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다215843 판결 [손해배상(기)]
- 원고: 주식회사 스페컴
- 피고: 한국정보통신 주식회사 외 16인
- 결과: 현대카드를 제외한 피고들의 패소 부분 파기환송, 현대카드의 상고 기각
하급심
서울고법 2013. 10. 15. 선고 2012나77060 판결
원심은 신용카드사들과 VAN사들의 수수료 인하 담합으로 원고가 손해를 입었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였다.
손해액은 담합이 없었다면 형성되었을 수수료를 건당 61.87원으로 보고, 실제 지급된 수수료 50원과의 차액인 11.87원에 매출전표 수거건수를 곱하여 산정하였다.
대법원은 책임 성립과 소멸시효 판단은 유지하였으나, 수거시기에 따라 원래 수수료가 달랐던 전표에 동일한 차액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하였다.
현대카드의 상고는 법정기간 내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상고장에도 상고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현대카드에 대해서만 손해액 산정방법이 실체적으로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관련 판례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 상당인과관계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때부터 진행한다. 그 시점은 객관적 사정과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해진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관련 법령
대법원 원문에는 공정거래법의 개정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아래 공정거래법 표기는 소 제기 당시 시행 중이던 연혁법령을 기준으로, 판결이 인용한 당시 조문을 현행법과 구분하여 표시한 것이다. 판결 원문의 괄호 표기를 그대로 인용한 것은 아니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1호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한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1항 법 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정한다. 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한 경우에는 책임을 면한다.
- 민법 제766조 제1항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
사실관계
신용카드사·VAN사·대리점의 업무구조
VAN사들은 신용카드가맹점과 신용카드사 사이에서 다음 업무를 수행하였다.
- 매출전표를 기초로 청구데이터를 생성하여 카드사에 전송하는 업무
- 매출전표를 수거·보관·검증하는 업무
VAN사들은 그중 매출전표 수거·보관·검증 업무를 스페컴과 같은 VAN 대리점에 재위탁하였다.
기존에 카드사가 VAN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건당 100원이었다. 이 중 데이터 처리업무에 대한 20원은 VAN사 몫이었고, 전표 수거 등 업무에 대한 80원은 가감 없이 대리점에 지급되었다.
따라서 스페컴은 VAN사와 직접 거래하는 용역공급자이면서, 카드사에 대해서는 VAN사를 거쳐 용역을 제공하는 간접적인 용역공급자였다.
대리점 몫을 줄이는 방식의 수수료 담합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를 논의하고, 카드사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공동 서비스 도입도 추진하였다.
VAN사들은 자신들의 데이터 처리 수수료 20원은 유지하면서 대리점에 지급되는 수수료를 80원에서 50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카드사들은 2005년 1월 12일 이를 받아들여 전체 수수료를 100원에서 70원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하였다. 이후 VAN사들과 변경계약을 체결하였다.
VAN사들도 2005년 3월 3일 대리점 수수료를 건당 50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스페컴은 그해 3월부터 인하된 수수료를 받게 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처분과 손해배상소송
공정거래위원회는 카드사들의 합의와 VAN사들의 합의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아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명령을 하였다.
일부 피고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일부 과징금납부명령은 산정방법의 문제로 취소되었지만, 시정명령은 적법하다고 판단되었다.
카드사 담합에 관한 최초의 상고기각 판결은 2009년 3월 26일 롯데카드 사건에서, VAN사 담합에 관한 최초의 상고기각 판결은 2009년 8월 27일 코밴 사건에서 선고되었다.
스페컴은 2011년 9월 9일 카드사들과 VAN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다215843 판결
법리
직접 계약관계가 없어도 담합과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청구할 수 있다
담합 사업자에게서 직접 상품을 구매한 사람뿐 아니라, 그 상품이나 이를 원재료로 한 상품을 다시 구매한 간접구매자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법리는 공급자 측에도 적용된다. 담합 사업자와 직접 계약하지 않았더라도 중간 사업자를 통하여 용역을 공급하고, 담합의 불이익이 자신에게 전달되었다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카드사들은 대리점 몫의 수수료를 낮추는 방식으로 전체 수수료를 인하하였다. 그 부담이 대리점에 그대로 전달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카드사와 직접 계약하지 않은 스페컴의 손해와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었다.
