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료상 처벌조항의 적용 범위 — 세금계산서 교부시기 위반과 가공거래의 구별

핵심 결론 조세범처벌법상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함이 없이 세금계산서를 교부한 자'란 실물거래 없이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자, 즉 자료상을 의미하므로, 공급계약 등 실물거래가 있음에도 교부시기에 관한 관계 법령을 위반하여 세금계산서를 교부하고 그로써 상대방이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게 된 경우까지 처벌하는 규정은 아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4도655

해당 판례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655 판결 [조세범처벌법위반] — 재판장 배기원, 주심 김용담 대법관
  • 공2004.8.1.(207), 1280
  •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
  • 판시사항 2개: [1] 조세범처벌법 제11조의2 제4항의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함이 없이 세금계산서를 교부한 자'의 의미, [2] 계약금 일부만 지급받은 상태에서 계약금 전액을 공급가액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교부한 행위가 위 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심급 경과
구분사건번호결론
제1심대구지방법원(사건번호 불명)—
항소심대구지법 2004. 1. 14. 선고 2003노2109유죄
상고심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655파기환송
※ 제1심 사건번호는 제출된 판결문에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인용 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관련 법령

  • 구 조세범처벌법 제11조의2 제4항 — 부가가치세법의 규정에 의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함이 없이 세금계산서를 교부하거나 교부받은 자 등의 처벌
  • ※ 현행법으로는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2010. 1. 1. 법률 제9919호 전부개정)에 해당한다. 인용 시 대상 행위 시점의 조문을 확인해야 한다.
  • 구 부가가치세법 제16조 제1항 —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때에는 제9조에 규정한 거래시기에 세금계산서를 교부
  • 구 부가가치세법 제9조 제1항·제2항(재화·용역의 공급시기), 제3항(공급시기 도래 전 대가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고 이와 동시에 세금계산서 또는 영수증을 교부하는 경우 그 교부하는 때를 공급시기로 봄)
  • 구 부가가치세법 제32조(영수증), 동법 시행령 제21조·제54조, 동법 시행규칙 제9조 — 공급시기 및 세금계산서 교부시기
  • 완성도기준지급·중간지급조건부 공급 — 세금계산서 선발행이 허용되는 예외

사실관계

계약 체결
  •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A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상무이사
  • 2000. 10. 4. A사는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B사')와 재생화이바 생산설비를 대금 1,240,500,000원에 납품하기로 계약
  • 대금 조건: 계약금 40%는 계약 시, 중도금 30%는 계약일로부터 30일 내, 잔금은 시운전 후 즉시 지급
  • 납기: 계약일로부터 4개월 내에 최대한 기일을 단축하여 납품
계약금 수령과 세금계산서 교부
  • 2000. 10. 6. 약속어음 2장 합계 65,000,000원 수령
  • 2000. 10. 11. 약속어음 2장 합계 100,000,000원 수령 → 합계 165,000,000원(계약금 496,200,000원의 약 1/3)
  • B사가 나머지 계약금은 나중에 주겠다면서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
  • 2000. 10. 31. 피고인은 계약금 전액인 496,200,000원을 공급가액으로 한 세금계산서를 B사에 교부
  • 이 계약은 완성도기준지급·중간지급조건부에 해당하지 않아 세금계산서 선발행의 예외사유가 없었음
이후의 경과
  • 2001. 1. 12. 약속어음 7장 합계 149,129,500원, 2001. 2. 16. 약속어음 3장 합계 80,000,000원을 추가 수령
  • 그러나 그 무렵 B사로부터 받은 약속어음이 모두 부도
  • A사 대표이사가 구속되어 추가자금 확보 실패
  • 설비기계는 약 40% 공정만 마친 상태에서 제작 중단
  • 2001. 2. 23. 피고인이 B사를 상대로 계약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제 내용증명 발송
  • 2001. 1. 26. A사는 이 사건 세금계산서의 매출세액을 포함하여 부가가치세를 신고
항소심의 판단(파기된 부분)
항소심은 다음 논거로 유죄를 인정했다.
  • 부가가치세법령이 세금계산서 교부시기와 그 예외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 점
  • 매입세액 공제도 실제로 사용되었거나 사용될 재화·용역의 공급에 대한 세액일 것을 요구하는 점
  • 재화·용역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세금계산서 발행을 무제한 허용하면 법령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점
  • 따라서 제11조의2 제4항에는 ⓐ 전혀 거래 약정 없이 가공 세금계산서를 교부한 때뿐 아니라, ⓑ 공급계약만 체결하고 교부시기 규정에 위반하여 세금계산서를 교부함으로써 현실적 공급 없이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게 하는 행위도 모두 포함된다고 해석
  • 구체적으로는 계약금 일부만 어음으로 받고 기계제작을 시작하지도 않았으며, 자금사정·영업상황상 계약대로 완성·공급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였으므로 '재화를 공급함이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행위로 보기에 충분하고, 실제로 공급하지 않은 채 상대방이 환급을 받아 부당이득을 취한 이상 범의도 인정된다고 판단

