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실손보험자의 임의 비급여 진료비 대위청구와 채권보전의 필요성

핵심 결론 실손보험자가 임의 비급여 진료비 반환채권을 대위하려면 원칙적으로 피보험자의 무자력이 필요하다. 두 반환채권의 사실상 관련성이나 보험금 회수의 편의만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9다229202, 2018다879, 2014다89355, 2010두27639

해당판례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9다229202 전원합의체 판결
사건명: 손해배상(기).
보험회사가 피보험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피보험자들의 병원 운영자에 대한 진료비 반환채권을 대위 행사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직접 제1심판결을 취소하여 소를 각하하였다. 파기환송이 아닌 파기자판이므로 환송심은 없다. 대법원 공개 판결자료
하급심
제1심: 대전지방법원 2018. 5. 17. 선고 2015가단210771 판결
제1심은 보험회사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병원 운영자인 피고가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보험회사는 항소심에서 구체적인 진료비 액수에 관한 다툼을 반영하여 청구금액을 감축하였다.
원심: 대전지방법원 2019. 4. 4. 선고 2018나107877 판결
원심은 제1심판결을 변경하여 피고에게 27,303,944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판단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 이 사건 주사 치료는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이고,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요건을 갖추었다는 증명이 없으므로 진료계약은 무효이다.
  • 병원 운영자는 피보험자들에게 진료비를 반환해야 하고, 피보험자들은 보험회사에 지급받은 보험금을 반환해야 한다.
  • 두 부당이득반환채권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보험회사가 다수의 피보험자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반환을 청구하면 회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 따라서 피보험자의 무자력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고, 보험회사가 피보험자들의 진료비 반환채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과의 판단 차이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두 채권의 관련성과 회수상 편의만으로는 보전의 필요성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피보험자들이 무자력이라는 주장·증명이 없었고, 병원에 대한 진료비 반환채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보험회사의 보험금 반환채권을 실현할 수 없다는 특수한 관계도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법원은 다른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소를 각하하였다.
따라서 원심의 금전 지급명령은 유지되지 않았다. 다만 이 판결은 소송요건의 흠결을 이유로 소를 각하한 것으로, 병원 운영자의 진료비 반환의무나 피보험자의 보험금 반환의무가 실체법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정한 판결은 아니다.

관련판례

  •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 금전채권자가 채무자의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 행사한 사건이다.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할 위험, 대위행사의 유효·적절성, 채무자의 재산관리에 대한 부당한 간섭 여부를 종합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이 판단 기준을 실손보험자의 대위청구에 적용하였다.
  • 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 정유회사가 특정 주유소에서 자신의 제품과 상표만 사용하도록 요구할 권리를 보전하기 위하여, 계약 상대방의 주유소 운영자에 대한 권리를 대위 행사한 사건이다. 대상판결은 이 선례의 두 권리가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 있음을 설명하면서, 단순히 발생 경위가 연결된 이 사건의 금전채권들과 구별하였다.
  •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다89355 판결 골프장 사업의 투자약정과 부지 매매계약이 동일한 사업 목적과 인허가 실패라는 해제사유로 연결된 사건이다. 투자금 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매매계약 해제권 등의 대위행사가 문제 되었다. 대상판결은 이를 금전채권이라도 특수한 관련성에 따라 채무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는 사례로 제시하였다.
  • 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27646 전원합의체 판결 임의 비급여 진료비 수령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요건과 그 증명책임을 제시한 판결이다. 원심은 이 선례를 적용하여 예외 요건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에서는 이러한 진료비 반환 문제와 별도로 보험회사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요건이 핵심 쟁점이 되었다.

관련법령

  • 민법 제404조 제1항 채권자가 자기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한 규정이다. 이 사건의 핵심인 보전의 필요성의 근거이다.
  • 민법 제741조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이익의 반환의무를 정한다. 보험금 반환채권과 진료비 반환채권의 성립이 각각 문제 되었다.
  • 민법 제742조 채무가 없음을 알면서 변제한 경우의 반환 제한에 관한 규정이다. 피고가 항변하였으나, 원심은 피보험자들이 진료계약의 무효를 알고 지급하였다는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 민법 제744조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의 반환 제한에 관한 규정이다. 원심은 강행규정에 위반한 급부를 피고가 보유하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보아 관련 항변을 배척하였다.
  •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 및 별표 2 법정 비급여대상을 정한 규정이다. 이 사건 치료가 법정 비급여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인용되었다.
  •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받은 보험급여 또는 요양급여비용의 징수에 관한 규정이다. 원심이 임의 비급여 진료비 수령의 위법성을 판단하면서 참조하였다.
  •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가입자 등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요양기관의 업무정지에 관한 규정이다. 원심이 관련 법리를 설명하면서 인용하였다.
  • 민사소송법 제437조 상고법원의 파기자판에 관한 규정이다. 대법원은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아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소를 각하하였다.

