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정리
해당판결
가. 대법원 판결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다57033 판결〔손해배상(기)〕
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의 지급보증행위에 관하여 은행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판단을 수긍하였다.
다만, 손해액을 산정하면서 원고가 매매계약 해제로 몰취한 계약금 1억 원을 공제하지 않은 잘못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나. 환송 후 화해권고결정
서울고등법원 2010. 3. 25. 자 2009나113393 화해권고결정〔손해배상(기)〕
결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원고의 파산은행에 대한 파산채권을 231,970,628원으로 확정한다.
- 원고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
- 소송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제공된 결정문만으로는 이의신청 여부와 화해권고결정의 확정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결정사항에 있는 “파산채권을 확정한다”는 문구는 결정의 내용을 뜻하며, 화해권고결정 자체가 확정되었다는 표시와는 구별된다.
하급심
가. 제1심
서울동부지방법원 2008. 9. 24. 선고 2008가합7299 판결
원고가 대표이사 개인과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제1심판결이다. 원고가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나. 환송 전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09. 6. 18. 선고 2008나95047 판결
대표이사 개인에 대해서는 자백간주에 따라 6억 5,0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은행에 대해서는 대표이사의 지급보증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되, 원고의 과실을 50% 참작하여 손해배상 원금을 3억 2,500만 원으로 제한하였다. 여기에 파산선고 전까지의 지연손해금을 더하여 331,970,628원의 파산채권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에서 다투어진 상대방은 은행의 파산관재인이다. 대표이사 개인에 대한 판단과 은행에 대한 파산채권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다34045 판결
법인 대표자의 행위가 직무에 관한 행위가 아님을 피해자가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면 법인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리이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은 단순한 확인 부족을 넘어, 거의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주의를 결여하여 공평상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평가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사건 대법원이 직접 인용한 선행판례이다.
나.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78329 판결
피해자의 부주의가 손해 발생이나 확대에 기여하였다면 과실상계에 참작할 수 있고, 소송자료상 피해자의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심리·판단해야 한다는 법리이다.
환송 전 항소심이 원고의 과실을 50% 참작하면서 인용하였다.
관련법령
상호저축은행 관련 조문은 원심이 적용한 당시 규정이다. 원심판결은 개정 전 법률번호 등을 괄호로 특정하지 않았으므로, 판결문에 없는 구법 표시는 추가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 관계
지급보증을 한 금융기관은 현대상호저축은행이고, 부동산을 담보로 실제 대출한 금융기관은 두 농협이다.
나. 지급보증을 믿고 대금 수령 전에 소유권을 이전하였다
원고는 2008. 1. 22. 매수인에게 제주 소재 토지와 창고를 9억 9,000만 원에 매도하였다.
대금 지급조건은 계약금 1억 원, 중도금 4억 원, 잔금 4억 9,000만 원이었다.
같은 날 은행 대표이사는 은행을 대표하여 중도금과 잔금 합계 8억 9,000만 원의 지급을 보증하였다. 원고의 대리인은 대표이사를 직접 만나 지급보증을 확인하고 지급보증서, 법인인감증명서 및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았다.
원고는 이를 믿고 계약금 1억 원만 받은 상태에서 소유권이전 서류를 교부하였고, 매수인은 2008. 1. 25.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 매수인은 이전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았다
매수인은 소유권을 이전받은 뒤 두 농협에서 대출을 받고 다음과 같이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 제주감귤농업협동조합: 채권최고액 3억 9,000만 원
- 대정농업협동조합: 채권최고액 2억 6,000만 원
채권최고액의 합계는 6억 5,000만 원이었다.
이후 매수인은 매매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담보대출도 변제하지 않았다. 원심은 원고가 부담하게 된 위 담보책임 상당액을 손해로 보았다.
라. 은행은 지급보증 이행을 거부하였고 매매계약은 해제되었다
은행은 2008. 3. 24.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받았다. 이후 원고의 지급보증 이행 요구에 대하여, 대표이사가 적법한 발급절차 없이 권한을 남용하였고 상호저축은행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였다.
원고는 매수인에게 중도금 지급을 최고하면서, 불이행하면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1억 원을 몰취하겠다고 통지하였다. 중도금이 지급되지 않아 매매계약은 해제되었다.
원고는 매수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소송을 제기하여 2008. 7. 3. 승소하였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그러나 매매계약의 해제와 매수인 명의 등기의 말소 문제만으로 이미 설정된 담보 부담에 따른 손해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마. 은행의 파산으로 청구가 파산채권 확정청구로 변경되었다
은행은 소송 계속 중인 2008. 11. 7. 파산선고를 받았고, 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이에 원고는 은행에 돈을 지급하라는 청구를,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은행에 대한 파산채권의 금액을 확정해 달라는 청구로 변경하였다.
이는 예금보험공사 자체가 원고에게 독립적인 배상채무를 부담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법리
가. 대표자의 불법행위에는 민법 제35조가 적용된다
대법원은 법인의 대표자와 피용자를 구별하였다.
이 사건의 행위자는 은행의 대표이사였다. 따라서 은행의 책임은 민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원심이 은행을 대표이사의 사용자로 보아 민법 제756조를 적용한 것은 잘못이었다. 다만, 민법 제35조에 의하더라도 은행의 배상책임이 인정되므로, 이 적용법조의 오류 자체는 파기 사유가 되지 않았다.
