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판력 범위가 쟁점인 사례

핵심 결론 패소 확정 후 별도 소송에서 제3자 등기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더라도, 그 무효사유가 전소에서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동일한 청구를 다시 할 수 없다. 기존 무효사유를 확인한 후발 판결은 변론종결 후 새로 발생한 사유가 아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1992년 10월 27일 선고 91다24847, 91다24854 판결 — 소유권이전등기. 대법원-91다24847
하급심·확정 여부
  • 원심: 대구고등법원 1991년 6월 13일 선고 90나5680, 90나5697(병합) 판결. 원고들의 재차 소유권이전등기청구는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원고 패소의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관련 판례

대법원 1988년 9월 27일 선고 88다3116 판결
전소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 제소전 화해가 준재심으로 취소된 경우를 다룬 판례이다. 이 사건 대법원은 기존 등기의 무효를 나중에 확인받은 경우와, 제소전 화해가 나중에 취소되어 법률관계에 변동이 생긴 경우는 다르다고 구별하였다.
또한 이 판결은 대법원 1980년 5월 13일 선고 80다473 판결, 대법원 1987년 3월 10일 선고 84다카2132 판결, 대법원 1987년 8월 18일 선고 87다카527 판결을 기판력의 기준시와 관련한 선행 판례로 인용하였다.

관련 법령

사실관계

매수인을 대위하여 이전등기를 청구했으나, 제3자에게 등기가 넘어갔다는 이유로 패소
피고들은 부동산의 매도인들이고, 소외인은 매수인이었다. 원고들은 그 매수인을 대위하여 피고들에게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전소의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이미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었다. 피고들은 이를 이유로 매수인에 대한 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항변하였다.
원고들은 제3자 명의의 등기가 통정허위표시에 기초한 무효등기이므로 이행불능이 아니다라고 다투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원고 패소판결이 확정되었다.

제3자를 상대로 별도 소송을 제기하여 등기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음

그 후 원고들은 등기명의자인 제3자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는 제3자 명의의 등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판단을 받았다.
  • 일부 지분은 통정허위표시에 기초하여 무효.
  • 나머지 지분은 제3자가 이중매도에 따른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에 기초하여 무효.
원고들은 이러한 승소판결이 확정되자, 이를 근거로 원래의 피고들을 상대로 다시 동일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였다.
소송상대방청구·주장의 핵심결과
전소매도인들매수인을 대위한 이전등기청구이행불능 항변이 받아들여져 원고 패소 확정
별도 소송제3자 등기명의자제3자 명의 등기의 무효원고 승소 확정
이 사건 후소원래의 매도인들별도 승소판결을 근거로 동일한 이전등기 재청구전소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원고 패소 확정

법리

전소에서 주장했거나 주장할 수 있었던 사유로 동일한 청구를 다시 다툴 수 없다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따라, 동일한 당사자가 동일한 청구를 다시 하면서 전소의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존재하였던 공격·방어방법을 내세워 종전 판결과 모순되는 판단을 구하는 것은 제한된다.
이 사건에서 제3자 명의 등기가 통정허위표시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에 기초하여 무효라는 사유는 이미 전소에서 주장할 수 있었다. 특히 원고들은 통정허위표시라는 주장까지 실제로 하였으나 배척되었다.
나중에 받은 무효판결은 기존 사유를 확인한 것이므로 ‘새로 발생한 사유’가 아니다
별도 소송의 승소판결이 전소의 변론종결 후 확정되었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판결이 확인한 등기의 무효사유 자체는 전소 변론종결 전부터 존재하였다.
대법원은 기존 무효사유가 나중에 별도 확정판결로 인정되었다고 하여, 이를 전소 변론종결 후 새로 발생한 사유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새로운 판결을 확보한 시점과 그 판결이 판단한 법률관계의 발생 시점을 구별해야 한다.
법률관계 자체가 변론종결 후 달라진 경우와는 구별된다
원고들은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변경을 인정한 다른 판례들을 원용하였지만,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구별하였다.
  • 농지매매증명을 나중에 구비한 경우: 전소 변론종결 후 새로운 요건을 갖춘 사안.
  • 제소전 화해가 준재심으로 취소된 경우: 전소 변론종결 후 법률관계에 변동이 생긴 사안.
  • 이 사건: 원래부터 존재하던 등기의 무효사유를 나중에 다른 판결로 확인한 사안.
이 사건에서는 동일한 이전등기청구를 다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사정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판결 이유의 모든 판단에 독립적인 기판력이 생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판결의 취지는 전소에서 판단한 ‘제3자 등기의 유효 여부’에 독립적인 기판력이 생긴다는 것이 아니다.
기판력으로 확정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존부를 뒤집기 위하여, 그 판단의 기초가 된 기존 사유를 다시 제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와 기존 공격·방어방법의 차단효를 구별하여 이해해야 한다.

실무적 유의점

패소 확정 후 다른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았더라도, 곧바로 동일한 청구를 다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발 판결이 기존 사실·법률관계를 확인한 것인지, 법률관계 자체를 새롭게 변경한 것인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제3자 등기의 효력이 이전등기청구의 성패를 좌우한다면, 전소 단계에서 무효사유와 증거를 충분히 제출하고 관련 소송의 진행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별도 소송에서 나중에 승소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접근은 기판력 때문에 실효를 잃을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은 동일한 매매계약에 기초한 이전등기청구를 다시 한 경우에 관한 판단이다. 다른 소송물의 청구나 재심 가능성까지 일률적으로 배제한 판결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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