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정리
해당판례
-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사건명: 손해배상(기). 위임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의 요건과 범위를 잘못 판단하였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6다48211 판결 같은 사건의 재상고심이다. 원고의 상고이유를 항목별로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환송심판결이 확정되었다.
하급심
환송심은 기업인수가 무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불리한 시기의 해지나 배상할 손해가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매도인이 권리이전에 동의하지 않아 주식인도청구권이 원고에게 귀속되지 않았고, 피고가 이후 별도 출연으로 취득한 주식도 권리이전 불능으로 얻은 대체이익이 아니라고 보았다.
재상고심은 이러한 핵심 판단을 유지하였다. 다만 환송심의 모든 부가적 이유를 각각 심사하여 승인한 것은 아니다. 부당이득 부분에서는 주식인도청구권이 원고에게 귀속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주된 근거로 삼았고, 별도 출연에 관한 부가적 판단의 당부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았다.
관련판례
- 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18968 판결 위임계약 해지에 따른 배상범위는 계약 종료 자체로 생긴 손해가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해지하였다면 피할 수 있었던 손해라는 선례이다. 중개가 완료되지 않아 받지 못한 기대중개료의 배상을 부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이 법리를 기업인수 위임계약에 적용하였다.
-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64202 판결 위임계약의 임의해지와 불리한 시기의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에 관하여 대상판결이 함께 인용한 선례이다.
-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35482 판결 대상청구권이 인정되려면 급부를 불능하게 한 사정과 채무자가 취득한 대체이익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선례이다. 환송심은 이를 근거로 피고가 별도 출연으로 취득한 주식에 대한 대상청구권을 부정하였다.
- 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21337 판결 및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67743 판결 변론재개 여부에 관하여 재상고심이 인용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에게 주장·증명 기회가 충분히 있었으므로, 사실심 변론종결 후 새로운 주장을 하기 위한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관련법령
- 민법 제680조 위임의 성립에 관한 규정이다. 이 사건 약정의 기본적인 법적 성격을 판단하는 근거이다.
- 민법 제689조 제1항·제2항 위임계약의 임의해지와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경우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다.
- 민법 제684조 제2항 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 명의로 취득한 권리를 위임인에게 이전할 의무를 규정한다.
-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근거이다. 이 사건에서는 주식인도청구권 이전의무가 피고의 귀책사유 없이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 민법 제691조 위임 종료 후 급박한 사정이 있는 경우의 사무처리 계속의무를 규정한다. 원고는 이를 근거로 피고의 사무처리의무가 계속된다고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반환청구의 근거이다.
- 민법 제750조 비밀유지의무 위반이나 채권침해를 이유로 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와 관련된다.
- 상법 제48조 상행위의 대리에서 본인을 위한 행위임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의 효력을 정한다. 원고는 재상고심에서 이 조항에 따른 권리의 직접 귀속을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적법한 상고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 상법 제64조 상사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이다. 환송심은 대상청구권이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5년의 상사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부가적으로 판단하였다.
사실관계
당사자의 지위와 기업인수 구조
원고 주식회사 씨더블류에셋은 건설 시행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쌍용제지를 인수하려고 하였다. 피고 주식회사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투자조합의 자금 운용·관리와 기업투자 관련 자문 등을 수행하는 회사였다.
쌍용제지 주식의 매도인은 프록터 앤드 갬블 서비스 게엠베하, 즉 피앤지였다. 피앤지는 쌍용제지 발행주식의 약 99.94%를 보유하고 이를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하였다.
원고는 자체 규모와 인지도가 경쟁기업보다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명의와 전문성을 이용해 인수절차에 참여하였다. 원고도 별도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였으나 예비입찰을 통과하지 못하고 철회하였고, 피고는 본입찰 참가자격을 얻었다.
기업매수자문계약과 주식매매계약
원고와 피고는 먼저 기업인수 자문 등에 관한 합의를 하였고, 피고는 2006년 2월 17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이후 2006년 2월 24일 종전 합의를 대체하는 기업매수자문계약 및 조합운용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약정에 따라 원고는 인수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과 자금조달을 담당하고, 피고는 자기 명의로 인수절차를 진행하면서 프로젝트 펀드의 결성·운용과 기업인수 자문 등을 수행하기로 하였다. 피고에게는 인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되는 월 기본보수와 별도의 운용보수 등이 약정되어 있었다.
