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업양도 대상 설비와 채권·채무 정산을 둘러싼 사기·업무상배임 무죄 사례

핵심 결론 영업양도 후 핵심 설비를 반출했더라도 그 설비의 이전 약정과 무단 반출이 증명되지 않으면 사기죄를 인정할 수 없다. 매출채권 양도와 함께 기존 채무가 소멸하였다면 배임죄의 손해는 전체 재산가치의 감소 여부로 판단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4도7053

해당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 11. 15. 선고 2018노1573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업무상배임]
하급심
의정부지방법원 2018. 5. 17. 선고 2016고합566 판결
확정 경과
제1심은 피고인 A와 B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였다. 항소심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으며, 상고 없이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례이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7053 판결: 배임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실과 동시에 이를 보상할 만한 이익이 발생한 경우, 전체 재산가치의 감소 여부를 기준으로 손해를 판단한다.

관련 법령

사실관계

가. 당사자 관계와 영업양도의 구조

당사자지위 및 역할
피고인 A개인 인쇄업체 G의 운영자이자 영업양도인. 양도 후에는 양수회사의 영업사장으로 근무
양수회사 KG의 영업을 인수한 회사. 공소사실상 피해자 회사
H·JH는 G의 채권자인 I회사의 운영자로 인수를 주도하였고, 아들 J는 양수회사 운영에 관여
피고인 BG의 직원이었다가 독립하여 인쇄업체 L을 운영. 문제 된 기계와 매출채권을 이전받은 사람
G의 경영이 악화되자, A 측과 H·J 측은 양수회사가 G의 기존 채무를 부담하면서 영업을 인수하는 거래를 추진하였다.
2014년 2월경 작성된 합의서에는 양수회사가 종업원 퇴직금·미지급금 등을 책임지고, A는 사업장 내 생산시설·원재료·부속시설 등을 임대하거나 소유권을 이전하며, 외상매입금·외상매출금은 양수회사의 책임과 권한으로 처리·회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나. 인쇄기계의 이전 범위에 관한 분쟁

문제 된 설비는 미쓰비시 대국전 4색 기계, CTP 출력기, 필름 출력기 각 1대였다. 다만 권리관계는 서로 달랐다.
  • CTP·필름 출력기: 리스물건으로, A가 리스료를 부담하면서 시설이용권을 취득하여 사용하였다.
  • 대국전 4색 기계: A 소유였으나 위 리스계약상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양도담보로 제공되어 있었다.
B는 2014년 1월 24일경 종전 시설대여관계를 승계하는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A는 같은 날 기계에 관한 권리를 포기·이전한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였다.
양수회사는 영업 인수 후에도 해당 기계들을 사용하다가, 2014년 4월 중순경 B가 기계들을 L 사업장으로 반출하였다. 따라서 기계에 관한 선행 약정 시점과 실제 반출 시점은 구별된다.
검사는 A가 이미 기계를 B 측에 넘기기로 해 놓고도 양수회사에 모든 기계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속여, 1,041,658,565원의 채무를 인수하게 하였다는 취지로 사기죄를 기소하였다.

다. 매출채권을 이용한 기존 채무 정산

영업양도 후 양수회사의 영업사장으로 근무하던 A는 2014년 2월 24일, G의 거래처인 영진닷컴에 대한 매출채권 62,471,290원을 B에게 양도하였다. 이는 G의 L에 대한 기존 하청용역대금채무를 정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검사는 실제 하청대금채무가 21,102,360원에 불과한데 이를 약 6,800만 원으로 부풀려 채권을 넘김으로써, 양수회사에 차액 41,368,930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보아 A와 B를 업무상배임죄로 기소하였다.

