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임대사업자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임차인들에게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하여 받은 금액을 반환하도록 한 원심판결이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하급심
가. 제1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09. 9. 17. 선고 2009가합5151 판결
임차인들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제1심의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첨부된 항소심판결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나. 항소심
제1심판결을 일부 취소하고, 임차인들의 초과 보증금 반환청구를 인정하였다.
임차인의 동의 없는 보증금·임대료 상호전환은 효력규정에 위반되지만, 임대차계약 전체를 무효로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보증금을 표준보증금으로 낮추면서 기존의 낮은 임대료까지 그대로 적용받는 것은 아니며, 표준임대료를 기준으로 정산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3다1601 판결
상호신용금고의 담보제공약정이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이더라도, 그와 일체로 이루어진 대출약정까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일부무효의 범위를 정할 때 해당 효력규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한 선행 판례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나.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8다32501 판결
의료법인이 허가받은 한도액을 초과하여 담보를 제공한 경우, 초과 부분은 무효이지만 이미 허가받은 범위의 담보제공약정까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위반 부분의 무효를 나머지 부분까지 확대하는 것이 보호법규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한 사례이다.
다. 대법원 2016. 11. 18. 선고 2013다42236 전원합의체 판결
후속 전원합의체 판결은 동의 없는 상호전환으로 체결된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민법 제138조의 무효행위 전환에 따라 설명하였다.
당사자들이 무효임을 알았다면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적용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러한 내용의 임대차계약으로 유효하게 존속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표준임대료와 기존 임대료의 차액도 계약상 차임채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137조 —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 그러나 그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의 핵심 조문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 조문이 임의규정이라는 점을 전제로, 강행법규의 보호 목적에 반하는 결과까지 전부무효 원칙으로 관철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나. 구 임대주택법(2006. 9. 27. 법률 제80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1항
건설임대주택의 임차인 자격·선정방법·임대보증금·임대료 등 임대조건의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위임 규정이다.
적용 대상인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최초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는 건설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다.
라. 구 「임대주택의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2004. 4. 2. 건설교통부 고시 제2004-70호로 전부 개정된 것)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는 임대차계약 시 임차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상호전환할 수 있고, 전환액에 대한 금리는 전환 당시 정기예금이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였다.
위 구법과 고시의 내용은 해당 대법원판결의 참조조문 및 판결 이유에 따른 것이다.
마. 민법 제138조 — 무효행위의 전환
무효인 법률행위가 다른 법률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당사자들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그 다른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다른 법률행위로서 효력을 인정한다.
사실관계
가.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와 임차인들 사이의 분쟁
피고 모아건설 주식회사는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임대의무기간 10년인 공공건설임대아파트 585세대를 건설한 임대사업자였다.
원고 12명은 입주자 모집절차를 거쳐 피고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피고가 정한 임대보증금을 완납한 임차인들이었다.
나. 피고는 보증금을 높이는 대신 월 임대료를 낮추었다
당시 법령과 고시는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정하면서, 임차인이 동의하면 양자를 상호전환할 수 있도록 하였다.
피고는 표준임대보증금보다 많은 보증금을 받는 대신, 그 초과액에 연 3.45%의 이율을 적용한 금액만큼 임대료를 낮추는 조건으로 임차인을 모집하였다.
예컨대 원심판결에 기재된 23A평형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임차인은 월세 부담이 줄어드는 대신, 입주할 때 훨씬 많은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구조였다. 실제로 일부 임차인은 전환에 적용된 이율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받아 보증금을 마련하였다.
다. 임차인들에게 표준 조건을 선택할 기회가 없었다
피고는 모집공고에서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안내하지 않고, 상호전환된 금액만 제시하였다. 공고의 보증금 유형란에 ‘전환’이라고 기재하였으나 그 의미에 관한 충분한 설명은 없었다.
계약서에도 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미리 인쇄되어 있었고, 임차인들은 모두 피고가 제시한 전환 조건으로 계약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에게는 표준 조건과 전환 조건 중 하나를 선택할 기회가 없었고, 전환 조건을 받아들이거나 입주를 포기하는 선택만 가능하였다.
라. 초과 보증금 반환과 계약 전체의 효력이 문제 되었다
원고들은 상호전환에 동의한 사실이 없으므로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하여 지급한 금액을 돌려달라고 청구하였다.
피고는 계약 체결과 보증금 납부로 동의가 인정되고, 관련 규정은 단속규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보증금의 초과 부분만 무효로 하면서 낮은 임대료를 유지한다면 자신은 그러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일부만 무효로 할 수 없다고 다투었다.
항소심은 초과 보증금의 반환을 명하면서도, 임대료는 표준임대료를 기준으로 정산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유지하였다.
법리
가. 일부무효 판단에 앞서, 위반 규정이 계약의 효력을 제한하는 규정인지 확인해야 한다
법령을 위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해당 규정이 행정적·형사적 제재에 그치는 단속규정인지, 위반 약정의 사법상 효력까지 제한하는 효력규정인지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임대보증금·임대료의 상한과 상호전환 동의에 관한 규정을 효력규정으로 보았다.
