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45532 판결〔소유권이전등기〕
원고, 피고 2 및 피고보조참가인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주요 쟁점은 대리인을 기준으로 한 반사회성 판단, 이중매매의 일부 무효,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가처분의 효력, 채권자대위소송의 중복제소이다.
하급심
가. 제1심
대전지방법원 1994. 12. 7. 선고 93가합5448 판결
원고가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판단은 제출된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문을 기준으로 정리하였다.
나. 항소심
대전고등법원 1997. 8. 12. 선고 95나137 판결
원고의 청구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판단하였다.
여기서 매매의 유효성을 판단한 지분 범위와 중복제소 여부를 판단한 청구 범위는 구별해야 한다. 토지의 물리적 절반을 나누어 판단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토지에 관한 지분과 소송상 청구 범위를 판단한 것이다.
관련판례
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보전처분과 조건부 인용
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다4680 전원합의체 판결〔소유권이전등기말소〕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가압류는 부동산 자체에 대한 가압류와 다르다. 다만 이전등기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채무자가 단독으로 등기를 신청할 수 있으므로, 법원은 가압류의 해제를 조건으로 하지 않고 이전등기를 명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은 그 취지를 등기청구권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에 적용하였다.
나. 이미 이루어진 제3자 명의 등기의 효력과 구별
대법원 1989. 5. 9. 선고 88다카6488 판결〔토지소유권말소회복등기〕
분양계약상 권리에 대한 가처분만으로 이미 확정판결에 따라 이루어진 제3자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이 사건 대법원은 위 판례에 대하여 사안이 달라 원용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명시하였다. 이미 이루어진 등기를 말소할 수 있는지와, 가처분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법원이 무조건적인 이전등기판결을 할 수 있는지는 구별되는 문제이다.
다. 증거신청을 통한 간접적 주장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진술하지 않았더라도 서증 제출이나 증인신청의 취지 등을 통하여 간접적인 주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이 사건 대법원이 인용하였다.
관련법령
가.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와 대리행위의 하자
-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 민법 제116조 제1항: 의사표시의 하자나 사정의 인식 여부에 따라 효력이 영향을 받는 경우, 원칙적으로 대리인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나. 일부 무효와 채권자대위권
- 민법 제137조: 법률행위 일부가 무효이면 원칙적으로 전부가 무효이지만,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면 나머지 부분은 유효하다.
- 민법 제404조: 채권자는 자기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다. 판결 당시의 민사소송법 조문
판결의 참조조문에 표시된 ‘민사소송법’은 당시 법률이다. 현행 조문과 혼동하지 않도록 아래에서는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으로 구분하였다. 이 괄호는 현행법과 구별하기 위한 보충 표시이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 관계와 최초 분양
망 소외 1은 택지개발사업으로 기존 토지와 건물이 매수·철거되면서 이주자택지를 우선 분양받을 권리를 취득하였다.
이후 구체적인 토지가 지정되어 1990. 9. 21. 공사와 4,374만 원의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다. 토지는 나중에 환지되어 대전 서구 탄방동 소재 대지 264.7㎡가 되었다.
따라서 후행 거래 당시에는 단순히 장래 분양받을 기회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 특정 토지에 관한 분양계약이 이미 체결된 상태였다.
나. 선행 매매는 2분의 1 지분에 관한 것이었다
토지 처분에 관여하던 소외 2는 1990. 12. 3. 보조참가인과 그 배우자에게 토지의 2분의 1 지분을 2억 원에 매도하였다.
다만 토지 전체의 명의는 우선 매수인들 앞으로 변경하고, 양측이 공사비를 절반씩 부담하여 건물을 지은 뒤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절반씩 나누기로 하였다.
보조참가인은 자신의 다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1억 8,000만 원을 대출받게 하였고, 이는 매매대금 일부에 충당되었다.
최초 수분양자인 망 소외 1도 1990. 12. 18. 위 거래 내용을 받아들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법원은 실제로 매도한 것은 2분의 1 지분이고, 나머지 지분은 명의만 맡기기로 약정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토지 전부가 이미 보조참가인 명의로 등기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 선행 매수인의 가처분과 조건부 처분 동의
보조참가인은 1991. 10. 28. 최초 수분양자를 채무자, 공사를 제3채무자로 하는 처분금지가처분을 받았다.