피고는 2006년 2월 27일 피앤지와 쌍용제지 주식을 657억 5,000만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에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계약상 권리를 양도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내부적인 기업인수 위임관계와 피고와 피앤지 사이의 외부적인 주식매매관계가 구분되어 있었다.
피고의 해지 통지와 매도인의 권리이전 거절
피고는 2006년 4월 5일 원고에게 약정을 해지한다고 통지하였다. 피고가 내세운 사유는 원고의 업종과 인수자격 문제, 인수조합의 미구성, 인수대금 차입 과정에서 쌍용제지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의 법적 위험 등이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약정상 채무불이행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약정의 기본적인 성격이 위임이므로 피고의 통지는 임의해지로서 효력이 있다고 보았다.
피고는 2006년 4월 8일 피앤지에 원고를 거래주체로 하는 방안을 통지하였다. 피앤지는 2006년 4월 10일 계약상 권리양도 제한조항을 근거로 원고에게 주식인도청구권을 이전하는 데 반대하였다.
피고 측의 별도 인수와 분쟁 발생
피고는 다른 투자자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여 별도로 인수를 추진하였다. 특수목적회사는 자금을 조달하여 2006년 5월 26일 인수대금을 지급하고 쌍용제지 주식을 취득하였다.
이후 특수목적회사가 쌍용제지에 흡수합병되면서 피고는 쌍용제지 주식을 보유하게 되었다.
원고는 피고가 자신을 위하여 진행하던 인수를 중단하고 그 인수기회와 이익을 차지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손해배상과 부당이득반환을 구하고, 환송심에서는 대상청구권에 기한 주식인도 청구도 추가하였다.
법리
위임계약의 성격과 임의해지의 효력
일반적인 판단 기준
계약의 성격은 명칭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계약의 내용, 체결 경위, 보수 구조와 당사자의 역할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위임계약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지하였으나 그 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그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689조 제1항의 임의해지로서 효력이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이 사건 약정의 기본적인 내용은 피고가 원고의 기업인수를 위한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었다. 법원은 이를 명의대여가 결합된 위임관계로 보았고, 위탁매매계약이나 동업관계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가 주장한 원고의 채무불이행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임의해지는 유효하였다. 계약이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하여 종결될 때까지 유효하다는 문구 등만으로 피고가 임의해지권을 포기하였다고 보지도 않았다.
불리한 시기의 해지와 배상할 손해
일반적인 판단 기준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에 위임계약을 해지하면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배상대상은 계약 종료로 얻지 못한 이익 전체가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해지하였다면 피할 수 있었던 손해이다.
사무가 완료되기 전에 해지되어 위임인이 기대한 성과를 얻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불리한 시기의 해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원고는 피고가 인수를 마쳤다면 쌍용제지 주식을 이전받아 얻었을 이익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계약 종료 자체로 얻지 못한 이익으로 보았다.
또한 이 사건 약정 체결 당시 이미 피고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약정 체결 후 더 이른 시점에 해지하였더라도 원고가 다른 대행자를 통하여 같은 매각절차에서 인수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보았다.
재상고심은 이러한 이유로 민법 제689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을 부정한 환송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부득이한 해지사유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손해배상책임까지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위임 종료 후 취득권리의 이전의무
일반적인 판단 기준
위임계약이 종료되어도 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 명의로 이미 취득한 권리를 이전할 의무가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전할 권리의 내용, 양도 제한, 상대방의 동의 필요성, 이전불능에 대한 귀책사유를 따로 판단해야 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해지 당시 피고가 보유한 것은 이미 취득을 완료한 쌍용제지 주식이 아니라,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그와 동시에 주식을 인도받을 수 있는 권리 또는 지위였다.
