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 결과 안내
검토일: 2026. 10. 27.
핵심정리
확정판결의 내용이 실제 권리관계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그 판결에 따라 받은 돈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장을 직접 받고도 대응하지 않은 이 사건에서는 상대방이 소송관여를 방해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청구가 모두 기각되었다.
해당판결
서울지방법원 1996. 5. 23. 선고 95나21661 판결 — 손해배상(기), 확정.
하급심
1심은 피고들이 손해배상을 구할 권리가 없음을 알면서도 허위 주장을 내세워 승소판결을 받고, 그 판결에 따라 원고가 공탁한 돈을 수령한 행위를 공동불법행위로 보았다.
다만 원고도 소장을 송달받고서 제대로 응소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아 과실을 20% 참작하였다. 이에 따라 공탁금 합계 10,891,178원 중 80%에 해당하는 8,712,942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피고들이 항소하였고, 항소심은 불법행위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여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였다.
관련판례
- 대법원 1995. 12. 5. 선고 95다21808 판결 확정판결이 실제 권리관계와 어긋나고 집행채권자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집행행위가 불법행위가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절차적 기본권의 근본적 침해나 재심사유의 존재 등 확정판결의 효력을 그대로 존중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을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는 취지이다.
-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2046, 82053 판결 단순한 허위 주장,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의 제출, 불리한 증거의 미제출 또는 증거를 유리하게 해석하는 행위만으로 확정판결의 위법한 편취에 해당하는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판력 때문에 후속 소송에서 다툴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는 문제는 ChatByun의 「기판력 범위가 쟁점인 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 다만 그 글은 동일한 청구를 다시 제기한 사안이고, 이 사건은 확정판결에 따른 금전 수령을 별도의 불법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 사안이다.
관련법령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근거.
- 민법 제760조 제1항: 공동불법행위자의 연대책임. 원고가 두 피고에게 공동으로 배상을 청구한 근거와 관련된다.
- 민법 제763조: 불법행위 손해배상에 과실상계 규정을 준용하는 근거.
- 민법 제396조: 과실상계. 1심의 책임 제한 판단과 관련되지만, 항소심에서는 불법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다.
-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02조 제1항: 당시 확정판결의 기판력 범위를 정한 조문.
-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위 구법 조문에 대응하는 현행 규정.
당시 판례에서 말하는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기판력에 관한 구법 조문이다. 이를 현행 민사소송법 제202조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사실관계
가. 여관 운영권을 넘기면서 영업정지 손해를 정산하기로 하였다
A는 1992. 4. 20. 여관을 보증금 7,000만 원, 월 차임 180만 원에 임차하였다. 여관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C였고, 등기부에는 B와 다른 사람의 공동소유로 되어 있었다. C는 B를 대리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A가 여관을 운영하던 중 영업정지처분을 받을 사유가 발생하였다. 이후 A는 여관의 임차권과 운영권을 G에게 넘기기로 하면서, 앞으로 내려질 영업정지처분 때문에 G가 입게 될 손해를 배상하기로 하였다.
당사자들은 한 달의 손해를 차임 180만 원과 보증금에 대한 이자 상당액 140만 원을 합한 320만 원으로 계산하였다. 예상 영업정지기간은 두 달이었다.
항소심이 인정한 약정에 따르면, A는 예상 손해 640만 원 중 500만 원을 C에게 맡기고, 실제 영업정지처분이 내려지면 이를 G에게 지급하도록 하였다. 영업정지기간이 한 달로 정해지는 경우에는 차액 180만 원을 A가 돌려받기로 하였다.
나. 500만 원을 남겨 두고 보증금을 반환받았다
A는 1992. 9. 5. 임대차보증금 중 500만 원을 제외한 6,500만 원을 반환받았다. C는 보관하는 500만 원에 관하여 현금보관증을 작성해 주었다.
이후 여관에 대하여 1992. 9. 28.부터 1992. 11. 27.까지 두 달의 영업정지처분이 내려졌다.
G는 보관금 500만 원을 손해배상에 충당받았다. 다만 그중 200만 원은 G가 피고들에게 지급할 차임과 정산되어, 실제 지급받은 현금은 300만 원이었다.
G는 나머지 손해배상금 140만 원도 A에게서 받아 달라고 요구하면서 차임을 지급하지 않았다.
다. 먼저 제기된 손해배상소송에서 A가 패소하였다
B는 1993. 2. 9. A를 상대로 64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C는 B의 위임을 받아 사실상 소송을 수행하였다.