임차인의 동의 없이 보증금을 높이는 약정을 유효하게 인정하면, 목돈 마련이 어려운 무주택 서민에게 합리적인 조건으로 주택을 공급하려는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법한 동의 없이 이루어진 상호전환에는 사법상 무효의 문제가 발생한다.
나. 민법 제137조는 일부가 무효이면 전부무효를 원칙으로 하지만, 임의규정이다
민법 제137조 본문은 법률행위의 일부가 무효이면 전부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단서는 무효 부분이 없어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면 나머지 부분의 효력을 유지한다.
여기서 살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소송 당시 어느 한쪽이 “그 조건이라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지가 아니다. 계약 당시의 목적과 내용, 거래 경위 등을 토대로 무효 부분이 없었더라도 나머지 내용으로 계약하였을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은 이러한 일반적인 판단에 더하여, 강행법규의 입법 취지가 일부무효의 범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다. 강행법규 위반의 경우에는 입법 취지에 반하는 전부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순서는 다음과 같다.
민법 제137조의 전부무효 원칙이 강행법규가 보호하려는 이익을 오히려 침해하는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행법규 위반 사건에서는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뿐 아니라, 무효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해야 해당 법의 목적이 실현되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라. 이 사건에서 초과 보증금 부분만 무효로 본 구체적인 이유
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였다.
- 보증금은 금액으로 나눌 수 있어, 표준보증금 부분과 초과 부분을 구분할 수 있었다.
- 임차인들은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로 계약할 의사가 명백하였다.
-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는 법령상 선정절차를 거친 임차인을 임의로 바꿀 수 없었고, 표준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 전체 계약을 무효로 하면, 적법한 절차로 당첨된 임차인들이 오히려 임대아파트에서 퇴거해야 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
특히 마지막 사정이 중요하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초과 보증금 약정의 효력을 부정하면서, 그 결과 임차인의 주거권까지 상실시키는 것은 해당 법의 목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에 따라 초과 보증금 약정의 무효가 임대차관계 전체의 소멸로 이어지는 것을 제한하였다.
마. 일부무효는 임차인에게 유리한 조건만 골라 유지한다는 뜻이 아니다
피고는 보증금을 낮추면서 월 임대료까지 기존의 낮은 금액으로 유지하면 자신에게 불리하므로, 그러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임차인들에게 인정되는 것은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적용받을 지위이지, 표준임대보증금과 전환 후의 낮은 임대료를 결합하여 적용받을 지위는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대법원도 이를 수긍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의 법률관계는 다음과 같이 이해해야 한다.
초과 보증금은 반환하되 임대차관계는 유지하고, 임대료는 표준임대료를 기준으로 정산한다.
이처럼 일부무효의 범위를 정한 다음에는 남아 있는 계약의 내용과 상호 급부의 정산관계까지 함께 확정해야 한다.
바. 계약서에 서명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적법한 상호전환 동의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고시에서 정한 임차인의 동의를, 표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임차인이 스스로 전환 여부를 선택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표준 조건에 관한 정보도 없고 이를 선택할 가능성도 없는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계약서 서명과 보증금 납부만으로 적법한 동의를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무효의 원인은 보증금이 표준보증금보다 높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와 같은 상호전환을 정당화할 적법한 동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사. 후속 전원합의체 판결과 구분하여 이해해야 한다
이 사건은 민법 제137조와 강행법규의 보호 목적을 중심으로 초과 보증금 부분의 무효 및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설명하였다.
후속 2013다42236 전원합의체 판결은 민법 제138조에 따라, 무효인 상호전환 계약이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내용으로 하는 계약으로 전환되어 존속하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강행법규의 취지에 따른 전부무효 제한을 보여주는 판례로 정리하되, 존속하는 계약의 내용과 임대료 지급의무를 검토할 때에는 후속 전원합의체 판결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실무적 유의점
가. 무효의 근거와 무효의 범위를 구분하여 주장해야 한다
특정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된다는 주장만으로 계약 전체의 효력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위반 부분을 특정한 다음, 나머지 부분의 존속 여부를 별도로 논증해야 한다.
나. 계약 전체의 무효가 누구에게 어떤 불이익을 주는지 구체화해야 한다
일부무효를 주장하는 측은 전부무효가 해당 법의 보호 대상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는 보증금 부담을 제한하려는 규정 때문에 오히려 임차인이 퇴거하게 된다는 모순이 결정적인 논거였다.
다.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와 법령상 거래 구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상대방의 “그 조건이라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계약 체결 당시의 사정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거래상대방이나 조건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한이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라. 일부무효 후의 정산까지 청구와 항변에 반영해야 한다
초과 지급액의 반환 여부와 함께, 그 지급액과 연동된 반대급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초과 보증금 반환과 표준임대료에 따른 정산이 연결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