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가. 대리권 수여에 관한 법리를 제시한 환송판결
대리권 수여는 명시적인 의사표시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의사표시로도 가능하며, 본인의 구체적인 행동을 통하여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리권 수여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나. 위약금 지급의무를 확정한 재상고심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다242218 판결〔위약배상금〕
매매계약의 성립, 대리권 수여 및 위약금 3억 3,000만 원의 지급의무를 인정한 환송심 판단을 유지하였다.
다만 지연손해금 일부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대법원이 직접 판단하였다. 따라서 일부 파기자판 및 나머지 상고기각으로 종결된 확정사례이다.
하급심
최종적으로 제1심과 환송심이 인정한 위약금 원금은 유지되고, 지연손해금의 적용 기간과 이율만 일부 변경되었다.
관련판례
가. 매매계약의 성립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고 매수인이 그 대가를 지급하기로 합의하면 매매계약이 성립한다는 법리에 관하여, 환송판결이 인용하였다.
나. 환송 전 항소심에서 승소한 채무자의 지연손해금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0341 판결〔손해배상(기)〕
제1심에서 패소한 피고가 항소심에서 승소하였다가 그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된 경우, 적어도 환송판결 선고 시까지는 이행의무를 다툴 상당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이율의 적용을 제한하는 법리이다. 재상고심은 이 법리를 적용하여 지연손해금을 조정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관련법령
가. 대리행위의 효력과 매매계약의 성립
- 민법 제114조 제1항: 대리인이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본인에게 직접 효력이 생긴다.
- 민법 제563조: 재산권 이전과 대금 지급에 관한 당사자의 약정으로 매매의 효력이 생긴다.
나. 이행 거절에 따른 해제와 위약금
- 민법 제544조: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이행최고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 민법 제398조 제2항·제4항: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면 감액할 수 있고,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다. 지연손해금과 대법원의 직접 판단
- 민법 제379조: 이 사건에서 적용된 민사 법정이율 연 5%의 근거이다.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제2항: 금전채무의 지연손해금과 이행의무의 존부·범위를 다투는 것이 타당한 경우의 적용 제한을 규정한다.
- 민사소송법 제437조: 대법원이 파기한 부분에 관하여 직접 재판한 근거이다.
판결문은 위 조문에 별도의 구법 표시를 붙이지 않았다. 아래 연 20%는 이 사건 판결이 적용한 이율이며, 현재 사건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이율을 뜻하지 않는다.
사실관계
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서 거래를 진행한 C
피고 B는 서울에 거주하면서 서귀포시에 있는 자신의 부동산을 33억 원에 매도하려고 수년간 매수인을 찾고 있었다.
제주에 거주하던 C는 피고의 부탁을 받고 매수인을 물색하다가 원고 A를 만나게 되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C가 단순히 매수인을 소개하고 조건을 전달하는 사람이었는지, 피고를 대신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할 권한까지 받은 사람이었는지이다.
나. 매도인의 가격 조정 허용과 계약금 수령 계좌 제공
C는 2014. 8. 6. 프랑스를 방문 중이던 피고와 세 차례 통화하여 원고의 매수 의사를 전달하였다.
피고는 C에게 다음과 같은 의사를 밝혔다.
- 매매대금에서 1,000만 원까지 감액할 수 있다고 하였다.
- 계약금을 받을 자신의 계좌번호를 문자메시지로 알려주었다.
다음 날 C는 피고의 대리인으로서 원고와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매매대금은 피고가 허용한 범위에서 감액한 32억 9,000만 원으로 정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피고 계좌로 계약금 3억 3,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다. 계약서의 주요 내용과 추후 협의하기로 한 사항
계약서의 매도인란에는 피고의 이름이, 매수인란에는 원고의 기명·날인이, 대리인란에는 C의 기명·무인이 있었다. 피고 자신의 서명·날인은 없었다.
따라서 계약서에 잔금 지급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본문에 날짜를 기재하되, 특약으로 지급 일정을 추후 조정하기로 한 구조였다.
라. 계약 체결 보고와 매도인의 계약서 확인
C는 계약 당일 피고에게 계약금 입금 사실과 귀국 후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이후 피고와 약 7분 26초간 통화하였다.
피고는 귀국 다음 날인 2014. 8. 11. C를 만나 계약서를 받았다.
당시 피고는 매매대금이나 C가 대리인으로 표시된 사실에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사항을 지적하거나 협의하였다.
- 계약서에 포함된 묘지 76㎡는 자신의 소유가 아니므로 제외해야 한다는 점
- 중도금 액수와 지급시기
법원은 이러한 태도도 대리권 수여와 계약 성립을 판단하는 중요한 사정으로 보았다.
마. 매도인의 이행 거절과 계약금 반환
피고는 2014. 8. 12. C를 통해 원고에게 계약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였다.
