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업비밀이 들어 있어도 사업양수도 계약서 제출을 명할 수 있나

핵심 결론 문서제출명령을 인용한 결정에 대해 증거조사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독립하여 불복할 수는 없다. 문서에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비밀유지명령으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그 사정만으로 제출의무가 부정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4마7512, 2014마2239, 2007마672, 2023마5857, 2022다207448

1. 해당 판례

  • 사건: 수원고등법원 2024. 7. 31.자 2024라10028 결정 [손해배상(지)]
  • 주문: 이 사건 항고를 기각한다.
  • 재판부: 판사 이제정(재판장), 정진아, 김대권
  • 당사자: 원고(신청인, 상대방) 주식회사 A / 피고(피신청인, 항고인) B 주식회사
  • 결론: 문서제출을 명한 제1심결정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항고를 기각
  • 확정: 대법원 2024. 12. 24.자 2024마7512 결정(심리불속행)으로 확정

2. 제1심결정

  • 사건: 수원지방법원 2024. 1. 12.자 2022가합20279 결정
  • 제1심법원은 원고의 신청취지 중 가, 나, 다, 마항 기재 각 문서의 제출을 명하였습니다(결정문은 이를 '이 사건 인용문서'로 통칭).
  • 피고는 인용 부분의 취소와 신청 전부 기각을 구하며 항고하였습니다.

3. 제출명령이 인용된 문서

인용된 문서 (제1심결정에서 제출을 명한 것)
문서
가항피고와 주식회사 C가 2018. 4. 2. 체결한 ① 기술·노하우 이전 계약서 및 ② 그 첨부 양수도 대상 자산 내역서(BOM 리스트 및 기구도면을 반드시 포함)
나항주식회사 D가 이전 대상 기술과 관련하여 피고와 C에게 제공한 2018. 2. 1.자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기술 가치 감정평가서(피고가 E 진천공장에 납품한 10대의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관련)
다항피고가 2018. 3. 5. E 주식회사(당시 F 주식회사) 진천공장에 피고의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10대를 납품한 계약서
마항위 다항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의 설계도 일체
인용되지 않은 문서
문서
라항피고가 위 다항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와 관련하여 2017. 8.경 실시한 양산 장비 성능검증 관련 서류 일체
각 문서의 입증취지
  • 가항·나항: 피고가 C로부터 원고의 기술자료이자 영업비밀이며 성과인 원고의 'BOM 리스트'를 유용한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기술을 이전받았음을 증명하기 위한 것
  • 다항·라항·마항: 피고가 C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사용하여 E에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장비 10대를 제작·납품하였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것

4. 관련 판례

결정 이유에서 인용된 판례
  • 대법원 2016. 7. 1.자 2014마2239 결정 — 문서제출의 필요성과 정당한 이유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문서의 필요 정도, 대체 자료의 존부, 소송상 이익과 상대방의 부담·프라이버시·영업비밀 침해의 비교형량 등)을 제시한 선례
  • 대법원 2008. 9. 26.자 2007마672 결정 — 문서제출명령 신청은 서증 신청 방식의 하나이므로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할 때에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본 선례
  • 대법원 1991. 7. 26. 선고 90다19121 판결 — 증거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고 본 선례
  • 서울고등법원 2023. 3. 22.자 2023라20163 결정(대법원 2023. 8. 11.자 2023마5857 결정으로 심리불속행기각되어 확정) — 문서제출명령을 받아들인 결정에 대하여 단지 증거조사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독립하여 불복할 수는 없다고 본 선례
사건의 배경이 된 선행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1. 12. 23. 선고 2020나2032402 판결 — 이 사건 기술정보가 구 하도급법 제2조 제15항의 '기술자료'에 해당하고 C가 구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3항을 위반하여 이를 유용하였음을 인정하여 C에게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명한 판결. 결정 당시 대법원 2022다207448 사건으로 상고심 계속 중

5. 관련 법령

문서제출명령 관련
비밀유지명령 관련
본안소송의 청구원인 관련

6. 사실관계

(1) 당사자 관계

피고는 주식회사 C 및 E 주식회사와 함께 대규모기업집단인 'G그룹'에 소속된 계열회사로, 상호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관계에 있습니다.

(2) 기본합의서와 납품

원고는 2011. 3. 3. C와 사이에, C의 계열회사에 대한 태양전지 제조를 위한 메탈리제이션 장비 공급을 위하여 원고가 C에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를 납품하고 C의 수주 활동을 지원하며 상호 비밀유지를 약속하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체결하였습니다. 원고는 2011년경 시간당 1,400장의 태양전지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를 개발하여 C 아산공장에 납품하고, 기본합의서에 따라 업그레이드 등 기술지원을 계속하였습니다.

(3) 기술자료의 제공과 C의 개발

원고는 2011년 3월경부터 2014년 9월경까지 C에 기술자료를 제공하였는데, 그중에는 2012. 5. 25. C에게 제공한 BOM(부품) 리스트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구매부품들의 설계도면 내 위치 및 결합관계, 부품 제조사, 부품 모델번호, 부품들의 결합관계 및 상호 동작 정보에 관한 것입니다. 이후 C는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개발에 착수하여 2014년 12월경 전체 태양광 메탈리제이션 라인 설계도 작성을 완료하고 상품을 제작한 후 E에 납품하였습니다.

