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7후2178 판결〔등록취소(상)〕
대법원은 상표권 이전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혼동과, 종전 사업자의 신용에 편승하는 부정사용을 구별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종전 상표권자나 그 사용권자도 혼동의 대상이 되는 ‘타인’에 포함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
환송 전 원심: 특허법원 2017. 8. 24. 선고 2017허2628 판결
상표권 이전에 따른 출처혼동은 예정된 것이고, 종전 상표권자로부터 사용을 허락받은 회사는 해당 규정의 ‘타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등록취소사유를 부정하였다.
파기환송심: 특허법원 2020. 6. 18. 선고 2020허1984 판결
사용권자들의 구체적인 표장 사용과 홈페이지 표시 등이 통상적인 혼동의 범위를 넘어선 부정사용이라고 판단하였다. 상표권자가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는 주장도 배척하여, 특허심판원의 2017. 3. 14. 2016당4198 심결을 취소하였다.
파기환송심의 주문은 등록취소를 직접 선언한 것이 아니라, 등록취소심판청구를 기각한 심결을 취소한 것이다.
관련판례
-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후3329 판결: 사용권자의 부정사용에 따른 등록취소제도는 상표권자에게 사용권자 감독의무를 부과하여 소비자와 다른 상표 사용자의 신용을 보호하려는 제도라는 법리이다.
-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후2227 판결 및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후1214 판결: 실사용상표의 변형 정도, 대상상표와의 유사성, 실제 사용형태, 상품의 관련성 및 인지도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인 출처혼동의 우려를 판단한다는 법리이다.
- 대법원 2005. 6. 16. 선고 2002후1225 전원합의체 판결: 대상상표가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하거나 미등록상표이더라도 부정사용 판단에서 혼동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리이다.
-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후3462 판결: 사용권자에게 주의·경고를 하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용실태를 정기적으로 감독하는 등 실질적인 관리가 있어야 상표권자의 ‘상당한 주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이다. 파기환송심이 직접 인용하였다.
관련법령
-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3조 제1항 제8호 본문: 사용권자가 지정상품 또는 유사상품에 등록상표 또는 유사상표를 사용하여 품질오인이나 타인의 상품과의 혼동을 생기게 한 경우의 등록취소사유를 규정한다.
-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3조 제1항 제8호 단서: 상표권자가 사용권자의 부정사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를 한 경우에는 등록취소를 면하도록 규정한다.
-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 지정상품에 관한 등록상표의 독점적 사용권을 규정한다.
-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65조 제1항 및 제66조 제1항 제1호: 침해금지·예방청구권과 등록상표·지정상품의 유사범위에 대한 침해 간주행위를 규정한다. 대법원은 금지청구권의 범위와 독점적 사용권의 범위를 구별해야 한다는 근거로 참조하였다.
사실관계
홍해에프앤디는 종전 상표권자가 설립한 회사로서, ‘소문난 삼부자’ 등의 대상상표를 사용하여 조미김을 제조·판매해 왔다.
피고는 상표권 압류에 따른 환가절차에서 ‘삼부자’ 등록상표를 매수하여 2013. 9. 23. 이전등록을 마쳤다. 지정상품은 ‘김, 미역, 튀각’이었다. 이후 피고는 주식회사 삼부자와 주식회사 효성푸드에 상표 사용을 허락하였다.
사용권자들은 종전에 ‘삼부자’ 표장을 사용하다가, 2014년 7월 이후 ‘소문난’을 추가하여 홍해에프앤디가 사용해 온 대상상표와 동일하게 변경한 표장을 조미김·도시락김 등에 사용하였다.
여기에 다음 사정이 더해졌다.
- 주식회사 삼부자는 홈페이지 회사 연혁에 자신의 설립 이전인 1980년의 ‘삼부자김 판매 시작’과 1990년의 ‘홍해식품 설립’을 기재하였다.
- 주식회사 효성푸드는 홍해에프앤디의 캐릭터를 홈페이지에 그대로 사용하였다.
- 종전 상표권자는 별도로 ‘소문난 삼부자’ 표장에 관하여 조미김 판매대행업·판매알선업 등을 지정한 서비스표도 보유하고 있었다.
