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0후10421 판결 [등록취소(상)]
- 원고·상고인: 양말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등록상표의 상표권자 A
- 피고·피상고인: 신발·구두 등에 대상상표를 사용하는 주식회사 B
- 결과: 상고기각. 원고의 고의적인 상표 부정사용을 이유로 상표등록을 취소한 심결이 유지되었다.
하급심 및 심판 경과
- 특허심판원 2019. 5. 24. 자 2017당3745 심결 원고가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지정상품에 고의로 사용하여 피고 상품과의 혼동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상표등록을 취소하였다.
- 특허법원 2020. 4. 2. 선고 2019허4857 판결 원고의 심결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종전 합의에 따른 권리남용 주장을 배척하고, 상표의 변형 사용, 출처 혼동 가능성 및 부정사용의 고의를 인정하였다.
이 사건은 상고기각으로 원심이 유지된 사건이며, 파기환송 사건은 아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5. 6. 16. 선고 2002후1225 전원합의체 판결 부정사용에 따른 상표등록 취소제도는 거래의 안전, 수요자의 이익과 타인의 영업상 신용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 제도라는 법리이다.
-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2후1521 판결 등록상표를 타인의 상표에 가깝게 변형하여 출처 혼동의 우려를 높였다면, 부정사용 취소심판에서는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의 사용으로 볼 수 있다는 법리이다.
-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후2227 판결
-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후1214 판결 상표의 변형 정도, 타인 상표와의 근사성, 사용 형태, 상품 간 관련성, 사용 실적과 인지도 등을 종합하여 출처 혼동의 우려를 판단한다.
- 대법원 1990. 9. 11. 선고 89후2304 판결 타인의 상품과의 혼동은 이종 상품 사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대상상표가 반드시 주지·저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3다54315 판결 혼동을 일으킬 만한 대상상표의 존재를 알면서 동일·유사한 실사용상표를 사용하면 부정사용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이다.
앞의 두 판례는 대법원이 직접 인용하였고, 나머지는 원심이 인용하였다.
관련 법령
-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1호 상표권자가 고의로 지정상품에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거나, 지정상품과 유사한 상품에 등록상표 또는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여 품질 오인이나 타인 상품과의 혼동을 일으킨 경우 상표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 상표법 제119조 제5항 제1항 제1호에 따른 상표등록 취소심판은 누구든지 청구할 수 있다는 근거이다.
-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가목, 나목 상품이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및 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하는 행위 등 상표의 사용을 규정한다.
원심은 2016년 9월 1일 전부개정 상표법 시행 이후에도 원고가 실사용상표를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하였다.
원심에 등장하는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 제10호부터 제12호까지는 다른 등록상표에 관한 별도 무효심판의 경과를 설명하면서 기재된 조문이다. 이 사건 등록취소의 직접적인 근거와 구분해야 한다.
사실관계
가. 종전 상표권자와 피고 사이에 상표 분쟁이 있었다.
이 사건 등록상표는 양말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고 있었다. 종전 상표권자는 F였고, 피고는 신발·구두 등에 자신의 상표를 사용하던 회사였다.
피고는 2002년 F를 상대로 표장사용금지소송을 제기하여 일부 승소하였다. 반대로 F는 피고가 양말에 표장을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아 상표권 침해로 고소하였다. 양측은 서로의 상표에 대한 취소·무효심판도 청구하였다.
나. 종전 합의는 소비자의 혼동 방지를 전제로 하였다.
F와 피고는 2003년 1월 27일 분쟁을 종결하기 위한 상표사용 합의각서를 작성하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에는 원칙적으로 상표권자인 F만 합의 대상 상표를 사용한다.
- 상표사용 시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막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피고는 F로부터 납품받아 판매하는 지정상품에 한하여 해당 상표를 사용할 수 있다.
- 양측은 기존 형사고소와 민사소송, 상표소송 등을 취하한다.
- F가 관련 상표를 양도할 때에는 피고를 우선협상대상으로 한다.
피고는 이후 표장사용금지소송을 취하하였다.
다. 원고가 상표권을 양수한 뒤 변형된 상표를 사용하였다.
F가 사망한 후 원고는 2013년 2월 7일 F의 상속인으로부터 이 사건 상표권을 양수하였다.
원고는 양말에 등록상표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여러 형태로 변형한 상표를 사용하였다. 등록상표는 도형 안의 영문 대문자와 하단의 한글이 결합된 형태였으나, 실사용상표에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었다.
- 도형과 한글을 빼고 영문자의 대소문자·글자체를 바꾼 형태
- 좌우 꼭짓점이 둥근 마름모 도형 안에 한글을 배치하고, 하단에 변형된 영문을 넣은 형태
원심은 이러한 변화가 피고의 문자상표 및 도형상표에 더 가까워지는 방향이었다고 판단하였다.
라. 원고는 종전 합의와 상품의 차이를 들어 다투었다.
피고가 2017년 11월 29일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하자 원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 종전 합의가 있으므로 피고의 취소심판청구는 권리남용이다.
