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2도235 판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노3503 판결
관련 판례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12 판결 ― 전환사채 발행이 실질적으로 신주인수대금 납입을 가장한 경우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0572 판결 ― 형사 파기환송판결의 기속력
대법원 2005. 12. 8. 선고 2003도7655 판결 ― 확정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의 증명력
대법원 2005. 1. 13. 선고 2004다19647 판결 ― 다른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의 증명력
환송 전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1. 12. 15. 선고 2011노2687 판결
관련 법령
파기환송심은 적용 법령을 다음과 같이 표시했습니다.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1호 ―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인 배임죄의 가중처벌
형법 제355조 제2항 ― 배임죄
형법 제356조 ― 업무상배임죄
형법 제30조 ― 공동정범
상법 제513조 ― 전환사채의 발행
상법 제628조 ― 납입가장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 항소심의 원심판결 파기 및 자판
사실관계
피고인은 피해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자로서 대표이사와 공모하여 신규 사업시설 투자 및 운영자금을 조달한다는 명목으로 싱가포르 니탄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미화 1,000만 달러의 해외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그러나 그중 미화 800만 달러 상당의 전환사채는 정상적인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지 않고, 피고인이 회사에 납입된 자금을 다시 이용하여 사실상 자신이 취득하기로 계획한 것이었습니다.
제1 전환사채 400만 달러
피고인은 2000년 6월 23일 사채업자 2명으로부터 각각 22억 6,500만 원씩 합계 45억 3,000만 원을 차용했습니다.
피고인은 사채업자들의 명의로 400만 달러 상당의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차용금으로 인수대금을 납입했습니다. 그러나 전환사채가 발행되자 회사 계좌에 입금된 돈 중 45억 3,000만 원을 즉시 인출하여 사채업자들에 대한 차용금 변제에 사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수대금이 회사 계좌를 일시적으로 거치기는 했지만 최종적으로 회사에 귀속되지 않았고, 피고인은 자신의 자금을 부담하지 않은 채 제1 전환사채를 취득했습니다.
제2 전환사채 400만 달러
니탄증권은 피고인과 사전에 체결한 재매수약정에 따라 또 다른 400만 달러 상당의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인수대금을 납입했습니다.
피고인은 회사에 입금된 인수대금 중 50억 원을 인출하여 현대신용금고에 30억 원, 강남신용금고에 20억 원을 예치했습니다.
그 후 회사 자금 50억 원을 담보로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회사들 명의로 대출을 받아, 니탄증권으로부터 제2 전환사채를 440만 달러에 재매수했습니다. 피고인은 다시 담보로 예치한 회사 자금 50억 원을 인출하여 재매수자금 조달을 위해 받은 대출금을 상환했습니다.
외형상으로는 니탄증권이 전환사채를 정상적으로 인수한 후 다른 회사들에 매각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니탄증권이 납입한 회사 자금을 이용하여 피고인이 전환사채를 다시 취득한 구조였습니다.
전환사채의 처분과 사후 자금 사용
피고인은 2000년 10월 4일 제1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후 같은 해 12월경 매각했습니다.
제2 전환사채는 2000년 8월 피해 회사의 경영권 양도를 전제로 제3자들에게 매각됐고, 매수인들이 2000년 10월 4일 이를 주식으로 전환했습니다.
피고인은 제1 전환사채에서 전환된 주식의 처분대금과 제2 전환사채의 처분대금 중 27억 원을 피해 회사에 입금했습니다. 나머지 중 27억 원은 다른 회사의 주식 인수자금으로 사용했습니다.
전환사채 발행자금 중 27억 원을 피고인에게 대여하여 다른 회사 주식을 취득하게 한다는 이사회의사록이 존재했지만, 이 의사록은 실제 거래가 끝난 뒤인 2001년 5월경 자금 지출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사후 작성된 것이었습니다.
피해 회사는 최종적으로 귀속되지 않은 전환사채 인수대금을 피고인에 대한 대여금으로 회계처리했으나, 이를 회수불능 채권으로 처리했습니다.
핵심쟁점
회사 계좌에 인수대금이 일시 입금됐더라도 곧바로 인출·환류됐다면 실질적인 납입으로 볼 수 있는가?
회사에 납입된 인수대금을 담보로 대출받아 전환사채를 재매수한 경우에도 가장납입에 의한 업무상배임이 성립하는가?
회사가 부담하게 된 전환사채 상환채무 전액을 재산상 손해로 볼 수 있는가?
전환사채나 전환주식의 매각대금 일부를 사후에 회사에 입금한 것이 배임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가?
공소사실과 실제 인정된 제2 전환사채의 자금조달 방식이 다르더라도 공소장변경 없이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가?
법리
전환사채는 발행 당시에는 사채의 성질을 가지며, 사채권자가 전환권을 행사한 때 비로소 주식으로 전환됩니다.
전환사채 발행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인수대금이 형식적으로 회사 계좌에 입금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액이 실질적으로 회사에 귀속되도록 조치할 업무상 임무를 부담합니다.