원고는 이러한 사용이 부정사용에 해당한다며 등록취소를 청구하였다. 원고는 종전 상표권자나 홍해에프앤디 자체가 아니라 별도의 인물이며, 파기환송심은 조미김을 취급하는 회사의 직원으로서 등록취소를 구할 독자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법리
① 상표권을 적법하게 취득했다는 사실만으로 사용방식까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상표권 이전 후 새로운 사용권자가 같은 상표를 사용하면 종전 사업자의 상품과 어느 정도 혼동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모든 혼동을 허용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등록상표·실사용상표·대상상표의 관계, 표장의 변형 정도, 실제 표시형태, 상품의 관련성, 사용실적 및 인지도 등을 세심하게 살펴 사회통념상 부정사용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타인의 유사상표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하여, 자신도 그 유사범위의 표장을 어떤 방식으로든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이다.
② 종전 상표권자와 그 사용권자도 혼동의 대상인 ‘타인’이 될 수 있다.
대상상표는 국내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특정인의 상표 또는 상품이라고 인식될 정도로 알려져 있어야 한다. 다만 등록상표일 필요는 없으며, 현재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보호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따라서 종전 상표권자로부터 사용을 허락받았던 홍해에프앤디도 현재 사용권자들과 별개의 출처로서 보호될 수 있다. 이는 종전 사업자에게 계속 사용할 권리를 일률적으로 인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부정사용 판단에서 그 사업자의 상품도 혼동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③ 표장 변경과 연혁·캐릭터 사용을 종합하여 사업승계에 관한 혼동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사용권자들이 등록상표를 그대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홍해에프앤디의 대상상표와 동일한 형태로 변경한 점을 중시하였다. 회사 연혁과 캐릭터까지 함께 사용한 사정은 소비자가 홍해에프앤디와 같은 회사이거나 그 사업을 승계한 회사로 인식할 가능성을 높였다.
파기환송심은 이러한 사용이 상표권 이전에 따라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혼동을 넘어서는 부정사용이라고 판단하였다.
④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는 점은 상표권자가 증명해야 한다.
참고한 주석서에 의하면, 사용권자의 부정사용으로 상표등록 자체가 취소될 수 있는 근거는 상표권자의 사용감독의무에 있다. 사용권을 자유롭게 설정하는 대신 그 사용을 감독할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
파기환송심은 상당한 주의를 인정하려면 단순한 주의·경고를 넘어 정기적인 사용실태 감독 등 실질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그 증명책임은 상표권자에게 있다고 보았다.
피고는 정품 캐릭터를 알리고 종전 사업자를 상대로 침해금지소송에서 승소했다는 등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사용권자들이 종전 사업자의 연혁과 캐릭터를 계속 사용한 점에 비추어, 그것만으로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⑤ 파기환송심은 부제소합의와 차명소송 주장도 배척하였다.
피고는 종전 상표권자 등과 체결한 부제소합의를 내세워 원고의 소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원고가 합의 당사자가 아니고, 명의를 빌려준 차명소송이라는 증거도 부족하며, 독자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아울러 소비자와 거래안전을 보호하는 이 사건 심결취소소송의 재판청구권을 그 합의로 포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파기환송심에서 추가로 다룬 쟁점이다.
실무적 유의점
① 상표권 취득과 영업승계를 구별해야 한다.
경매·환가절차나 양도로 상표권을 취득했더라도 종전 사업자의 역사, 포장, 캐릭터 및 영업상 신용을 함께 승계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취득한 권리와 별도로 확보해야 할 권리를 구분해야 한다.
② 라이선스 계약에는 실제 사용형태에 대한 관리절차가 필요하다.
등록표장 사용방법, 변경 시 사전승인, 포장·홈페이지 검토, 정기점검 및 시정조치 등을 정하고 이행자료를 남겨야 한다. 계약에 감독 조항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③ 회사 연혁과 브랜드 소개도 혼동 판단의 중요한 증거가 된다.
표장 자체뿐 아니라 ‘원조’, 창업연도, 전신 회사, 캐릭터 및 사업승계 설명이 소비자에게 어떤 출처를 인식시키는지 검토해야 한다.
④ 침해금지소송의 승소가 부정사용취소를 막아주지는 않는다.
타인의 상표 사용을 금지할 수 있다는 판단과 자신의 사용권자가 부정하게 상표를 사용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 사건 파기환송심도 종전 사업자에 대한 침해금지소송 승소만으로 상당한 주의를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