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번호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22. 3. 17. 선고 2021나2026329 판결
사건명: 주주대표소송
관련 규정
상법 제343조는 회사가 주식을 소각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자본금 감소에 관한 규정에 따라야 하되, 이사회 결의에 따라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
상법 제399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상법 제403조는 일정한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회사에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하도록 서면으로 청구하고, 회사가 30일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주주가 회사를 위하여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상법 제438조는 자본금 감소를 위해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한다.
상법 제445조는 자본금 감소의 무효는 변경등기가 이루어진 날부터 6개월 내에 소로써만 주장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관계
원고는 비상장회사인 대경상사 주식 1,167주, 발행주식 총수의 15.8%를 보유한 주주였다. 피고는 대경상사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다.
피고는 자신의 배우자와 이혼하면서 부담하게 된 재산분할채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자신의 회사 주식을 이용하였다.
피고는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 6,499주 중 일부를 감자 처리하고 1주당 986,346원으로 현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2014년 6월 19일자 주주총회 특별결의서를 작성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주총회 소집절차와 회의절차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주총회 특별결의서는 존재하지만 실제 주주총회 결의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는 2014년 6월 26일 피고의 주식 1,657주가 소각되었다는 명목으로 피고의 배우자에게 1,634,348,422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실제 주주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특별결의서를 작성하여 상법상 감자절차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이사해임청구를 제기하였다. 원고는 2017년 1월 11일 승소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이후 원고는 회사에 제소청구서를 보내 피고가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적법한 절차 없이 자신의 주식을 회사에 처분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혔으므로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라고 요구하였다.
회사가 30일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자 원고는 2017년 8월 21일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제1심에서 상법 제341조 제4항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제1심이 이를 기각하자 항소심에서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선택적으로 추가하였다.
쟁점
첫째, 이 사건 거래가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한 것인지, 아니면 자본금 감소를 위한 주식소각인지가 문제 되었다.
둘째, 실제 주주총회 없이 작성된 특별결의서에 기초한 주식소각으로 회사자금이 지급된 경우 이사가 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셋째, 감자무효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주주대표소송으로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다.
넷째, 제소청구서에는 대상 이사와 책임발생 원인사실을 어느 정도로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다섯째, 제소청구서와 대표소송에서 적용 법률조항이 달라도 기초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면 청구가 적법한지가 문제 되었다.
여섯째, 이사의 손해배상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언제부터 발생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법리
1. 자기주식 소각과 자본금 감소를 위한 주식소각은 구별된다
상법상 주식소각에는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두 방식은 서로 요건과 절차가 다르다. 회사는 거래의 실질에 따라 어느 방식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파기환송심은 이 사건 특별결의서에 ‘감자’한다고 기재되어 있었고 회사도 주식소각에 따른 자본금 변동사항을 세무서에 신고한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이 적법하게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한 경우가 아니라 자본금 감소를 위한 주식소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상법 제341조 제4항에 따른 청구는 인정되지 않았다
원고는 제1심에서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이 없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피고가 상법 제341조 제4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이 사건이 상법 제341조에 따라 자기주식을 취득한 후 그 주식을 소각한 경우가 아니라고 보았다.
회사가 자본금 감소절차에 따라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소각하는 경우에는 상법 제341조의 자기주식취득 요건을 별도로 갖출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 상법 제341조 제4항을 직접 적용할 수는 없었다.
파기환송심은 원고의 상법 제341조 제4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3. 자본금 감소를 위한 주식소각에는 실제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형식적인 주주총회 의사록이나 특별결의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주주총회가 적법하게 소집·개최되어 특별결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대표이사로서 2014년 6월 19일자 주주총회 특별결의서를 작성했지만 실제 주주총회는 개최되지 않았다.
따라서 상법 제343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적법한 주식소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4. 적법한 소각이 없었으므로 피고는 여전히 해당 주식을 보유한다
실제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없어 주식소각이 효력을 갖지 못하므로 피고 소유의 주식 1,657주는 소각되지 않았다.
피고는 여전히 해당 주식의 소유자였다. 그런데도 피고는 자신의 주식이 소각되었다는 전제에서 회사자금으로 배우자에게 1,634,348,422원을 지급하게 하였다.
회사는 아무런 유효한 법률상 원인 없이 그 금액만큼 자산이 감소하였다. 파기환송심은 회사가 지급한 1,634,348,422원 전액을 회사의 손해로 인정하였다.
5. 이사의 법령 위반은 회사에 대한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이사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법령을 위반하였다면 그 행위 자체가 회사에 대한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그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사는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피고는 대표이사로서 적법한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주식이 소각된 것처럼 처리하고 회사자금을 개인적인 채무의 변제에 사용하였다.
파기환송심은 피고가 고의로 법령을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하고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6. 감자무효판결이 없어도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자본금 감소절차에 하자가 있는 경우 주주 등은 변경등기일부터 6개월 내에 감자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감자무효의 소와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목적과 법적 성질이 다르다.
감자무효의 소는 자본금 감소라는 단체법적 행위의 효력을 획일적으로 소멸시키기 위한 형성소송이다.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사의 법령 위반으로 회사에 발생한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책임추궁이다.
따라서 감자무효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감자무효의 제소기간이 지났더라도, 이사의 법령 위반과 회사의 손해가 인정되면 상법 제399조에 따른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7. 제소청구서는 회사가 대상 이사와 원인사실을 특정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려는 주주는 먼저 회사에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하도록 서면으로 청구해야 한다.