발행담당자와 인수인이 공모하여 제3자로부터 인수대금을 일시 차용해 납입하고, 사채 발행 직후 이를 인출하여 차용금을 변제했다면 실질적인 인수대금 납입으로 볼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인수인은 자신의 자금을 부담하지 않고 전환사채를 취득하는 이익을 얻고, 회사는 인수대금을 취득하지 못한 채 사채상환채무만 부담하게 됩니다. 따라서 인수대금 상당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고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합니다.
전환사채 발행 후 사채나 전환주식의 처분대금 일부를 회사에 입금하거나 전환권을 행사했더라도, 이는 사후적인 피해회복에 불과하므로 이미 성립한 업무상배임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제1심 및 환송 전 원심
제1심은 제1 전환사채 400만 달러에 관해서는 가장납입을 인정했지만, 이 부분은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면소를 선고했습니다.
제2 전환사채 400만 달러에 관해서는 니탄증권이 실제로 인수했다가 피고인이 재매수한 것으로 보아 가장납입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환송 전 원심도 결과적으로 제1심의 면소 및 무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또한 전환사채 처분대금 중 회사에 입금된 27억 원과 다른 회사의 주식 취득에 사용된 27억 원, 합계 54억 원은 피해 회사를 위하여 사용된 것으로 보아 이 부분에 대한 배임의 고의를 부정했습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단
대법원은 제1·제2 전환사채 모두 인수대금이 실질적으로 회사에 귀속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1 전환사채는 차용금으로 인수대금을 납입한 직후 회사 계좌에서 이를 인출하여 차용금을 변제했으므로 실질적인 납입이 없었습니다.
제2 전환사채도 니탄증권이 형식상 인수했지만, 피고인이 사전에 정한 계획에 따라 니탄증권이 납입한 회사 자금을 담보로 대출받아 재매수하고, 다시 회사 자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했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인수대금 없이 피고인이 전환사채를 취득한 것과 같았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800만 달러 상당의 전환사채를 취득하는 이익을 얻고, 피해 회사는 그에 상응하는 인수대금을 취득하지 못한 채 사채상환채무를 부담하게 됐으므로 800만 달러 전액에 관하여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파기환송심의 판단
1. 800만 달러 전액의 업무상배임 인정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제1·제2 전환사채 800만 달러, 한화 95억 3,000만 원 상당에 대한 업무상배임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회사가 최종적으로 인수대금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800만 달러 상당의 사채상환채무를 부담하게 됐으므로, 회사의 손해액과 피고인의 이득액은 모두 800만 달러 상당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 사후 입금 및 투자 주장의 배척
피고인이 전환사채 등의 처분대금 중 27억 원을 회사에 입금한 것은 처음부터 회사 운영자금을 조달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범행 후 피해를 일부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른 27억 원의 주식투자도 이사회의사록이 사후 작성됐고, 투자이익은 회사에 귀속시키되 손실은 피고인이 부담하는 비정상적인 구조였던 점 등에 비추어 피해 회사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피고인 개인을 위한 투자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위 54억 원의 사용은 배임의 고의나 800만 달러 전액의 손해 발생을 부정하는 사정이 되지 못했습니다.
3. 공소장변경의 필요성
공소사실은 제2 전환사채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조달해 납입한 후 바로 반환한 것처럼 기재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니탄증권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뒤 피고인이 회사 자금을 담보로 조달한 돈으로 이를 재매수한 구조였습니다.
파기환송심은 공소사실과 실제 인정된 행위가 형식적으로는 다르지만, 회사에 인수대금을 실질적으로 귀속시키지 않은 가장납입 방식의 전환사채 발행이라는 점에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니탄증권의 인수와 피고인의 재매수 사실은 피고인 자신이 주장한 내용이므로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도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공소장변경 없이 실제 거래구조를 범죄사실로 인정했습니다.
4. 파기환송판결의 기속력
피고인은 환송 후에도 배임의 고의와 회사의 손해 발생을 다퉜습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에서 새로운 증거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법원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이 파기이유로 제시한 사실상·법률상 판단에 기속된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결론
대법원은 환송 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파기환송심은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양형에서는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고 일부 피해를 변제한 사정이 유리하게 고려됐습니다. 반면 피해액이 95억 3,000만 원으로 크고, 실질적인 경영자가 대표이사와 공모하여 회사 자금을 순환시켜 전환사채를 취득한 점, 수사가 시작되자 출국하여 약 1년간 수사에 응하지 않은 점이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됐습니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전환사채 인수대금의 납입 여부를 형식적인 계좌 입금이 아니라 회사에 대한 실질적·최종적 귀속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인수대금이 회사 계좌에 잠시 입금됐더라도 곧바로 차용금 변제에 사용되거나, 그 인수대금을 담보로 전환사채를 재매수한 뒤 회사 자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했다면 실질적인 납입으로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업무상배임죄는 회사가 인수대금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환사채 상환채무를 부담한 때 성립하므로, 이후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처분대금 일부를 회사에 반환하더라도 범죄 성립이나 손해액이 소급하여 달라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