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러 등록상표를 동시에 침해한 경우의 범죄 수와 처벌

핵심 결론 여러 등록상표를 계속 침해하면 등록상표마다 포괄하여 하나의 죄가 성립한다. 하나의 유사상표 사용행위로 여러 등록상표를 동시에 침해한 경우에는 각 죄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어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9도11688, 2009도10759, 2002도7335

해당판례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9도11688 판결 [상표법위반]
등록상표별로 성립하는 포괄일죄 상호 간에 상상적 경합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여러 등록상표에 대한 침해를 모두 묶어 하나의 죄로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지만, 처단형의 범위에 차이가 없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하급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5. 9. 선고 2017고정2756 판결 — 제1심
피해자의 제1 등록상표에 관하여 등록무효심결이 내려진 사정 등을 고려하여, 보호받는 상표권의 침해와 피고인의 침해 고의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인인 대표이사와 회사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제1심 판단은 항소심 판결에 기재된 내용을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12. 선고 2018노1383 판결 — 항소심
제1 등록상표에 대한 무효심결이 별도의 심결취소소송에서 취소되고 그 판결이 확정된 점 등을 근거로, 상표등록이 무효로 될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해자의 상표 사용 시기와 피고인의 사업 개시 경위 등 증거를 종합하여 침해 고의를 인정하였다.
이에 제1심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대표이사와 회사에 각각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다.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이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관련판례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도10759 판결
여러 등록상표를 계속 침해한 경우 등록상표마다 포괄하여 하나의 범죄가 성립한다. 상표권자와 표장이 같더라도 침해 대상인 등록상표가 다르면 원칙적으로 이를 모두 하나의 포괄일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의 등록상표별 죄수 판단에 직접 원용되었다.
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2도7335 판결
범죄 수에 관한 평가가 잘못되었더라도 결과적으로 처단형의 범위에 차이가 없다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리이다. 이 사건에서 죄수 판단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상고를 기각한 근거가 되었다.
특허법원 2018. 11. 23. 선고 2018허2144 판결 — 관련 등록무효 사건
피해자의 제1 등록상표가 지정상품의 용도·효능을 직접 표시한 기술적 표장에 해당하지 않고, 등록결정 당시 사용에 의한 식별력도 인정된다는 취지로 등록무효심결을 취소하였다.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이 판결은 대법원 2019. 4. 11.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관련법령

상표법 제230조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 침해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대표이사의 상표권 침해에 적용되었다.

상표법 제235조 제1호

법인의 대표자 등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상표권 침해죄를 범한 경우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이다. 이 사건 회사에 대한 처벌 근거이다.
형법 제37조, 형법 제40조
여러 범죄의 경합관계를 규율한다. 특히 제40조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경우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 사건은 등록상표별 포괄일죄 상호 간에 제40조가 적용된 경우이다.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 제3호 및 제2항
지정상품의 품질·효능·용도 등을 보통으로 표시한 기술적 표장의 등록 제한과 사용에 의한 식별력에 관한 규정이다. 관련 등록무효 사건에서 적용되었으며, 현행 대응 규정은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3호 및 제2항이다.

사실관계

피해자 회사는 의료기기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면서 두 개의 등록상표를 보유하고 있었다.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는 피해자의 등록상표들과 유사한 표장을 코세정기에 부착하여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하였다.
공소사실상 침해기간은 2016년 6월경부터 2017년 7월 31일경까지였다. 대표이사는 직접 침해행위를 한 자로, 회사는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되었다.
피고인 회사는 형사사건과 별도로 피해자의 제1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처음에는 무효심결이 내려졌지만, 이후 특허법원이 이를 취소하였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 피고인 회사는 2017. 6. 8. 제1 등록상표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 특허심판원은 2018. 1. 24. 등록무효심결을 하였다.
  • 형사 제1심은 2018. 5. 9. 무효심결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 특허법원은 2018. 11. 23. 등록무효심결을 취소하였고, 그 판결은 2019. 4. 11.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 형사 항소심은 2019. 7. 12. 제1심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각각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다.
  • 대법원은 2020. 11. 12.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법리

