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19후10418 판결 [권리범위확인(상)]
대법원은 디자인과 상표가 배타적·선택적인 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디자인이 될 수 있는 형상이나 모양이라도 자타상품의 출처표시를 위하여 사용되는 경우에는 상표로서 사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순전히 디자인적으로만 사용되어 상표의 사용으로 인식될 수 없는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배선덕트에 표시된 ‘세 줄의 홈’이 디자인이 될 수 있는 형상이면서 실제 거래계에서 다른 상품과 구별하는 식별표지로도 사용되었다고 보아, 이를 단순한 장식이나 외장으로만 본 원심을 파기하였다.
하급심
1. 특허심판원 2018. 7. 20. 2017당1455 심결
특허심판원은 확인대상표장이 배선덕트의 디자인으로만 사용되었을 뿐 상품의 출처표시 또는 식별표지로 사용된 것은 아니라고 보아 원고의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를 기각하였다.
2. 환송 전 특허법원 2019. 2. 22. 선고 2018허6603 판결
환송 전 특허법원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확인대상표장이 피고 배선덕트의 출처표시 기능까지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3. 환송 후 특허법원 2022. 5. 25. 선고 2021허6672 판결
환송 후 특허법원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확인대상표장의 상표적 사용을 인정하였다. 이어 등록상표와 확인대상표장의 외관상 지배적인 인상이 유사하고, 배선덕트와 등록상표의 지정상품도 유사하다고 보아 확인대상표장이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하여 심결을 취소하였다.
관련판례
업로드된 상표법 주석서는 이 쟁점을 “디자인적 사용” 항목에서 다루고 있다. 주석서의 정리에 따르면, 순전히 디자인적으로만 사용되는 경우에는 상표로서의 사용이 아니지만, 디자인과 상표는 배타적·선택적인 관계가 아니므로 출처표시 기능을 하면 상표적 사용에 해당한다.
관련 판례는 다음과 같다.
- 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후68 판결: 디자인이 될 수 있는 형상이라도 자타상품의 출처표시를 위하여 사용되면 상표로서의 사용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58261 판결: 디자인과 상표가 배타적·선택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 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후1324 판결,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1다18802 판결: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표장을 이용하더라도 출처표시가 아니라 순전히 디자인적으로만 사용되어 상표의 사용으로 인식될 수 없다면 상표권 침해가 아니다.
-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1도13441 판결: 상표적 사용 여부는 표장과 상품의 관계, 표시 위치·크기, 사용태양, 등록상표의 주지·저명성, 사용자의 의도와 사용경위 등을 종합하여 실제 거래계에서 상품의 식별표지로 기능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후2295 판결: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확인대상표장이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하려면 그 표장이 상표로 사용될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상표법 주석서는 별도로 특허법원 2021. 6. 11. 선고 2020허3430 판결도 소개하면서, 세 줄의 반원형 홈이 표시된 배선덕트가 신문광고·카탈로그·설계도·학회 전시·실제 시공 등을 통하여 출처표시로 사용되었다고 정리하고 있다.
관련법령
이 사건과 직접 관련되는 상표법 규정은 입체상표의 식별력 및 효력범위에 관한 규정이다.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3호
지정상품의 산지·품질·원재료·효능·용도·수량·형상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는 원칙적으로 등록받을 수 없다.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6호, 제7호
간단하고 흔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 또는 그 밖에 식별력이 없는 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다.
간단하고 흔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 또는 그 밖에 식별력이 없는 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5호
상품 또는 그 상품의 포장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 꼭 필요한 입체적 형상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다.
상표법 제90조 제1항 제3호
입체상표의 입체적 형상이 누구의 업무와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지 식별할 수 없는 경우 일정한 형상에 대해서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환송 후 특허법원도 이들 조항을 명시적으로 검토하였다.
사실관계
원고의 등록상표는 배선함, 배전함, 전선관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입체상표로서, 직육면체 판의 전면부에 일정한 간격으로 세 개의 반원형 홈이 길게 형성된 이른바 ‘세 줄 홈’ 형상이었다. 피고는 2017년경부터 배선덕트에 이와 유사한 세 줄의 홈을 표시하였다.
원고는 1998년부터 세 줄 홈이 표시된 배선덕트 카탈로그를 매년 발행·배포하고, 2000년경부터 전기·설비 분야의 일간지·정기간행물·단행본 등에 지속적으로 광고하였다.
또한 특허명세서에도 세 줄 홈이 기술적 범위를 한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사제품을 인식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의 기재가 있었고, 원고는 설계도·시공현장·각종 홍보자료에서도 세 줄 홈을 제품의 식별표지로 활용하였다.
피고가 세 줄 홈을 사용한 2017년 당시 같은 형상을 가진 등록디자인 13건은 모두 원고 측 권리였고, 다른 회사의 관련 등록디자인은 이미 소멸한 상태였다. 따라서 세 줄 홈이 배선덕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흔한 장식형태라고 볼 자료도 부족하였다.
세 줄 홈은 배선덕트 표면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진열·판매·시공 시 외관상 잘 드러났고, 피고 역시 원고와 오랫동안 경쟁해 온 사업자로서 원고의 세 줄 홈이 출처표시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었다.
법리
상표법에서 문제되는 것은 해당 형상이 디자인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실제 거래계에서 상표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는지이다.
따라서 어떤 상품 형상이 디자인적 요소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상표적 사용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적 기능과 출처표시 기능은 병존할 수 있다. 반대로 동일·유사한 형상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수요자가 이를 오직 장식·외관으로만 인식하고 출처표지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상표적 사용은 부정된다. 업로드된 상표법 주석서도 이를 동일하게 정리한다.
구체적인 판단에서는 ① 표장과 상품의 관계, ② 표시 위치와 크기, ③ 실제 사용형태, ④ 등록상표가 수요자에게 알려진 정도, ⑤ 사용자의 의도와 사용경위, ⑥ 해당 업계의 거래실정을 종합해야 한다. 판단의 핵심은 실제 거래계에서 수요자가 해당 형상을 상품의 식별표지로 받아들이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에서는 장기간의 사용과 광고, ‘세 줄 홈’ 자체를 자사제품 식별기준으로 제시한 홍보방식, 설계도·시공현장에서의 사용, 해당 형상이 업계의 흔한 장식형태가 아니었던 점, 피고가 경쟁사업자로서 그 출처표시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상표적 사용을 인정하였다.
환송 후 특허법원은 나아가 두 표장이 모두 평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세 줄의 홈이라는 지배적 외관을 가지고 있고, 일부 차이는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정도라고 보아 표장의 유사성까지 인정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상품 형상이나 제품 디자인을 상표로 보호하려는 경우에는 형상 그 자체를 지속적으로 출처표시로 인식시키는 사용자료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장기간 판매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고, 카탈로그·광고·제품설명·설계도·전시자료 등에서 해당 형상을 특정 사업자의 제품을 식별하는 표지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이 형상이 있는 제품이 당사 제품이다”와 같은 광고문구는 상품형상의 출처표시성을 뒷받침하는 강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세 줄 홈’이 원고 상품을 확인하는 기준으로 홍보되었다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반대로 피침해 주장자 측에서는 해당 형상이 기능적 필요에 의한 것인지,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장식형태인지, 수요자가 실제로 출처표시가 아니라 단순 디자인으로 인식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주장·입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쟁사의 형상을 채택할 때 그 형상이 디자인등록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상표권 문제가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 판례는 디자인권과 상표권에 의한 보호가 중첩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고, 실제로 피고가 사후에 디자인등록을 받았다는 사정도 상표적 사용 판단을 뒤집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