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6다271608 판결〔손해배상(기)〕
포털 운영자의 방조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이용자들의 직접적인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면서도, 포털 운영자에게는 해당 침해 게시물을 삭제·차단할 의무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건이다.
하급심
제1심은 포털 운영자인 피고의 책임을 부정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16. 11. 3. 선고 2015나2049406 판결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피고가 저작권 침해 게시물을 삭제·차단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에 법리오해가 있다고 보아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였다.
환송 후 서울고등법원은 2019. 11. 27. 자 2019나2014620 화해권고결정으로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취하하고, 피고는 이에 동의한다”, “화해 및 소송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고 정하였다.
첨부된 환송심 문서는 손해배상책임을 다시 판단한 판결이 아닌 화해권고결정이다. 결정문에는 확정 여부가 표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소 취하로 확정 종결되었다고까지 단정하지 않는다.
관련판례
포털이 제공한 게시공간에 저작권 침해 게시물이 있고 검색 기능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운영자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선행 판례이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직접 인용하였다.
관련법령
- 저작권법 제16조: 저작자의 복제권.
- 저작권법 제18조: 저작자의 공중송신권.
- 저작권법 제102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제한.
- 저작권법 제103조: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한 복제·전송의 중단 절차.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 민법 제760조 제3항: 교사자·방조자의 공동불법행위책임.
위 조문은 대법원 판결의 참조조문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민법상 부작위에 의한 방조책임의 전제가 되는 삭제·차단 의무의 인정 여부이다.
사실관계
원고는 강의자가 당구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고 직접 시범을 보여주는 당구 강좌 동영상을 제작하였다. 피고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의 회원들은 원고의 허락 없이 해당 동영상을 인터넷 카페에 업로드하여 일반인이 재생·시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저작권 침해를 알리고 조치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요청서에는 검색어와 카페의 대표주소 등을 기재하였을 뿐, 개별 침해 게시물의 인터넷 주소(URL)나 제목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다.
피고는 첨부된 사진 등으로 특정할 수 있는 일부 게시물을 삭제하고, 나머지 게시물은 구체적으로 특정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하였다. 직접 개별 게시물의 URL을 찾아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 맞는지 확인을 요청하기도 하였으나 원고는 답변하지 않았다. 원고는 특징 기반 필터링에 필요한 동영상 원본 파일도 제공하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가 삭제·차단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아 회원들의 저작권 침해를 방조하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법리
가. 이용자의 직접 침해와 포털 운영자의 방조책임은 별도로 판단한다
대법원은 회원들이 허락 없이 동영상을 업로드하여 일반인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한 행위가 원고의 복제권·전송권을 침해하였다는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직접 침해행위가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게시공간과 검색 기능을 제공한 포털 운영자도 당연히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운영자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는지를 별도로 심리해야 한다.
나. 삭제·차단 의무는 구체적 인식과 관리·통제 가능성을 기초로 판단한다
운영자가 구체적·개별적인 삭제·차단 요구를 받지 않아 침해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기술적·경제적으로 해당 게시물을 관리·통제할 수 없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삭제·차단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이트에 침해 게시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이나, 검색하면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다. 검색어와 카페 대표주소만으로는 이 사건 게시물이 충분히 특정되지 않았다
원고가 제시한 검색어로는 수많은 동영상이 검색되었고, 그중에는 원고의 동영상과 관계없는 자료도 포함되어 있었다. 카페 대표주소 역시 해당 카페의 여러 게시물 중 무엇이 침해 게시물인지 알려주지 못하였다.
대법원은 원고가 URL이나 게시물 제목 등으로 개별 게시물을 특정하기 특별히 어려웠다는 사정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다만 이 판결은 URL이 없으면 언제나 책임이 부정된다는 취지는 아니다. 다른 자료로 게시물이 구체적으로 특정되거나 운영자가 별도로 침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삭제의무를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도 함께 판단해야 한다.
라. 관리·통제 가능성은 실제 확인 작업과 비용을 고려한다
동영상은 일부 화면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저작권 침해를 단정하기 어렵다. 침해 여부를 확인하려면 영상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재생해야 할 수 있다.
대법원은 포털의 규모, 신고 건수, 업로드되는 동영상의 수와 재생시간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제공한 자료만으로 피고가 모든 침해 게시물을 찾아내 삭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과도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았다.
또한 이 사건에서 거론된 특징 기반 필터링을 적용하려면 원본 파일이 필요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는 해당 차단 조치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사정이지, 모든 삭제 요청에 원본 파일 제출이 필수라는 의미는 아니다.
마. 운영자가 실제로 취한 조치도 책임 판단에 반영한다
피고는 식별 가능한 게시물을 삭제하고, 게시물 특정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며, 개별 URL에 대한 확인까지 구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한 사정으로 평가하였다.
그 결과 피고에게 원고가 주장하는 범위의 삭제·차단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그 의무 위반을 전제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권리자는 삭제 요청 시 원저작물과 권리 보유 근거, 침해 게시물의 개별 URL·제목·게시자·화면 자료 등을 제시하여 운영자가 대상과 침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영자의 보완 요청에 대한 회신과 자료 제공 경과도 보존해야 한다.
운영자는 신고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조치를 유보하기보다, 이미 특정 가능한 게시물에는 조치하고 나머지는 필요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다. 신고 접수, 보완 요청, 확인 결과 및 삭제·경고 조치의 기록은 대응의 적정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된다.
주석서도 이 사건을 일반 포털의 부작위 방조책임에서 구체적인 조치의무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다룬다. 이를 일반적인 포털 사건과 서비스 구조가 다른 웹하드·P2P 등의 책임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운영자의 관여 방식과 인식, 통제 가능성을 각각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