- 실사용상표는 등록상표와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사용한 것이다.
- 양말과 구두는 비유사한 상품이므로 출처 혼동이 없다.
- 종전 합의에 따라 사용하였으므로 부정사용의 고의가 없다.
원고는 실제 사용자는 소매업자라는 주장도 하였으나, 원심은 원고의 사용사실에 관한 재판상 자백의 취소를 인정하지 않았다. 관련 증거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양말 포장 등에 실사용상표를 표시하여 양도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법리
가. 등록상표를 보유하고 있어도 부정한 변형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상표권자는 자신의 등록상표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용 형태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실사용상표가 타인의 상표와 동일·유사하게 보이도록 변형되었고, 등록상표를 그대로 사용할 때보다 출처 혼동의 우려를 높였다면, 부정사용 취소심판에서는 이를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의 사용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원래 등록상표의 일부 요소를 사용하였다’거나 ‘자신의 다른 등록상표를 사용하였다’는 주장만으로 취소사유가 배제되지 않는다. 실제 변형 방식과 그로 인한 혼동의 증가를 살펴야 한다.
나. 양말과 구두가 유사상품인지와 출처 혼동의 발생 여부는 구분된다.
원심은 양말과 신발·구두를 유사상품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부정사용 취소사유에서 말하는 타인의 상품과의 혼동은 이종 상품 사이에서도 생길 수 있다고 보았다.
피고는 신발뿐 아니라 의류·핸드백·패션 소품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였다. 당시 한 기업이 의류, 신발, 양말과 잡화를 함께 생산하거나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거래 형태도 일반화되어 있었다.
양말과 구두는 모두 발에 착용하는 패션제품이라는 관련성도 있었다. 이에 따라 수요자가 원고의 양말을 피고 또는 피고와 인적·자본적 관계가 있는 업체의 제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자신의 지정상품인 양말에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였다는 요건과, 피고의 구두 등과 출처 혼동을 일으킨다는 요건을 각각 충족한다고 본 것이다.
다. 대상상표가 반드시 주지·저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정사용에 따른 등록취소에서 혼동의 대상이 되는 타인의 상표는 반드시 주지·저명상표일 필요는 없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피고 상표의 장기간 사용, 전국적인 판매망, 매출 규모와 광고 실적 등이 혼동 가능성을 뒷받침하였다. 원심은 피고 상표가 저명성을 획득하였거나 적어도 수요자에게 특정 출처의 상표로 인식되고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라. 종전 상표사용 합의의 효력이 양수인에게 미친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
원고는 상표권을 양수하였지만, 종전 합의는 F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것이었다.
원심은 제출된 증거만으로 원고가 합의 당사자이거나 그 합의의 효력이 원고에게 미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는 모든 상표사용 합의가 양수인에게 승계될 수 없다는 일반론이 아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합의의 효력을 주장할 근거를 입증하지 못하였다는 판단이다.
마. 합의가 있더라도 혼동을 확대하는 사용까지 허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종전 합의 자체가 소비자의 오인·혼동 방지를 전제로 하였다. 따라서 등록상표를 피고 상표에 더 가깝게 변형하여 혼동의 우려를 높이는 사용까지 허용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려웠다.
또한 부정사용 취소제도는 거래자·수요자와 타인의 영업상 신용을 보호하는 공익적 제도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점을 함께 고려하여 피고의 취소심판청구가 권리남용이라는 주장을 배척하였다.
바. 출처 혼동의 위험을 알면서 사용을 계속한 점도 고의를 뒷받침하였다.
원심은 피고 상표의 인지도에 비추어 원고의 부정사용 고의를 인정하였다.
아울러 원고는 실사용상표 중 하나를 별도로 출원하였다가, 2016년 2월 17일자 이의결정과 2017년 9월 5일자 거절결정불복심결을 통해 피고 상표와 출처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그런데도 해당 상표를 계속 사용하였다.
따라서 종전 합의에 따라 사용하였다는 주장만으로 부정사용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원고는 등록상표를 피고 상표에 더 가까운 형태로 변형하여 양말에 사용하였고, 그 결과 피고의 신발·구두 등과 출처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인정되었다.
대법원은 종전 합의에 관한 항변과 권리남용 주장을 배척하고, 고의의 부정사용을 이유로 한 상표등록 취소를 유지하였다. 이 사건의 결론은 상표권자의 부정사용에 관한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한다. 사용권자의 부정사용이나 불사용을 이유로 취소한 사건으로 정리해서는 안 된다.
실무상 유의점
- 등록상표를 새롭게 디자인할 때에는 등록상표와의 동일성뿐 아니라 경쟁업체 상표에 더 가까워지는지, 혼동 위험이 증가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 상표권을 양수할 때에는 기존 공존합의·사용합의의 내용과 계약상 지위의 승계 여부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 공존합의에는 허용되는 표장의 형태, 상품, 변형 가능 범위와 양수인에 대한 효력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상품이 비유사하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공동 판매 관행과 브랜드의 사업 확장 등 경제적 관련성도 출처 혼동 판단에 영향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