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단법인 정관의 중임금지 규정을 총회결의로 달리 해석할 수 있는지

핵심 결론 사단법인의 정관은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자치법규이므로 총회결의로 중임금지 규정에 없는 예외를 만들 수 없다. 보선회장의 재선출을 무효로 보고, 그 회장이 선임한 임원들의 지위도 부정한 사례이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해당판결

가. 대법원 2000. 11. 24. 선고 99다12437 판결〔회장등선출무효확인등〕

보선회장에게 중임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나. 서울고등법원 2001. 4. 27. 선고 2000나64016 판결〔회장등선출무효확인등〕

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회장 선출결의가 무효이고, 그 회장이 선임한 부회장·이사·감사들이 적법한 임원 지위에 있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환송심 판결 이후의 상고 및 확정 여부는 제공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관련판례

가. 서울지방법원 1998. 4. 15. 선고 97가합82437 판결

제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환송심은 제1심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원고들의 청구취지 정정에 따라 주문을 회장 선출결의 무효확인과 나머지 임원들의 지위 부존재 확인으로 정리하였다.

나. 서울고등법원 1999. 1. 19. 선고 98나21603 판결

환송 전 원심은 대의원들의 동의를 근거로 보선회장에게 중임금지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해석상 결의가 있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이 사단법인의 정관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보아 파기하였다.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사건이 아니라, 원심의 정관해석을 바로잡은 사건이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40조

사단법인 정관의 작성 및 기재사항에 관한 규정이다. 대법원 판결의 참조조문이다.

나. 민법 제42조 제2항

사단법인의 정관변경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는 규정이다. 대법원이 판결 이유에서 직접 적용하였다.

다. 민법 제68조

사단법인의 사무 중 정관으로 이사 또는 기타 임원에게 위임한 사항 외에는 총회결의에 의하여야 한다는 규정이다. 대법원 판결의 참조조문이다.

라. 민법 제105조

임의규정과 당사자의 의사에 관한 규정으로, 대법원 판결의 참조조문이다.
위 조문들은 판결에서 별도의 ‘구법’ 표시 없이 인용되어 있으므로, 판결의 표기에 따라 기재하였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의 관계와 회장의 중임금지 규정

피고는 민주헌정의 유지·발전을 위한 연구와 정책개발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 대한민국헌정회이고, 원고들은 피고 법인의 회원 2명이다.
피고 정관 제12조 제1항 단서는 “회장은 중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다. 회장의 중임으로 회무가 경직되거나 정체되고, 회원 사이에 분열과 반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였다.
다만 전임 회장의 사망 등으로 선출된 보선회장을 중임금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은 없었다.

나. 보선회장의 취임과 재출마

1995년 6월경 종전 회장이 사망하자, 피고는 1995. 9. 29. 임시총회에서 후임 회장을 선출하였다. 이하 이 사람을 ‘A’라고 한다.
A는 보선회장으로 재임하다가 1997. 2. 28. 임기가 만료되었다. 이후 1997. 3. 21. 개최된 제18차 통상총회에서 후임 회장을 선출하게 되자 다시 입후보하였다.
이에 보선회장으로 재임한 A에게도 정관의 중임금지 규정이 적용되는지가 문제 되었다.

다. 사전 질의와 총회의 의사진행 합의

피고 사무처는 총회에 앞서 회원 중 변호사 1명과 국회사무총장에게 보선회장의 중임 가능 여부를 질의하였다.
변호사는 보선회장에게 중임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국회사무총장은 그 적용 여부가 민법에 따라 총회결의로 정할 사항이라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피고는 이러한 내용을 기재한 회의자료를 대의원들에게 발송하였다.
한편 A와 상대 후보 측은 각자 추천한 공동의장이 총회를 나누어 진행하고, 일정 시점까지 의제 외 발언을 제한하는 등 회의 진행방법에 관하여 합의하였다. 출석 대의원들은 이 의사진행 합의에 만장일치로 찬성하였다.
여기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은 회의 진행방법이었다. A를 회장으로 선출한 결의 자체가 만장일치였던 것은 아니다.

라. A의 재선출과 다른 임원들의 선임

총회에는 전체 대의원 226명 중 204명이 출석하였다. A는 총투표수 204표 중 107표를 얻어 회장으로 다시 선출되었다.
이어 임시의장은 부회장·이사·감사의 선출권한을 A에게 일임하자는 제안을 하였고, 참석 대의원들의 박수를 받은 뒤 제안이 의결되었다고 선언하였다.
A는 이에 따라 부회장 5명, 이사 10명, 감사 2명을 선임하였다. 피고는 1997. 4. 11. 회장·부회장·이사의 취임등기를 마쳤다.

마. 원고들의 문제 제기와 소송 결과

원고들은 A가 중임금지 규정에 따라 다시 회장으로 선출될 자격이 없으므로 회장 선출결의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A에게 적법한 회장 지위가 없는 이상 A가 선임한 다른 임원들도 적법한 지위를 취득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보선회장에게 중임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총회에서도 그렇게 해석하기로 동의하였으며, 감독기관으로부터 회장 취임승인도 받았다고 반박하였다.
대법원과 환송심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회장 선출결의의 무효 및 다른 임원들의 지위 부존재를 인정하였다.

