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대법원 2025년 1월 23일 선고 2023다286103 판결 [손해배상(기)]
임대인의 채무불이행책임과 사용자책임을 모두 부정한 원심을 유지하여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임대인에 대한 청구기각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급심
서울서부지방법원 2022년 8월 11일 선고 2018가합39518 판결
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업체 D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면서, 건물 소유자이자 임대인인 C의 책임은 부정하였다.
D에 대하여는 공작물 점유자 또는 사용자로서 책임을 인정하여 다음 금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명하였다.
- 임차인인 원고 회사 A: 3,470,471,672원
- 창고에 자신의 가구를 보관한 원고 B: 312,754,113원
A가 창고 일부를 작업장으로 사용하면서 인화성 물질을 보관하였고, 가구 수리 과정에서 발생한 분진·부스러기가 발화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 점 등을 고려하여, A에 대한 D의 책임은 80%로 제한하였다.
D에 관한 부분은 항소 없이 분리확정되었다.
원고들은 임대인 C에 대한 패소 부분만 항소하였다. 항소심에서 유지한 청구원인은 다음과 같다.
- A: 이행보조자의 과실을 근거로 한 채무불이행책임 및 사용자책임
- B: 사용자책임
공작물 소유자책임 등 나머지 청구원인은 철회하였다. 항소심은 실제 작업자들이 D의 직접 고용 근로자가 아니라 복이행보조자에 해당하고, C가 이들의 사용을 승낙하거나 동의하였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C의 구체적인 지휘·감독도 인정하지 않아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02년 7월 12일 선고 2001다44338 판결
항소심이 참조한 판례이다.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시설물 수선을 도급하였다면, 수급인은 임대인에게 종속되어 있는지와 관계없이 이행보조자에 해당한다. 수급인의 과실로 수선공사 중 화재가 발생하면 임대인은 민법 제391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책임을 질 수 있다.
대법원 2011년 5월 26일 선고 2011다1330 판결
이행보조자가 다시 제3자를 복이행보조자로 사용하는 경우, 채무자가 이를 승낙하거나 적어도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면 복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에 대해서도 책임을 부담한다. 이번 사건은 그러한 승낙·동의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대법원 1992년 6월 23일 선고 92다2615 판결
도급인이 수급인의 공사 진행과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하였다면 사용자책임을 질 수 있다. 다만 설계도·시방서에 맞게 시공되는지를 확인하는 정도의 감리는 이러한 지휘·감독과 구별된다.
관련 법령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근거.
민법 제391조: 채무자가 타인을 사용하여 이행하는 경우 그 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을 채무자의 고의·과실로 보는 규정.
민법 제623조: 임대인이 임대차 존속 중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게 할 의무의 근거.
민법 제756조 제1항: 피용자의 사무집행에 관한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책임의 근거.
민법 제757조: 수급인이 제3자에게 가한 손해에 관한 도급인의 책임을 규정. 도급인은 원칙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지만,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도급인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는 예외이다.
민법 제758조 제1항: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인한 점유자와 소유자의 책임에 관한 규정. 제1심에서 D의 책임을 인정한 근거 중 하나이다.
구 소방시설공사업법(2020. 6. 9. 법률 제173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소방시설공사의 하도급 제한.
항소심은 이 조항이 소방시설공사 시공의 제3자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에만 공사의 일부를 한 번 하도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구 소방시설공사업법 시행령(2019. 12. 24. 대통령령 제302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소방시설공사의 시공을 하도급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관한 규정.
항소심은 이 사건 공사가 위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사실관계
임차창고의 소방시설 보완공사
가구 도소매업체 A는 C 소유 건물을 임차하여 가구 보관창고로 사용하였다. 별도로 가구 도소매업을 하던 B도 C의 허락 없이 해당 창고를 함께 사용하였다.
관할 소방관청이 소방시설 미비를 지적하자, C는 2017년 3월 7일경 전문소방시설공사업체 D에 공사대금 4,500만 원으로 소화전 배관 교체공사를 맡겼다.
임대인에게 알리지 않은 공사 재위탁
항소심이 인정한 실제 공사 수행 경위는 다음과 같다.
- D의 대표이사는 다른 회사의 공사사업본부 팀장에게 3,000만 원에 공사를 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 그 팀장은 다시 개인사업자에게 약 2,300만 원에 공사를 맡겼다.
- 개인사업자는 일용근로자들을 현장에 투입하고, 자재 반입·인부 고용·노임 지급을 담당하였다.
도급계약 일반조건은 일부 하도급에도 C의 서면승인을 받도록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D는 C에게 알리지 않고 제3자들에게 공사를 맡겼고, 실제 작업자들은 D의 직원인 것처럼 행동하였다.
용접작업 중 화재 발생
2017년 3월 28일 작업자가 건물 외부에서 용접하던 중 불티가 환풍구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 화재가 발생하였고, 원고들 소유의 가구가 전소되었다.