나. 위법한 지급보증이라도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
대표자의 행위가 법령이나 내부 권한 제한에 어긋났다는 사정만으로 법인의 불법행위책임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지급보증은 은행 대표이사가 은행 명의로 보증서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대법원은 그 행위가 은행의 직무와 관련된다고 보았다.
여기서 책임의 기초가 된 행위는 매수인에게 먼저 소유권을 넘겨주도록 신뢰를 형성한 지급보증행위이다. 이후 두 농협이 실행한 담보대출 자체를 현대상호저축은행의 업무로 본 것은 아니다.
다. 보증채무의 이행책임과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은 구별된다
은행은 지급보증이 법령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이유로 보증채무의 이행을 거부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인정된 책임은 지급보증약정에 따라 중도금·잔금을 그대로 지급하라는 계약상 책임이 아니다. 위법한 지급보증을 믿게 하여 소유권을 먼저 이전하도록 함으로써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다.
따라서 지급보증의 효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지급보증행위에 따른 불법행위책임까지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라. 위법한 지급보증과 담보 부담에 따른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였다
법원이 인정한 손해 발생 경위는 다음과 같다.
은행의 지급보증을 신뢰하여 소유권을 먼저 이전하고, 매수인이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대출받은 뒤 변제하지 않아 원고에게 담보 부담이 남게 되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위를 토대로 지급보증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았다.
매수인의 후속 대출행위가 개입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지급보증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마. 책임을 배제하는 중과실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주의 결여를 뜻한다
피해자가 대표자의 행위가 직무에 관한 행위가 아님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면 법인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다만, 여기서 중과실은 단순한 부주의보다 훨씬 엄격한 개념이다. 대법원은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여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로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상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평가되는 상태를 뜻한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이 고려되었다.
- 원고의 대리인이 은행 대표이사를 직접 만나 지급보증을 확인하였다.
- 지급보증서와 법인인감증명서,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았다.
- 일반 개인이 상호저축은행의 지급보증 제한 규정을 쉽게 알기는 어려웠다.
대법원은 원고나 대리인에게 은행의 책임을 배제할 정도의 중과실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바. 중과실이 없어도 일반 과실에 따른 과실상계는 가능하다
원심은 원고에게 책임배제 사유인 중과실은 없다고 보면서도, 다음과 같은 부주의는 인정하였다.
- 상호저축은행이 부동산 매매대금 지급을 보증하는 거래가 이례적이었다.
- 계약금만 받고 중도금·잔금 수령 전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 그럼에도 매수인의 재무상태나 대금 지급능력을 확인하는 등 추가적인 확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원심은 이러한 부주의가 손해 발생·확대에 기여하였다고 보아 원고의 과실을 50% 참작하였다.
책임배제 여부와 배상액 감액 여부는 서로 다른 판단이다.
사. 계약 해제로 몰취한 계약금도 손해액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
원고는 계약금 1억 원을 받은 상태에서 매수인의 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몰취하였다.
은행 측은 손해액에서 이 금액을 공제해야 한다고 항변하였지만, 원심은 이를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가 몰취한 계약금 1억 원을 손해액 산정에 반영하여 공제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것이 실제 파기환송 사유이다.
따라서 이 판결은 은행의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한 판결이 아니라, 책임은 인정하되 배상액 산정의 누락을 바로잡도록 한 판결이다.
아. 환송 후 화해권고금액과 대법원의 법리를 구별해야 한다
환송 전 원심이 인정한 파산채권과 화해권고결정에 기재된 금액은 다음과 같다.
화해권고금액은 원심 인정액에서 계약금 1억 원을 뺀 금액과 일치한다.
다만, 화해권고결정에는 구체적인 산정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수치만으로 계약금 공제와 과실상계의 선후관계에 관한 일반 법리까지 확정되었다고 설명해서는 안 된다.
또한 파산채권 금액이 정해지는 것과 실제로 그 금액 전부를 지급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행위자가 대표기관인지 피용자인지 먼저 특정해야 한다
법인의 책임을 청구할 때에는 행위자의 지위에 맞는 법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 사건처럼 대표이사가 직접 한 행위를 단순히 직원의 행위로 취급하여 사용자책임만 주장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나. 계약상 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을 별도로 구성해야 한다
보증약정의 효력이 다투어지는 경우에는 보증채무 이행청구와 함께, 보증서를 신뢰하게 한 행위가 어떤 재산 처분과 손해를 발생시켰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의 손해는 미지급 매매대금 전액이 아니라, 선이전된 부동산에 설정된 담보 부담을 중심으로 판단되었다.
다. 중과실 항변과 과실상계 항변을 구분해야 한다
피해자 측에서는 대표자 확인과 서류 수령 등 신뢰의 근거를 제시하여 중과실을 다투는 한편, 별도로 거래의 이례성이나 대금 확보조치 부족에 따른 과실상계 가능성에도 대응해야 한다.
중과실이 부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전액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 손해액은 계약금 몰취·회수금·담보 부담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계약 해제 후 남은 손해를 산정할 때에는 이미 받은 계약금의 귀속, 반환받은 재산, 실제 담보채무와 회수금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이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을 손해 산정의 기초로 삼았다고 하여, 모든 담보 부담 사건에서 채권최고액이 곧바로 실제 손해액이 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