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등기하지 않은 토지도 취득시효가 인정될 수 있는가 — 자주점유의 추정과 무단점유의 구별

핵심 결론 토지를 매수하여 점유했다면 미등기이거나 매도인이 등기명의자가 아니라는 사정만으로 자주점유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매도인에게 처분권한이 없음을 알면서 매수한 경우 등은 구별해야 합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3다43529, 2025다217605, 2025다217606

해당판결

대법원 2000. 3. 16. 선고 97다37661 전원합의체 판결
  • 사건명: 건물철거등
  • 원심: 창원지방법원 1997. 7. 4. 선고 97나1338 판결
  • 결과: 상고기각. 원고의 건물 등 철거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 확정

관련판례

가.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점유를 시작할 당시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법률행위나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타인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이 법리를 유지하면서, 매매에 따라 점유를 시작한 경우를 단순한 무단점유와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나. 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3다43529 판결

매매를 주장하는 점유자가 그 매매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매도인이 등기명의자가 아니거나 매수인이 등기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타주점유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다. 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5다217605, 2025다217606 판결

건물 2층을 취득한 사람들이 대지 지분의 취득시효를 주장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대지 지분까지 함께 매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 약 65년간 대지 지분의 이전등기를 요구하지 않고 관련 세금도 납부하지 않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미등기라는 사정 하나만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매수 대상과 점유 경위, 장기간의 권리행사 태도를 함께 고려한 사례입니다.
관련법률
  • 민법 제197조 제1항: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 민법 제245조 제1항: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20년간 부동산을 점유한 사람은 등기를 통하여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 민법 제186조: 매매 등 법률행위에 따른 부동산 물권변동에는 등기가 필요합니다.
  • 민법 제404조: 채권자는 자기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할 수 있습니다.
  • 민법 제2조: 권리행사와 의무이행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사실관계

가. 등기명의자가 아닌 사람에게 토지를 매수하여 장기간 점유

거제시 소재 552㎡의 토지는 원고 등의 피상속인 명의로 등기되어 있었습니다. 원고 등은 1957년 상속을 원인으로 1990년에 상속등기를 마쳤습니다.
전 점유자 A는 1965년 1월경 등기명의자가 아닌 B로부터 이 토지를 매수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채소를 재배하다가 같은 해 5월경 건물을 신축하고, 토지를 건물 부지와 마당으로 사용하였습니다.
A는 1985년 5월경 피고에게 토지와 건물을 매도하였고, 피고가 이후 계속 점유·사용하였습니다.

나. 토지 공유자의 철거청구와 피고의 취득시효 항변

토지 공유자인 원고는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피고에게 건물 등의 철거를 청구하였습니다.
피고는 A의 점유취득시효가 이미 완성되었고, 자신은 A에게 토지를 매수한 사람으로서 A의 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철거청구는 신의칙에 반한다고 항변하였습니다.

다. 법원이 인정한 권리관계

원심은 A가 점유를 시작한 1965년 1월경부터 자주점유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1985. 1. 31. A의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과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인 결론을 유지하였습니다.

법리

가. 자주점유는 등기 유무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자주점유란 자기 소유물처럼 지배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하는 점유를 뜻합니다. 그 여부는 점유자의 마음속 생각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점유를 시작한 원인과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민법은 점유자의 자주점유를 추정하므로, 이를 부정하는 상대방이 그 추정을 뒤집을 사정을 입증해야 합니다.

나. 매도인이 등기명의자가 아니라는 사실과 처분권한이 없음을 알았다는 사실은 구별됩니다

토지를 매수하였으나 매도인이 실제 소유자가 아니어서 곧바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매수인의 점유가 타주점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는 A가 매수 당시 B에게 처분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1965년 농촌지역의 거래 관행도 함께 고려하여 자주점유의 추정이 유지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처분권한이 없음을 잘 알면서 매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는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 악의의 무단점유에 관한 기존 전원합의체 판결을 변경한 것은 아닙니다

대상판결은 소유권 취득의 근거가 없음을 알면서 시작한 무단점유에 관하여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는 기존 법리를 그대로 인정하였습니다.
그 위에서 매매에 따라 점유를 취득한 경우에는 등기를 하지 않았거나 매도인이 등기명의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무단점유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라. 취득시효 완성과 소유권 취득은 구별해야 합니다

20년의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하여 등기 없이 곧바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효완성자는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권리를 취득하고, 등기를 마쳐야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이 사건에서 취득시효가 완성된 사람은 피고의 전 점유자 A입니다. 피고는 A에 대한 매매계약상 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A의 취득시효 완성에 따른 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피고에게 토지 소유권을 내세워 건물 등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마. 미등기 매수인의 점유를 일률적으로 타주점유로 보자는 견해는 반대의견입니다

반대의견은 부동산 물권변동에 등기를 요구하는 민법의 체계를 강조하여, 등기를 수반하지 않은 매매에 기초한 점유를 타주점유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반대의견의 내용을 이 판결의 결론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실무적 유의점

가. 매수한 대상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건물과 토지를 함께 매수하였는지, 건물만 매수하였는지, 토지의 사용권만 이전받았는지에 따라 점유의 성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매매계약서의 목적물 표시, 대금 산정, 인도 경위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나. 입증책임과 증거 확보의 필요성을 구별해야 합니다

매매계약서를 제출하지 못한다고 곧바로 타주점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제 분쟁에서는 계약서, 대금 지급자료, 종전 권리서류, 건물 신축자료, 당시 관계인의 진술 등이 점유 경위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소유자 측에서는 단순히 자신의 등기만 제시하기보다 임대차·사용승낙 관계, 매도인의 처분권한 부재에 대한 인식 등 자주점유의 추정을 뒤집을 구체적인 사정을 검토해야 합니다.

다. 누구의 취득시효가 언제 완성되었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현재 점유자 본인의 취득시효가 완성된 경우와, 전 점유자의 취득시효가 완성된 뒤 부동산을 매수한 경우는 청구 구조가 다릅니다.
이 사건처럼 전 점유자의 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해야 하는 경우에는 매매에 따른 등기청구권과 취득시효에 따른 등기청구권을 구분하여 주장해야 합니다. 철거청구를 방어한 것만으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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