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누36408 판결
〔고용보험피보험자격취득상실원천삭제불인정처분취소〕
〔고용보험피보험자격취득상실원천삭제불인정처분취소〕
원고 회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상고 없이 확정된 사건이다.
하급심
서울행정법원 2016. 1. 21. 선고 2014구합21646 판결
처분 대상자 45명 중 실제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명의만 빌려준 7명에 관한 처분은 취소하고, 나머지 38명에 관한 원고의 청구는 기각하였다. 원고 회사가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63185, 2011다63192(병합) 판결
대표이사가 자신의 권한을 제3자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회사를 지배하는 사람이라도 개별적·구체적인 위임이나 승낙 없이 회사 명의로 한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무권대리행위이다.
나.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70018 판결
표현대표이사 책임이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선의와 함께 회사가 표현대표를 적극적 또는 묵시적으로 허용하였다는 사정이 필요하다.
다. 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34709 판결
이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대표권을 나타내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회사가 허용하거나 알면서도 방치한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가 유추 적용될 수 있다.
라. 대법원 1993. 1. 26. 선고 92다11695 판결
전적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동의 없는 전적 관행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인정되려면 기업 내에서 규범적 사실이나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 포괄적인 사전동의를 받는 경우에도 전적 대상 기업과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한다.
관련법령
항소심이 대표권과 회사 책임에 관하여 직접 적용한 조문은 다음과 같다. 판결문은 아래 조문에 별도의 구법 표시를 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와 관계인의 지위
나. 주식·경영권 인수와 대표자 변경
L은 춘천의 리조트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분양 홍보에 활용하기 위하여 한강 유람선을 운영하던 원고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였다.
L은 M의 명의로 회사를 인수하되 인수대금은 자신이 부담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T과 M은 2012. 8. 24. 원고 회사의 주식 60,000주와 경영권을 150억 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같은 날 원고 회사의 상호는 A에서 U로 변경되었고, T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M이 대표권 있는 사내이사로 취임하였다. 이후 L이 회장 명칭을 사용하며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하였다.
이 거래는 원고 회사의 주식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거래였다. A회사와 U회사는 상호만 변경된 동일한 법인이며, 다른 계열회사 근로자들의 소속을 원고 회사로 옮기는 전적은 별도로 이루어진 인사조치였다.
다. 계열회사 근로자들의 소속 변경과 근로계약 체결
L의 지시에 따라 N회사와 계열회사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의 소속이 주로 2012년 9월경 원고 회사로 변경되었다.
일부 근로자는 소속 변경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는 이를 알지 못하였다. 다만 소속 변경 전후로 담당 업무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업무 지시자도 동일하였다. 전적 사실을 몰랐던 근로자 중에는 회사 상호가 자주 바뀌는 것으로 이해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 중 W·X·Y·Z·AA 등 5명에 대해서는 원고 회사 대표자인 M 명의로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다. 실제 계약 체결에는 L이 관여하였다.
원고 회사는 근로자들의 급여대장을 작성·관리하였으나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후 근로자들은 퇴사하거나 다른 계열회사로 소속을 옮겼다.
라. 인수계약 해제 후 고용보험 가입 이력 삭제 요구
T은 계약금 70억 원을 지급받지 못하자 2013. 5. 3. M에게 주식양수도계약을 해제한다는 통지를 하였다. 원고 회사의 상호는 다시 A로 변경되었고, M이 사임하면서 T이 대표권 있는 사내이사로 복귀하였다.
이후 원고 회사는 해당 근로자들이 실제로는 자신의 근로자가 아니었다며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취득·상실 이력을 원천삭제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원고는 L이 회사 직인과 M의 인장을 도용하여 근로계약서를 위조하고, 자신이 운영하던 계열회사 직원들을 원고 회사 직원으로 위장등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행정청은 최종적으로 45명에 관하여 피보험자격을 인정하는 처분을 하였고, 원고 회사가 그 취소를 구하였다.
마. 실제 근로자와 명의대여자의 구분
제1심은 45명 전부를 동일하게 판단하지 않았다.
법리
가. 인수대금 미지급이나 내부적인 대표권 제한을 근로자에게 그대로 주장할 수 있는가
원고 회사는 주식양수대금이 지급되지 않았으므로 M에게 유효한 경영권이 없었고, 경영권이 있더라도 계약상 담보 목적의 범위로 제한된다고 주장하였다.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 회사는 인수대금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M을 대표권 있는 사내이사로 등기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대표권의 흠결이나 내부적인 제한을 알지 못한 근로자들에게 그 사정을 들어 계약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주식양수도계약 당사자 사이의 대금 지급 문제와 회사 대표자의 외관을 신뢰한 근로자 보호 문제를 구분한 판단이다.
