관한특례법과 도시계획법을 언급하지만, 해당 조문이나 개정 전 법률의 범위를 특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판결에 없는 구법의 개정일·법률번호는 추가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가. 한국전력공사의 변전소 건설과 토지 수용
피고 한국전력공사는 1988년 7월 30일 소래변전소 건설을 위한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승인을 받았다.
한국전력공사는 사업지구에 포함된 원고들 소유 토지를 매수하려고 협의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이에 수용재결을 신청하여 1989년 12월 2일 손실보상금 178,091,500원, 수용 시기 1989년 12월 22일로 정한 재결을 받았다.
그 후 보상금을 공탁하고 한국전력공사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변전소를 건설하여 1993년 12월 8일 완공하였다.
나. 보상금 공탁의 잘못과 수용재결의 실효
토지에는 중소기업은행 명의의 근저당권과 제3자 명의의 처분금지가처분등기가 있었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를 이유로 보상금을 받을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며, 피공탁자를 원고들 또는 중소기업은행 또는 해당 제3자로 표시하여 공탁하였다.
그러나 원고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있다는 사정으로 피보상자를 알 수 없다고 하여 공탁한 것은 부적법하고, 이에 따라 수용재결이 실효되었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었다. 그 판결은 1996년 3월 22일 확정되었다.
이로써 한국전력공사가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할 권원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다. 변전소 철거에 따른 전력공급 중단과 비용
변전소는 시흥시 전역과 부천시·인천시 일부 지역의 86,174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었다.
따라서 철거는 한국전력공사의 비용 부담뿐 아니라, 다수 주민과 지역의 전력 이용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상황이었다.
라. 원고들의 토지 이용 가능성과 한국전력공사의 매수 제안
원고들은 공장 이전을 목적으로 1987년 임야 18,919㎡를 매수하였고, 변전소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임야에는 이미 공장을 이전하였다.
이 사건 토지는 자연녹지지역이자 개발제한구역에 있어 돌려받더라도 추가 개발이나 공장 증축이 어려웠다.
한국전력공사는 이 사건 토지 또는 이를 포함한 원고들 소유 임야 전부를 시가의 120%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매수하겠다고 제안하였다. 판결에는 제1심 법원의 합의권고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제안도 있었다고 기재되어 있다.
- 이 사건 토지만 매수하는 경우: 868,548,495원
-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임야 전부를 매수하는 경우: 1,948,298,280원
원고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변전소 철거와 토지인도를 요구하였다. 위 금액은 매수 제안액이며, 실제 지급되거나 판결로 지급이 명해진 금액은 아니다.
법리
가. 점유권원의 상실과 철거청구의 허용 여부는 구별된다
수용재결의 실효로 한국전력공사는 토지를 점유할 권원을 상실하였다. 따라서 소유자인 원고들이 철거와 토지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법적 지위는 인정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다음 단계에서 구체적인 철거·인도 청구가 민법 제2조 제2항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였다.
수용재결이 실효되었다는 선행 행정판결을 부정하거나 공탁의 하자를 치유한 것이 아니라, 그 상태를 전제로 소유권 행사의 한계를 심사한 것이다.
나. 최초 점유와 시설 설치에 이르게 된 경위를 고려하였다
대법원은 한국전력공사가 처음부터 아무런 절차 없이 토지를 점유한 것이 아니라, 사업승인과 수용재결을 거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변전소를 건설하였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판결은 이를 수용절차를 거쳤으나 보상금 공탁의 착오로 재결이 실효되어 결과적으로 점유권원을 상실한 경우로 파악하였다.
이는 점유권원의 흠을 없애 주는 사유가 아니라, 철거청구가 권리남용인지 판단하는 데 고려된 사정이다.
다. 권리행사자의 실익, 상대방의 손실, 공익 침해를 종합하였다
권리남용 판단의 중심은 다음 사정의 결합에 있다.
- 원고들은 토지를 돌려받더라도 추가 개발·이용이 어려웠다.
- 철거하면 61,750가구에 전력공급이 불가능해졌다.
- 대체 부지 확보와 신축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 철거·신축 비용은 토지 가치에 비하여 매우 컸다.
- 원고들의 경제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매수 제안이 있었다.
대법원은 원고들에게는 철거·인도로 얻는 별다른 이익이 없는 반면, 한국전력공사와 공익에 발생할 피해는 극심하다고 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주관적으로 상대방에게 고통과 손해를 주려는 목적과 객관적인 사회질서 위반을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라. 매수 제안의 거절은 여러 판단자료 중 하나이다
토지소유자가 매수 제안을 거절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권리남용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소유자에게 매도 의무가 있다는 취지도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토지 회복의 이용상 실익이 제한된 반면, 제안된 금액으로 매도하더라도 별다른 손해가 없고 오히려 상당한 이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따라서 매수 제안의 거절은 다른 사정들과 함께 철거 요구의 목적과 정당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작용하였다.
마. 공익성과 막대한 철거비만으로 소유권 행사를 제한할 수는 없다
이 판결을 “공공시설은 철거비가 많이 들면 철거할 수 없다”는 일반원칙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후속 판례인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다65246 판결에서는 전력시설의 공익성과 이설비용에도 불구하고 권리남용 항변을 배척하였다. 토지소유자에게 구체적인 이용계획이 있었고, 시설이 그 이용을 방해하는 등의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설의 공익성 외에 권원 취득 경위, 소유자의 현실적인 이용 이익, 대체 가능성, 보상·협의 경과까지 함께 판단해야 한다.
바. 철거청구의 배척이 토지소유권이나 금전청구권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판결이 배척한 것은 해당 사정 아래에서의 변전소 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이 판결만으로 토지소유권을 취득하였다거나, 무상으로 영구 사용할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당이득반환 등 금전청구의 성립 여부와 범위도 이 판결에서 판단한 사항이 아니다.
실무적 유의점
가. 앞선 93다4366 판결과의 차이
앞선 판결이 객관적 사정을 통한 가해 목적의 추인과 심리 방법을 보여준다면, 이 판결은 그 사정들을 종합하여 철거청구를 실제로 제한한 확정사례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나. 소유자 측은 토지를 회복할 구체적인 필요성을 제시해야 한다
철거·인도로 확보할 이용 이익을 건축계획, 인허가 가능성, 기존 사업의 확장 필요성 등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소유권과 무권원 점유만을 강조해서는 권리남용 항변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다. 시설 운영자 측은 공익 침해와 대체 곤란성을 수치로 입증해야 한다
공익시설이라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공급 중단 범위, 대체시설의 수용 능력, 이전 부지 확보 가능성, 공사기간과 비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합리적인 보상이나 매수 협의를 실제로 진행한 자료도 중요한 판단자료가 된다.
라. 철거청구와 경제적 손실의 회복을 구분하여 검토해야 한다
철거청구가 권리남용으로 제한될 가능성과 금전적 구제 가능성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시설 존치가 불가피하다는 사정만으로 토지소유자의 경제적 손실까지 당연히 감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