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10770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조세범처벌법위반] — 재판장 박상옥, 주심 김창석 대법관
- 공2016하, 1956
-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피고인들 및 검사의 상고 전부)
- 판시사항: 법인의 사업자등록을 하면서 법인의 대표자 성명을 다른 사람의 것을 사용하거나 이를 허락한 경우, 조세범 처벌법 제11조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심급 경과
당사자 번호 주의: 항소심의 피고인 4(바지사장)가 대법원 판결에서는 피고인 3으로 표시된다(항소심 주문에 "피고인 4(대판:피고인 3)"으로 병기). 항소심에서 조세포탈 공동정범으로 기소되었다가 무죄가 선고된 토지업무 담당자(항소심 피고인 3)는 대법원 사건의 당사자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인용 시 두 판결의 피고인 번호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선고형(항소심)
관련 법령
- 조세범 처벌법 제11조 제1항 — 조세의 회피 또는 강제집행의 면탈을 목적으로 타인의 성명을 사용하여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타인 명의의 사업자등록을 이용하여 사업을 영위한 자
- 조세범 처벌법 제11조 제2항 — 같은 목적으로 자신의 성명을 사용하여 타인에게 사업자등록을 할 것을 허락하거나 자신 명의의 사업자등록을 타인이 이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도록 허락한 자
-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1항(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한 자), 제1항 단서 제1호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제2호, 제2항(포탈세액 5억 원 이상 시 가중처벌 및 벌금 병과)
- 형법 제30조(공동정범), 제37조·제38조(경합범), 제53조·제55조(작량감경), 제59조(선고유예), 제62조·제62조의2(집행유예·사회봉사), 제58조 제2항(무죄판결의 공시)
- 형사소송법 제325조(무죄), 제364조 제2항, 제369조, 제383조 제4호(양형부당 상고의 제한)
관련 판례
사실관계
당사자와 역할 분담
- 피고인 1: 2011년 6월경~2013년 6월경 창원시 소재 기획부동산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
- 피고인 2: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자금관리 등 경리 담당
- 피고인 3: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대상 부지 선정 및 용도변경·분할 업무 담당
- 피고인 4: 이른바 바지사장 역할
사업 구조
- 회사를 피고인 4 등의 명의로 등록한 후 포항·울산 일대 미개발 부동산 44필지를 매수하여 518필지 상당으로 분필한 다음 매입가액의 3~4배 이상 고가로 양도
- 장부를 작성·비치하지 않고, 양도대금 수령 즉시 차명계좌로 이체하거나 현금 인출하며, 세무신고 시 필요경비 과대계상·양도대금 축소신고 또는 무신고
사업자등록 명의 변경 경과
- 2011. 6. 16. 피고인 4 명의
- 2012. 4. 18. 공소외 4 명의
- 2012. 6. 1. 공소외 5 명의
연도별 조세포탈 내역
※ 피고인 4의 2012년분 포탈세액은 가담 기간(2012. 1.~4.)에 대응하여 351,064,856원으로 별도 산정
수사·심판 단계의 경과
- 법인통장 거래내역상 현금 출금액 합계 55억 1,028만 원. 피고인 3은 수사기관에서 "법인계좌에서 현금으로 빠져나간 돈은 거의 모두 99% 이상 피고인 1에게 가져다준 것이 분명하다"고 진술
- 피고인 2는 "피고인 1이 법인 명의 계좌에 현금을 많이 넣어두면 안 되니 수시로 인출해서 빼내야 한다고 해서 그 지시대로 즉시 현금 인출했다"고 진술
- 피고인 1은 자신의 급여가 책정된 바 없고, 월 급여를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변
- 피고인 1은 대표이사를 타인 명의로 등재한 이유에 대해 "왜 그렇게 남의 이름을 사용해서 대표이사로 등재하였는지 모르겠다"고 답변
- 조세심판원은 2015. 11. 26. 부외경비의 손금 해당 여부를 재조사하라는 결정. 부산지방국세청은 재조사 결과 2012년도 포탈세액을 1,053,194,600원 → 954,731,962원으로 경정(피고인 1의 급여, 텔레마케터 영업비용은 여전히 필요경비 불인정)
- 항소심에서 검사가 공소장변경 — 포탈세액을 낮추고 적용법조를 바꾸며 행위태양을 구체화. 이로써 원심판결이 유지될 수 없어 파기
- 항소심 계속 중 피고인 1이 포탈세액 중 4억 5,000만 원 납부, 관할 국세청이 피고인 1 소유 재산에 37억 2,362만 원 상당 압류
법리
[1] 조세범 처벌법 제11조의 구성요건 — 이 판결의 핵심
제11조 제1항은 조세 회피 등을 목적으로 타인의 성명을 사용하여 사업자등록을 하는 행위를, 제2항은 자신의 성명을 사용하여 사업자등록을 할 것을 허락하는 행위를 각 구성요건으로 한다.
