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판례
대법원 1992. 8. 18. 선고 91다14369 판결은 표현대표이사 책임이 성립하려면 회사가 명칭 사용을 명시적·묵시적으로 허용하는 등 대표권 외관의 형성에 귀책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6다24100 판결은 대표이사 선임결의에 하자가 있더라도 회사가 그 외관의 형성에 관여하였다면 상법 제395조에 따른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870 판결은 대표이사 아닌 자가 대표이사 명칭을 사용하거나 허위 등기를 한 경우, 적법한 대표이사가 이를 허용하거나 알고도 방치하였는지 등을 심리하여 회사의 귀책사유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관련법령
상법 제395조는 사장·부사장·전무·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회사가 선의의 제3자에게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380조는 주주총회 결의의 내용이 법령에 위반되는 경우와 총회 소집절차 또는 결의방법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결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결의의 무효 또는 부존재확인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판결
- 사건명: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
- 원심: 대전지방법원 2011. 2. 17. 선고 2010나2365 판결
- 결과: 원심판결 중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나머지 상고를 기각
사실관계
원고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는 60,000주이고, 적법한 대표이사 A가 그중 30,600주, 즉 51%를 보유하고 있었다. 나머지 주식은 B, C, D가 보유하고 있었다.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던 E는 A의 동의 없이 주주명부를 임의로 변경하여 F, D, B가 회사의 모든 주식을 보유하는 것처럼 만들었다.
E는 실제 주주총회를 소집하거나 개최하지 않았음에도 F와 D가 주주총회에 출석하여 정관을 변경하고, F를 이사로, D를 감사로 선임한 것처럼 주주총회의사록을 작성하였다. 이를 기초로 F의 이사 및 대표자 관련 등기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해당 주주총회결의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도의 소송에서 부존재확인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럼에도 F는 원고 회사를 대표한다는 외관 아래 회사 소유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원고 회사는 F에게 대표권이 없었으므로 매매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였다.
한편 원고 회사는 피고에게 지급한 3,000만 원에 대해서도 단순히 보관을 맡긴 금원이라고 주장하며 반환을 청구하였다.
핵심쟁점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실제 주주총회가 개최되지 않았고 주주총회의사록이 위조된 경우에도, 허위 의사록으로 선임·등기된 대표자의 거래행위에 관하여 회사가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 책임을 부담하는가.
둘째, 회사가 피고에게 지급한 3,000만 원이 단순 보관금인지, 회사채무를 보증한 피고에게 장래 구상금의 지급을 위하여 미리 교부한 금원인지이다.
대법원 판단
1. 표현대표이사 책임에는 회사의 귀책사유가 필요하다
대법원은 상법 제395조에 따른 회사 책임이 인정되려면 표현대표자의 명칭 또는 대표권 외관의 형성에 회사가 책임질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적법한 주주총회가 실제로 개최되었으나 그 소집절차나 결의방법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결의 자체가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로 인해 형성된 대표권의 외관을 회사에 귀속시킬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주주총회가 전혀 개최되지 않았고, 대표자를 선임할 권한도 없는 자가 주주총회의사록을 허위로 작성하여 대표자를 선임한 경우에는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 대표자의 행위에 대하여 회사가 상법 제395조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 적법한 대표이사가 허위 의사록 작성이나 대표자 선임에 협조한 경우
- 적법한 대표이사가 허위 대표자의 명칭 사용이나 거래행위를 묵인한 경우
- 회사가 허위 대표자의 선임 또는 등기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시정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
- 그 밖에 대표권 외관의 형성이나 존속을 회사에 귀속시킬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
2. 상당한 지분 보유만으로는 회사의 귀책사유가 되지 않는다
원심은 허위 주주총회의사록을 작성한 E가 다른 주주들을 통하여 상당한 비율의 주식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허위 외관을 만든 자가 회사의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거나 일부 주주의 주식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회사가 대표권의 외관 형성에 관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주주는 회사와 별개의 법적 주체이고, 주주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주주의 행위를 곧바로 회사의 행위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는 적법한 대표이사 A가 허위 주주총회나 F의 선임·등기에 관여하거나 이를 묵인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원심이 상법 제395조를 적용하여 매매계약의 효력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대법원은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 부분을 파기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다.
3. 3,000만 원 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대법원은 원고 회사가 피고에게 지급한 3,000만 원을 단순한 보관금으로 보지 않았다.
원고 회사는 제3자로부터 약 10억 4,000만 원을 차용하였고, 피고는 원고 회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원고와 피고가 작성한 문서의 내용과 지급 경위를 종합하면, 3,000만 원은 피고가 장래 보증채무를 이행할 경우 발생할 구상금의 지급을 위하여 미리 교부된 금원으로 해석된다고 판단하였다.
변론종결 당시에도 피고가 부담할 수 있는 보증채무가 남아 있었고 그 액수가 3,000만 원을 초과하였으므로, 원고 회사는 단순 보관금이라는 이유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었다. 이에 관한 원고의 상고는 기각되었다.
결론
실제 주주총회 없이 허위 의사록만으로 선임된 대표자는 적법한 대표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그 사람이 회사 명의로 거래하였다고 하여 회사가 당연히 상법 제395조의 책임을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회사 책임이 인정되려면 적법한 대표기관이 허위 대표자의 선임이나 명칭 사용에 협조·묵인하였거나, 그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등 대표권 외관의 형성 또는 존속을 회사에 귀속시킬 수 있는 사정이 필요하다.
허위 외관을 만든 자가 대주주이거나 상당한 지분에 영향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러한 회사의 귀책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대표이사 선임결의에 단순한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경우와, 주주총회 및 결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구별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 결의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을 기초로 대표권 외관이 형성되지만, 결의가 완전히 날조된 경우에는 회사의 의사결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후자의 경우에는 적법한 대표자의 협조·묵인이나 회사의 의도적인 방치 등 별도의 귀책사유가 증명되어야 한다.
결국 상법 제395조는 거래 상대방이 선의라는 이유만으로 적용되는 무과실책임 규정이 아니다. 대표권 외관의 형성 또는 존속에 회사가 책임질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확인한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