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재료를 암시하는 상표의 식별력

핵심 결론 화장품 상표 ‘ROYAL BEE’가 로열젤리나 꿀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만으로 원재료를 직접 표시한 상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합된 표장 전체의 의미와 거래실정을 살펴야 하며, 파기환송심도 식별력 결여·품질오인 등 무효사유를 배척하여 등록을 유지하였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2후10128, 2012후3800, 2005후2595, 2005후2786, 2016후526, 2012후672, 2011후3896

해당 판례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후10128 판결 [등록무효(상)]
  •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피플앤코 — 등록무효심판 청구인
  • 피고·상고인: 엔프라니 주식회사 — ‘ROYAL BEE’ 등록상표의 상표권자
  •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대법원은 ‘ROYAL BEE’가 화장품의 원재료를 직접 표시하는 상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 특허심판원 2021. 4. 14. 자 2020당1866 심결 원재료 표시, 품질오인 및 부정한 목적에 의한 출원 등의 무효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등록무효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 환송 전 원심: 특허법원 2022. 1. 28. 선고 2021허3604 판결 ‘ROYAL BEE’가 화장품에 로열젤리나 꿀이 함유되었다는 점을 직감시킨다고 보아, 다투어진 지정상품 부분에 관한 심결을 취소하였다.
  • 파기환송심: 특허법원 2022. 12. 22. 선고 2022허3939 판결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원재료를 직접 표시한 상표가 아니라고 보았다. 나머지 무효사유도 배척하여 원고의 심결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첨부된 파기환송심 판결에 따르면 등록무효를 부정한 심결이 유지되었다. 그 이후 재상고 여부나 확정 여부는 첨부 판결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이 사건 상표는 2014년 출원되어 2015년 등록되었으며, 판결은 다음 구법을 적용하였다.

사실관계

가. 엔프라니가 화장품 등에 ‘ROYAL BEE’를 출원·등록하였다.
피고는 영문 ‘ROYAL BEE’와 그 한글 음역이 결합된 상표를 2014년 7월 21일 출원하였다. 등록결정일은 2015년 4월 13일이고, 등록일은 2015년 4월 17일이다.
지정상품에는 화장품, 립스틱, 바디로션, 스킨로션, 비비크림, 화장용 마스크팩, 샴푸, 미용비누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심결취소소송에서는 이 중 화장품·립스틱 등 청구취지에 기재된 17개 지정상품에 관한 부분이 다투어졌다.
나. 원고는 원재료 표시와 품질오인 등을 이유로 등록무효를 청구하였다.
원고는 2020년 6월 19일 다음과 같은 취지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 ‘ROYAL BEE’는 화장품의 원재료인 로열젤리나 꿀을 나타내므로 식별력이 없다.
  • 해당 성분이 없는 화장품에 사용하면 품질오인이 발생한다.
  • 다른 업체의 선사용상표를 모방하여 부정한 목적으로 출원한 상표이다.
원고는 소송 과정에서 기타 식별력 결여와 선등록상표와의 유사성도 무효사유로 주장하였다.
다. 특허심판원과 환송 전 원심의 판단이 갈렸다.
특허심판원은 ‘ROYAL BEE’가 원재료를 직접 표시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효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반면 환송 전 원심은 로열젤리와 꿀이 화장품 원료로 흔히 사용되고, 관련 화장품에 ‘ROYAL’ 등이 사용되는 사정을 중시하였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ROYAL BEE’를 보고 로열젤리나 꿀이 함유된 화장품이라고 직감한다고 판단하였다.
라. 대법원은 다른 원료의 화장품에도 ‘ROYAL’이 사용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였다.
대법원은 로열젤리나 꿀을 사용한 화장품뿐 아니라, 그러한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화장품에도 ‘로열’이나 ‘ROYAL’이 포함된 표장이 다수 사용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또한 ‘ROYAL’에는 왕실·왕족과 관련된 뜻 외에 거래상 고급스럽거나 좋다는 의미도 있고, ‘ROYAL BEE’라는 결합 자체가 통상적인 원재료 명칭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여 원심을 파기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이 판단에 따라 원재료 표시 주장을 배척하고, 나머지 무효사유까지 심리한 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법리

