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대법원 2023년 7월 13일 선고 2022다224986 판결 [위약벌청구의소]
회사의 투자금 보장 약정은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이지만, 대주주 겸 대표이사 개인이 부담한 채무를 단순한 연대보증채무로 보아 그 책임까지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
가.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년 7월 8일 선고 2020가합574934 판결
2015년 3월 3일 체결한 주식인수계약에 따른 위약벌 청구는 인용하고, 일부 원고들이 추가로 체결한 주식인수계약에 따른 청구는 기각하였다.
원고들은 항소하지 않고 피고만 항소하였으므로, 항소심에서는 최초 주식인수계약에 따른 청구 부분만 심판대상이 되었다.
나.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2년 2월 17일 선고 2021나2027391 판결
회사에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투자원금과 가산금을 지급하도록 한 약정은 투자금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므로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대표이사의 채무를 회사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채무로 해석하여, 주채무가 무효인 이상 보증채무도 부종성에 따라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제1심의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해당 청구를 기각하였다.
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대법원은 회사의 약정이 무효라는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대표이사가 보증채무가 아닌 독립적인 연대채무를 부담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파기환송심은 화해로 종결되었다.
관련 판례
가. 대법원 2020년 8월 13일 선고 2018다236241 판결
회사가 특정 주주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보전하거나 법정 배당 외에 별도의 수익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 회사의 금전지급 약정을 무효로 판단한 기초 법리이다.
나. 대법원 2023년 7월 13일 선고 2021다293213 판결
투자자에게 사전동의권을 부여하는 차등취급도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허용될 수 있고, 그 의무 위반에 따른 금전지급 약정을 곧바로 투자원금 보장 약정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회사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다른 신청권자의 신청으로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원금과 가산금을 지급하도록 하였다는 점이 회사 측 약정의 무효 판단에서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관련 법령
대법원이 참조조문으로 제시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 민법 제105조: 임의규정과 다른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 법률관계 형성.
- 상법 제369조 제1항: 주식 수에 따른 의결권.
- 상법 제462조: 이익배당의 한도.
- 상법 제464조: 주식 수에 따른 이익배당 원칙.
- 상법 제538조: 주식 수에 따른 잔여재산 분배 원칙.
사실관계
가. 투자자·회사·대표이사 사이의 투자계약
투자자들은 2015년 3월 3일 회사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하면서, 회사 및 그 대주주 겸 대표이사를 당사자로 하는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주식인수대금을 납입하였다.
이후 일부 투자자들은 기존 투자자가 보유하던 주식을 양수하였다. 회사와 대표이사는 이들이 투자계약상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것을 승인하였다.
나. 회생절차 개시 등에 따른 금전지급 약정
투자계약 제25조 제1항 제6호는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주식인수인의 서면동의 없는 회생절차의 개시신청이 있거나 회생절차가 개시되는 경우, 이 사건 회사와 피고가 연대하여 주식인수인에게 위약벌로 주식 1주당 취득가격과 그 금액에 대하여 발행일로부터 상환일까지 연복리 10%를 적용한 이자금액의 합계액을 지급한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된 것은 그중 회사 외의 다른 신청권자의 신청으로 회생절차가 개시되는 경우에도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부분이다.
다. 다른 주주의 회생신청과 대표이사에 대한 청구
회사의 다른 주주가 2019년 3월 6일 원고들의 동의 없이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였고, 2019년 8월 19일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원고들은 위 약정에 따라 대주주 겸 대표이사 개인을 피고로 하여 금전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회사의 약정이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자신의 책임도 인정될 수 없다고 다투었다.
법리
가. 주주평등 원칙과 차등취급의 한계
주주평등 원칙은 주주가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 보유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더라도 그 필요성,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 다른 주주의 불이익, 동의 여부 등을 종합하여 차등취급을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허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가 주주로서 부담하여야 할 투자위험 자체를 회사에 전가하는 약정까지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 회사의 투자원금·수익 보장 약정은 주주 전원이 동의해도 무효
이 사건 약정은 회사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경영성과가 부진하여 다른 신청권자의 신청으로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회사가 투자원금과 가산금을 지급하도록 정하였다.
