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1993. 7. 27. 선고 92다52795 판결〔소유권이전등기말소〕
원심이 취소권은 제척기간 내에 반드시 재판상 행사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자, 대법원은 재판 외 취소 통지의 효력을 인정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1988. 11. 8. 선고 87다카991 판결
이 사건 판결이 이유에서 인용한 판례이다. 친족회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처분행위에 대한 취소권은 형성권이고, 민법 제146조의 취소권 존속기간은 제척기간이라는 법리와 관련된다.
나. 판결의 참조판례란에 기재된 판례
관련법령
가. 민법 제146조 — 취소권의 행사기간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이내이면서,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핵심은 이 기간의 법적 성격이 제척기간이라는 점 자체보다, 그 기간 안에 어떤 방법으로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에 있다.
나. 민법 제950조 제1항·제2항 — 판결 당시 친족회의 동의와 취소권
판결 당시 민법 제950조는 후견인의 일정한 재산상 행위에 친족회의 동의를 요구하고, 이를 위반한 행위를 피후견인 또는 친족회가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현재 법령과 구별하여 표시하면 구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50조 제1항·제2항에 해당한다. 다만, 판결 원문은 ‘민법 제950조’라고 표시하고 있으며, 위 구법 표시는 현행 규정과 구별하기 위해 보충한 것이다.
현재 민법 제950조는 후견감독인의 동의에 관한 규정으로 개정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의 친족회 관련 내용을 현행 제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다. 민법 제142조 — 취소의 상대방〔이해를 위한 보충 규정〕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의 상대방이 확정되어 있으면, 취소는 그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이는 취소권을 소송 밖에서도 행사할 수 있다는 법리를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
사실관계
가. 부친의 사망과 토지의 공동상속
원고의 부친은 이 사건 토지를 소유하다가 1983. 4. 26. 사망하였다.
이에 따라 부친의 처이자 원고의 계모, 계모가 출생한 자녀 3명, 원고가 부친의 재산을 공동으로 상속하였다. 원고는 1969. 8. 18.생이었다.
나. 계모가 원고의 상속지분까지 함께 매도
계모는 1988. 8. 20. 자신의 상속지분뿐 아니라 자녀들과 원고의 상속지분도 피고들에게 매도하였다. 이어 1988. 8. 23. 피고들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졌다.
원고는 계모가 원고 소유 지분을 처분하면서 친족회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민법 제950조 제2항에 따른 취소권을 주장하였다.
다. 취소 통지가 먼저 이루어지고, 말소등기청구 소송은 나중에 제기됨
취소 통지는 매매계약 체결일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이루어졌지만, 소송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 제기되었다. 이 시간적 차이가 분쟁의 핵심이었다.
라. 원심은 소송 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취소권 소멸을 인정
원심인 대전지방법원 1992. 10. 21. 선고 92나1337 판결은 취소권의 존속기간이 제척기간이므로 그 기간 내에 반드시 재판상 행사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원심은 원고가 1990. 4. 16. 취소 통지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재판 외 통지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친족회가 매매행위를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이 지난 후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법리
가. 제척기간이라는 점과 소송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취소권이 형성권이고, 민법 제146조의 존속기간이 제척기간이라는 점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권리의 행사기간이 제척기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권리를 반드시 소송으로 행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척기간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간적 한계에 관한 문제이고, 재판상 행사만 허용되는지는 해당 권리의 성질과 법률 규정에 따라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나. 이 사건 취소권은 상대방에 대한 재판 외 의사표시로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은 친족회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처분행위에 대한 취소권을 재판 외 의사표시로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기간 내에 피고들에게 자신의 지분에 관한 매매행위를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취소권 행사를 위하여 별도로 같은 기간 안에 소송까지 제기할 필요는 없다.
이는 취소 의사를 미리 알려 두어 행사기간을 연장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통지 자체로 취소권을 행사한 것이다.
다. 취소권 행사와 취소에 따른 말소등기청구를 구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두 행위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대법원은 원고가 매매계약 체결일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취소하였다면, 원고 지분에 관한 매매행위는 그때 이미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나중에 제기된 말소등기청구 소송의 제기일만을 기준으로, 이미 행사된 취소권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할 수 없다.
라. 취소의 대상은 원고의 지분에 관한 매매행위이다
계모는 여러 공동상속인의 지분을 함께 매도하였지만, 원고가 취소한 것은 자신의 상속지분에 관한 매매행위이다.
대법원도 원고 소유 지분에 관한 취소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이 판결을 토지 전체에 관한 매매계약이나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지분 처분까지 모두 취소된 사례로 정리해서는 안 된다.
마. 취소권의 행사방법에 관한 판단을 기산점에 관한 일반론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이 사건 취소 통지가 매매계약 체결일부터 계산하더라도 3년 이내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는 모든 취소권의 3년 제척기간이 계약 체결일부터 시작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민법 제146조는 3년의 기산점을 ‘추인할 수 있는 날’로 정하고 있다.
이 판결의 중심 법리는 기산점의 확정이 아니라, 제척기간 내 재판 외 취소 통지도 유효한 권리행사라는 점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소송 제기일뿐 아니라 선행 취소 통지의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
소송이 늦게 제기되었더라도, 그 전에 유효한 취소 의사표시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상대방이 제척기간 경과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먼저 검토할 사항이다.
나. 취소 통지의 대상과 내용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어떤 계약의 어느 부분을 취소하는지 특정해야 한다. 이 사건처럼 여러 사람의 지분이 함께 처분되었다면, 자신의 지분에 관한 취소인지 전체 계약에 관한 주장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항의나 취소를 검토하겠다는 언급이 실제 취소 의사표시에 해당하는지는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
다. 취소 통지와 후속 청구의 요건을 각각 검토해야 한다
기간 내 취소권을 행사하였다는 점과, 이후 말소등기·반환청구가 인용될 수 있다는 점은 구별해야 한다. 이 판결은 후속 청구에 아무런 시간적·실체적 제한이 없다고 선언한 판결이 아니다.
라. 모든 제척기간에 재판 외 권리행사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 판결의 법리를 적용하려면 해당 권리가 재판 외 의사표시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법률상 소송으로 행사하도록 정해진 권리까지 통지만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