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번호
관련 규정
상법 제398조는 이사, 주요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 등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하려면 미리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한다.
이사회의 승인은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하고, 거래의 내용과 절차도 공정해야 한다.
상법 제399조 제1항는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403조는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 경우 일정한 요건을 갖춘 주주가 회사를 위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사실관계
피고는 전자제품 제조 등을 영위하는 회사의 대표이사였다. 피고의 딸은 회사 주식 약 15.87%를 보유한 주요주주이면서 피고의 직계비속이었다.
회사는 피고의 딸에게 회사 소유의 제1 내지 제4 부동산을 매도하는 내용의 여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회사와 피고의 딸은 각 부동산 매매계약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정리하기 위하여 제1차부터 제3차까지의 추가 합의도 체결하였다.
해당 거래는 대표이사의 직계비속이자 회사 주요주주인 자에게 회사 소유 부동산을 매도한 것이므로 상법 제398조가 적용되는 이익상반거래에 해당하였다.
그러나 각 매매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이루어진 2016. 11. 4.자 이사회 결의에서는 해당 거래가 대표이사의 딸과 회사 사이의 이익상반거래라는 점과 거래의 구체적인 중요사실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피고는 2016. 11. 11.에도 이사회 승인이 있었다고 주장하였지만, 법원은 해당 이사회 결의가 실제로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설령 그 결의가 존재했더라도 거래의 중요사실을 밝히고 공정성을 심의한 승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소송 계속 중인 2021. 8. 17. 회사 이사회는 기존 매매계약과 제1차부터 제3차까지의 합의를 사후적으로 추인하는 결의를 하였다.
회사의 주주인 원고는 대표이사인 피고가 적법한 이사회 승인 없이 자신의 딸에게 회사 소유 부동산을 매도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면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법리
1. 상법 제398조의 목적
상법 제398조가 이사의 자기거래 등에 관하여 사전 승인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사나 주요주주와 회사 사이의 이익상반거래가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회사의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자신이나 특수관계인의 이익이 걸린 거래에서는 회사와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
따라서 이사회가 거래 체결 전에 다음 사항을 실질적으로 심의하도록 한 것이다.
거래의 상대방과 이사 등의 관계
거래의 목적과 필요성
매매대금 등 주요 거래조건
회사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거래조건과 절차의 공정성
이사 또는 특수관계인이 얻게 되는 이익
거래의 목적과 필요성
매매대금 등 주요 거래조건
회사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거래조건과 절차의 공정성
이사 또는 특수관계인이 얻게 되는 이익
이사회 승인은 단순히 거래 체결의 형식적인 절차를 갖추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의 직무감독권을 통하여 거래의 공정성과 회사의 이익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절차이다.
2. 2011년 개정 상법은 사전통제를 강화하였다
구 상법 제398조는 이사의 자기거래에 이사회 승인을 요구하였지만, 현행 상법은 이사 등의 사익추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개정 상법은 적용 대상을 이사뿐만 아니라 주요주주와 그 특수관계인 등으로 확대하였다. 또한 거래의 중요사실을 밝히고 “미리” 이사회 승인을 받을 것을 명시하였다.
이사회 승인 요건도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 강화하였고, 승인 여부와 별개로 거래의 내용과 절차 자체가 공정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문언과 개정 취지에 비추어 상법 제398조의 승인을 단순한 내부절차가 아니라 거래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적인 사전절차로 보았다.
3. 사전 이사회 승인이 없는 거래는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이사 등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하려면 거래를 체결하기 전에 상법 제398조가 정한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전 승인이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거래는 무효이다. 회사에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 또는 거래가격이 결과적으로 적정했는지와 별개로, 법이 요구하는 사전 승인절차 자체가 거래의 유효요건이 된다.
따라서 거래가 회사에 유리했다거나 나중에 회사가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사정만으로 사전 승인 흠결이 당연히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4. 이사회 결의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거래 전에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상법 제398조의 승인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승인받으려는 이사 등은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혀야 한다. 이사회도 해당 거래가 이익상반거래라는 점을 전제로 거래의 필요성과 내용 및 절차의 공정성을 심의해야 한다.
중요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회가 이를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나 통상적인 업무집행으로 알고 허용한 것에 불과하다면 상법 제398조가 요구하는 승인이 아니다.
이 사건의 2016. 11. 4.자 이사회 결의도 대표이사의 딸과 회사 사이의 이익상반관계 및 거래의 중요사실을 공개하고 그 공정성을 심의한 결의가 아니었으므로 적법한 사전 승인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5. 사후 이사회 승인으로 무효가 치유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현행 상법 제398조가 거래 전에 중요사실을 공개하고 미리 승인을 받도록 명시한 점을 중요하게 보았다.
사후승인만으로 거래를 유효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면 이사나 주요주주는 일단 회사와 거래한 뒤 문제가 제기된 경우에만 이사회 승인을 받는 방법으로 법이 정한 사전통제를 회피할 수 있다.
이는 거래 체결 전에 이사회가 객관적으로 공정성을 심사하도록 한 상법 제398조의 취지를 훼손한다.
따라서 사전에 적법한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아 무효인 거래는 사후에 이사회가 승인하거나 추인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게 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도 2021. 8. 17. 이사회가 부동산 매매계약과 후속 합의를 추인하는 결의를 하였지만, 그 사후결의로 무효인 거래가 유효하게 되지는 않았다.
6. 거래 상대방인 대표이사의 딸은 선의의 제3자가 아니다
상법 제398조를 위반한 거래와 관련하여 거래 목적물이 다시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에는 그 제3자의 보호 여부가 별도로 문제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표이사의 딸은 각 부동산 매매계약의 직접적인 상대방이었다. 따라서 거래의 무효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 별도의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하지 않았다.
대표이사와의 관계, 회사 주식 보유현황 및 거래 체결 경위에 비추어 보더라도 상법 제398조의 적용을 받는 거래의 직접 당사자였다.
7. 회사가 부동산을 사용·수익하지 못한 손해는 대표이사가 배상해야 한다
각 부동산 매매계약과 후속 합의가 무효임에도 그 거래가 이행됨으로써 회사는 해당 부동산을 사용·수익하지 못하였다.
법원은 회사가 부동산을 사용·수익하지 못한 기간의 차임 상당액을 회사의 손해로 인정하였다. 대표이사가 적법한 이사회 승인 없이 자신의 딸에게 회사재산을 매도한 행위와 회사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원심은 매매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대표이사의 임무 위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손해액의 70%로 제한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책임 제한과 차임 상당 손해액 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회사와 대표이사의 딸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 및 후속 합의가 상법 제398조의 적용 대상인 이익상반거래라고 판단하였다.
거래 전에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 이루어진 적법한 이사회 승인이 없었으므로 각 거래는 무효이고, 2021년 이루어진 사후 추인결의로도 그 무효가 치유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무효인 거래의 이행으로 회사가 부동산을 사용·수익하지 못하여 차임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대표이사가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대표이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은 2011년 개정 상법 제398조 아래에서는 이익상반거래에 대한 사전 승인이 거래의 핵심적인 유효요건이며, 사후 이사회 승인으로 사전 승인 흠결을 쉽게 치유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 실무상 이사나 주요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과 거래할 때에는 계약 체결 전에 이해관계와 중요조건을 이사회에 충분히 공개하고, 특별결의 요건을 갖춘 실질적인 승인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