가. 계속된 침해행위는 등록상표마다 포괄일죄로 평가한다

동일한 등록상표에 대한 침해행위가 계속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개별 판매행위마다 별개의 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련의 침해행위를 포괄하여 하나의 범죄로 평가한다.
그러나 침해 대상이 여러 등록상표라면 등록상표별로 범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같은 피해자의 상표라는 이유만으로 여러 등록상표에 대한 침해행위 전체를 하나의 포괄일죄로 묶을 수는 없다.
이 사건에서도 제1 등록상표에 대한 계속된 침해가 하나의 포괄일죄를, 제2 등록상표에 대한 계속된 침해가 별도의 포괄일죄를 구성한다.

나. 하나의 사용행위로 여러 등록상표를 동시에 침해하면 상상적 경합이 성립한다

등록상표별로 여러 죄가 성립한다는 것과 그 죄들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는 구별된다.
피고인은 하나의 유사상표 사용행위로 피해자의 제1·제2 등록상표를 동시에 침해하였다. 따라서 등록상표별로 성립한 두 포괄일죄는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고,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참고한 주석서에 의하면, 이 판결은 등록상표마다 포괄일죄가 성립한다는 종전 법리를 확인하면서, 하나의 유사상표 사용행위가 여러 등록상표를 동시에 침해할 때 그 포괄일죄들 상호 간의 관계가 상상적 경합임을 명확히 한 데 의의가 있다.

다. 죄수 판단에 잘못이 있어도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으면 파기하지 않는다

항소심은 두 등록상표에 대한 침해행위 전체를 포괄하여 하나의 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처리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잘못이라고 지적하였다.
다만 올바르게 두 포괄일죄의 상상적 경합으로 평가하여도 처단형의 범위가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죄수 평가의 오류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원심의 죄수 판단을 그대로 승인한 판결이 아니라, 그 법리적 오류를 바로잡으면서도 유죄판결과 형을 유지한 판결이다.

라. 등록무효심결의 존재만으로 침해죄나 고의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제1심은 등록무효심결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 심리 중 그 무효심결을 취소한 판결이 확정되었다. 항소심은 관련 판결과 증거에 비추어 침해 당시 상표등록이 무효로 될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침해 고의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먼저 상표를 사용한 경위와 피고인의 사업 개시 시기 등 증거를 종합하여 별도로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유죄 판단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보았다.
이는 무효심판을 청구하거나 확정되지 않은 무효심결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책임이 자동으로 배제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무효심결 취소판결이 나중에 확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과거의 침해 고의가 자동으로 인정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실무적 유의점

여러 상표가 관련된 형사사건에서는 피해자 수나 브랜드 수만으로 범죄 수를 계산해서는 안 된다. 각 등록번호, 지정상품, 침해기간 및 사용행위를 특정한 다음, 등록상표별 포괄일죄 성립 여부와 그 상호 간의 경합관계를 순서대로 검토해야 한다.
등록상표가 여러 개라고 하여 곧바로 실체적 경합에 따른 가중처벌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표장 사용행위가 여러 등록상표를 동시에 침해한 것인지, 서로 구별되는 행위가 각 등록상표를 침해한 것인지가 중요하다.
상표등록의 무효를 다투는 경우에는 심판·소송의 진행 및 확정 여부와 형사사건에서의 침해 고의를 구분하여 검토해야 한다. 특히 이 사건의 등록무효심판 대상은 제1 등록상표였으므로, 그 심결을 제2 등록상표에 관한 판단으로까지 확대해서는 안 된다.
죄수 판단 오류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때에는 그 오류가 처단형이나 판결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이 사건처럼 처단형의 범위에 차이가 없다면 오류가 인정되어도 판결이 파기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글이 다룬 조문

목록으로 업무분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