원고가 계약금 배액상환을 요구하자, 피고는 C에게 대리권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피고는 다음 날인 2014. 8. 13. 받았던 계약금 3억 3,000만 원만 반환하였다.
원고는 계약해제 의사를 담아 위약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소장 부본은 2014. 10. 30.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이 소송에서 청구한 3억 3,000만 원은 이미 반환받은 계약금과 별개의 위약금이다.
법리
가. 대리권 수여에는 반드시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리권을 주는 수권행위는 특별한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 불요식행위이다.
따라서 위임장을 작성하거나 대리권을 준다고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더라도, 본인의 의사와 행동을 종합하여 묵시적인 대리권 수여를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단순히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대리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매도 의뢰, 감액 한도 제시, 계약금 수령을 위한 계좌 제공, 계약 체결 보고, 계약서 확인 후의 태도를 종합하였다.
나. 실제 대리권 수여가 인정된 사건이다
법원은 C가 적법하게 매매계약 체결권한을 수여받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의 중심 법리는 묵시적 수권에 따른 유권대리이다. 대리권이 없음을 전제로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는 표현대리를 인정한 사례로 정리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또한 계약서를 받은 후 피고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정은, 전체 경위와 함께 대리권 수여를 추단하는 자료로 사용되었다. 이를 곧바로 무권대리행위의 추인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다. 지급 일정의 추후 협의나 계약서 재작성 예정만으로 계약 성립이 부정되지 않는다
환송 전 항소심은 세부 조건을 추가로 협의하고 계약을 완성할 예정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대리권 수여를 부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과 환송심은 이 사건에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고, 피고가 허용한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여 계약금까지 지급받은 점을 중시하였다.
따라서 중도금·잔금 일정을 추후 협의하거나 귀국 후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기로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미 이루어진 합의를 구속력 없는 교섭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모든 거래에서 목적물과 가격만 정하면 반드시 계약이 성립한다는 뜻은 아니다. 당사자가 추가 합의를 계약 성립의 전제로 삼았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라. 매도인의 계약금 반환은 계약관계를 적법하게 종료시키지 못하였다
피고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히면서 받은 계약금만 반환하였다.
환송심은 이를 명백한 이행 거절로 보아, 원고가 별도의 이행최고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계약은 원고의 해제 의사가 담긴 소장 부본이 송달된 2014. 10. 30. 해제되었다.
따라서 피고가 2014. 8. 13. 계약금을 반환한 시점에 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다.
마. 추가 지급액은 해약금 배액상환 자체가 아니라 손해배상 예정에 따른 위약금이다
계약서에는 해약금에 의한 해제 조항과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조항이 각각 존재하였다.
법원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제되었고, 계약금 상당액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정한 조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피고는 이미 반환한 계약금과 별도로 위약금 3억 3,000만 원을 지급하게 되었다.
피고는 위약금 감액도 주장하였으나, 환송심은 계약 체결 경위, 목적과 내용, 매매대금·계약금의 규모 및 거래관행 등을 고려하여 부당하게 과다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바. 환송 전 항소심에서 승소한 사정은 지연손해금 판단에 반영되었다
피고의 대리권 부인 주장은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환송 전 항소심에서는 실제로 받아들여져 원고 패소판결이 선고된 적이 있었다.
재상고심은 이 점을 고려하여, 그 판결이 파기된 2016. 5. 26.까지는 피고가 지급의무를 다툴 상당한 근거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최종 지급의무는 다음과 같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다시 환송하지 않고 직접 고쳐 판결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가. 중개 의뢰와 계약 체결권한 수여를 구체적으로 구별해야 한다
매수인을 찾아 달라는 부탁만으로 계약 체결권한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격 조정권한을 주고, 계약금 수령을 지시하며, 대리계약 체결 사실을 보고받고도 그에 맞추어 후속 협의를 진행하면 묵시적 수권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권한을 제한하려면 협상만 가능한지, 계약서 작성·서명까지 가능한지, 본인의 최종 승인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남겨야 한다.
나. 계약서 재작성 예정과 계약의 구속력 발생시점을 구별해야 한다
추후 정식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표현만으로 현재 작성한 계약서의 구속력이 배제되지는 않는다. 최종 서명이나 특정 조건의 합의 전에는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라면 그 내용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
다. 계약금 반환과 위약금 책임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받은 돈을 돌려주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성립한 계약의 불이행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은 계약금 반환이 완료된 후에도 같은 금액의 위약금 지급의무가 추가로 인정된 사례이다.
라. 최종 결과는 재상고심까지 반영해야 한다
이 사건을 최초 대법원의 파기환송 사례로만 소개하면 최종 결과가 빠진다. 반대로 환송심 판결이 전부 그대로 확정되었다고 설명하면 지연손해금 부분이 부정확해진다.
묵시적 대리권 수여와 위약금 원금은 인정되었고, 재상고심에서 지연손해금 일부만 변경되어 확정되었다고 정리하는 것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