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후11180 판결
[거절결정(상)]
[거절결정(상)]
출원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출원상표가 선등록상표와 유사하고 지정상품도 동일·유사하여 등록받을 수 없다는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다만 대법원은 상표의 비교 방법과 설문조사의 신뢰성을 판단한 원심의 일부 이유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판단 근거를 보완하였다.
하급심
특허법원은 출원상표와 선등록상표들 사이에 도형·색상·글꼴 등 외관상 차이가 있지만, 호칭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상표의 유사성을 인정하였다.
출원인이 제출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조사 대상자 선정과 상표 제시 방식, 문항 구성 등의 문제를 들어 증거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를 그대로 모두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등록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결론과 설문조사 결과에 관한 증명력 판단은 유지하였다.
관련 판례
대법원이 결합상표의 전체관찰, 요부의 판단 기준 및 요부를 통한 유사성 판단에 관하여 인용한 판례들이다.
원심이 인용한 97후3050 판결과 2004후2628 판결에 대해서는, 문자상표의 유사성 판단 기준에 관한 판례이므로 문자와 도형이 결합된 상표를 전체로 비교하면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관련 법령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
선출원에 의한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하고,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상표의 등록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이 판결은 위 조항을 적용하였으며, 판결문에 개정 전 법률을 특정하는 구법 표기는 없다. 설문조사의 증명력에 관해서는 별도의 조문을 명시하기보다 자유심증주의에 따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사실관계
가. 문자와 도형이 결합된 탄산수 상표의 출원
원고 회사는 탄산수를 지정상품으로 하는 결합상표를 출원하였다. 출원상표에는 ‘VICTORIA’ 문자 부분, 작은 문자 부분 및 물줄기나 폭포를 형상화한 도형 부분이 포함되어 있었다.
‘VICTORIA’는 어두운 푸른색 바탕에 흰색의 굵은 글자체로 표시되어 있었다. 도형 역시 어두운 바탕과 대비되는 흰색으로 표현되어 있었고, 물줄기 또는 폭포에 공기방울과 거품이 함께 나타나 있었다.
다른 문자 부분은 회색의 작은 글자체로 표시되어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나. 선등록상표를 이유로 등록 거절
선등록상표에는 출원상표의 ‘VICTORIA’ 부분과 철자 구성이 비슷한 문자표장이 있었다. 두 표장은 세 번째 글자가 ‘C’와 ‘T’로 달랐고, 지정상품은 탄산수 등으로 동일·유사하였다.
특허청 심사관은 선등록상표와의 유사성을 이유로 등록을 거절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다투었다.
다.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의 제출
원고는 상표의 유사성 등에 관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2021년과 2022년에 실시한 수요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제출하였다.
그중 2022년 조사에는 두 상표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유사 여부를 직접 묻는 문항이 있었다. 문항별 선택지의 내용이나 순서에도 차이를 두지 않았다.
원심은 설문조사의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고, 원고는 상고심에서 상표의 유사성 판단과 설문조사 결과의 배척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법리
가. 전체관찰을 원칙으로 하되 요부가 있으면 먼저 비교한다
결합상표의 유사 여부는 구성 전체의 외관·호칭·관념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특정 부분이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거나 기억·연상을 일으켜, 그 부분만으로 독립적인 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한다면 그 부분은 ‘요부’가 된다.
요부가 존재하면 적절한 전체관찰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먼저 요부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요부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다면 전체 상표를 비교해야 한다.
요부의 판단에서는 다음 사정을 종합한다.
- 일반 수요자에게 주는 인상의 강도
- 전체 상표에서 차지하는 비중
- 다른 구성 부분과 비교한 상대적인 식별력
- 구성 부분 사이의 결합상태와 정도
- 지정상품과의 관계 및 거래실정
나. 하나의 결합상표에 여러 요부가 존재할 수 있다
대법원은 출원상표의 ‘VICTORIA’ 문자 부분과 도형 부분이 각각 독립적으로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요부라고 판단하였다.