이는 배당가능이익이 없어도 회사 재산으로 사실상 출자를 환급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특정 주주를 투자위험에서 벗어나게 한다. 따라서 주주평등 원칙과 자본충실 원칙에 반하여 무효이다.
다른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더라도 무효라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회사의 자본적 기초와 주주의 본질적 지위에 관한 제한은 주주들의 동의만으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 주주평등 원칙은 대표이사 개인과 투자자 사이에 직접 적용되지 않음
주주평등 원칙은 회사와 주주 사이의 법률관계를 규율한다. 투자자와 다른 주주 또는 이사 개인 사이의 계약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하나의 투자계약서에 회사와 대표이사가 함께 참여하였더라도 다음 두 법률관계를 구분하여야 한다.
- 투자자와 회사 사이의 계약 부분
- 투자자와 대표이사 개인 사이의 계약 부분
회사의 약정이 무효이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표이사 개인이 체결한 계약의 효력은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
라. ‘연대하여 지급한다’는 약정이 연대보증인지 독립적인 연대채무인지 판단
대표이사의 책임이 회사의 채무를 담보하는 보증채무라면 주채무의 무효가 보증채무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면 대표이사가 자신의 계약상 채무로서 독립적인 지급의무를 부담하였다면 회사의 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채무까지 부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근거로 독립적인 연대채무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 계약 체결 목적: 회사가 자력이 없거나 회사 측 약정이 무효가 되는 경우에도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대표이사를 계약 당사자로 참여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 문언: 문제 된 조항은 회사와 대표이사가 ‘연대하여’ 지급한다고 정하였을 뿐, 대표이사가 회사 채무를 ‘연대보증한다’고 정하지 않았다.
- 다른 조항과의 구별: 대표이사가 지정한 제3자의 주식매수의무에 대해서는 별도로 ‘연대보증한다’고 명시하였다. 계약에서 연대보증이 필요한 경우 이를 구별하여 표현한 것이다.
- 책임의 성격: 대표이사 자신의 동의 취득 의무 및 경영 담당자로서의 책임을 묻는 취지도 있으므로, 대표이사의 채무가 회사 채무에 종속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연대’라는 표현만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 아니라 계약의 문언, 체결 경위, 목적 및 당사자의 의사를 종합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마. 파기환송의 의미와 판단 범위
대법원은 대표이사의 지급책임과 청구액 전부를 확정한 것이 아니다. 대표이사의 책임을 연대보증으로 단정하고 회사 약정의 무효만을 이유로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계약해석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이 판결을 대표이사가 투자원금과 연복리 10%의 가산금을 언제나 전액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채무 성질과 구체적인 책임 범위는 계약 내용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실무적 유의점
가. 회사와 대표이사의 책임을 각각 정하여야 한다
투자계약에서 대표이사를 당사자로 추가하고 ‘연대책임’이라는 문구를 넣는 것만으로는 책임의 성격이 명확해지지 않는다. 회사 채무에 대한 보증인지, 대표이사 자신의 독립적인 지급의무인지와 그 발생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여야 한다.
나. 주주 전원 동의만으로 회사의 원금 보장 약정을 유효하게 만들 수 없다
동의권 등 경영 감시를 위한 권한 부여와 투자원금·수익의 보장은 구분해야 한다. 회사의 원금 보장 약정은 주주 전원 동의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유효해지지 않는다.
다. ‘위약벌’이라는 명칭보다 지급사유와 실질을 살펴야 한다
회사의 계약 위반이나 귀책사유 없이도 회생절차 개시만으로 투자원금과 수익을 지급하게 한다면, 명칭이 위약벌이더라도 실질은 투자금 보장 약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
라. 개인책임을 다투는 소송에서는 계약해석 자료가 중요하다
투자자 측은 대표이사를 계약에 참여시킨 경위, 독립적 책임을 예정한 협상자료 및 조항 간 문언 차이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표이사 측은 책임이 보증에 한정되거나 특정 귀책사유를 전제로 한다는 계약상 근거를 검토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