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법제처 판결 전문을 확인한 결과, 대법원은 ‘CONTINENTAL’과 ‘콘티넨탈’을 병기한 등록상표에서 영문 부분만 사용하더라도 거래통념상 동일한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종전 판례를 변경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
원심은 등록상표 중 영문 부분만 사용한 경우 유사한 상표의 사용은 될 수 있어도, 거래통념상 동일한 상표의 사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에 불사용취소심판에서의 상표 동일성에 관한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이 있다고 보아 파기환송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의 결론은 등록취소 여부에 대한 최종 확정이 아니라, 동일성을 인정하는 법리에 따라 다시 심리하도록 한 것이다.
관련판례
- 대법원 1995. 4. 25. 선고 93후1834 전원합의체 판결 및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후665 판결: 등록상표의 사용에는 등록된 표장 자체뿐 아니라 거래통념상 동일한 형태의 표장을 사용하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법리이다.
-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후698 판결, 같은 날 선고 92후711 판결, 대법원 2002. 9. 27. 선고 2001후2542 판결,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후1437 판결 및 같은 날 선고 2003후1673 판결: 영문·한글 음역 결합상표 중 한 부분을 생략한 사용의 동일성을 부정한 종전 판례들이다. 이 사건 전원합의체는 자신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들 판결과 같은 취지의 판결들을 변경하였다.
-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후11001 판결: ‘Valentine’ 문자는 유지했지만 독특한 도형을 삭제하고 전체 구성을 변경한 실사용표장의 동일성을 부정하였다. 단순한 한글 음역의 생략과 특징적인 도형의 삭제를 구별하는 후속 사례이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참조판례 및 변경 범위
관련법령
-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3조 제1항 제3호: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통상사용권자 중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지정상품에 관하여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의 등록취소사유를 규정한다.
-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3조 제4항: 불사용취소심판에서 피청구인이 심판청구 대상 지정상품 중 하나 이상에 대한 심판청구일 전 3년 이내의 국내 사용이나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를 증명하도록 규정한다.
사실관계
등록상표는 상단의 영문 ‘CONTINENTAL’과 하단의 한글 음역 ‘콘티넨탈’을 두 줄로 병기한 형태였다. 지정상품은 법제처 공개 판결문에서 ‘○○○벨트’로 표시되어 있다.
원고가 해당 상품에 사용하였다고 주장한 실사용상표는 등록상표 중 상단의 영문 ‘CONTINENTAL’만 표시한 형태였다.
불사용취소심판에서는 이처럼 한글 음역을 생략한 영문상표의 사용을 등록상표의 사용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다. 원심은 동일성을 부정하였지만, 대법원은 소비자가 인식하는 호칭과 관념이 유지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법원 판결 전문
법리
① 등록상표의 사용에는 거래통념상 동일한 형태의 사용도 포함된다.
불사용취소제도는 등록상표의 사용을 촉진하고 사용하지 않는 등록에 제재를 가하여 타인의 상표 선택 기회를 확보하려는 제도이다.
등록상표와 단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한 것만으로는 부족하지만, 등록된 견본과 외관이 완전히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통념상 동일하게 인식되는 형태라면 등록상표의 사용으로 인정할 수 있다.
② 영문 또는 한글 부분만의 사용이 인정되려면 일정한 요건이 필요하다.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요건은 다음과 같다.
- 등록상표가 영문자와 이를 단순히 음역한 한글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
- 그 결합으로 영문 단어 자체의 의미와 다른 새로운 관념이 생기지 않을 것.
- 어느 한 부분을 생략하더라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통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호칭될 것으로 보일 것.
이 요건을 충족하면 영문만 또는 한글 음역만 사용하는 경우에도 거래통념상 동일한 상표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결합상표의 일부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동일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③ 상표 사용의 현실과 소비자의 동일성 인식을 고려하였다.
대법원은 상품의 특성, 판매시장 및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표를 다소 변형하여 사용하는 것이 거래의 현실이라고 보았다.
소비자가 영문과 한글 음역을 같은 표현으로 이해하고, 한 부분만 사용해도 같은 상표라고 인식한다면 동일성을 부정하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의 신뢰에 어긋날 수 있다. 연합상표제도 폐지로 종전의 사용 특례가 사라진 점도 등록상표의 사용 범위를 탄력적으로 해석할 사정으로 고려하였다. 대법원 판결 이유
④ 이 사건에서는 호칭과 관념이 모두 유지되었다.
‘CONTINENTAL’과 ‘콘티넨탈’은 모두 ‘대륙 또는 대륙풍의’라는 관념을 일으키고, 두 표현을 결합하더라도 새로운 관념이 생기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CONTINENTAL’만으로도 통상 ‘콘티넨탈’이라고 호칭되므로, 한글 음역을 생략한 실사용상표가 등록상표와 동일한 호칭과 관념을 일으킨다고 판단하였다.
참고한 주석서에 의하면, 이 판결은 영문·한글 음역 결합상표의 일부 생략 사용을 허용하여 거래통념상 동일성의 판단을 탄력화한 사례이다. 다만 유사한 상표의 사용까지 일반적으로 허용한 것은 아니며, 등록상표와 실사용상표의 동일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그대로이다.
실무적 유의점
① 영문·한글 병기상표를 반드시 두 언어로 함께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 음역 관계이고 한 부분만으로도 동일한 호칭과 관념이 유지된다면, 실제 상품이나 광고에서 영문 또는 한글만 사용해도 불사용취소 방어가 가능하다.
② 독특한 도형이나 별도의 의미를 가진 문구의 삭제에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이 판결은 단순한 음역 부분을 생략한 경우에 관한 것이다. 식별력 있는 도형이나 독립적인 의미를 가진 구성요소를 삭제하였다면 상표 전체의 동일성이 유지되는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③ 동일성 인정과 실제 사용의 입증은 구별해야 한다.
실사용표장이 등록상표와 동일하더라도, 해당 기간에 국내에서 지정상품에 사용했다는 사실까지 증명해야 한다. 이 판결도 동일성에 관한 원심의 법리를 바로잡아 환송한 것이므로, 사용의 다른 요건까지 당연히 충족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④ 불사용취소와 침해 판단의 기준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불사용취소에서는 등록상표와 거래통념상 동일한 표장의 사용이어야 한다. 타인의 표장이 등록상표와 유사하여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과, 자신의 변형 사용으로 등록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은 구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