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적 유의점
가. 돈을 받은 사람과 반환을 청구할 상대방을 구별한다
매수인이 매도인의 채권자에게 대금을 직접 지급하면 한 번의 지급으로 두 채무가 이행된다. 매수인은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매도인은 자기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그 금액만큼 변제한다. 이후 매매계약이 해제되어도 매도인이 채권자에게 실제로 부담하던 채무를 변제한 효력은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매수인은 원칙적으로 채무를 면한 매도인에게 이미 지급한 대금을 돌려달라고 해야 한다.
나. 미지급 잔금에 대한 항변과 기지급 대금의 반환청구는 요건이 다르다
채권자가 아직 받지 못한 잔금을 청구하면, 매수인은
민법 제542조에 따라 그 청구의 기초가 된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고 항변할 수 있다. 반면 이미 지급한 돈을 회수하려면 그 채권자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매수인이 잔금 482만 6,080원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면서, 이미 준 2,600만 원은 채권자에게 돌려받지 못한 이유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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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판결
가.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매수인을 낙약자, 매도인을 요약자, 매도인의 채권자를 수익자로 보았다. 매수인이 매도인의 채무를 함께 부담하고 채권자가 매수인에게 직접 대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약정은 제3자를 위한 계약이자 병존적 채무인수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매수인의 상고를 기각했다. 매수인의 대금 반환청구와 채권자의 잔금 지급청구가 모두 기각된 확정사례다. 매도인은 이 사건의 피고가 아니었으므로, 이 판결에서 매도인에게 2,600만 원의 지급을 명한 것은 아니다.
나. 청구별 최종 결과
| 청구 | 청구금액 | 확정된 결과 |
|---|
| 매수인의 본소. 매도인의 채권자에게 이미 지급한 매매대금의 반환 | 2,600만 원 및 지연손해금 | 전부 기각. 매매계약의 해제만으로 수익자인 채권자에게 직접 원상회복이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음 |
| 채권자의 반소. 매수인이 지급하기로 약정한 잔금 | 482만 6,080원 및 지연손해금 | 전부 기각. 매수인은 기본계약의 적법한 해제를 항변하여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음 |
하급심
가. 제1심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02. 2. 1. 선고 2000가단11373(본소), 2000가단15917(반소) 판결
제1심은 본소에서 매수인의 반환청구를 일부 받아들였고, 채권자의 반소청구는 기각했다. 채권자가 본소와 반소에서 패소한 부분에 대해 항소했다.
나. 항소심
항소심은 기계설비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게 된 매수인이
민법 제570조에 따라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해제 의사표시가 담긴 본소장 부본이 2000. 6. 26. 매도인에게 송달됨으로써 매매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그럼에도 항소심은 본소에서 채권자에게 대금 반환을 명한 제1심판결 부분을 취소했다. 채권자는 유효한 대여금채권의 변제를 받았으므로, 매매계약의 해제를 이유로 매수인에게 그 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미지급 잔금에 대해서는 매수인의 해제 항변을 받아들여 반소를 기각한 제1심의 결론을 유지했다.
관련판례
가. 수익 의사표시 후의 합의해제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해제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다28698 판결은 수익자가 직접청구권을 취득한 뒤 매수인과 매도인이 자신들끼리 계약을 합의해제하더라도 이미 생긴 수익자의 권리를 없앨 수 없다고 보았다. 이번 사건에서 매수인이 행사한 것은 매도인이 소유권을 이전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법정해제권이었다. 이 때문에 매수인은 적법한 해제를 미지급 잔금에 대한 항변으로 주장할 수 있었다.
나. 수익자가 해제 전에 별도의 권리를 취득한 경우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44976 판결은 수익자가 기본계약을 바탕으로 요약자와 별도의 법률관계를 맺고, 해제 전에 물건을 인도받아 소유권까지 취득한 경우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의 제3자로 보호될 수 있다고 보았다. 수익자에게 이미 지급한 금전의 반환을 구한 이번 사건과, 수익자가 취득한 물건의 소유권을 다투는 경우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관련법령
제539조에 따라 수익자가 낙약자에게 계약의 이익을 받을 의사를 표시하면 직접 이행을 청구할 권리가 생긴다. 제542조에 따라 낙약자는 그 권리의 기초가 된 계약에서 발생한 항변을 수익자에게도 주장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채권자의 잔금청구에 맞서 매수인이 주장한 항변은 매매계약의 해제였다.
제570조는 매도인이 타인에게 속한 권리를 취득해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경우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다. 제548조 제1항에 따른 원상회복의무는 계약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부담한다. 제741조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경우에도 반환 상대방에게 그 이익을 보유할 법률상 원인이 없는지를 따져야 한다.
사실관계
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인도된 기계설비를 다시 매도했다
공장을 낙찰받은 선매수인은 경매에서 누락된 기계설비 등을 별도로 매수하여 1996. 5. 30.경 인도받았다. 그런데 매도인은 이 사실을 숨기고 같은 해 6. 13. 원고에게 같은 설비를 다시 매도했다. 원고는 선매수인을 상대로 설비의 인도를 청구했지만, 선매수인이 먼저 인도받아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패소했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매매대금은 매도인이 채권자에게 부담한 채무원리금과 같은 금액으로 정했다
원고와 매도인은 매매대금을 매도인이 피고에게 부담하던 채무원리금 3,082만 6,080원으로 정하고, 원고가 피고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했다. 원고는 피고에게 먼저 2,600만 원을 지급했다. 피고는 매도인에 대한 사기 고소를 취하하고 설비에 대한 압류해제를 신청했다. 이때 원고와 피고는 설비의 소유권이 선매수인에게 넘어간 사실을 알지 못했다.
법리
가. 채권자가 대금을 받았어도 매매계약의 청산은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에는 기계설비 매매라는 기본관계가 있고, 매도인과 채권자 사이에는 기존 대여금채무라는 대가관계가 있었다. 매매계약이 해제되면 기본관계에서 매도인이 대금을 보유할 근거가 사라진다. 그러나 채권자는 매도인에게 실제로 받을 돈이 있었고, 매수인의 지급으로 그 채무가 변제되었다. 매도인이 직접 돈을 받지 않았어도 자기의 채무를 면한 이익은 매도인에게 귀속된다.
이때 매수인이 채권자에게 바로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면, 매수인이 선택한 거래상대방인 매도인의 반환능력에 관한 위험을 채권자에게 넘기게 된다. 대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반환을 청구해야 한다고 본 이유다.
나. 잔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어도 이미 지급한 돈의 반환청구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미지급 잔금에 관해 채권자가 행사하는 직접청구권은 매매계약에 기초한다. 매수인은 그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항변하여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반면 지급이 끝난 2,600만 원에 관해서는 채권자의 직접청구가 아니라 매수인 자신의 반환청구가 문제다. 지급 전에는 유효한 방어수단이었던 해제 항변이, 지급 후에는 채권자에 대한 반환청구권으로 바뀌지 않는다.
검토대상 판결문
-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다7566, 2005다7573 판결, PDF 1~3쪽. 상고기각 주문은 1쪽, 지급약정의 성격과 기지급 대금의 반환상대방은 2쪽, 미지급 잔금에 대한 해제 항변은 3쪽.
- 광주지방법원 2004. 12. 31. 선고 2002나2443, 2002나2450 판결. 공개 판결문에서 본소·반소의 청구금액, 계약해제일 및 항소심 주문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