가처분은 분양계약에 따른 권리의 양도·질권 설정 등 처분을 금지하고, 공사도 권리 양도·승인 등에 협조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그 후 보조참가인은 1992. 5. 25. 다음 조건으로 토지를 제3자에게 처분하는 데 동의하였다.
- 담보대출채무를 1992. 8. 30.까지 변제할 것
- 별도로 1억 원을 지급할 것
- 매각할 때 반드시 보조참가인을 동석시켜 금원 회수를 보장할 것
보조참가인은 가처분도 해제하지 않고 유지하였다.
라. 가처분의 장부상 누락을 이용한 후행 매매
처분을 진행하던 소외 4와 원고의 아버지는 공사에 가서 가처분 관계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공사의 장부에 보조참가인의 가처분이 등재되어 있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가처분을 해제하지 않고도 명의변경이 가능하다고 보고, 보조참가인을 배제한 채 1992. 8. 19. 토지 전부를 3억 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1992. 8. 27. 원고의 아버지가 원고를 대리하여 매수인 명의를 원고로 변경하는 약정을 하고, 공사에서 권리·의무 승계 및 명의변경 절차를 밟았다.
법원은 원고의 아버지가 선행 매매와 가처분, 보조참가인에 대한 변제·정산 조건을 잘 알면서도 이를 회피하는 거래에 적극 협력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마. 매도인 사망 후 순차적인 이전등기를 청구
최초 수분양자가 사망한 후 피고 2가 단독상속인이 되었다.
원고는 다음과 같은 순차적인 이전등기를 청구하였다.
- 피고 2 → 원고: 후행 매매계약에 따른 이전등기
- 공사 → 피고 2: 원고가 피고 2를 대위하여 청구하는 최초 분양계약에 따른 이전등기
그런데 보조참가인이 먼저 피고 2를 대위하여 공사를 상대로 2분의 1 지분의 이전등기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원고의 공사 상대 청구 일부는 중복제소 문제도 발생하였다.
법리
가. 대리인이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면 본인의 선의만으로 계약을 유효하게 만들 수 없다
대리인이 체결한 계약의 하자나 사정의 인식 여부는 원칙적으로 대리인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아버지가 원고를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하면서 선행 매수인의 권리를 알고, 그 권리를 배제하는 거래에 적극 가담하였다.
따라서 원고 본인이 사정을 미리 몰랐거나 직접 반사회적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대리인의 적극 가담으로 발생한 계약의 무효 사유는 없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매수인으로 내세웠다는 이유로 실제 계약을 진행한 대리인의 반사회성이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나. 선행 매매를 알았다는 사정에 더하여 권리 침해에 적극 협력한 사실이 인정되었다
법원이 중시한 것은 단순히 이중매매 사실을 알았다는 점만이 아니다.
원고의 아버지는 선행 거래의 경위를 잘 알았고, 처분 담당자와 함께 가처분 관계를 확인한 뒤, 장부상 누락을 이용하여 보조참가인을 배제하고 변제·정산 약정을 회피하는 거래에 협력하였다.
이러한 사정이 매도인 측 배임행위에 대한 적극 가담으로 평가되었다.
이 판결은 민사상 계약의 효력을 판단한 것으로, 관련자들의 형사상 배임죄 유죄 여부까지 확정한 판결은 아니다.
다. 제3자 처분에 동의했다고 기존 매매계약이 곧바로 해제된 것은 아니다
보조참가인의 처분 동의에는 채무 변제, 추가 금원 지급 및 매각 시 동석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가처분도 그대로 유지하였다.
법원은 이를 투입자금 회수가 보장되는 단계에서 기존 계약관계를 정리하려는 합의로 보았다.
따라서 처분에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 선행 매매계약이 이미 합의해제되었다고 볼 수 없고, 그 계약이 존속하는 상태에서 조건을 무시하고 매도한 것은 이중매매가 된다고 판단하였다.