문자 부분은 굵은 흰색 글씨로 강한 인상을 주고, 여성의 이름 정도로 인식될 수 있어 탄산수와의 관계에서 식별력이 있었다.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소비자가 즉시 특정 폭포를 떠올릴 정도의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라거나, 다수 등록·출원되어 식별력이 약해진 부분이라고 볼 수 없었다.
도형 부분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독특한 형상으로 강한 인상을 주었다. 탄산수의 용도나 성질을 곧바로 나타낸다고 단정할 수 없어 식별력이 인정되었다.
두 부분은 결합된 전체로서만 출처표시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었고, 어느 한쪽의 식별력이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볼 수도 없었다. 따라서 도형이 중요한 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자 부분을 요부에서 제외할 수는 없었다.
다. 문자 요부와 선등록상표의 유사성이 인정되었다
‘VICTORIA’ 부분과 선등록상표는 글자체·색상·도안화 정도 등에 차이가 있었지만, 모두 굵은 글자체이고 철자 하나만 달라 외관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VICTORIA’는 ‘빅토리아’로 호칭되고, 선등록상표의 호칭과 네 음절 중 첫음절에서 일부 차이가 있을 뿐 전체적으로 유사하였다.
관념은 직접 비교하기 어려웠지만, 유사한 호칭의 상표들을 동일·유사한 탄산수 상품에 함께 사용하면 출처에 관한 오인·혼동이 발생할 염려가 있었다. 이에 따라 등록거절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결합상표에서 언제나 문자 부분만 비교한다거나, 발음이 비슷하면 무조건 유사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문자 부분의 독립적인 요부성이 먼저 인정되었다.
라. 설문조사의 증명력은 객관적인 설계와 실시 여부에 달려 있다
설문조사 결과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한다. 다만 해당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객관적인 절차와 기준에 따라 설계·실시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주요 고려사항은 다음과 같다.
- 모집단이 적절하고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는지
- 응답자의 태도에 따른 오차를 줄이기 위한 통제가 이루어졌는지
- 질문과 상표 제시 방식이 적절한지
- 질문이 편향되거나 특정 답변을 유도하지 않는지
- 조사 장소·시기와 질문 태도가 적절한지
설문조사가 실제 소비자의 인식을 완벽히 재현할 수 없다는 한계만으로 신뢰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객관적인 절차와 기준을 갖춘 조사라면 그 신뢰성을 부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마. 두 상표를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은 이격적 관찰과 맞지 않을 수 있다
상표의 유사성은 소비자가 두 상표를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여 접하면서 출처를 혼동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 사건 설문조사의 일부 문항은 두 상표를 동시에 제시하고 유사 여부를 직접 물었다. 이러한 방식은 응답자가 두 상표의 세부 차이를 나란히 비교하도록 하므로, 이격적 관찰의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았다.
또한 문항별 선택지의 내용이나 순서에 차이를 두지 않아 응답이 특정 방향으로 유도될 가능성도 있었다.
대법원은 원심이 조사 대상자 선정 등에 관하여 제시한 일부 근거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면서도, 위와 같은 문제를 고려하면 설문조사 결과를 채용하지 않은 결론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결론
출원상표의 문자와 도형은 각각 요부였고, 그중 문자 요부가 선등록상표와 유사하여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소비자 설문조사는 상표의 유사성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증거이지만, 결과의 수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조사 대상과 질문, 상표 제시 방식 등이 소비자의 실제 인식과 거래상황을 합리적으로 반영하는지에 따라 증명력이 달라진다.
실무상 유의점
- 도형을 추가하거나 포장을 달리하더라도 문자 부분이 독립적인 요부라면 선등록 문자상표와의 충돌이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
- 상표 전체의 차이를 주장하기 전에 각 구성 부분의 요부성과 상대적인 식별력을 검토해야 한다.
- 설문조사는 조사 목적에 맞게 설계하고, 이격적 관찰을 반영하는 제시 방식과 중립적인 질문·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
- 설문 결과뿐 아니라 표본 선정, 설문지, 상표 제시물과 실시 방법 등 신뢰성을 평가할 자료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