법리

[1] 부가가치세법상 공급시기·교부시기 규정의 성격
제16조 제1항은 재화·용역을 공급하는 때에는 제9조의 거래시기에 세금계산서를 교부하도록 하고, 제9조 제3항은 공급시기 도래 전이라도 대가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고 이와 동시에 세금계산서를 교부하면 그 교부하는 때를 공급시기로 본다고 규정한다. 시행령·시행규칙도 공급시기와 교부시기를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규정들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했다. "조세행정의 편의상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의 귀속시기가 어느 과세기간 내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가림으로써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의 성립시기를 판단하는 기준을 규정한 것"이다.
즉 이 규정들은 거래의 존부를 정하는 규정이 아니라 귀속시기를 정하는 규정이다. 이 성격 규정이 결론을 결정한다.
[2]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함이 없이 세금계산서를 교부한 자'의 의미 — 핵심 법리
위와 같은 규정 취지에 비추어, 조세범처벌법 제11조의2 제4항의 '부가가치세법의 규정에 의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함이 없이 세금계산서를 교부한 자'란 실물거래 없이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행위를 하는 자(이른바 자료상)를 의미한다.
따라서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실물거래가 있음에도 세금계산서 교부시기에 관한 관계 법령의 규정에 위반하여 세금계산서를 교부함으로써, 그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은 자로 하여금 현실적인 재화나 용역의 공급 없이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게 한 경우까지 처벌하려는 규정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핵심은 판단 기준의 전환이다.
항소심의 기준대법원의 기준
세금계산서 교부 시점에 현실적 공급이 있었는가실물거래 자체가 존재하는가(계약 등)
결과적으로 공급이 이루어졌는가공급 여부는 사후 사정
이행능력이 있었는가이행능력 부족은 별개 문제
[3] 범의 부정의 결정적 근거
대법원은 무죄 취지의 근거로 다음을 들었다.
  • 계약이 실제로 체결되었고 대금 조건·납기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었던 점
  • 계약금의 일부를 실제로 수령했고, 이후에도 추가로 어음을 수령한 점
  • 약 40% 공정까지 실제로 제작을 진행한 점
  • 어음 부도와 대표이사 구속이라는 외부 사정으로 제작이 중단되었고, 피고인이 계약해제 내용증명을 발송한 점
  • 특히 A사 스스로 2001. 1. 26. 이 사건 세금계산서의 매출세액을 포함하여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점
마지막 사정이 가장 강력하다. 자료상은 매출세액을 신고·납부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자기 매출로 신고했다는 사실 자체가 가공거래 의사의 부존재를 드러낸다.
[4] 결론
원심판결에는 조세범처벌법 제11조의2 제4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실무적 유의점