라. 이중매매에 해당한 지분만 무효로 판단하였다
선행 매매의 대상은 토지 전체가 아니라 2분의 1 지분이었다. 나머지 2분의 1 지분은 명의신탁을 약정한 부분이었고, 법원은 후행 매매 전에 그 약정이 철회되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후행 매매의 효력은 다음과 같이 나뉘었다.
일부가 무효라는 이유로 나머지가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나머지 부분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부분의 효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민법 제137조의 법리를 적용하였다.
마. 등기청구권에 대한 가처분이 있으면 그 해제를 조건으로 이전등기를 명해야 한다
이 사건 가처분의 대상은 토지 자체가 아니라, 수분양자가 공사에 대하여 가지는 분양계약상 권리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었다.
그 가처분에는 등기청구권을 행사하여 실제로 이전등기를 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효력이 포함된다.
소유권이전등기를 명하는 판결은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판결이다. 무조건적인 이전등기판결이 확정되면 채무자가 일방적으로 등기를 신청할 수 있어 공사가 이를 막을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법원은 공사에 대한 대위청구를 인용하면서 가처분의 해제를 조건으로 붙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가처분이 해제되면 등기의무가 소멸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처분이 해제되어야 판결에 따른 이전등기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바. 먼저 제기된 대위소송이 부적법하더라도 소송계속이 남아 있으면 중복제소가 된다
서로 다른 채권자라도 동일한 채무자를 대위하여 동일한 제3채무자에게 같은 권리를 행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 중복제소가 될 수 있다.
이때 후소 법원이 먼저 제기된 소송의 채권자가 진정한 채권자인지, 그 소송이 적법한지부터 판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소에 소송요건의 흠결이 있더라도 후소의 변론종결 시까지 취하·각하 등으로 소송계속이 소멸하지 않으면 후소는 각하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공사 상대 당초 청구는 이러한 이유로 부적법하다고 판단되었다.
사. 증거신청의 취지에 따라 간접적인 주장을 인정할 수 있다
당사자가 명의신탁의 성립과 철회를 명확한 법률용어로 진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약정서를 제출하고 증인신문을 통하여 실질적인 매수 지분, 전체 명의를 변경하기로 한 약정 및 후속 처분 합의를 입증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증거신청에 관련 사실에 대한 간접적인 진술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보아 변론주의 위반 주장을 배척하였다. 증거에 나타난 모든 사실을 법원이 아무런 주장 없이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
실무적 유의점
가. 본인뿐 아니라 실제 거래를 진행한 대리인의 관여를 확인해야 한다
이중매매의 반사회성 판단에서는 명의상 매수인이 무엇을 알았는지만 조사해서는 부족하다. 대리인이 선행 계약을 알고 있었는지, 권리자 배제나 대금 회수 방해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가 중요하다.
나. 처분 동의의 조건과 기존 계약의 해제 여부를 분리해야 한다
제3자 매각 동의서가 있더라도 변제·정산 조건, 동석 조건, 가처분 유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처분 동의가 곧 무조건적인 권리 포기나 기존 계약의 해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다. 가처분의 대상과 이전등기 청구의 상대방을 구별해야 한다
부동산 자체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인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가처분인지에 따라 효력이 다르다.
이 사건에서도 상속인에게 원고 앞으로의 이전등기를 구하는 청구와 공사에 상속인 앞으로의 이전등기를 구하는 대위청구의 판단이 달라졌다. 공사 장부에 가처분이 누락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가처분이 해제되거나 효력을 잃는 것도 아니다.
라. 동일한 권리에 관한 선행 대위소송을 확인해야 한다
자신의 매수인 지위가 더 정당하다고 생각하더라도, 동일한 권리를 행사하는 선행 대위소송이 계속 중이면 중복제소 문제가 발생한다. 소송의 적법성에 대한 비판과 소송계속의 소멸은 별개의 문제이다.
마. 명의신탁 부분은 당시 거래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명의신탁 약정과 철회는 1990년부터 1992년까지의 거래를 대상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 부분을 현재의 부동산 명의신탁도 일반적으로 유효하다는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현재 거래에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