법리

가. 사단법인의 정관은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자치법규이다

사단법인의 정관은 최초 작성자뿐 아니라 나중에 가입한 회원과 법인의 기관도 구속한다. 따라서 정관의 법적 성질은 단순한 계약이 아니라 단체의 조직과 운영을 규율하는 자치법규이다.
정관의 의미는 문언, 규정의 체계와 취지 등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확정해야 한다. 작성자의 주관적 의도나 특정 시점의 회원 다수의 의사만으로 그 의미를 임의로 바꿀 수 없다.
총회가 단체의 의사결정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정관의 객관적 의미와 다른 해석을 강제할 수는 없다.

나. 예외 규정이 없는 이상 보선회장도 중임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보선회장에게도 중임금지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 정관이 회장의 중임을 금지하면서 보선회장을 제외하지 않았다.
  • 보선회장의 지위를 통상의 회장과 달리 볼 이유나 정관상 근거가 없었다.
  • 회무의 경직·정체와 회원 간 분열·반목을 방지한다는 규정의 취지가 보선회장에게도 적용되었다.
따라서 A는 보선회장으로 재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중임금지 규정의 적용을 피할 수 없었다.
이는 해당 정관의 문언과 취지에 따른 판단이다. 모든 단체의 보선 임원에게 정관 내용과 관계없이 동일한 제한이 적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 의사진행에 대한 동의와 정관해석에 대한 동의는 구별해야 한다

환송 전 원심은 대의원들이 A의 피선거권 논란을 알고도 의사진행 합의에 동의하였으므로, 보선회장에게 중임금지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결의가 있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의원들이 동의한 사항이 공동의장 구성 등 회의 진행방법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를 곧바로 중임금지 규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결의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러한 해석상 결의가 실제로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정관의 객관적 의미와 다른 해석은 회원들이나 법원을 구속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대법원은 그러한 결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과, 있었다고 하더라도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구분하여 판단하였다.

라. 정관해석의 형식으로 정관변경 절차를 대신할 수 없다

보선회장에게 중임을 허용하려는 결의를 정관변경 결의로 보더라도, 사단법인의 정관변경에는 민법 제42조 제2항에 따른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 사건에서는 해당 결의에 관하여 적법한 정관변경 허가가 있었다는 자료가 없었다. 따라서 정관변경으로 보더라도 효력을 인정할 수 없었다.
환송심은 감독기관이 A의 회장 취임을 승인하였다고 하여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회장 취임에 대한 승인만으로 중임금지 규정 자체가 적법하게 변경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 회장 선출이 무효이면 그 회장 자격에 기초한 임원선임도 효력이 없다

A는 정관상 다시 회장으로 선출될 자격이 없었으므로, A를 회장으로 선출한 결의는 내용상 정관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A가 총회의 위임을 받아 회장 자격으로 다른 임원들을 선임한 행위 역시 무효이다. 환송심은 A에게 임원선임 권한을 부여한 결의도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A가 선임한 부회장 5명, 이사 10명, 감사 2명은 적법한 임원 지위를 취득하지 못하였다.
이 판단의 핵심은 임원선임 권한을 행사한 A에게 적법한 회장 지위가 없었다는 점이다. 총회가 회장에게 임원선임을 위임하는 모든 경우가 무효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바. 개별 임원에 대해서는 현재의 지위 부존재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청구를 정리한다

회장 선출은 총회결의로 이루어졌으므로 그 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였다.
반면 나머지 임원들은 총회가 직접 선출한 것이 아니라 A의 개별적인 선임행위로 취임하였다. 대법원은 A의 선임행위 자체는 과거의 행위이므로, 원고들의 청구를 현재 해당 인물들이 임원 지위에 있지 않음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로 이해하였다.
환송심에서 원고들은 이에 맞추어 청구취지를 정정하였고, 법원도 회장 선출결의 무효확인과 나머지 임원들의 지위 부존재 확인을 구분하여 주문에 표시하였다.

사. 총회에 참석하여 이의 없이 투표했다는 사정만으로 소송이 금지되지는 않는다

피고는 원고들이 총회에 참석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투표에 참여한 뒤 선출절차를 다투는 것은 금반언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였다.
환송심은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금반언 원칙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항변을 배척하였다.
총회 참석이나 투표 참여만으로 정관 위반에 대한 이의제기권을 포기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중임 제한의 예외는 정관에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보선 임원의 재임기간을 중임 횟수에 포함할 것인지, 일정 기간 미만의 재임을 예외로 할 것인지 등은 정관에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선거 당시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거나 유리한 법률의견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정관상 제한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나. 총회에서 무엇을 의결하였는지 구체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회의 진행방법에 대한 동의, 후보자의 자격에 관한 판단, 실제 선출결의, 정관변경 결의는 서로 다른 사항이다. 회의자료를 미리 배포하고 절차 진행에 동의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정관상 예외를 신설하는 결의까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선출결의 무효가 후속 임원선임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회장 선출만 다투면 그 회장이 선임한 다른 임원들의 지위에 관한 분쟁이 남을 수 있다. 실제 선임 구조를 확인하여 회장 선출결의의 무효확인과 개별 임원들의 지위 부존재 확인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다만 이 판결이 직접 판단한 대상은 회장 및 임원들의 지위이다. 이들이 수행한 모든 업무나 제3자와 체결한 계약의 효력까지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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