사실관계

원고는 실손의료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이고, 피고는 피보험자들이 치료받은 병원의 운영자이다. 피보험자들은 병원에서 비염 개선을 위한 트리암시놀론 주사 치료를 받았다.
피고는 해당 치료를 비급여로 처리하여 피보험자들에게 진료비를 청구하였고, 피보험자들이 이를 지급하였다. 이후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청구에 따라 진료비 전액 또는 일부를 보험금으로 지급하였다. 항소심에서 청구 대상으로 정리된 보험금은 합계 27,303,944원이었다.
즉, 진료비는 피보험자가 병원에 지급하였고, 보험금은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게 지급하였다. 보험회사가 병원에 직접 진료비를 지급한 관계는 아니었다.
보험회사는 해당 치료가 법정 비급여에 해당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임의 비급여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토대로 다음 두 채권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 보험회사의 피보험자에 대한 채권: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
  • 피보험자의 병원 운영자에 대한 채권: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
보험회사는 첫 번째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두 번째 채권을 대위 행사하였다. 이때 채권자대위권 관계에서 채권자는 보험회사, 채무자는 피보험자, 제3채무자는 병원 운영자이다.
피고는 진료의 효과와 설명·동의 등을 들어 진료계약의 유효성을 주장하고, 보험회사의 보험금 반환채권과 채권자대위권 행사요건도 다투었다. 소송에서는 피보험자들이 무자력이라는 주장·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리

금전채권 보전과 채무자의 무자력
일반적인 판단 기준
금전채권자는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으로 채권을 실현한다. 채무자에게 충분한 재산이 있다면 그 권리를 대신 행사하여 책임재산을 보전할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따라서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채권자대위권 행사에서는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무자력이 요구된다. 다만 두 권리의 내용과 특성상 대위행사가 피보전채권의 실현에 긴밀하게 필요한 특수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보험회사가 보전하려는 것은 보험금 반환이라는 금전채권이었다. 피보험자들에게 자력이 있다면 그들을 상대로 보험금 반환을 청구하고 책임재산에 집행할 수 있으므로, 병원을 상대로 대위소송을 해야만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이 사건에서는 피보험자들의 무자력에 관한 주장·증명도 없어 원칙적인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사실상 관련성과 법적으로 밀접한 관련성의 구별
일반적인 판단 기준
두 채권의 발생 원인이나 목적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무자력 요건의 예외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위하려는 권리를 실현해야 보전하려는 채권도 실현될 수 있는 목적·수단 관계, 담보적 관계 등 특수한 연결이 필요하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보험금 반환채권과 진료비 반환채권은 동일한 진료행위와 관련되어 있었지만, 각각 독립된 보험계약과 진료계약을 바탕으로 발생하는 권리였다.
특히 보험금 반환채권은 보험약관상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사정을, 진료비 반환채권은 진료계약이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라는 사정을 각각 전제로 한다. 진료계약의 무효와 보험금 지급사유의 부존재는 구별하여 판단해야 한다.
피보험자가 병원에서 돈을 돌려받지 않더라도 자신의 다른 재산으로 보험회사에 반환할 수 있다면, 두 채권 사이에 대위행사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회수 편의와 보전의 필요성의 구별
일반적인 판단 기준
채권자대위권은 채권 회수 절차를 간편하게 만들기 위한 일반적인 수단이 아니다. 대위행사를 하지 않으면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할 위험이 있고, 대위행사가 그 위험을 제거하는 유효·적절한 방법이어야 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보험회사가 여러 피보험자에게 개별적으로 반환을 청구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사정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병원을 상대로 한 번에 청구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 대한 집행권원을 확보한 뒤, 피보험자의 병원에 대한 반환채권을 압류하여 추심·전부명령을 받는 방법도 제시하였다. 이러한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편의는 채권 실현이 불가능해질 위험과 구별된다.
피보험자의 재산관리와 진료관계에 대한 간섭
일반적인 판단 기준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피보험자가 병원에 진료비 반환을 청구할지는 치료 경위와 결과, 의료진과의 관계 등 개인별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진료계약에는 민감한 개인정보도 수반된다.
따라서 피보험자에게 자력이 있음에도 보험회사의 회수 목적만으로 그 진료관계에 개입하여 권리를 행사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반대의견과 판결의 적용 범위
대법관 5인의 반대의견은 두 반환채권이 동일한 위법한 진료행위를 매개로 발생하고, 병원에서 반환받는 진료비 중 보험금에 해당하는 부분은 결국 보험회사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또한 개별 피보험자와 보험회사 사이, 피보험자와 병원 사이에서 소송을 반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보험회사가 대위청구하면 피보험자를 분쟁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피보험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판결의 결론은 다수의견에 따른다. 다수의견도 모든 금전채권에서 무자력 요건의 예외를 폐지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의 두 반환채권 사이에서는 그 예외를 정당화할 정도의 특수한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무적 유의점

  • 대위소송에서는 피보전채권, 대위할 채권, 보전의 필요성을 구분하여 주장·증명해야 한다. 두 채권이 모두 존재하더라도 보전의 필요성이 없으면 소가 각하될 수 있다.
  • 무자력의 판단 대상은 병원 운영자가 아니라 채무자인 피보험자이다. 다수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한다면 각 피보험자의 자산·부채 및 채권 회수 가능성을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무자력 요건의 예외를 주장하려면 동일한 거래에서 발생했다는 설명을 넘어, 대위할 권리의 실현이 피보전채권의 실현에 왜 필수적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 임의 비급여 여부와 보험약관상 보장 여부를 구별해야 한다. 모든 비급여가 위법한 것은 아니며, 임의 비급여에서도 예외적 허용요건이 문제 된다. 진료계약이 무효라는 주장만으로 보험금 반환의무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 병원 측은 대위소송의 적법성과 진료비 반환의무의 성립을 나누어 대응해야 한다. 소송요건에 관한 항변과 함께 진료의 안전성·유효성·의학적 필요성, 관련 절차 및 사전 설명·동의 자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이 판결에 따른 소 각하를 병원의 진료비 수령이 적법하다는 판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환자의 직접 반환청구나 보험회사의 피보험자에 대한 반환청구는 각각 그 실체법상 요건에 따라 판단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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