나. 실질 경영자에게 대표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하면 근로계약 체결 권한이 생기는가
항소심은 L이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M으로부터 대표자로서의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적법한 계약 체결 권한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표이사의 권한을 제3자에게 포괄적으로 넘기는 것은 대표이사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는 L이 M으로부터 해당 근로계약 체결에 관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위임이나 승낙을 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었다. 따라서 항소심은 L의 계약 체결을 권한 없는 자의 행위로 판단하였다.
다만 여기서 판단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권한이 없더라도 회사가 만들어 놓거나 묵인한 외관 때문에 회사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다. 실제 계약 체결 권한이 없는데도 회사가 책임을 지는 이유
항소심은 다음 사정을 근거로 원고 회사의 표현대표이사 책임을 인정하였다.
- M은 L이 회장 직함을 사용하고 자신의 대표자 직인을 회사 업무에 일반적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M은 근로계약이 체결될 때까지 이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 근로자들은 회장 명칭을 사용하고 회사 인감 등을 소지한 L에게 회사 대표자를 대신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
- 근로자들이 L에게 그러한 권한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볼 사정이 없었다.
즉, 회사가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묵인하였으므로, 그 외관을 신뢰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L이 자신의 이름이 아닌 M의 이름과 인장을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도 표현대표이사 책임을 부정하는 이유가 되지 않았다.
라. 제1심과 항소심의 차이
항소심은 제1심의 근로자성 인정에 관한 판단 부분을 대체하고, 대표권과 표현대표이사 책임을 구분하여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을 “실질 경영자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하면 그가 체결한 근로계약은 모두 유효하다”는 사례로 정리해서는 안 된다.
마. 계열회사 사이의 전적에도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가
전적은 다른 법인으로 사용자가 바뀌는 것이므로, 같은 회사 안에서의 전근·전보와 구별된다.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전적 관행과 근로자들의 묵시적 동의를 인정하였다.
- 그룹 내에서 근로자의 소속을 운영법인으로 옮기는 관행이 있었다.
- 근로자들의 업무와 업무 지시자가 전적 전후로 대체로 동일하였다.
- 전적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던 근로자뿐 아니라 나중에 알게 된 근로자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 이러한 소속 변경이 구성원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되어 있었다.
단순히 같은 그룹에 속한다거나 근로자가 항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전적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관행의 정착 정도와 실제 근무 상황을 함께 판단한 것이다.
바. 고용보험 등록 여부만으로 근로관계가 결정되는가
이 사건에서는 고용보험에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대상자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실제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명의만 빌려준 7명에 관한 처분은 취소되었다.
반대로 실제 근로관계가 인정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회사가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되지 않았다.
결국 판단의 중심은 등록 형식이나 임금의 실제 지급 여부만이 아니라, 근로계약의 효력·전적 경위·실제 근로 제공 관계에 있었다.
실무적 유의점
가. 실제 권한과 외관에 따른 회사 책임을 나누어 검토해야 한다
실질 경영자에게 구체적인 위임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의 책임이 당연히 배제되지는 않는다. 대표자가 직함과 인장 사용을 허용하거나 묵인하였는지, 상대방이 어떤 사정을 믿고 계약하였는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나. 전적 관행은 구체적인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계열회사 사이의 인사이동이 잦았다는 사정만으로 동의 없는 전적 관행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종전 인사 운영, 근로자의 수용 여부, 업무와 지휘체계의 변화, 근로조건의 차이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 주식양수도계약 해제와 근로관계의 효력은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인수계약이 해제되고 종전 경영자가 복귀하였어도, 인수 과정에서 형성된 근로관계를 전부 부정하여 고용보험 이력을 삭제할 수는 없었다. 근로자별 계약과 전적의 효력을 따로 판단해야 한다.
라. 확정된 판단의 범위를 정확히 표시해야 한다
이 사건은 상고 없이 확정된 항소심 사례이다. 확정된 결과는 명의대여자 7명에 관한 처분 취소와 나머지 38명에 관한 처분 유지이며, 대법원이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리 적용을 직접 심리하여 판단한 사건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