청구는 영업정지로 인한 차임과 보증금 이자 상당액, 제경비 및 위자료를 합한 금액에서 이미 맡겨 둔 500만 원을 공제하는 내용이었다.
A는 1993. 2. 26. 소장을 직접 송달받았다. 그러나 생업 때문에 집을 자주 비우면서 변론기일 소환장을 받지 못하였고, 소송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법원은 발송송달로 절차를 진행한 뒤 1993. 4. 16. 의제자백에 따라 B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판결정본도 송달되지 않아 공시송달되었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A는 뒤늦게 추완항소를 제기하였으나, 항소기간을 지키지 못한 데 A의 귀책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구제받지 못하였다.
라. 판결금을 공탁한 뒤 별도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A는 위 확정판결에 따른 원금·지연손해금·집행비용 등의 지급을 위하여 다음 금액을 변제공탁하였다.
B는 공탁금을 모두 수령하였다.
이에 A는 B와 C가 실제로는 권리가 없음을 알면서 허위 주장으로 법원을 속여 승소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하였다. 두 사람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공탁금 전액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 이 사건 청구였다.
앞선 93가단20236 사건과 그 추완항소 관련 사건인 93나30524, 93다62607은 판결금 지급의 원인이 된 별도 소송이다. 이 글에서 다루는 손해배상소송의 심급은 94가단137476과 95나21661이다.
법리
가. 확정판결의 내용이 부당하다는 주장만으로 배상책임이 생기지는 않는다
판결이 확정되면 그 대상이 된 청구권에 관한 판단에는 기판력이 생긴다. 따라서 확정판결에 따른 금전 수령을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려면, 단순히 원래의 채권이 없었다거나 판결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방의 권리를 해칠 의도로 소송관여를 방해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실제 권리관계와 다른 확정판결을 취득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문제 된다.
이는 확정판결 이후 별도의 손해배상소송을 통하여 종전 분쟁을 사실상 다시 심판하는 것을 쉽게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항소심은 A의 소송관여가 방해되었다고 보지 않았다
항소심은 A가 소장을 직접 송달받아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A에게는 소송 진행을 확인하고 출석하거나 주장을 제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패소판결이 확정되었다고 보았다.
또한 피고들의 청구에는 G가 요구한 추가배상금과 영업정지에 따른 제경비·위자료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항소심은 확정판결 내용의 일부가 기존 약정과 표현을 달리하거나, 위자료 청구 부분이 약정에 어긋난다고 보더라도 그것만으로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피고들이 A의 소송관여를 방해하는 등 절차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확정판결에 따른 공탁금 수령을 불법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 1심과 항소심의 차이는 과실비율이 아니라 책임의 성립 여부이다
1심은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본 뒤 A의 대응 소홀을 손해액 산정에 반영하였다.
반면 항소심은 확정판결에 따른 공탁금 수령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A의 과실비율을 20%에서 100%로 높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을 ‘소송에 대응하지 않은 피해자에게 20%의 과실을 인정한 확정사례’로 소개하면 최종 판단과 달라진다.
라. 허위 주장이나 문서 변조가 확정적으로 인정된 사건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1심은 약정이행서의 추가 기재와 소송상 주장을 검토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손해배상책임이 부정되었다.
1심 판결문에는 C에 대한 사문서변조·행사 및 사기미수 혐의가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되었다는 내용도 나타난다. 이 사건의 민사판결을 근거로 문서 변조나 형사상 소송사기의 유죄가 확정되었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
실무상 유의점
- 소장 수령 이후의 송달과 대응 경과를 확인해야 한다. 소장을 받은 날짜, 기일통지의 송달방법, 판결정본의 송달 및 항소기간을 기록별로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소장을 직접 받은 사실이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
- 원래 청구가 부당하다는 자료와 소송절차를 부정하게 이용했다는 자료를 구분해야 한다. 계약 해석이나 채권액에 대한 다툼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상대방의 소송관여 방해 등 특별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불복절차와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을 따로 검토해야 한다. 항소·추완항소·재심의 가능성과 기간을 먼저 확인하고, 별도의 손해배상청구가 불복절차를 대신할 수 있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 금액별 성격을 구별해야 한다. 최초 청구액 640만 원, 실제 공탁액 10,891,178원, 1심 인용액 8,712,942원은 서로 다른 금액이다. 이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인정된 손해배상금은 없다.
- 1심 판례를 인용할 때에는 상급심 결과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공개된 1심의 판단만으로 책임 인정이나 과실상계 비율을 일반화하면 확정된 사건의 결론을 잘못 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