변호인 측
  1. 자료상 조항의 방어선은 '실물거래의 존재'에 있다. 계약서, 견적서, 발주서, 설계도면, 공정 진행 사진, 자재 구입 내역, 인력 투입 기록 등 거래가 실재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두텁게 제출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 체결과 40% 공정 진행이 결정적이었다.
  2. "실제로 납품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그 자체로 유죄 근거가 아니다. 계약 후 상대방 부도, 자금난, 대표자 구속 등 외부 사정으로 이행이 좌절된 경위를 시간순으로 구성해 제시할 것. 계약해제 통지 같은 문서가 있으면 진정한 거래의사의 강력한 증거가 된다.
  3. 자기 매출 신고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라. 부가가치세 신고서에 해당 세금계산서의 매출세액을 포함하여 신고하고 세금을 부담했다면, 이는 가공거래 의사 부정의 가장 유력한 정황이다. 자료상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4. 교부시기 위반과 가공거래를 개념적으로 분리하여 주장하라. 전자는 부가가치세법상 가산세·매입세액 불공제의 문제일 뿐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공소사실이 "교부시기를 위반하여 선발행했다"는 취지에 그친다면 구성요건 불해당을 정면으로 주장할 수 있다.
  5. 선발행의 예외사유를 함께 검토할 것. 완성도기준지급·중간지급조건부 공급에 해당하면 애초에 적법한 선발행이 된다. 이 사건에서는 해당하지 않았으나, 장기 제작계약에서는 계약 조항을 어떻게 설계했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6. 거래상대방의 환급 결과에 끌려가지 말 것. 상대방이 환급을 받아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사정은 상대방의 책임 문제이고, 발행인의 범의를 곧바로 추단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검찰·과세관청 측
  1. 자료상 조항으로 기소하려면 실물거래의 부존재를 정면으로 입증해야 한다. ⓐ 계약의 부존재 또는 허위성, ⓑ 대금 수수의 부존재 또는 순환, ⓒ 사업 실체의 부존재(사무실·인력·설비), ⓓ 매출세액 미신고 또는 신고 후 즉시 폐업 등의 징표를 구성해야 한다.
  2. 이행능력 부족이나 이행 실패는 자료상의 징표가 아니다. "능력이 없었으니 처음부터 공급할 의사가 없었다"는 논증은 대법원에서 배척되었다. 계약 체결 당시의 진정한 거래의사를 직접 겨냥해야 한다.
  3. 교부시기 위반 사안은 형사 아닌 세무 영역에서 처리하라. 매입세액 불공제, 세금계산서 관련 가산세 등 행정적 수단이 예정되어 있다. 무리한 형사 기소는 무죄로 귀결되고 방어 자원만 소모된다.
  4. 선발행 세금계산서를 다룰 때는 제9조 제3항의 요건 충족 여부를 정밀하게 확인할 것. '대가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고 이와 동시에' 교부해야 하므로, 받지 않은 금액까지 포함한 발행은 그 초과 부분에 관한 한 적법한 선발행이 아니다. 다만 그것이 곧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 판결의 요지다.
거래 실무상
  1. 매수인의 "세금계산서 먼저 끊어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때 위험을 인식할 것. 이 사건 피고인은 상대방 요구에 응해 미수령 금액까지 포함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고, 그 결과 5년 가까이 형사재판을 받았다. 실제 수령액 범위 내에서만 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2. 장기 제작·설치 계약은 중간지급조건부로 설계하는 것이 안전하다. 계약금·중도금·잔금의 지급시기가 계약일로부터 6개월 이상에 걸쳐 나뉘는 구조로 설계하면 각 대가 수령 시점이 공급시기가 되어 교부시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된다. 구체적 요건은 현행 부가가치세법령을 확인할 것.
조문상
  1. 이 판결의 구 조세범처벌법 제11조의2 제4항은 현행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에 대응한다. 다만 현행법은 세금계산서 관련 범죄를 제10조에 체계적으로 재편하고, 공급가액 합계액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조문 대응과 가중요건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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