위 규정의 내용, 입법 취지 및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구성요건은 사업자등록에서의 사업자의 성명 자체를 다른 사람의 것을 사용하거나 이를 허락한 경우를 말하는 것일 뿐이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인의 사업자등록을 하면서 단지 법인의 대표자 성명을 다른 사람의 것을 사용하거나 이를 허락한 경우는 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2] 항소심의 상세한 논증 — 실무상 인용가치가 높은 부분
항소심은 다음 네 단계로 논증했다.
첫째, 문언해석. 제1항의 '타인의 성명', 제2항의 '자신의 성명'은 글자 그대로 '다른 사람 또는 자기의 이름'으로 자연인의 성명을 의미함이 분명하다. 법인의 명칭을 성명이라 부르지 않으며, 이미 존재하는 법인의 명의를 사용하여 새로 사업자등록을 낼 방법도 없다(명칭이 같아도 사업자등록번호가 달라 동일 법인이라 할 수 없다). 결국 '타인', '자신'은 사업자등록의 주체를 의미하고, 따라서 대표자나 주주 등은 제외된다.
둘째, 2차 납세의무 논거의 배척. 1심은 대표자가 2차 납세의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포섭을 인정했으나, 국세기본법 등에 의하면 대표자라고 하여 당연히 법인세의 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런 논리만으로 형벌법규를 확장·유추해석할 수 없다.
셋째, 확장해석의 파급효과. 법인 사업자등록 시에는 주주 또는 출자자명세서도 제출하게 되어 있다. 등록 과정에서 다른 사람 이름을 사용한 행위를 모두 처벌한다면 주주 등의 이름을 빌린 행위에까지 처벌범위가 확장되는 난점이 있다.
넷째, '사용'과 '이용'의 구분. 조문은 '성명을 사용'과 '명의를 이용'을 나누어 쓰고 있다. 항소심은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이용'(기존 사업자등록을 쓰는 경우) → 그 명의가 자연인이든 법인이든 모두 가능하므로 조문이 '명의', '이용'이라는 표현을 둔 것
- '사용'(신규 사업자등록을 내는 경우) → 법인의 명칭을 쓰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자연인의 성명을 쓸 수밖에 없으므로 조문이 '성명'이라는 표현을 둔 것
즉 '사용'은 신규 사업자등록, '이용'은 기존 사업자등록을 각각 전제한다는 해석이다.
[3] 조세포탈죄의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 인정 근거
피고인들은 "급여를 과대계상했을 뿐 증빙자료를 조작하지 않았다", "세무대리인에게 의뢰한 회계장부를 제출한 바 있고 차명계좌로 재산을 은닉한 바 없으며 단순 과소신고·무신고에 불과하다"고 다퉜으나 배척되었다. 인정 근거는 다음과 같다.
- 타인 명의로 대표이사를 등재한 이유에 관해 합리적 설명을 하지 못한 점
- "법인 명의 계좌에 현금을 많이 넣어두면 안 된다"는 지시에 따른 즉시 현금 인출 행태는 조세 회피·포탈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점
- 수사 당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다가 기소된 후에야 제출하여 진정성에 의문이 있는 점
- 현금 출금액 55억 원 상당의 대부분을 피고인 1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인 1에게 별도 급여가 책정되어 있지 않았던 점(급여 명목 필요경비 주장의 기반 부재)
- 조세심판원 재조사 결정에 따른 부산지방국세청의 경정에서도 피고인 1의 급여와 텔레마케터 영업비용은 필요경비로 인정되지 않은 점
[4] 조세포탈 공동정범의 성립 범위(항소심 피고인 3 무죄)
토지 답사·분할·등기 업무를 담당하며 거래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거나, 법인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해 실질 운영자에게 교부한 적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지시에 따라 행한 업무내용에 불과하고 이것만으로 조세포탈의 공동정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회사가 부동산거래를 하면서도 조세를 납부하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진술 역시 조세 미납의 인식 정도에 불과하고, 이를 발판 삼아 공동정범으로 비약할 것은 아니다.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어야 한다.
[5] 절차적 판시
- 항소심에서 공소장변경으로 심판대상이 변경된 경우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어 파기하고 다시 판결한다(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다만 공소장변경에도 불구하고 판단대상이 되는 항소이유 주장은 별도로 판단한다.
