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노578 판결 [업무상배임]
첨부된 확정 경과에 따르면 대법원 2021도14456 상고기각결정으로 확정되었다. 아래 내용은 제1심과 항소심 판결문을 기준으로 정리한다.
하급심 및 재판 결과
관련 판례
이미 발생한 대표이사의 횡령을 다른 이사가 알고도 회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횡령액 전체에 대한 새로운 배임책임이 곧바로 성립하지는 않는다. 후속 부작위로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나 집행이 어려워지는 등의 새로운 손해 또는 위험이 발생하여야 하고, 이에 대한 인식도 심리하여야 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관련 법령
첨부 판결이 이 사건의 주요 쟁점과 관련하여 인용한 조문은 다음과 같다.
-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임무에 위배하여 자신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업무상배임행위의 처벌 근거이다.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2조 제1항 임직원 등의 단기매매차익에 대한 법인의 반환청구를 규정한다.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2조 제2항 주주가 법인에 반환청구를 요구하고, 법인이 일정 기간 청구하지 않으면 법인을 대위하여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2조 제3항 단기매매차익 발생사실의 통보 및 통보받은 법인의 공시를 규정한다.
첨부 판결은 위 자본시장법 조문에 관하여 특정 개정일과 법률번호를 붙인 구법 표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1. 특수관계회사에서 공장 차임을 받지 않은 부분
피고인 A는 피해자 회사 D의 대표이사였다. D는 2009년 4월 공장을 경매로 취득한 후 특수관계회사 E가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였다.
회계사가 무상사용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D와 E는 2010년 1월경 월 차임을 1,000만 원으로 정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계약일자는 2009년 4월 17일로 소급하였다.
그런데 실제 차임은 받지 않았다. 회계사가 다시 문제를 지적하자, 2012년 4월 17일에는 E가 D에 대하여 가진 외상매출금 채권과 매월 차임을 상계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이 상계도 실행되지 않았다.
결국 피고인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때까지 차임이 지급되지 않았다. 이후 D는 E를 상대로 5억 9,000만 원의 차임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민사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해당 기간의 차임을 면제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은 2016년 4월 8일 확정되었다.
차임 지급이 단순히 늦어진 것이 아니라, 차임 면제 합의 때문에 회사가 차임을 회수할 수 없게 된 사안이었다.
2. 대표이사 자신의 단기매매차익을 회수하지 않은 부분
피해자 회사는 2011년 12월 26일경 이사 H 명의의 주식거래로 380,264,176원의 단기매매차익이 발생하였다는 통보를 받았다. 명의자는 H였지만 실제 거래자는 대표이사인 피고인이었다.
검사는 피고인이 공시나 반환청구 조치를 하지 않아, 제척기간이 지나 회사가 단기매매차익을 회수할 수 없게 되었다며 업무상배임으로 기소하였다.
이 부분에서는 회사가 반환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반환의무자 본인인 대표이사에게 자신을 상대로 청구할 업무상 의무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다.
법리
1. 채권을 회수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 채권을 행사할 구체적인 의무가 있는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
법원은 단기매매차익 미회수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핵심 이유는 반환청구의 상대방이 피고인 자신이었다는 점이다.
회사와 대표이사의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대표이사가 회사를 대표하여 자신을 상대로 청구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대표권도 문제 된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반환을 청구할 지위에 있는 사람을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아니라 감사로 보았다.
또한 법원은 다음 사정도 함께 고려하였다.
- 자본시장법 제172조 제1항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미청구 자체에 대한 벌칙을 두고 있지 않다.
- 같은 조 제2항에는 주주의 반환청구 요구 및 대위청구 제도가 있다.
- 별도 민사소송에서도 피고인이 반환청구를 하지 않은 것을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따라서 이 부분의 무죄 이유는 손해가 없어서가 아니라, 피고인에게 공소사실과 같은 청구 의무가 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모든 회사 채권의 회수를 대표이사가 자유롭게 포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2. 공시의무 위반 주장도 피고인 개인의 의무와 구별하였다
항소심은 자본시장법 제172조 제3항이 정한 공시의무자는 통보받은 법인이라는 점을 들어, 해당 조문만으로 피고인 개인의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이다. 대표이사가 자료를 은폐하거나 다른 기관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별도의 행위까지 면책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3. 특수관계회사의 차임 면제는 회사 채권을 상실하게 한 행위로 평가하였다
차임 부분에서는 피고인이 회사의 자금관리와 경영을 총괄하며 계약에 따른 차임을 청구·수령할 업무상 임무를 부담하였다.
그런데 회계사의 반복된 지적에도 실제 수령이나 상계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묵시적 면제 합의가 인정되어 회사가 차임을 회수할 수 없게 되었다.
법원은 이에 따라 E가 5억 9,000만 원의 이익을 얻고 D가 같은 금액의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하였다.
4. 거래 상대방이 회사에 도움을 주었다는 사정만으로 채무 면제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피고인은 E가 D의 매출과 이익에 기여하였으므로 차임을 받지 않은 것은 합리적인 경영판단이라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와의 거래에서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 거래관계가 차임 면제 때문에 유지되었는지, 차임 면제로 회사의 이익이 발생하거나 증가하였는지에 관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2012년 말 기준 피고인은 D의 주식 19.4%, E의 주식 93%를 보유하였다. 차임 면제로 이익을 얻은 E와 피고인의 이해관계를 분리하기 어려웠다.
법원은 차임을 정상적으로 받으면서 필요한 지원을 별도로 하거나, 약정한 상계를 실행하는 방법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이전 판결과의 비교
이전 판결과 이 사건은 “회사가 돈을 받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 배임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는지, 그 의무 위반으로 어떤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이를 인식하였는지를 구별하여야 한다. 이전 판결은 특히 이미 발생한 횡령손해와 후속 부작위의 손해를 구별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다만 이 사건의 단기매매차익 반환청구권은 법률이 정한 반환청구권이다. 그 발생을 곧바로 횡령이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과 동일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실무상 유의점
- 청구 주체를 먼저 특정해야 한다. 회사의 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이사에게 동일한 회수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와 이사의 이해가 충돌하면 감사 등 적법한 권한자의 조치가 중요하다.
- 미청구와 채무 면제를 구별해야 한다. 일시적인 회수 지연인지, 명시적·묵시적 면제로 채권을 상실하게 한 것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 특수관계회사 지원에는 구체적인 회사 이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거래관계가 있다는 설명만으로 부족하며, 채무 면제의 필요성과 회사가 얻을 이익의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 감사의 책임도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감사에게 청구할 지위가 있다는 판단과, 실제로 감사에게 배임죄가 성립하는지는 별개이다. 구체적인 의무 위반, 손해 또는 위험, 고의가 각각 증명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