제소청구서에는 회사가 제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다음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책임추궁 대상 이사
책임발생의 원인이 되는 사실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취지
회사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요구
책임발생의 원인이 되는 사실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취지
회사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요구
다만 주주는 회사 내부의 업무와 자료에 정확하게 접근하기 어렵다.
따라서 제소청구서에 대상 이사의 성명이 명시되지 않았거나 원인사실이 다소 개략적으로 기재되었더라도, 회사가 제소청구서와 회사 보유 자료를 종합하여 대상 이사와 책임발생 원인사실을 특정할 수 있다면 적법한 제소청구로 보아야 한다.
8. 제소청구서와 소송에서 법적 평가가 달라도 된다
이 사건 제소청구서에는 피고가 상법 제341조 제4항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반면 항소심에서 추가된 청구는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었다.
법률상 근거는 다르지만 두 청구의 기초 사실은 동일하였다. 피고가 대표이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적법한 절차 없이 자신의 주식대금을 회사로부터 지급받았다는 사실이다.
대법원은 제소청구서와 대표소송에서 법적 평가만 달라진 경우에는 대표소송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9. 주주의 사익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주대표소송이 권리남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는 원고가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하여 대표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주주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항변을 배척하였다.
주주대표소송의 결과로 지급되는 손해배상금은 원고 주주 개인이 아니라 회사에 귀속된다. 주주에게 경영권 분쟁이나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대표소송이 곧바로 권리남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송의 실질적인 목적이 회사의 손해회복과 무관한 사익 추구이고 그 권리행사가 신의칙에 현저히 반한다는 사정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10. 이사의 손해배상채무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한다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이사의 손해배상채무는 회사에 대한 채무불이행책임이지만, 이행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채무이다.
따라서 이사는 회사 또는 회사를 대표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주주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한다.
원고는 2014년 11월 6일경 피고에게 발송한 내용증명으로 이미 이행을 청구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그 내용증명이 채권자인 회사를 대표하여 피고에게 상법 제399조 제1항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원고가 회사를 대표하여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기재한 2018년 10월 24일자 준비서면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 날인 2018년 10월 25일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한다고 판단하였다.
11. 선택적 청구를 인용할 때에는 주문에 해당 청구를 명시해야 한다
환송 전 원심은 상법 제399조의 청구를 인용하면서도 주문에서 당심에 추가된 청구를 인용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를 선택적 청구에 대한 주문 누락으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제1심판결을 전부 취소하고, “당심에서 추가된 원고의 선택적 청구에 따라” 피고가 회사에 5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문에 명시하였다.
파기환송심의 최종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실제 주주총회가 개최되지 않아 피고 주식 1,657주의 소각은 효력이 없고, 피고가 여전히 그 주식을 보유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도 피고는 회사자금 1,634,348,422원을 배우자에게 지급하게 하였으므로 회사에 같은 금액의 손해를 입혔다.
원고는 그중 일부인 5억 원만 청구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일부청구 전액을 인용하여 피고에게 회사에 다음 금액을 지급하라고 명하였다.
원금: 500,000,000원
2018년 10월 25일부터 2018년 11월 15일까지: 연 5%
2018년 11월 16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 연 15%
2019년 6월 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
2018년 10월 25일부터 2018년 11월 15일까지: 연 5%
2018년 11월 16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 연 15%
2019년 6월 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
상법 제341조 제4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와 그 밖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였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20%, 피고가 80%를 부담하도록 하였고, 5억 원 및 지연손해금 지급 부분에는 가집행을 명하였다.
결론
이 사건은 대표이사가 자신의 개인적 채무를 해결하기 위하여 실제 주주총회 없이 감자결의서를 작성하고, 자신의 주식이 소각된 것처럼 처리하여 회사자금을 유출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감자무효판결이 없더라도 이사의 법령 위반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상법 제399조에 따른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이 사건 거래를 자기주식취득 후 소각이 아니라 자본금 감소를 위한 주식소각으로 보아 상법 제341조 제4항의 청구는 배척하였다. 그러나 실제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존재하지 않아 주식소각은 효력이 없고, 회사가 지급한 약 16억 3,400만 원 전액이 회사의 손해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일부청구액 5억 원과 2018년 10월 25일부터의 지연손해금을 회사에 지급하도록 명하였다.
판결의 의의
대법원 판결과 파기환송심을 함께 보면 다음 법리가 명확해진다.
첫째, 주식소각이 자기주식취득 후 소각인지 자본금 감소를 위한 소각인지는 당사자가 주장하는 명칭이 아니라 결의내용·회계처리·자본금 변동 등 거래의 실질에 따라 판단한다.
둘째, 감자무효소송과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별개이다. 감자무효판결이 없더라도 회사자금 유출에 관한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셋째, 주주대표소송의 제소청구서에는 정확한 법률조항보다 책임발생의 기초 사실을 특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일한 사실관계라면 소송 중 법적 근거를 변경하거나 선택적으로 추가할 수 있다.
넷째, 회사가 대표이사의 개인적 채무를 변제한 경우 유효한 법률상 원인이나 회사에 상응하는 재산적 이익이 없다면 지급액 전부가 회사의 손해가 될 수 있다.
다섯째, 대표소송에서 상법 제399조의 손해배상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려면 주주가 회사를 대표하여 해당 손해배상을 구한다는 의사를 피고 이사에게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