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품의 옛 명칭과 상표의 식별력

핵심 결론 과거에 상품을 부르던 명칭이라는 이유만으로 상표등록이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등록결정 당시 소비자가 상품의 성질을 나타내는 말로 인식하였는지가 중요하며, 그 구체적 사실은 등록무효를 청구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3후11074, 2005후2595, 2015후1911, 2019후11787, 2011후3698, 2011후1142, 2014후2283

해당 판례

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3후11074 판결
[등록무효(상)]
‘양탕국’ 상표의 등록무효를 주장한 피고 주식회사 크리컬쳐에스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등록결정 당시 일반 수요자가 ‘양탕국’을 커피의 성질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인식하였다는 증명이 부족하므로, 식별력이 없다는 이유로 등록을 무효로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하급심 및 심판
  • 특허심판원 2022. 11. 4. 자 2022당1459 심결
  • 특허법원 2023. 8. 30. 선고 2022허6068 판결
특허심판원은 ‘양탕국’이 커피의 옛 명칭으로 인식되는 성질표시 표장이고,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등록무효심판 청구를 받아들였다.
특허법원은 등록결정 당시의 수요자 인식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심결을 취소하였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이 심결취소판결이 확정되었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현행법의 대응 조항은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3호·제7호 및 제2항이다. 이 판결의 적용 법률은 위 구법으로 표시해야 한다.

사실관계

가. ‘양탕국’의 상표등록

원고는 ‘양탕국’으로 구성된 상표의 권리자였다.
지정서비스업은 제43류의 커피전문점업, 카페업, 다방업, 간이식당업, 레스토랑업, 제과점업, 한식점업 등이었고, 등록결정일은 2015년 6월 9일이었다.

나. 커피의 옛 명칭이라는 이유로 등록무효 청구

피고는 2022년 5월 19일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피고의 주장은 ‘양탕국’이 커피의 옛 명칭이므로 커피전문점업 등에서 제공하는 물품이나 서비스의 성질을 나타내는 표현에 불과하고, 특정인이 독점하도록 하는 것도 공익상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반면 원고는 등록결정 당시 일반 수요자에게 ‘양탕국’이 커피의 옛 명칭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고, 자신의 홍보와 사용을 통해 브랜드로 알려졌다고 주장하였다.

다. 옛 명칭에 관한 기사·서적·방송 등의 제출

피고는 신문기사, 서적, 방송 및 인터넷 백과사전 등을 제출하였다. 자료에는 커피의 빛깔과 맛이 탕약과 비슷하여 ‘서양의 탕국’이라는 뜻으로 양탕국이라 불렸다는 설명이 있었다.
원고의 블로그와 저서에도 ‘양탕국’이 커피의 옛 명칭이라는 홍보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각 자료가 무엇을 증명하는지와 그 시점을 구분하여 살폈다.
신문기사는 상당수가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것이어서 2015년 등록결정 당시의 수요자 인식을 곧바로 보여주기 어려웠다. 나머지 자료도 오래전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된 명칭을 새롭게 소개하는 내용이 많았다.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커피’를 정답으로 선택한 사례도 있었지만, 질문에 ‘양탕국’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가배’가 함께 제시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 답변만으로 ‘양탕국’ 자체의 인지도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라. 상표권자의 홍보활동

원고는 커피 관련 제품에 ‘양탕국’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전시회·설명회 등을 개최하였다. 다른 사람에게 상표 사용을 허락하는 계약도 체결하였다.
법원은 원고가 ‘양탕국’을 커피의 옛 명칭이라고 소개했다는 사실과, 일반 수요자가 이미 그 말을 커피의 명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별개라고 보았다. 원고의 설명만으로 등록결정 당시의 일반적인 소비자 인식까지 증명되는 것은 아니었다.

법리

가. 역사적 의미보다 등록결정 당시의 소비자 인식이 중요하다

어떤 말이 과거에 특정 상품의 명칭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과, 등록결정 당시 소비자가 그 말을 상품의 성질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은 구별된다.
상표의 식별력은 시대와 거래실정, 언어사용 관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상품을 지칭하던 표현이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 일반 수요자에게 그 의미가 직관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출처표시로 기능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옛 명칭이라는 역사적 사실만으로 식별력을 곧바로 부정할 수 없다.

나. 성질의 직접적인 표시와 암시·연상은 구별된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성질을 보통으로 표시한 표현은 원칙적으로 등록받을 수 없다. 거래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필요가 있고, 출처를 구별하는 기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표현이 상품의 성질을 암시하거나 연상시키는 정도에 그친다면, 그 이유만으로 식별력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이 사건에서도 ‘양탕국’의 뜻을 설명받으면 커피를 연상할 수 있다는 것과, 그 말을 접한 소비자가 바로 커피 또는 커피 관련 서비스의 성질표시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다르다.

다. 식별력 판단의 기준일은 등록결정일이다

대법원은 식별력 요건의 판단 기준 시점을 원칙적으로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때라고 명확히 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2015년 6월 9일 당시의 수요자 인식이 판단 대상이었다. 과거 자료나 후에 작성된 자료도 그 기준일의 인식을 뒷받침하는 범위에서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양탕국’이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만으로 당시 등록의 무효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라. 무효사유의 구체적인 사실은 무효심판 청구인이 증명한다

대법원은 등록무효를 청구하는 사람이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3호 또는 제7호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단순히 옛 문헌이나 사전에 해당 표현이 존재한다는 점을 제시하는 데 그쳐서는 부족하다. 그 자료가 등록결정 당시 일반 수요자의 인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양탕국’이 등록결정 당시 커피의 옛 명칭 또는 서비스의 성질표시로 인식되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 그러한 증명이 없는 이상 특정인에게 독점을 허용하는 것이 공익상 부당하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마.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을 인정한 판결과는 구별된다

원고는 자신의 홍보와 사용으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는 주장도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핵심 판단은 원래 식별력이 없던 표장이 사용으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는 것이 아니다. 등록결정 당시부터 성질표시 표장 또는 기타 식별력 없는 상표에 해당한다는 무효사유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판결을 ‘양탕국이 유명해져서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받은 사건’으로 요약하면 판단 근거를 잘못 전달하게 된다.

바. 지정서비스업별 판단에 관한 원심의 설명은 부가적 판단이다

특허법원은 설령 ‘양탕국’이 커피를 직감하게 하는 표현이라도, 커피와 관련성이 적은 일부 식당업 등에 대해서까지 식별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제43류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정서비스업에 동일한 결론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이다.
대법원은 앞서 본 주된 판단에 잘못이 없으므로, 이 부가적 판단의 당부는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더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원심의 부가적 설명까지 대법원이 적극적으로 확정한 법리로 소개해서는 안 된다.

결론

‘양탕국’이 과거 커피를 부르던 표현으로 소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상표등록을 무효로 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등록결정 당시 소비자가 이를 커피 관련 서비스의 성질을 나타내는 말로 인식하였다는 구체적인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등록무효 심결을 취소한 원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실무상 유의점

  • 역사적 명칭의 존재와 등록결정 당시의 소비자 인식을 구분하여 입증해야 한다.
  • 기사·사전·방송 자료는 작성 시점뿐 아니라 실제 전달 범위와 내용까지 검토해야 한다.
  • 상표권자가 옛 명칭이라고 홍보한 사실만으로 식별력 부재를 인정할 수는 없다.
  • 본래의 식별력 유무와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을 구별하여 주장해야 한다.
  • 등록무효 여부와 개별 사용행위에 대한 상표권 침해 여부는 별개의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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