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 [매매대금등지급청구의소]
이 글은 위 판결 중 오딘2 유한회사의 두산인프라코어 주식회사에 대한 동반매도요구권 관련 매매대금청구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하급심 및 환송 후 경과
-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 12. 선고 2015가합572866 판결
- 환송 전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8. 2. 21. 선고 2017나2016899 판결
- 환송 후 사건: 서울고등법원 2021나2003364
제1심은 투자자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환송 전 원심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매각절차에 협조하지 않아 조건 성취를 방해하였다고 보아, 두산인프라코어가 투자자의 지분을 매수하는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의제하고 매매대금청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계약 성립의 의제가 잘못되었다며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투자자는 환송 후인 2021년 10월 29일 두산인프라코어의 동의를 받아 소를 전부 취하하였다. 따라서 이 청구에 대해서는 파기환송심의 최종 본안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계약의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인 합의 또는 장래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계약이 성립한다.
-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2757 판결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신의성실에 반하는 조건 성취 방해로 상대방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라는 법리와 관련하여 인용되었다.
-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7다20371 판결 매매계약 성립에 필요한 목적물과 대금의 특정에 관한 법리와 관련하여 인용되었다.
관련 법령
- 민법 제2조 제1항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하여야 한다.
- 민법 제105조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 법률관계의 형성과 계약 해석에 관한 규정이다.
- 민법 제147조 조건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과 소멸을 정한다.
- 민법 제150조 제1항 조건의 성취로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 성취를 방해하면, 상대방은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사실관계
중국 건설기계 회사의 지분 취득과 투자회수 약정
투자자들은 2011년 3월 25일 두산인프라코어와 그 중국 내 지주회사로부터 중국 건설기계 회사인 DICC의 지분 20%를 3,800억 원에 매수하였다. 이후 오딘2가 투자자들의 계약상 지위를 승계하였다.
투자자와 두산인프라코어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여, 거래 종결일부터 3년 안에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분 매각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였다.
투자자는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까지 같은 조건으로 함께 매각하도록 요구할 수 있었다. 이것이 동반매도요구권이다.
다만 계약상 먼저 입찰절차를 거쳐 매수예정자와 가격 등 거래조건을 정하고, 이를 상대방에게 통지해야 했다. 통지를 받은 상대방은 다음과 같이 대응할 수 있었다.
- 자신의 지분도 제3자에게 함께 매각한다.
- 투자자의 지분을 자신이 직접 매수한다.
- 더 유리한 조건의 새로운 매수인을 제안한다.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아 매각절차를 진행하였다.
약정한 기간 안에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자 오딘2는 DICC 지분 100%의 매각을 추진하였다.
오딘2는 기업가치 평가와 투자소개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였으나, 두산인프라코어는 매각절차의 구체화나 인수희망자의 진정성 확인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충분히 응하지 않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인수희망자를 직접 만나 확인하겠다고 제안하였으나, 오딘2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매각절차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인수의향서를 받은 초기 단계에서 중단되었다.
투자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자신의 지분을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오딘2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비협조로 매수예정자와 매각가격이 결정되지 못했으므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두산인프라코어가 자신의 지분을 직접 매수하는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아 매매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청구하였다.
법리
매각절차에 대한 협조의무는 인정된다.
대법원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매각절차의 상황과 단계에 맞추어 자료를 제공하고 실사 기회를 부여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다.
동반매각을 통해 경영권을 포함한 전체 지분을 매각하려면 대상회사를 지배하는 대주주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두산인프라코어가 협조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원심의 결론도 유지하였다.
다만 투자자 역시 인수희망자의 진정성과 인수 목적 등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협조의무를 부담한다.
협조의무 위반과 조건 성취의 의제는 별개의 판단이다.
민법 제150조 제1항은 계약상 정당하게 기대되는 협력을 신의성실에 반하여 거부한 경우에도 유추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비협조만으로는 부족하다. 조건 성취 방해에 준할 정도의 신의칙 위반과 그로 인한 계약상 사항의 이행 불가능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매각절차가 초기 단계에 머물렀고, 본계약까지 여러 불확실한 절차가 남아 있었다. 따라서 자료제공에 충분히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최종 매수예정자와 가격이 결정되었을 것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조건 성취를 의제하더라도 계약에 없는 매수의무까지 만들 수는 없다.
대법원은 민법 제150조가 당사자가 희망했던 결과까지 의제하는 규정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매수예정자와 매각가격이 특정되지 않았다. 상대방이 동반매각에 응할지, 직접 매수할지, 다른 매수인을 제안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건 성취 방해를 이유로 두산인프라코어를 매수인으로 확정하고, 투자자 지분의 매수계약까지 성립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law.go.kr
직접 매수는 상대방의 권리이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었다.
계약의 기본 구조는 제3자에게 지분을 함께 매각하는 것이었다. 직접 매수나 다른 매수인 제안은 상대방이 그 결과를 변경하기 위해 행사할 수 있는 추가적인 권리였다.
따라서 이를 서로 대등한 선택채권으로 본 뒤 “다른 방법이 불가능하므로 직접 매수해야 한다”고 해석한 원심판단은 잘못되었다.
실무상 유의점
- 동반매도요구권과 투자자의 매수청구권을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 동반매각이 실패하거나 상대방이 방해한 경우 직접 매수의무를 부담시키려면 그 요건과 가격 산식을 명시해야 한다.
- 협조의무의 내용을 구체화해야 한다. 자료제공 범위와 기한, 실사 접근권, 인수희망자 확인절차, 비밀유지의무를 함께 정할 필요가 있다.
- 매매대금청구와 손해배상청구를 구분해야 한다. 협조의무 위반이 인정되어도 직접 매수계약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손해배상은 별도의 요건과 입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