-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양형부당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 상고장에 전부 불복 취지를 기재했더라도 상고장·상고이유서 어디에도 해당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 기재가 없으면 그 부분은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실무적 유의점
변호인 측
- 명의대여죄(제11조)는 조세포탈죄와 분리해 별도로 다투라. 이 사건은 조세포탈은 유죄, 명의대여는 무죄로 갈렸다. 바지사장을 내세운 사안에서 검찰이 두 죄를 묶어 기소하는 것이 통례이나, 법인 사업자등록이라면 제11조는 구성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는다.
- 적용 대상을 정확히 구분할 것. 제11조가 적용되는 것은 ⓐ 개인사업자 등록에서 사업자 본인 명의를 빌린 경우, ⓑ 기존 사업자등록(개인·법인 불문)을 이용하여 사업을 영위하거나 이를 허락한 경우다. 법인을 새로 만들면서 대표자란에만 남의 이름을 적은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 다만 '이용' 유형은 여전히 위험하다. 조문은 '타인 명의의 사업자등록을 이용하여 사업을 영위한 자'도 처벌하고, 이 경우 명의는 법인이라도 무방하다. 기존 법인의 사업자등록을 빌려 쓴 사안이라면 이 판결로 방어되지 않는다.
- 조세포탈의 '부정한 행위'를 다툴 때는 개별 행위로 분해하라. 이 사건에서 유죄의 결정타는 ⓐ 허위 급여지급명세서 작성·제출(적극적 문서 작성)과 ⓑ 현금 인출·차명계좌 은닉의 체계성이었다. 단순 무신고·과소신고 주장이 통하려면 이런 적극적 행위가 없어야 한다.
- 증빙자료는 수사 단계에서 제출하라. 기소 후에야 제출한 자료는 진정성 자체를 의심받는다. 이 사건에서 명시적으로 불리한 정상으로 지적되었다.
- 조세심판원 재조사 결정은 형사사건에서 양날의 칼이다. 세액 감액을 이끌어낸 점은 유리하지만, 재조사에서도 필요경비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부정행위 인정의 근거로 쓰였다.
- 단순 실행 보조자의 공동정범 성립은 다툴 실익이 크다. 지시에 따른 업무 수행, 미납 사실의 인식만으로는 부족하고 기능적 행위지배가 필요하다. 이 사건에서 토지업무 담당자는 현금 인출·전달까지 했음에도 무죄가 선고되었다.
- 양형 자료는 항소심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한다. 포탈세액 일부 납부(4억 5,000만 원)와 국세청의 재산 압류(37억여 원)로 향후 징수 가능성이 인정된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되었다. 10년 미만 형이 선고되면 상고심에서는 양형을 다툴 수 없으므로, 양형 자료는 반드시 항소심 변론종결 전에 제출해야 한다.
검찰 측
- 바지사장 사안에서 제11조로 기소할 때는 사업자등록의 명의 주체를 먼저 확인하라. 법인 명의 등록이라면 이 판결로 무죄가 예정되어 있다. 적용 가능한 다른 구성요건(조세포탈죄의 부정한 행위로 포섭, 상법상 범죄 등)을 검토해야 한다.
- 조세포탈 입증의 축은 '적극적 은닉행위의 체계성'이다. 이 사건에서는 ⓐ 허위 인건비 증빙, ⓑ 장부 미작성·파기, ⓒ 즉시 현금 인출 지시와 그 실행, ⓓ 차명계좌 및 배우자 명의 부동산 매수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이 인정되었다. 개별 행위가 아니라 흐름으로 구성해야 한다.
- 공동정범 기소 시 기능적 행위지배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라. 단순 업무 수행자까지 포함해 기소하면 무죄 부분이 생기고 무죄판결 요지 공시(형법 제58조 제2항)까지 따른다.
- 항소심 공소장변경은 원심판결 파기 사유가 된다. 포탈세액·적용법조·행위태양을 바꾸는 변경은 심판대상 자체를 변경하므로, 1심 단계에서 공소사실을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소송경제상 유리하다.
해석론상
- 이 판결이 제시한 **'사용'(신규 등록, 자연인 성명만 가능) / '이용'(기존 등록, 법인 명의도 가능)**의 대비는 제11조 해석의 기본 틀로 자리잡았다. 조문 문구를 인용할 때 이 구분을 함께 제시하면 논증이 간명해진다.
- 죄형법정주의에 기한 엄격해석 논증에서는 **"확장해석하면 어디까지 처벌범위가 넓어지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사건에서 항소심은 주주·출자자명세서의 주주 명의 차용까지 처벌하게 된다는 파급효과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