피고는 원칙적으로 이를 원고에게 이전할 의무가 있었으나, 피앤지가 계약상 양도 제한을 근거로 동의를 거절하였다. 법원은 그 이전의무가 피고의 귀책사유 없이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판단하여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민법 제691조를 근거로 피고가 계속 원고를 위하여 인수사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당이득반환과 상법 제48조 주장
일반적인 판단 기준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려면 상대방의 이익이 법률상 원인 없이 자신의 재산 또는 권리로부터 발생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주식인도청구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선행 쟁점이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귀속되어야 할 주식인도청구권을 이용해 주식을 취득하였으므로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환송심은 피앤지의 동의 거절로 주식인도청구권이 원고에게 귀속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재상고심에서 원고는 상법 제48조에 따라 주식인도청구권이 자신에게 직접 귀속된다고 주장하면서 채권침해와 침해부당이득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종전의 위탁매매계약 주장에 이러한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상고심에 이르러 처음 제시된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을 상법 제48조에 따른 권리 귀속의 가능성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판결로 확대해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대상청구권과 별도 출연으로 취득한 주식
일반적인 판단 기준
대상청구권은 원래의 급부가 후발적으로 불가능해진 경우, 채무자가 그 불능을 초래한 사정으로 얻은 대체이익을 채권자가 청구하는 권리이다.
급부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실과 채무자가 이후 다른 재산을 취득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불능을 초래한 사정과 대체이익의 취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주식인도청구권의 이전이 불가능해진 원인은 피앤지의 동의 거절이었다. 반면 피고가 이후 쌍용제지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것은 다른 투자자와의 투자계약, 특수목적회사 설립, 인수대금 지급 및 합병이라는 별도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재상고심은 피고가 취득한 주식이 권리이전 불능으로 얻은 대체이익이 아니라, 별도의 출연행위로 취득한 재산이라는 환송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았다.
환송심은 상사소멸시효 완성도 부가적으로 판단하였으나, 재상고심은 대상청구권의 성립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유지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비밀유지의무와 변론재개
일반적인 판단 기준
임의해지가 유효하더라도 별도의 비밀유지의무 위반이나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는 해당 의무와 행위의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한 충분한 주장·증명 기회가 있었음에도 사실심 변론종결 후 새로운 주장을 하기 위해 변론재개를 신청한 경우, 법원이 반드시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최초 상고심은 피고가 주식인도청구권의 이전 동의를 구하려면 피앤지에 실제 인수주체가 원고임을 밝힐 필요가 있었다는 사정 등을 고려하여 비밀유지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부정한 결론을 유지하였다.
재상고심은 원고가 제1심부터 환송심까지 상법 제48조에 관한 주장을 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환송심 변론종결 후에야 이를 위한 변론재개를 신청하였다는 점을 들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 임의해지의 제한은 계약에서 구체화해야 한다. 기업인수처럼 중도 이탈의 영향이 큰 거래에서는 해지 제한기간, 사전 통지기간, 인계의무와 중도 해지 시 정산·배상기준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 해지 자체의 손해와 해지 시기 때문에 발생한 손해를 구분하여 주장해야 한다. 인수 성공 시 얻을 이익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언제 해지했어야 하고 그때 해지했다면 어떤 손해를 피할 수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 내부 위임약정과 외부 매매계약의 권리이전 구조를 맞추어야 한다. 명의상 매수인이 취득한 권리를 실제 인수자에게 넘길 계획이라면, 매도인의 사전 동의와 양도 제한조항을 확인해야 한다.
- 이전 대상이 주식인지 주식인도청구권인지 구별해야 한다. 해지 당시 아직 매매대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이미 취득한 주식의 반환 문제와 동일하게 다룰 수 없다.
- 부당이득반환과 대상청구권은 별도로 구성해야 한다. 전자는 이익이 원고의 재산·권리로부터 발생하였는지, 후자는 이행불능의 원인으로 대체이익을 취득하였는지가 핵심이다.
- 권리 귀속에 관한 주장은 사실심에서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 위임·위탁매매·상사대리는 권리 귀속 구조가 다르므로, 이를 포괄적으로 주장해 두었다고 생각하고 구체적인 법적 구성과 증명을 상고심까지 미루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