D의 대표이사와 용접작업자는 화재 예방·방지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로 업무상실화죄의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
수급업체와 임대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원고들은 D와 C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제1심은 D의 책임만 인정하였고, D에 관한 부분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들은 C에 대한 패소 부분을 항소하면서, 보험금으로 전보된 금액을 공제하여 A는 2,567,217,175원, B는 93,175,865원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 모두 C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리
수급업체는 독립된 사업자라도 임대인의 이행보조자가 될 수 있다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전문업체에 수선공사를 맡겼다면, 그 업체는 임대인의 이행보조자에 해당한다.
민법 제391조의 이행보조자는 반드시 채무자의 직원이거나 지휘·감독을 받는 사람일 필요가 없다. 채무자의 의사 관여 아래 채무이행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이면 되므로, 독립된 수급업체도 포함된다.
이 사건에서도 D가 C의 이행보조자라는 점은 인정되었다.
복이행보조자의 과실 귀속에는 채무자의 승낙이나 묵시적 동의가 필요하다
이행보조자가 다시 제3자를 사용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사용을 승낙하였거나 적어도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는지를 따져야 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 사정을 근거로 C의 승낙·동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 관련 법령이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였다.
- 도급계약도 하도급에 C의 서면승인을 요구하였다.
- D는 제3자에게 공사를 맡긴 사실을 C에게 알리지 않았다.
- 실제 작업자들은 D의 직원인 것처럼 외관을 형성하였다.
따라서 실제 작업자들의 과실을 곧바로 C의 과실로 보아 채무불이행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직접 고용 근로자인지, 별도로 공사를 맡은 복이행보조자인지는 실질에 따라 판단한다
원고들은 실제 작업자들이 D에 고용된 일용근로자라고 주장하였다. 관련 형사판결에도 D의 대표이사가 작업자를 고용하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었다.
그러나 항소심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실제로는 별도 사업자의 책임 아래 공사가 수행되었다고 보았다.
- 작업자들의 일당을 D가 아닌 개인사업자가 지급하였다.
- 작업자들은 공사 진행 사진을 D의 대표가 아닌 개인사업자에게 보냈다.
- 용접작업자는 화재 전까지 D 대표의 연락처도 알지 못하였다.
- 작업자들은 개인사업자의 지시에 따라 투입되었고, 그와 친족관계에 있었다.
- D도 현장 상황을 다른 관계자들을 통해 보고받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에 확정된 형사판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오해 등이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형사판결의 ‘고용’이라는 표현만으로 민사상 업무수행 관계가 확정된다고 보지 않았다.
근로자 채용을 허용하는 계약조항이 무단 재위탁에 대한 포괄적 동의는 아니다
도급계약에는 D가 시공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가진 근로자를 채용하고 선임·관리·감독상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조항만으로 실제 작업자들이 D의 직접 고용 근로자였다고 볼 수 없고, C가 알지 못하는 제3자의 과실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고 해석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수급업체의 근로자 채용을 예정한 조항과 별도 업체에 대한 공사 재위탁의 승낙은 구별하였다.
사용자책임에는 공사 진행과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필요하다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려면 C와 수급인 사이에 실질적인 사용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건설공사에서는 현장에서 구체적인 공사 운영과 시행을 직접 지시·지도하는 등 시공 자체를 관리하였는지가 중요하다.
이 사건에서 C의 직원이 현장을 방문하고 배관 설치 위치를 협의한 사실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임차인이 건물 내부 배관 설치를 거부하여 외부 설치 방안을 논의한 것이었고, 용접 방법이나 안전조치 등 구체적인 시공을 지시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C의 직원이 현장에 상주하지도 않았으므로, 법원은 공사 현장 방문이나 설치 위치 협의만으로 사용자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이행보조자책임과 사용자책임의 요건을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391조에서는 이행보조자가 독립된 사업자인지가 결정적이지 않지만, 민법 제756조에 따른 도급인의 사용자책임에서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핵심이다.
복이행보조자 사용에 대한 동의는 실제 거래 경위로 확인해야 한다. 하도급 승인서, 투입업체 통지, 공사대금·노임 지급자료, 현장보고 체계, 문자메시지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된다. 이 사건처럼 제3자 투입을 숨긴 사정은 묵시적 동의 인정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하도급 금지조항만으로 모든 책임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은 법령과 계약상 제한뿐 아니라, 실제 재위탁 사실의 은폐와 승낙·동의의 부재까지 함께 고려한 판결이다. 실제로 제3자 사용을 알고 승인한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임대인 자신의 과실과 직접 이행보조자의 과실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복이행보조자의 과실 귀속이 부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책임 근거까지 일률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사건 항소심에서 임차인 회사가 유지한 채무불이행 주장은 이행보조자의 과실에 기한 것이었고, 대법원은 그 심판 범위에서 임대인의 책임을 부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