가. 원재료를 연상시키는 것과 직접 표시하는 것은 다르다.
이 사건에서 말하는 ‘기술적 표장’은 상품의 특성을 설명하는 표장이라는 뜻이다.
상품의 원재료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기술적 표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수요자가 상표 전체를 보고 상품의 원재료 등을 직접 표시한 것으로 인식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ROYAL BEE’는 로열젤리나 꿀을 연상시킬 수는 있지만, 그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직접 전달하는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나. 결합상표는 구성부분 전체를 하나로 보아야 한다.
‘ROYAL’과 ‘BEE’ 각각에서 떠오르는 의미를 따로 분석한 다음, 그 결과만으로 식별력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ROYAL BEE’는 두 단어를 결합한 조어이고, 사전에 등재되거나 거래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도 아니었다. 법원은 단어별 의미뿐 아니라 결합된 표현 전체가 수요자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판단하였다.
다. 특정인에게 독점시켜도 되는 표시인지도 고려한다.
상품의 원재료를 설명하는 표장은 경쟁업체들도 자유롭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표장을 특정인에게 독점시키지 않으려는 공익적 이유도 기술적 표장의 등록을 제한하는 근거이다.
그러나 ‘ROYAL BEE’의 등록을 인정하더라도 다른 업체가 자신의 화장품에 로열젤리나 꿀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표시하는 데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ROYAL BEE’ 자체가 화장품 유통과정에서 누구에게나 필요한 표시라고 볼 수 없다는 점도 식별력 판단에 반영하였다.
라. 파기환송심은 품질오인과 기타 식별력 결여 주장도 배척하였다.
파기환송심은 ‘ROYAL BEE’가 특정 원재료를 직접 표시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전제로, 해당 원료가 없는 화장품에 사용된다는 이유만으로 품질오인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고는 ‘BEE’를 보고 꿀벌 가루나 벌집 가루 등의 함유를 기대할 수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화장품 수요자가 해당 단어를 보고 그러한 원료가 사용되었다고 인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기타 식별력 결여 주장에 대해서도, 등록결정 당시 이 표현이 화장품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거나 경쟁업체의 자유로운 사용을 위해 독점을 제한해야 한다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단은 해당 상표와 원재료에 관한 구체적인 주장에 대한 것이다. 기술적 표장이 아니면 어떠한 경우에도 품질오인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일반론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마. 제척기간이 지난 선등록상표 유사 주장은 추가할 수 없다.
원고는 소송 중인 2021년 8월 5일 선등록상표와의 유사성을 이유로 구법 제7조 제1항 제7호의 무효사유를 새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등록일인 2015년 4월 17일부터 이미 5년이 지난 뒤였다. 파기환송심은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 다른 무효사유로 심판을 청구하였더라도, 기간이 지난 제7조 제1항 제7호의 사유를 새로 추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부분은 선등록상표와 실제로 유사한지를 본안에서 판단하여 배척한 것이 아니라, 제척기간 경과로 주장이 허용되지 않은 것이다.
바. 부정한 목적에 의한 출원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원고가 제시한 선사용상표 중 ‘ABEILLE ROYALE’과 벌 도형이 결합된 상표들은 ‘ROYAL BEE’와 관념상 일부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외관과 호칭이 달라 전체적으로 동일·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른 선사용상표인 인도 업체의 ‘ROYALBEE’에 대해서는, 이 사건 출원 당시 현지 수요자에게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되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피고가 출원 무렵부터 정상적으로 영업한 사정까지 고려하여, 다른 상표의 신용에 편승하거나 그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하려는 부정한 목적도 인정하지 않았다.

결론

대법원은 ‘ROYAL BEE’가 로열젤리나 꿀을 암시한다는 이유만으로 원재료를 직접 표시한 상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파기환송심은 그 법리에 따라 식별력을 부정하지 않았고, 품질오인·기타 식별력 결여·부정한 목적에 의한 출원 주장도 배척하였다. 선등록상표와의 유사성을 이유로 뒤늦게 추가한 무효사유는 제척기간 경과로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등록무효를 부정한 심결이 유지되었다.

실무상 유의점

  • 원재료 관련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식별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결합된 표현 전체가 원재료를 직접 전달하는지에 관한 거래자료가 중요하다.
  • 식별력 판단에서는 같은 표현이 다른 원료의 상품에도 사용되는 사례와, 경쟁업체가 그 표현을 반드시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 무효사유별 제척기간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다른 사유로 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기간이 지난 사유를 추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이 판단한 원재료 표시 여부와 파기환송심이 추가로 판단한 나머지 무효사유를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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