거래상 압박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VAN사들의 담합책임이 없어지지 않는다
VAN사들의 관련 시장점유율은 약 94%였다. 이들은 카드사로부터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자 대리점 수수료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합의를 하였다.
합의가 없었다면 각 VAN사는 기존 대리점 유지나 신규 대리점 유치를 위해 50원을 초과하는 수수료를 지급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경쟁 가능성을 차단한 합의가 대리점의 자유로운 수수료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였다.
손해는 종전 수수료와의 단순 차액이 아니다
담합 이전 수수료가 80원이고 담합 이후 50원이 되었다고 해서, 손해가 반드시 건당 30원인 것은 아니다.
담합이 없어도 원가·거래량·시장여건 등에 따라 수수료가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가격형성 요인은 유지하면서 담합의 영향만 제거한 ‘가상 경쟁수수료’를 산정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1차수거전표의 가상 경쟁수수료를 61.87원으로 보았다. 이에 따른 건당 손해는 다음과 같다.
61.87원 − 실제 지급 수수료 50원 = 11.87원
기존의 차등 수수료 구조도 손해액에 반영해야 한다
담합 이전부터 전표의 수거시기에 따라 수수료가 달랐다.
- 1차수거전표: 거래발생 다음 달까지 수거한 전표로, 수수료 전액 지급
- 2차수거전표: 그 이후 다음다음 달까지 수거한 전표로, 수수료의 80% 지급
따라서 2차수거전표에는 가상 경쟁수수료와 실제 수수료 모두 80%를 적용해야 한다.
가상 경쟁수수료: 61.87원 × 80% = 49.496원
실제 지급 수수료: 50원 × 80% = 40원
건당 손해: 49.496원 − 40원 = 9.496원
실제 지급 수수료: 50원 × 80% = 40원
건당 손해: 49.496원 − 40원 = 9.496원
원심은 2차수거전표에도 1차수거전표와 동일하게 11.87원을 적용하였다. 대법원은 이 부분의 손해액이 과다 산정되었다고 보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다215843 판결
공정거래법상 손해배상청구에도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
공정거래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이므로 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적용된다.
기산점은 수수료가 줄어든 사실만 안 날이 아니라, 위법한 담합과 그로 인한 손해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이다.
이 사건에서는 담합 해당 여부가 행정소송으로 다투어지고 있었던 사정을 고려하여, 관련 행정소송 판결이 확정된 때에 그러한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모든 담합업체의 행정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행위자 전원의 행정소송이 확정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같은 공동행위에 참여한 사업자 중 1인의 행정소송 판결이 확정되면, 관련 공동행위자 전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효 기산점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다.
- 카드사들에 대한 청구: 롯데카드 사건이 확정된 2009년 3월 26일
- VAN사들에 대한 청구: 코밴 사건이 확정된 2009년 8월 27일
소는 두 날짜로부터 모두 3년이 지나기 전인 2011년 9월 9일 제기되었으므로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
다만 이를 모든 담합 손해배상사건에서 반드시 행정소송 확정일부터 시효가 진행한다는 뜻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기본 기준은 피해자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시점이다.
결론
대법원은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카드사에 대해서도 스페컴의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보았고, 카드사들과 VAN사들의 배상책임 및 소멸시효 항변 배척을 유지하였다.
다만 전표 수거시기별 수수료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손해액 산정이 잘못되었다고 보아, 현대카드를 제외한 피고들의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현대카드의 상고는 상고이유 제출에 관한 절차상 사유로 기각하였다.
실무상 유의점
- 직접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수수료 인하 부담이 전달된 경로와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하면 담합업체에 청구할 수 있다.
- 담합 전후 가격 차액을 그대로 손해로 계산하지 말고, 담합 외 가격변동 요인을 분리해야 한다.
- 거래시기·업무범위·수수료 지급조건이 다르면 손해액도 구분하여 산정해야 한다.
- 공동행위자 중 최초로 확정된 행정소송을 확인해야 한다. 다른 업체들의 소송이 계속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시효 진행이 늦춰진다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