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과실에 의한 공동불법행위 책임

핵심 결론 연쇄추돌과 화재를 피해 다른 차로로 대피하다 차량에 치인 경우, 선행사고 운전자도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질 수 있다. 차량 사이에 직접 충돌이 없거나 사고 차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가 끊어지지는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8다226015, 2010다28390, 2008다22481

해당 판결

대법원 2019년 6월 27일 선고 2018다226015 판결〔구상금〕
선행사고와 대피 중 발생한 인명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환송·확정
구분사건결과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5011080원고 패소
항소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년 3월 28일 선고 2017나65342원고 항소기각
대법원대법원 2019년 6월 27일 선고 2018다226015파기환송
환송 후서울중앙지방법원 2019나37600첨부 사건 경과상 강제조정으로 확정
환송 후에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으로 종결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2년 8월 17일 선고 2010다28390 판결 같은 서해대교 연쇄추돌 사고와 관련하여, 선행사고 운전자와 후행사고 운전자의 과실이 경합해 화재가 발생하였다면 화재로 인한 손해에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보았다. 이 사건은 그 법리를 화재를 피해 대피하던 사람의 후속 사고에 적용한 사례이다.
  • 대법원 2008년 6월 26일 선고 2008다22481 판결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한 연쇄추돌 사고에서 각 행위에 객관적인 관련공동성이 있으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 운전자들이 서로 의사를 같이하거나 공동으로 사고를 인식할 필요는 없다.

관련 법령

이 판결의 참조조문은 다음과 같다. 판결문에 구법의 개정 전 표시가 없어 그 표기를 따른다.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 민법 제760조: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 민법 제393조, 제396조, 제763조: 손해배상의 범위와 과실상계
  • 도로교통법 제64조, 제66조: 고속도로에서의 정차·주차 금지 및 운행 불능 시 조치
  •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40조: 고장자동차의 표지

사실관계

짙은 안개 속에서 시작된 추돌사고가 연쇄추돌과 화재로 이어졌다.
2006년 10월 3일 오전 7시 40분경, 서해대교에서 25t 트럭이 앞서 서행하던 1t 트럭을 추돌하였다. 사고를 일으킨 트럭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2차로에 정차하였고, 뒤따르던 승합차가 다시 이 트럭을 추돌하였다.
승합차 뒤의 승용차는 사고를 미리 보고 충돌 없이 정차하였다. 그러나 뒤따르던 택시가 이 승용차를 추돌했고, 그 뒤의 다른 승용차 등도 연쇄적으로 추돌하였다. 한편 3차로에서도 추돌사고와 화재가 발생하였다.
피해자는 추가 충돌과 화재를 피하려고 차에서 내렸다가 다른 차량에 치였다.
피해자는 연쇄추돌에 휘말린 승용차의 동승자였다. 추가 추돌을 피하려고 차에서 내렸고, 3차로 쪽에서 발생한 화재를 피해 반대편인 1차로로 대피하였다.
그때 1차로를 진행하던 카캐리어 트랙터가 피해자를 충격하여 골반골절과 우측 하지절단 등의 중상을 입혔다.
피해자를 충격한 차량 측이 먼저 배상한 뒤, 선행사고 차량 측에 분담을 요구하였다.
원고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는 피해자를 직접 충격한 카캐리어 차량의 보험자로서 손해를 배상한 후, 연쇄추돌을 일으킨 세 차량의 보험자들을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를 직접 친 차량 외에, 피해자가 위험을 피해 대피하게 만든 선행사고 차량들도 손해를 함께 부담해야 하는가”였다.

법리

가. 자신의 과실로 사고를 일으켜 도로에 정차한 운전자는 후속 사고에도 책임질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 차량이 안전조치 없이 주행차로에 정지하면, 뒤따르는 차량이 이를 추돌하거나 주변 차량·사람을 충격할 위험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다음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속 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 사고 후 안전조치를 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게을리한 경우
  • 안전조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더라도, 자신의 과실로 선행사고를 일으켜 정차하게 된 경우
이 사건에서 최초 사고 운전자는 전방주시의무 위반 등의 과실로 사고를 일으켰으므로, 안전조치를 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사정만으로 후속 사고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
나. 직접 충돌이 없거나 피해자가 다른 차로로 이동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끊어지지 않는다.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 차이는 다음과 같다.
쟁점원심대법원
2차로 연쇄추돌과 1차로 인명사고의 관계서로 별개의 사고로 평가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한 일련의 사고로 평가
피해자가 1차로로 이동한 경위후행사고를 별도로 판단연쇄추돌과 화재를 피하기 위한 대피라는 점을 중시
가해 차량들 사이의 직접 충돌 부재인과관계를 부정하는 판단직접 충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음
결론선행사고 차량 측의 책임 부정상당인과관계와 공동불법행위책임 인정
대법원이 주목한 것은 피해자가 왜 1차로에 있게 되었는지이다. 피해자의 대피는 연쇄추돌과 화재로 생긴 위험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었으므로,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를 선행사고와 무관한 사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중간 차량이 충돌 없이 정차했더라도, 그것만으로 최초 사고와의 인과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중간의 승용차가 앞선 사고를 발견하고 정상적으로 정차했지만, 그 뒤의 택시가 이를 추돌하면서 사고가 계속되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까지 포함한 전체 사고 경위를 살펴 최초 사고 운전자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중간에 한 차량이 충돌을 피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이후의 사고를 모두 독립된 사고로 분리할 수는 없다는 취지이다.
라. 운전자들 사이에 공모가 없어도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
공동불법행위는 가해자들이 함께 사고를 내기로 하였거나 서로의 행위를 알고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연결되어 손해를 발생시켰다면 성립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선행사고와 연쇄추돌, 화재 및 대피 중 인명사고가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에 대법원은 선행사고를 일으킨 세 차량의 운전자들이 피해자의 손해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연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 최종 충돌 장면뿐 아니라 피해자가 그 위험에 놓이게 된 전체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 사고 간 시간·거리, 차량 정차 위치, 화재 발생과 대피 경위가 핵심이다.
  • 안전조치 불이행과 선행사고 자체의 과실을 각각 검토해야 한다. 안전조치를 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도, 자신의 과실로 도로상 위험을 만들었다면 후속 사고에 책임질 수 있다.
  • 공동책임의 성립과 내부 분담비율은 구별해야 한다. 대법원은 선행사고 운전자들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이 판결에서 보험자별 구체적인 분담비율이나 구상금액까지 정하지는 않았다.
  • 최종 사건 경과는 ‘파기환송 후 강제조정으로 확정’으로 표시한다. 조정 내용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특정 금액이나 과실비율이 판결로 확정되었다고 기재해서는 안 된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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