(4) 선행 소송

원고는 2018. 5. 28. C, C의 직원 I, E을 상대로 기술자료 유용행위의 금지와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2021. 12. 23. C에 대하여 원고에게 10억 원의 손해배상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습니다.

(5) 이 사건 본안소송

원고는 선행 항소심 사건 진행 중, 피고가 C와 공모하여 스크린 프린터를 제작하여 E에 납품하였고, 2018. 4. 2. C와 기술·노하우 이전계약을 체결하여 제작기술을 이전받아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를 제작한 후 2018. 3. 5.경 E에 납품하여 15,623,000,000원의 매출을 올린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2022. 9. 6.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C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에 이 사건 기술정보가 포함되어 있고 그 이전 행위가 영업비밀 침해행위 또는 성과도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6) 문서제출명령 신청

원고는 본안소송 계속 중인 2023. 8. 28. 제1심법원에 이 사건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였습니다.

7. 판단

(1) 인용결정에 대한 불복 사유의 제한

증거의 채부결정은 수소법원의 전속적 권한에 속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 재량에 맡겨져 있으며, 문서제출명령 신청의 채부도 다르지 않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48조가 즉시항고를 인정한 것은 문서제출명령이 소지인에게 특별한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문서제출의무의 유무에 한하여 특별하게 인정한 것으로 해석함이 적절합니다.
따라서 문서제출명령을 받아들인 결정에 대하여 단지 증거조사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독립하여 불복할 수는 없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3. 3. 22.자 2023라20163 결정). 항고심의 심사 범위를 획정한 부분으로, 실무상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판시입니다.

(2) 모색적 증거신청이 아니라고 본 이유

  • 인용문서는 문서의 명칭과 작성일이 특정되어 있고, 본안소송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등과의 관계에서 관련성 있는 자료로 보임
  • 다소 개괄적으로 표현된 부분이 있으나, "양산 장비 성능 검증 관련 서류 일체"와 같은 표현도 대상문서를 구체화할 수 있는 문구로 한정되어 있으므로 충분히 특정이 가능
  • 원고가 증명하여야 할 주장 사실들이 반드시 단계적 구조를 이루고 있어 순차로 증명되어야 하는 사항으로 보이지 않음

(3)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다는 항변에 대하여

인용문서는 피고가 C로부터 원고의 기술자료인 BOM 리스트를 유용한 기술을 이전받았다는 점 및 피고가 부담할 손해배상의 액수를 증명하는 데 필요한 자료로서 본안소송의 쟁점 판단이나 사실 증명에 필요하고,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않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나아가 인용문서에 피고의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피고는 법원에 비밀유지명령(특허법 제224조의3,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4)을 신청하는 방법 등으로 영업비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영업비밀 항변이 제출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 보호수단으로 흡수된다는 것입니다.

(4) 제출 범위를 제한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증거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데다가, 본안소송을 심리하는 법원이 어떠한 문서가 실체 판단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문서제출명령을 한 경우 원칙적으로 그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 문서의 쟁점 관련성은 다음과 같이 인정되었습니다.
  • 가항 문서: 피고가 C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이 원고의 기술자료와 동일성·유사성이 인정되는지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 선행 항소심 판결에서 유용된 기술자료로 인정된 부분만을 한정하여 제출을 명하는 것은 부품과 완성품의 유기적 관계를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음
  • 나항 문서: 피고와 C 간 체결된 기술이전계약의 대상이 되는 기술의 내용을 특정하기 위한 자료
  • 다항 문서: 피고가 E에 납품한 장비에 사용된 기술과 C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간접자료이자, 청구가 인용될 경우 손해액과 관련된 자료
  • 마항 문서: 피고가 이전받은 기술을 개선·발전시킨 다른 기술로 장비를 제작하였다는 피고 자신의 주장과 관련된 자료

8. 실무상 시사점

  1. 인용결정에 항고할 때는 '제출의무의 부존재'를 다투어야 합니다. 증거로서 필요 없다는 주장만으로는 항고심에서 심사조차 받기 어렵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44조 각 호의 거부사유를 구체적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2. 영업비밀 항변은 비밀유지명령 신청과 함께 가야 합니다. 법원이 제출을 명하면서 영업비밀 보호는 비밀유지명령으로 해결하라는 태도를 취하므로, 제출을 다투는 동시에 특허법 제224조의3 또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4에 따른 신청을 준비해 두는 것이 실효적입니다.
  3. '○○ 관련 서류 일체'라는 기재도 특정될 수 있습니다. 대상을 구체화하는 한정 문구가 붙어 있으면 모색적 증거신청으로 배척되지 않으므로, 신청인은 시기·상대방·목적물을 한정하는 수식어를 붙여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4. 손해액 입증 필요성도 독립한 제출 근거가 됩니다. 침해 여부뿐 아니라 매출·납품 계약서 등 손해액 산정 자료도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신청 단계에서 입증취지를 침해와 손해로 나누어 기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선행 판결에서 인정된 범위로 제출 범위를 좁히려는 시도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부품과 완성품의 유기적 관계 때문이라는 논거는 기술 유용 사건에서 널리 원용될 수 있습니다.
  6. 기술 유용 분쟁은 계열사 간 이전 단계까지 확장됩니다. 원 수급사업자로부터 계열사로 기술이 이전된 경우, 이전 계약서와 감정평가서가 전득행위 입증의 핵심 자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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