법리

가. ‘모든 생산시설을 이전한다’는 문구만으로 개별 설비의 이전 약정을 단정하지 않았다

합의서에는 모든 생산시설 등을 임대하거나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포괄적인 문구가 있었다. 그러나 같은 무렵 작성된 기계 매매계약서에는 “은행 설정 및 직원 명의” 기계장비를 제외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법원은 이를 함께 검토하여, 리스 또는 양도담보 관계에 있던 기계들을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였을 가능성을 인정하였다.
또한 다음 사정도 고려하였다.
  • 양수회사 측은 인수 전 현장실사와 장부조사로 기계의 리스현황을 알고 있었다.
  • 리스료 부담 때문에 해당 기계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통화가 있었다.
  • 리스제공자·담보권자와의 계약승계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 기계를 포함한 임대차계약서는 차임 기재가 없고, 채권보전 목적으로 작성되었다는 진술 등이 있어 문언 그대로의 거래를 증명하기에 부족하였다.
리스물건이나 담보설정 설비가 영업양도 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된다는 판단은 아니다. 계약서 전체와 협상·이행 경위를 종합하였을 때, 이 사건 기계의 이전 약정이 형사재판에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나. 인수 전 처분 약정과 인수 후 반출 사실만으로 사기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사기 공소사실은 A가 양수회사에 해당 기계를 이전·사용하게 할 것을 약속하면서 선행 처분 사실을 숨겼다는 전제에 서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그러한 약속 자체와 양수회사의 동의 없는 반출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양수회사 측은 기계 반출 당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반출 후 A에게 계약 미이행 사항 여러 가지를 지적하는 공문을 보내면서도 기계 반출은 언급하지 않았다. J도 법정에서 일부 기계의 반출은 정당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항소심 역시 이 사정들을 중시하여 사기 부분의 무죄를 유지하였다. 기계의 중요성이나 매출 기여도만으로 기망행위의 증명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취지이다.

다. 채권을 넘긴 사실뿐 아니라, 그 대가로 소멸한 채무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는 회사 재산을 전체적으로 보아 판단한다. 채권이 감소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실제 채무가 소멸하고 다른 손해나 실해 발생 위험이 없다면, 전체 재산가치가 감소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자료가 검사의 채무 과장 주장과 배치되었다.
  • H가 영업양도 전 장부를 확인한 뒤 L에 대한 채무가 약 6,100만 원이라고 언급한 통화.
  • L이 발행한 하청용역 세금계산서와 기계에 저장된 작업일지.
  • 실제 하청대금 지급 내역.
  • 이후 양수회사와 B 사이의 인쇄대금·기계사용료 관련 민사조정 경과.
항소심은 L에 대한 하청대금채무가 6,000만 원을 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따라서 약 6,247만 원의 매출채권을 이전하여 채무를 정산한 행위로 양수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보고 없이 채권을 처분해도 무방하다는 판단이 아니라, 공소사실에서 주장한 채무 과장과 재산상 손해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라. 관련 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도 그대로 채택하지 않았다

J에 대한 별도의 노동관계 형사사건에서는 A가 양도 대상 기계를 몰래 반출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된 바 있었다.
그러나 제1심은 A가 그 사건에서 계약 내용을 다툴 기회가 없었고, 이 사건에서 J가 일부 기계의 반출은 정당하였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관련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택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다른 사건의 확정판결에 불리한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의 기망행위가 증명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 영업양도 대상 설비는 개별 목록으로 특정해야 한다. 소유권 이전 대상, 임대 대상, 리스이용권 승계 대상 및 제외 대상을 나누고 담보권·리스료 부담도 명확히 정해야 한다.
  • 포괄적 합의서와 개별 계약서의 문구를 일치시켜야 한다. ‘모든 시설 이전’과 ‘담보설정 기계 제외’가 함께 존재하면 이전 범위에 관한 분쟁이 발생한다.
  • 설비 반출에 관한 동의·이의는 당시 기록이 중요하다. 반출 당시의 대응, 직후 공문, 통화 내용이 나중에 작성된 확인서와 함께 평가된다.
  • 채권을 이용한 정산에서는 소멸하는 채무의 실재성과 금액을 확인해야 한다. 매출채권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손해를 계산하지 말고, 대응 채무의 소멸 효과까지 검토해야 한다.
  • 무죄 확정의 범위를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은 사기·배임의 범죄 증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며, 모든 계약상 의무가 이행되었다거나 민사책임이 전혀 없다는 판단까지 포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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