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3다5917 판결〔원상복구비용〕
상고기각으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와 소유권에 기한 쓰레기 수거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대법원 판결 이유에서는 특히 방해배제청구권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다.
하급심 및 확정 경과
원심에서 두 청구가 배척된 이유는 서로 달랐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폐기물이 토사와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혼합되어 토지의 일부가 된 경우가 아니라면, 소유권을 방해하는 상태가 계속되어 폐기물 처리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오염토양이나 매립폐기물을 처리하지 않은 채 토지를 거래에 제공한 경우, 현재의 소유자에게 처리비용 상당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모든 매립폐기물의 수거·배상책임을 부정한 판결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나. 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6다205540 판결
김포시가 매립한 생활쓰레기가 30년 이상 지나 주변 토양과 사실상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재된 사안에서, 쓰레기가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방해배제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번 판결과 같은 구별 기준을 적용한 후속 사례이다.
다.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0다231256 판결
위 김포시 사건의 환송 후 재상고심이다. 방해배제청구는 배척되었지만,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되었다. 대법원은 배상책임을 유지하면서 지연손해금 부분만 일부 변경하였다.
방해배제청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과 처리비용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관련법령
- 민법 제214조: 소유물방해제거·방해예방청구권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 민법 제766조 제2항: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
- 국가배상법 제2조: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따른 국가·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
사실관계
가. 광명시는 쓰레기 매립과 농지조성을 함께 추진하였다.
광명시 소재 전 1,622㎡는 인접 토지보다 지반이 약 3m 낮고 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었으며, 주변은 상습침수지역이었다.
광명시는 이 토지를 포함한 5필지에 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매립하고 농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1984년 1월경 토지 공유자들에게 연탄재 등의 쓰레기를 매립하여 양질의 농지로 만들어주겠다고 제의하고 매립장 설치 동의를 받았다.
나. 매립과 복토가 완료된 뒤 농경지로 사용되었다.
광명시는 1984. 7. 13. 공사에 착수하여 쓰레기를 매립하고 양질의 토양으로 복토하였다. 공사는 1985. 3. 5. 완료되었고, 이후 토지는 비닐하우스를 설치하여 채소를 재배하는 농경지로 사용되었다.
지하에는 생활폐기물·건설폐기물·사업장 일반폐기물 등이 구분 없이 혼합되어 있었고, 매립 부분은 층별로 구분하여 처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다. 원고는 동의 범위를 벗어난 매립이라고 주장하였다.
원고는 다른 공유자들의 지분을 매수하여 1997. 10. 27. 단독소유자가 되었다.
원고는 연탄재만 매립하기로 했는데 생활쓰레기와 산업폐기물까지 매립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메탄가스·악취·농작물 생육장애 등의 피해도 주장하면서, 1999. 1. 27. 원상복구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러한 피해 주장은 원고의 주장으로, 판결이 그 전부를 사실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라. 항소심에서 쓰레기 수거청구를 선택적으로 추가하였다.
원고가 청구한 금액은 원상복구비용 313,500,000원 중 일부 공유자의 지분 상당액을 제외한 269,153,902원이었다.
원고는 항소심에서 금전배상과 선택적으로, 토지 지하에 매립된 생활쓰레기·산업쓰레기와 오니를 수거하라는 청구를 추가하였다. 쓰레기가 현재도 남아 있으므로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가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법리
가. 방해배제청구는 현재 계속되는 침해의 원인을 제거하는 청구이다.
민법 제214조의 방해배제청구가 대상으로 하는 것은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소유권 침해이다.
반면 과거의 침해행위가 이미 끝나고 그 결과로 손해가 남아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물건이나 훼손 상태가 남아 있다는 사정만으로 현재의 방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제거하려는 대상이 현재의 침해 원인인지, 완료된 행위로 발생한 손해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나. 이 사건에서는 혼합된 매립쓰레기를 완료된 공사의 결과로 보았다.
원심은 쓰레기 매립과 복토를 통한 농지조성공사가 이미 완료되었고, 동의 범위에 속하는 쓰레기와 이를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쓰레기가 분리하기 어려운 상태로 혼재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소유자가 동의하지 않은 쓰레기까지 매립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과거의 매립공사로 발생한 손해일 뿐 그 쓰레기가 별도의 소유권 침해를 계속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따라서 이 판결의 이유를 단순히 “토지 소유자가 매립에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정리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동의 범위를 벗어난 매립이라는 주장을 전제로 하더라도, 현재의 방해에 해당하는지가 별도로 문제 되었다.
다. 손해가 남아 있다는 것과 계속적 불법행위는 구별된다.
원고는 폐기물이 남아 토지를 정상적으로 사용하거나 제값에 처분할 수 없으므로 손해가 계속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불법점거처럼 가해행위 자체가 계속되는 경우에는 새로 발생하는 손해마다 시효가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매립공사 완료로 가해행위가 끝났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1985. 3. 5. 공사 완료 후 10년이 지난 1999. 1. 27.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라. 손해배상청구의 시효 완성만으로 방해배제청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금전배상청구가 시효로 소멸했다고 하여 동일한 손해의 복구를 소유권에 기한 수거청구로 당연히 요구할 수는 없다. 방해배제청구는 현재의 침해라는 고유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반대로 수거청구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손해배상청구가 적시에 제기되고 그 성립요건을 갖추었다면 처리비용의 배상책임은 별도로 인정될 수 있다. 위 2020다231256 판결이 이를 보여준다.
실무상 유의점
가. 폐기물의 존재와 토양과의 혼합 상태를 구체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폐기물이 별개의 물건으로 특정·제거될 수 있는지, 토사와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합되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굴착사진, 폐기물 성상, 토양과의 혼합 정도, 제거공법에 관한 감정자료가 중요하다.
나. 소멸시효를 언제나 매립공사 완료일부터 계산해서는 안 된다.
이번 원심은 이 사건 손해에 관하여 공사 완료를 기산점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후속 판례는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는지를 기준으로 손해의 현실화를 판단한다.
따라서 매립 시점, 토지 취득 시점, 개발·굴착 시점, 처리비용 부담이 현실화된 시점을 구분하여 해당 청구의 시효를 검토해야 한다.
다. 수거청구와 비용배상청구는 각각의 요건에 맞추어 구성해야 한다.
수거청구에서는 현재의 소유권 침해를,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에서는 위법한 매립행위와 현실적인 손해 및 인과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한 청구가 배척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청구의 성립 여부까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라.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과도 구별해야 한다.
챗변의 2017다265389 판결 정리는 토지 매매에 따른 하자담보책임과 그 소멸시효를 다룬다. 이번 사건은 매립행위자를 상대로 한 불법행위책임과 방해배제청구가 문제 되었다.
폐기물이 발견된 사건이라도 상대방이 매도인인지 매립행위자인지, 청구 근거가 담보책임인지 불법행위인지에 따라 요건과 시효를 따로 검토해야 한다.